국민이 주인이다, 탈원전!

시모노세키 해협을 건너기 직전 순례단 모습. 이 시기에, 한국에서 김광철 선생(생명탈핵실크로드 100인 위원, 초록교육연대 창설자)이 일본순례에 합류했다.@생명탈핵실크로드 순례단
시모노세키 해협을 건너기 직전 순례단 모습. 이 시기에, 한국에서 김광철 선생(생명탈핵실크로드 100인 위원, 초록교육연대 창설자)이 일본순례에 합류했다.@생명탈핵실크로드 순례단

이제 시모노세키 해협을 건너는 시기가 왔다. 이 해협은 현대사에서 많은 사연을 안고 있다. 이 해협을 사람이 걸어서 건너려면 바다 아래 터널을 통과해야 한다. 후쿠오카현을 거쳐 나가사키로 향하는 길목이다.

시모노세키 해협과 다리(칸몬교)@생명탈핵실크로드 순례단
시모노세키 해협과 다리(칸몬교)@생명탈핵실크로드 순례단
시모노세키 해협 바다 아래를 걸어서 건너가는 터널@생명탈핵실크로드 순례단⁰
시모노세키 해협 바다 아래를 걸어서 건너가는 터널@생명탈핵실크로드 순례단⁰
해협을 건너 큐슈로 넘어오다.@생명탈핵실크로드 순례단
해협을 건너 규슈로 넘어오다.@생명탈핵실크로드 순례단

해협을 건넌 후 그날 저녁 시모노세키 시내에서 함께 걸었던 야마구치현의 탈핵동지들이 환송식을 성대히 베풀어주었다. 그동안 뜨거운 열정으로 순례를 함께 해준 그들에게 순례단은 감사의 뜻을 표했다.

기실 한국과 일본은 웬만한 주제로는 연대하기 쉽지 않다. 가령 보편적 주제인 '평화'만 하더라도 세부항목에 들어가면 생각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상대적인 것이다.

하지만 생명과 안전에 관한 것은 그렇지 않다. 원전의 위험 문제는 핵무기와 마찬가지로 절대적인 문제다. 인류는 다른 안전한 길을 찾아갈 충분한 역량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험천만한 원전을 억지로 가동하는 것은 어리석기 짝이 없는  짓이고, 이 점에 대해서는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다. '탈원전'주제 만큼은 한국과 일본의 사람들이 가장 쉽게 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해협을 건넌 후 그날 저녁 시모노세키 시내에서 구와노야스오상을 위시한 탈핵동지들이 환송식을 성대히 베풀어주었다. 필자는 그동안 뜨거운 열정으로 순례를 함께 해준 그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생명탈핵실크로드 순례단
해협을 건넌 후 그날 저녁 시모노세키 시내에서 구와노야스오상을 위시한 탈핵동지들이 환송식을 성대히 베풀어주었다. 필자는 그동안 뜨거운 열정으로 순례를 함께 해준 그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생명탈핵실크로드 순례단

이 시기에, 한국에서 김광철 선생(생명탈핵실크로드 100인 위원, 초록교육연대 창설자)이 일본 순례에 합류했다. 글 솜씨가 뛰어난 그는 자신의 눈으로 순례를 취재하여 오마이뉴스에 게재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335413

그는 이 기사에서  일본시민의 탈핵연대집회를 주도한 인물과의 인터뷰를 소개하였는데, 이 대목의 일부를 보면,

 "□ 이원영 교수를 단장으로 하여 현재 일본 순례를 하고 있는 '생명, 탈핵 실크로드'에 대하여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당연히 지지한다. 그래서 이렇게 함께 걷고 있는 것이다. 아베정권은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이후 가동이 중단된 원자력발전소들을 재가동하기 위하여 이러저러한 시도들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 정지된 원전 재가동은 다시 어떤 재앙으로 이어질지 모른다. 절대 재가동하지 말고 폐기되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이원영 교수의 생명, 탈핵 실크로드와는 같은 취지다. 한국과 일본을 넘어 전 세계가 핵 없는 세상으로 가야한다."

