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대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전쟁 가능성
대만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이 무력충돌을 빚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첫째, 대만은 민진당의 천수이볜 (陳水扁) 대표가 2000년과 2004년 총통에 당선돼 ‘일변일국 (一邊一國)‘을 주장하며 대만 독립을 지향하기 시작했다. 대만은 중국의 일부가 아니라 대만해협을 사이에 두고 한쪽에 한 나라씩 존재하는 별개 국가라는 것이다. 민진당의 차이잉원 (蔡英文) 대표가 2016년과 2020년 총통 선거에서 이겨 이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그는 2022년 10월 중국 공산당대회가 끝난 뒤 타이베이에서 열린 ‘세계민주주의 운동 (WMD)’ 대회에서 중국을 겨냥해 “민주주의를 좀먹으려는 세력에게 대항해가겠다”고 밝혔다. 2024년 총통 선거에서 국민당이 이기면 변화가 생길지라도 민진당이 재집권하면 대만 독립 추진은 멈추지 않을 것 같다.
둘째, 미국은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대만 관계법>에 따라 대만에 지속적으로 무기를 팔며 현상이 유지되기를 원한다.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말로는 대만 독립을 바라지 않는다면서도 실질적으로는 대만 독립을 부추긴다. 앞에서 살펴본 바이든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과 <국방전략> 그리고 <미사일방어 검토>와 <핵태세 검토>에서뿐만 아니라 의회의 중국 견제 및 봉쇄 움직임은 더욱 강경하다. 예를 들어, 2022년 8월 펠로시 (Nancy Pelosi) 하원의장이 중국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대만을 방문했다. 상원 대외관계위원회 소위원회는 8월 대만을 나토에 버금가는 주요 동맹국으로 지정하고 앞으로 4년간 45억 달러 규모의 안보 지원을 한다는 내용의 <대만정책 법안 (Taiwan Policy Act of 2022)>을 만들었다. 9월엔 대외관계위원회가 65억 달러로 늘렸고, 10월엔 상원 본회의가 100억 달러로 늘려 <2023년 국방수권법 (2023 National Defense Authorization Act)>을 통과시켰다. 미국이 앞으로 5년간 대만에 100억 달러를 지원해 미국 무기를 구입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하원에서도 통과되고 대통령이 서명하면 확정된다.
이렇듯 미국은 대만에 대한 군사 지원을 크게 늘리며 중국의 통일을 막는다. 중국과 대만이 통일되면 미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후퇴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이 항해의 자유를 내세우며 함정을 파견하는 대만해협은 즉각 중국의 내해가 되고,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는 중국의 영해가 크게 늘어나기 마련이다.
셋째, 중국은 위와 같은 대만의 독립 추진 및 미국의 대만 지원에 맞서 2005년 ‘반분열국가법’을 만들어 ‘조건부 무력통일’을 명시했다. 2022년 8월 국무원이 발표한 ≪대만 백서≫에서는 “통일에 저항하는 대만독립 분리세력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고 “중국의 완전한 통일을 방해하는 외부세력은 필연적으로 실패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2022년 10월 당대회에서 대만과의 통일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기 위한 필연적 요구”라며 ‘조건부 무력통일’을 재삼재사 강조했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강조해온 시진핑이 3차 임기가 끝나는 2027년 안에 통일을 시도할지 모른다.
따라서 2024년 대만 총통선거와 미국 대통령선거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2027년 안에 대만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 무력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대면해협에서 전쟁이 터지면 한국도 불바다가 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4. 미국과 중국의 전쟁에 대한 한국의 대비: 한미동맹 폐기와 주한미군 철수
주한미군은 냉전이 끝난 1990년대 초부터 그 역할과 성격이 바뀌었다. 냉전시대 주요 임무가 소련을 견제하며 북한의 남침을 막는 것이었다면, 냉전 종식 이후 목표는 급속도로 성장하는 중국을 견제하고 봉쇄하는 것이다. 휴전선 근처 육군 중심의 ‘붙박이 군대’가 한반도 밖으로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는 해군.공군 중심의 군대로 변했다. 중국을 바다 건너 코앞에 둔 평택에 세계 최대 해외 미군기지를 세웠다. 이른바 ‘전략적 유연성’을 지닌 ‘신속 기동군’이 된 것이다.
