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나라를 물어뜯는 짐승만도 못한 인간에게 나라를 맡길 수 없다. 윤석열을 탄핵하라
사람다움을 알지 못하는 자에게 사람의 목숨과 운명을 맡길 수 없다. 윤석열은 퇴진하라

애타는 문자가 왔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에서 8월14일 미사에 앞서 오후 4시~7시 ‘사전기도회’를 갖는데 제대 설치에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고 일찍 나와 달라는 문자다.

미사 전에 사회적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한 위령기도, 핵오염수 방류 저지와 바다 생명들을 위한 독서, 친일매국 윤석열 정권 굴욕외교 규탄 문화제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묵주기도를 한다고 했다.

일을 마치고 부랴사랴 달려갔지만 경찰은 기도회와 문화제를 허용하지 않았다. 기도와 독서는 문제가 없었겠지만 ‘친일매국 윤석열 정권 굴욕외교 규탄 문화제’는 포악한 윤가가 무서워서 허용할 수 없었을 거다. 경찰 잘못은 아니라고 본다. 불쌍한 경찰... 본인 목에 칼이 들어오는 것도 모르고... 인간 취급도 받지 못하는 것도 모르고... 하긴 다 안다해도 묵묵히 명령대로 움직이는 존재가 경찰이니까... 어쩔 수 없었을 거라고 경찰을 위로해본다. 

그 와중에도 300여 명의 수녀님이 앞장서고 신자들이 힘을 보태 간신히 인도 한쪽에 앉아 눈을 감고 기도하고 있었다. 가로 5~8명 정도 앉은 자리가 인도 한쪽을 따라 쭉 이어졌다. 경찰은 더 확산되지 않도록 에워싸곤 시국미사 제대도 허용하지 않았다. 미사 공지 시간 바로 직전인 7시 30분이 다 되서야 경찰은 3개 차도를 열어주었다. 그제야 사람들은 숨통을 틔울 수 있는 자리로 이동했다.  

3개 차도가 열려 이동하여 미사를 준비하고 있는 신자들  
3개 차도가 열려 이동하여 미사를 준비하고 있는 신자들  

미사 시작 전인데도 어둑어둑해졌다. 신자들이 앉아 있는 가장 뒤 건너편 도롯가에 스피커 차량이 한 대 서 있다. 미사를 방해하기로 작정한 차량이다. 듣기 힘들 정도로 000 구속, 000 구속을 000에 이름만 바꿔가면서 크게 틀어놓고 있다. 너무나 시끄러워 뒤에 앉은 사람들은 엄청 괴로울 것이다. 경찰에게 제지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경찰도 어쩌지 못한다. 신념에 의한 행동은 아닐 거다. 신념이라는 말에는 지성과 배려가 스며있는 거니까.... 미사를 배려한다면 있을 수 없는 행동이다. 외치는 말이 악에 받쳐 악쓰는 것 같다. 결국 그 악의 화살은 자기 내면을 찌를 터인데... 그 사람들은 그걸 모르겠지….

미사가 시작되지도 못했는데 벌써 어둑어둑해졌다. 
미사가 시작되지도 못했는데 벌써 어둑어둑해졌다. 

많은 유튜버가 현장을 생중계하고 있다. 가운데 앉은 분은 '탄핵이 답이다' 손팻말을 머리에 둘러쓰고 있다.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신념과 열정이 없다면 하지 못할 일….

8시 무렵 제대가 설치되었다. 100여 명의 신부님이 나란히 입장하는 모습을 보니 숙연해진다. 비록 길바닥이지만 이 세상 어느 미사보다도 장엄하고 아름답다.

 

강론은 천주교전국사제단 비상대책위원장인 송년홍 신부님이 하셨다. 그간 이어온 미사를 쭉 설명하시면서 "이 미사는 끝낼 수도 없고 끝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날이 좀 선선해지면 부산교구로 시작해서 서울을 향해 쭉 올라 올 것입니다. 지금 이 폐막 미사는 다시 새롭게 시작하는 미사입니다"라고 해서 많은 사람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15,000여 명의 신자와 시민들이 길거리 미사에 참여했다고 한다. 그들은 왜 이 미사에 왔을까? 아래 사진에서 보듯 미사에 참여한 사람들은 젊은 사람보다는 50대 이상이 더 많다. 나이 들어 조용한 삶을 누릴 사람들이 왜 그 자리에 나왔을까?

기괴하게 미쳐가는 정부가 염려스럽기 때문일 거다. 탐욕스럽고 포악하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지도자를 머리에 이고 살 수는 없기 때문일 거다. 나라가 더 망가지기 전에 뭐라도 붙잡고 싶기 때문일 거다.  60대인 나도 그렇다.

