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희생 대학생 최혜리씨
이화여대 “모든 교육과정 이수” 졸업장
차마 졸업식 못간 엄마는 눈물만

이태원 참사로 숨진 대학생 최혜리씨가 받은 이화여대 졸업장. 최씨 어머니 김영남(62)씨 제공
이태원 참사로 숨진 대학생 최혜리씨가 받은 이화여대 졸업장. 최씨 어머니 김영남(62)씨 제공


이태원 참사로 숨진 대학생 최혜리씨가 하늘에서 대학 졸업장을 받았다.

이화여대는 27일 졸업식을 맞아 최씨의 졸업증서를 발급했다고 밝혔다. 2017년 입학한 최씨는 조형예술대학에서 동양화와 디자인학부를 복수전공했다.

1998년생인 최씨는 이미 지난해 1학기 졸업 요건을 모두 채운 뒤, 지난해 7월 주얼리 회사에 취업해 마지막 학기엔 졸업작품 전시만 준비하고 있는 상태였다. 이화여대 관계자는 “학생 부모도 졸업장 수여를 원하셨고, 학생이 이미 모든 교육과정을 이수했기 때문에 학교에서도 졸업장을 주는 게 맞는다고 판단했다”며 “졸업작품도 제출했고, 딱 졸업만 앞둔 상황이라 우리도 정말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최씨 어머니 김영남(62)씨는 이날 졸업식에는 참석하지 않고, 지인을 통해 학교에서 졸업장만 받아왔다. 김씨는 <한겨레>에 “남들은 학생들이랑 사진 찍을 텐데 혼자 눈물바다가 될 것 같아 졸업식은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다른 학생들한테는 좋은 날일 텐데”라고 말하며 울먹였다.

화가가 꿈이었던 최씨는 강원도 강릉에서 미술 공부를 하기 위해 고등학생 시절부터 홀로 상경했다. 그런 최씨에게 이화여대는 꿈에 그리던 학교였다. 최씨는 대학에 다니며 경제적 여건 등을 고려해 순수 예술보다는 공간 디자인으로 진로를 바꿔 디자인학부를 복수 전공했다. 지난해 7월에는 주얼리 회사 실내 디자인 담당으로 취업한 데 이어, 참사 나흘 전인 지난해 10월25일은 최씨가 수습 기간을 끝내고 정규직원이 된 날이었다.

어머니는 “아이가 꼭 가고 싶던 학교 졸업장을 받게 돼 뿌듯했는데, 이걸 받아줄 아이가 없다는 게 실감 나 더 슬펐다”며 “자기 꿈을 이루겠다고 노력하다 취업까지 됐는데, 공부만 하느라 고생만 하다 떠난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 내내 미술학원 강습 알바를 하면서 자기 스스로 용돈을 해결한 착한 딸이었다. 서울에 보내지 않고 같이 살았으면 이태원에 가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도 들어 착잡하다”고 했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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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 이 : 김미경 편집위원

한겨레 장나래 기자,  장예지 기자  w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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