미국이 2005-06년까지 겉으로는 “주한미군이 한국민의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 지역 분쟁에 개입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한국의 입장을 존중한다’고 했다. 그러나 늦어도 2006년 한미 전략대화에서 ‘주한미군의 한반도 밖 임무 수행’에 동의했다. 라캐머라 (Paul LaCamera) 주한미군사령관은 2021년 5월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주한미군은 인도-태평양 사령관에게 한반도 이외 우발사태나 지역적 위협에 대응하는 데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할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2022년 9월 바이든 대통령이 미군의 대만 방어를 다짐하는 발언을 내놓은 뒤엔 중국의 대만 침공에 대비한 ‘비상계획 (contingency plan)’을 준비하며 한국군과 논의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9월 발표된 <미국의회 조사국보고서 (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는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주한미군 개입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고, 에이브럼스 (Robert Abrahams)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주한미군 투입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주한미군에 덧붙여 한국군도 대만 방어에 동원되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미국이 요구하면 한국 정부가 거절할 수 있을까. 1960-70년대 박정희 정부는 온 세계가 반대한 미국의 베트남침략 전쟁에 한국은 앞장서 가장 많은 병력을 보냈다. 2003년 어느 정도 자주를 내세우던 노무현 정부도 유엔이 반대한 미국의 이라크침략 전쟁에 군대를 보냈다. 물불 가리지 않고 오로지 한미동맹에 목매는 윤석열 정부가 미국의 한국군 대만 파병 요청을 거부할 수 있을까.
그런데 미국과 중국이 전쟁을 벌인다면 한국군이 대만 방어에 동원되지 않더라도 한국이 불바다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에서 가장 가까운 한국에 중국을 공격할 수 있는 미군이 주둔해 있고, 중국 미사일을 감시하는 미사일방어체계 레이더가 설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전쟁이 터지면 중국 미사일이 중국 근해의 미국 항공모함뿐만 아니라 평택과 성주를 향해서도 날아가지 않겠는가.
군사동맹 때문에 동맹국의 전쟁에 자동적으로 휘말리게 되는 이러한 현상을 국제정치학자들은 어려운 말로 ‘연루 (entrapment)의 위험’이라 부른다. 이와 반대로 군사동맹을 약화하거나 소홀히 해 다른 나라의 침략을 받더라도 동맹국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현상을 ‘방기 (abandonment)의 위험’이라 한다. 이 두 가지 위험이 이른바 ‘동맹안보 딜레마’다. 그렇다면 남한이 북한의 남침을 대비해 한미동맹을 강화하며 ‘방기의 위험’에서 벗어나는 게 더 절실한지, 미국과 중국의 전쟁에 대비해 한미동맹을 폐기하며 ‘연루의 위험’에서 벗어나는 게 더 절실한지 따져보는 게 바람직하다.
난 한미동맹을 폐기하는 게 훨씬 절실하고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한미동맹의 지속적 연합훈련이 북한의 핵시험과 미사일발사를 포함한 극심한 반발과 한반도 긴장을 부르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한미동맹 약화나 폐기는 이른바 ‘북한의 도발’을 줄이거나 그치게 하지 않겠는가. 앞에서 얘기했듯, ‘국가의 종말’이나 ‘정권의 종말’ 같은 언어 위협은 말할 것도 없고 전략폭격기와 항공모함을 동원한 전략자산 전개 같은 무력시위도 북한을 굴복시키기 어렵다. 따라서 한미동맹 폐기가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 중단을 이끌며 미국과 중국의 전쟁에 남한이 휘말리는 것을 막는 가장 쉽고 빠르며 효과적 방안 아니겠는가.
한미동맹 폐기로 북한이 핵미사일로 남한을 침략할까봐 두렵다면, 주한미군 철수와 북한 핵미사일 폐기를 바꾸면 된다.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 없이 결코 핵미사일을 폐기하지 않을 테고, 남한의 다수 국민은 북한이 핵미사일을 유지하는 한 주한미군 철수를 원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한미동맹 폐기와 주한미군 철수에 대해 보복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우려도 많다. 미국의 보복을 당하지 않고 중립화를 추진할 수 있는 외교력을 발휘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만약 그런 외교력을 발휘할 수 없다면,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국의 일시적 보복이 두려워 분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영원히 종속되다시피 살며 중국과의 전쟁에 연루되는 게 좋을지, 미국에게 일시적 보복을 당해 당분간 고통스럽더라도 자주적으로 평화와 통일을 지향하며 영원히 전쟁에 휘말리지 않을 중립화를 이루는 게 바림직할지.
한국은 더 이상 고래 사이에 낀 새우가 아니다. 경제력은 세계 10위를 자랑하고, 군사력은 세계 6위를 기록하며, 기술력과 문화력은 세계 최고 수준을 뽐낸다. 이러한 종합 국력을 바탕으로 자주성만 지닌다면 북한과 평화적으로 통일을 추진하며 미국과 중국의 전쟁에 휘말리지 않을 수 있다.
[ 편집자 주] 이재봉 주주는 원광대학교 정치외교학.평화학 명예교수다.
편집 : 김미경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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