 □ 지난겨울 내내 한국을 달구었던 '촛불시민혁명'에 대하여 알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일본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한국 국민들의 평화적으로 현직 대통령을 끌어내려 감옥에 보내고, 새로운 대통령을 뽑아내는 과정들을 감동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한국은 대단히 역동적인 나라이며, 한국 국민들의 정의를 위한 투쟁에 큰 박수를 보낸다. 우리 일본도 한국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타큐슈의 어느 출발지에서 재일교포2세 배동록선생(맨 왼쪽)이 합류했다.@생명탈핵실크로드 순례단
기타규슈의 어느 출발지에서 재일교포2세 배동록선생(맨 왼쪽)이 합류했다.@생명탈핵실크로드 순례단

기타규슈의 어느 출발지에서 재일교포2세 배동록선생이 합류했다. 그의 부모님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끌려와 야하타 제철소에서 힘겨운 노동에 시달렸다. 그런 가운데 그는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평생을 살아왔다. 한복을 입고 순례에 참가하는 그의 모습이 감동이다.

당시 김광철선생이 그를 취재하여 <한겨레:온>에 소개한 바 있다.

http://www.hani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8772  

그가 말한 내용가운데 가슴 뭉클한 대목이 있어서 옮겨본다.

"내가 이곳 일본에 살면서 우리 어머니와 함께 많은 학교들을 찾아다니면서 일제의 만행에 대하여 증언을 하고 있습니다. 일본이 과거 조선을 침략하여 수탈하면서 많은 조선인들을 괴롭힌 점에 대하여 반성해야 하며, 이제는 일본과 남북한이 서로 원수가 되어 싸우지 말고, 평화롭게 살아가야 한다. 만약에 전쟁이 일어나게 되면 한국인이나 일본인이나 다 전쟁터로 끌려간다. 그러면 좋겠느냐? 그러니 전쟁을 막고 평화롭게 살 수 있도록 서로 이해하고 협력하려는 노력을 계속해야 된다는 내용의 강연을 하고 있어요."
 

순례단을 초대한 어느 교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배동록 선생@생명탈핵실크로드 순례단
순례단을 초대한 어느 교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배동록 선생@생명탈핵실크로드 순례단
재일 한국인 목사인 주문홍 목사(맨 왼쪽)가 초대한 저녁식사. 주목사는 이때부터100인 위원으로 참여하였다.@생명탈핵실크로드 순례단
재일 한국인 목사인 주문홍 목사(맨 왼쪽)가 초대한 저녁식사. 주목사는 이때부터100인 위원으로 참여하였다.@생명탈핵실크로드 순례단

 

후쿠오카에 가까운 지역에서 순례에 참여한 주부들이 힘차게 걷고 있다. @생명탈핵실크로드 순례단
후쿠오카에 가까운 지역에서 순례에 참여한 주부들이 힘차게 걷고 있다. @생명탈핵실크로드 순례단
후쿠오카시내 규슈전력 본사 앞, 아오야기 유키노부 선생이 벌이는 반핵농성장@생명탈핵실크로드 순례단
후쿠오카시내 규슈전력 본사 앞, 아오야기 유키노부 선생이 벌이는 반핵농성장@생명탈핵실크로드 순례단

후쿠오카 시내에는 한국에도 잘 알려진 아오야기 유키노부 선생이 벌이는 반핵농성장이 있다. 그는 2011년부터 이 지역 핵발전소사업자인 규슈전력 본사 앞에서 지금까지 꾸준히 농성을 이어왔다. 그를 취재한 기사가 오마이뉴스에 실린 적이 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914809&CMPT_CD=TAG_PC

이 기사 대목에서 그가 한 말 중, 

"원전 재가동을 확실하게 막을 자신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아오야기씨는 "여러분들이 도와주면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원전을 완전히 멈출 때까지 규슈전력 앞에서 농성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를 만난지 5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는 매일 필자에게 일본에서의 반핵활동을 담은 소식을 메일로 보내오고 있다. 오늘 날짜로 제4191호다. 이토록 오랜 기간 지치지 않고 지속되는 그의 행동으로부터 인디안이 지내는 기우제 속담이 연상된다. 기우제가 성공하는 것은 "비가 올 때까지 계속해서 지내기 때문"이다. 필자에게도 커다란 자극이 되었다.

