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는 나의 영원한 동지다

언제나 가도 그가 있다. 나와 약속을 한 것도 아니다. 나는 어쩌다 가는데 그는 거의 매일 온다는 이야기다. 서울대 병원 앞에서 매일 4시에 진행하는 '백남기님 쾌유를 비는 미사'에 날마다 오는 당산동에 사는 81세 최종대(세례자 요한) 어르신 이야기다.

▲ 미사에 참석하고 계신 최종대 요한 어르신
▲ 세족례에서 최종대 요한 어르신

그는 올 2월 10일 전야제를 시작으로 27일까지 17일 동안 진행한 '백남기 농민 쾌유 기원, 국가폭력 책임자 처벌, 민주주의 회복! 행진’에서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도보로 행진한 최고령 어르신이다. 이런 참여로 3월 10일, 전국 농민회 총연맹에서 감사패를 받았다.

식량 자주권을 지키지 못하면 주권국가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기에 걸었다. 백남기님의 쾌유가 제일 중요한 목적이지만 이 나라가 식량 주권을 내팽개치고 있는 것을 알리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는 생각에 이 도보행진을 참가하게 되었다.

그는 가끔 절뚝인다. 오른쪽 무릎 연골이 다 달아서다. 통증으로 똑바로 못 걸을 때가 있다. 하지만 의지력으로 걸었다. 몸으로 걷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걷는 거다 생각하고 걸었더니 누군가 도와주는지 통증도 잘 느끼지 못했다. 많은 동지들이 격려해준 덕으로 단 하루도 차를 타지 않고 걸었다. 모든 분들께 감사하게 생각한다.

▲ 2016년 2월 27일 도보행진 마지막 날, 중앙대에 도착해서

도보순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원 없이 녹차를 마신 일과 중간 중간 사람들의 성원이었다. 보통 음료수로 커피를 마시는데 보성에 가서 보성 농민 회장님과 대화를 하면서 녹차를 20잔 마셨다. 또 행진하면서 지나가는 지역주민들이 함께 걸어주고 성원해준 것이 기억에 남는다. 가는 곳 마다 나이가 많다고 대접을 정말 많이 받았다. 마침 행진 중 생일이 와서 2번이나 신부님들이 생일상을 차려주셨다. 이 또한 감사하게 생각한다.

▲ 생일잔치(출처 :가톨릭 농민회 http://ccfm.or.kr/1411)

이번 도보행진 말고도 작년 1월에 안산에서 진도 팽목항까지 ‘세월호 선체 인양과 실종자 수습 촉구’하는 도보 행진에도 참가했다. 19박 20일 동안 진행한 도보행진에서 역시 단 하루도 빠짐없이 도보로 전 일정을 마쳤다. 자전거로 약 한 달 동안 전국을 돌며 행진을 한 적도 있다. 밀양송전탑, 골프장건설, 탈핵원전반대, 용산참사, 쌍차해고자 그리고 맨 마지막에 제주도 강정까지 도달하는 약 1달간의 행진이었지만 낙오되지 않고 끝까지 마쳤다.

고향은 이북 황해도다. 강화 교동에 가서 보면 고향이 보인다. 고향을 지척에 두고 못가니 기가 막히다. 어서 빨리 평화통일이 되어 죽기 전에 고향땅 한번 밟아 보고 싶은 것이 소원이다. 남북의 평화통일을 바라는 맘으로 ‘남북평화통일대행진’에도 참가했다. 땅끝마을에서 임진각까지도 걸었고, 고성통일전망대에서 강화도까지 2번 걸었다. 

그는 현재 대한민국은 비정상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 사람의 힘으로 이 비정상인 대한민국을 바꿀 수는 없지만 대한민국이 비정상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세상에 말해야 한다. 이 도보행진은 내 생각을 말하는 것이다. 인간이 자기가 원하는 것을 누군가가 함께 따라주길 바라는 마음이 있는데 먼저 자신이 희생을 해야 따라준다. 도보행진을 간절한 희생으로 생각한다. 희생하는 여러 마음들이 모여 걸으며, 서로 의지하여 힘을 합할 때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연대의 힘이다. 이런 연대가 많아지면 세상이 좀 정화가 되지 않을까 한다.

어린 시절 이북에서 영세를 받은 골수 천주교 신자다. 천주교 신자로서 예수님이 가신 발자취를 조금이라도 따라 가야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런 행진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하였다.

한겨레 창간 당시 돈이 없어서 주주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창간 때부터 지금까지 28년 동안 한겨레만 보는 애독자다. 한겨레의 창간 취지가 평화와 통일문제에 대하여 기존 집단과 다른 진보적인 시각을 보여줬기 때문에 한겨레 독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동안 한겨레는 정의, 평화, 통일 면에서 국민을 잘 이끌어 주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한겨레는 초심으로 돌아가 주었으면 한다. 좀 더 적극적으로 국민들에게 통일 의지를 불어넣어주고 이 나라 국민들이 진취적 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 선도적 역할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그는 이번 인터뷰 도중 지금도 주주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로 주주신청을 해달라고 하셨다. 영원한 동지요. 영원한 독자였는데 이젠 영원한 주주까지 되었다고 기뻐하셨다.

▲ 인터뷰가 끝나고 활짝 웃고 계신 최종대 어르신

15세에 북을 떠나 피난 온 후 먹고 살기도 힘들었다는 최종대 어르신, 정규 학교도 제대로 다 다니지 못하고 기술노동자로 평생을 살아오신 최종대 어르신, 평화통일, 정의구현에 대한 신념을 60년 이상 변함없이 갖고 계시는 최종대 어르신, 자본에 쫓겨나 서럽고, 정부에 매 맞아 울고 있는 현장을 찾아다니는 81세 이 어르신도 주변 친구들에게는 '별종'이거나 '빨갱이'일 거다. 나이가 들면 다 안정을 추구하면서 보수로 회귀한다는데... 나도 그 나이가 되어 그렇게 변치 않는 모습으로 남을 수 있을까? 그렇게 성한 몸으로 움직일 수 있을까? 장담한다는 것은 교만이겠지 하는 생각에 최종대 어르신이 자랑스러울 뿐만 아니라 부럽기도 하다.   

편집 : 박효삼 편집위원

김미경 부에디터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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