아오야기 선생과의 환담 시간@생명탈핵실크로드 순례단
아오야기 선생과의 환담 시간@생명탈핵실크로드 순례단
일본의 대표적 반핵활동가인 아오야기 유키노부 선생(우측에서 세번째)와 함께 기념사진@생명탈핵실크로드 순례단
일본의 대표적 반핵활동가인 아오야기 유키노부 선생(우측에서 세번째)와 함께 기념사진@생명탈핵실크로드 순례단

걷는 도중에 한국으로부터 희소식이 들려왔다. 한 달 전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이 노후원전인 고리1호기를 폐쇄하면서 동시에 탈원전을 선언한 것이다. 로드맵은 공표되지 않았지만 탈원전으로 방향을 전환하겠다는 의지 그 자체는 획기적인 것이었다. 물론 고리1호기 가동 중단은 대선당시 대부분의 후보의 공약이기도 한 것이어서 이를 이행한 것이었지만, 단순한 노후원전 폐기보다 훨씬 의욕적인 발걸음으로 탈원전을 선언한 것이어서 필자와 같은 사람들에게는 커다란 기대를 갖게 해주었다.

문재인대통령이 노후원전인 고리1호기를 폐쇄하면서 동시에 탈원전을 선언한 홍보물1
문재인대통령이 노후원전인 고리1호기를 폐쇄하면서 동시에 탈원전을 선언한 홍보물1
문재인대통령이 노후원전인 고리1호기를 폐쇄하면서 동시에 탈원전을 선언한 홍보물2
문재인대통령이 노후원전인 고리1호기를 폐쇄하면서 동시에 탈원전을 선언한 홍보물2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에서 돌이켜보면, 그 선언이 실효성을 갖지 못한 채 선언으로 그쳤다는 실망을 안겨주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탈원전이란 원전을 둘러싼 기득권의 권력을 상당부분 해체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그 해체과정은 권력투쟁을 필연적으로 낳을 수밖에 없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갈등과 투쟁을 기피하는 듯한 행태를 보여 온 문대통령은 그를 제대로 추진하지 못한 한계를 보인 것이다.

​ ​​​ ​​​​순례에 많은 도움을 준 기무라고이치 목사가 우릴 집으로 초대하였다.@생명탈핵실크로드 순례단
​ ​​​ ​​​​순례에 많은 도움을 준 기무라고이치 목사가 우릴 집으로 초대하였다.@생명탈핵실크로드 순례단

 

이토시마라는 도시에서의 젊은 주민들이 성원해주고 있다.@생명탈핵실크로드 순례단
이토시마라는 도시에서의 젊은 주민들이 성원해주고 있다.@생명탈핵실크로드 순례단

 

겐카이 원전 방향에 숲길을 따라 걷는 순례단@생명탈핵실크로드 순례단
겐카이 원전 방향에 숲길을 따라 걷는 순례단@생명탈핵실크로드 순례단
겐카이 원전 가까운 동네인 가라츠에 도착한다. 가라츠는 도자기 마을로도 유명하다.@생명탈핵실크로드 순례단
겐카이 원전 가까운 동네인 가라츠에 도착한다. 가라츠는 도자기 마을로도 유명하다.@생명탈핵실크로드 순례단
겐카이 원전반대 가라츠 사무소@생명탈핵실크로드 순례단
겐카이 원전반대 가라츠 사무소@생명탈핵실크로드 순례단

사가현에 있는 겐카이 원전은 3·4호기가 플루토늄을 우라늄과 섞은 MOX연료를 사용하는 플루서멀 모델이다. 때문에 운전상 위험도도 높다. 원래 사용후핵연료를 재활용해서 연료로 사용하는 것은 롯카쇼무라 사례에서 보듯 위험해서 폐쇄될 수밖에 없다. 그런 유형에 준하는 MOX연료여서, 주민들은 가동을 중단하는 소송을 2010년부터 진행해온 것이다.

그런데 최근 2021년 3월에 지방재판소에서 원고패소 판결이 났다. 사법부가 사업자 측 손을 들어준 것이다. 하지만 주민들은 굴복하지 않았다. 올해 9월에 다시 재가동중지 가처분신청이라는 추가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들린다. 불굴의 의지를 가진 그들에게 뜨거운 응원을 보낸다.

http://no-genpatsu.main.jp/

순례단을 환영한 겐카이 원전 반대 가라츠 사무소에서는 필자에게 친필로 기념이 될만한 문구를 남겨달라고 한다. 심사숙고 끝에, 원전은 민주주의에 반하는 시설, 그리고 일본사회처럼 기득권의 권력이 지배해온 시설이라는 뜻에서 다음과 같이 적었다.

"국민이 주인이다. 탈원전!"

이 문구는 자본권력이 득세하기 시작한 우리에게도 중요하다.

편집 : 김미경 편집장

이원영 주주  leewys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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