미사 중에 MBC 아나운서가 보였다. 송년홍 신부님은 어떤 지상파 방송도 시국미사를 취재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그래도 MBC가 나와줬구나 하는 반가운 마음에 뭐라 방송했는지 찾아보았다.  그런데... 이게 어쩐 일? "그 날의 증언을 아시나요"‥위안부 기림의 날 (imbc.com) 기사에서 기림미사가 열리고 있다는 현장 장면으로 시청 앞 미사 장면이 나온다. 윤석열 퇴진미사는 언급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해본다. 뭔가 금기시되어 있는 윤석열 퇴진 미사를 어떻게서든지 소개하고 싶었던 거라고...  

엠비시 아나운서의 촬영준비 모습
엠비시 아나운서의 촬영준비 모습

촛불행동상임대표 김민웅 목사의 사자후도 인상 깊었다. 이 정부는 양떼를 잡아 먹는 늑대와 같다며 결국 독수리의 발톱에 낚여 공중에 들릴 것이라고 했다. 사제단의 시국미사는 신의  한 수이며 윤석열을 감옥에 가두어서 100년 동안 나올 수 없게 하자고 했다. 
김민웅 목사 발언 동영상 : https://www.youtube.com/watch?v=gWIB5iUzZ2k&t=10s

미사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한 번 휘~~ 둘러보고 싶었다. 이런저런 장면을 담아본다. 

깃발도 많다. 경찰이 차도 쪽으로는 깃발을 들지 말아 달라고 요구했단다. 통행하는 차량의 시야를 막을까 봐서다. 깃발 부대는 다들 인도 쪽으로 옮겼다. 그것도 대부분 뒤에서 깃발을 들고 있다. 혹여나 제대를 가릴까 염려해서다. 다들 말도 잘 들어주고 배려심도 있는 착한 사람들이다. 모두 이렇게만 살면 되는데….

맨 뒤에서 미사를 보는 분들이 000 구속 스피커에 가장 고통받았을 것이다. 수녀님들이 많다. 혹여나 누군가 흥분해서 싸움이라도 날까 싶어... 수녀님들이 방패막이를 자처하지 않았나 싶다. 가장 힘든 곳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켜주신 분들... 복 많이 받으실 듯….

맨 마지막 미사 대열
맨 마지막 미사 대열

이분은 누굴까? 애고... 술주정뱅이라 술통과 배통을 끌어안고 이리 비틀 저리 비틀....  웃어야 하는데.... 웃음도 나오질 않는다.  

민주당도 못 믿겠고... 정의당도 답답하고... 국민주권당이 만들어지려나 보다. 만들어진다면 사심없는 당으로 만들어질 수 있을까? 

이제 마지막으로 성명서 낭독이 있었다.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주임 신부가 낭독했다. 간단히 요약해본다. 

"지글거리는 대지 위에서 궂은일을 마다치 않는 수고와 헌신을 바친 분들 덕에 우리는 가을 열매를 키우고 있다. 주고받는 상호부조, 나눔 덕분이다. 그런데 대통령 윤석열은 사람의 슬픔과 고뇌를 나누는가? 물난리가 나서 떼죽음을 당해도 “지금 가봤자 뭐가 바뀔 수 있겠냐.”며 태연했다. 오늘 이 나라의 불행과 비극은  “나는 나, 내 맘대로, 내 뜻대로” 하고 돌아다니는 대통령의 미숙한 인격에서 비롯한다.

사익을 챙기는 탐심(貪心). 거슬린다 싶으면 벌컥 화부터 내고 잔인하게 짓밟아 버리는 진심(嗔心). 역겨운 짓을 저지르고도 얼굴조차 붉힐 줄 모르는 치심(痴心). 이 세 가지 독한 마음이 하늘과 땅, 사람을 더럽히고 괴롭힌다. 못난 사람 하나를 어쩌지 못해 질질 끌려다니는 우리 신세가 불쌍타. 무엇보다 무섭고 두렵다. 사람들이 허약한 순서대로 쓸려가는 게 무섭고, 내년 봄에는 뿌릴 종자가 있기나 할지 그게 두렵다.

윤석열 ‘하나’ 때문에 이 지경이 됐다면, 마찬가지로 너와 나 ‘하나’로 말미암아 새로워질 수 있다. 더는 너와 나 말고 어떤 하나에게 믿고 맡기지 말자. 울고불고 매달리며 하느님을 부리는 고약한 짓도 그만두자. 하느님이 바라시는 대로 우리가 역사의 주인이 되어 스스로 구하고, 찾고, 두드려서 이룰 것을 이루자. 

무너지는 한국을 바라보며 무엇을 생각하는가? 콩 한 톨이라도 고루 나눠 먹는 ‘노나메기’, ‘고루살이’ 말고는 다른 길이 없다. 해 질 무렵 모든 일꾼이 똑같이 하루 품삯을 받게 했던 이상한 계산(마태 20,1-16), 곧 기본소득이야말로 오늘과 내일을 위한 가장 이성적이고 이상적인 해법이다.

전국 14개 교구에서 진행된 기도회는 약자들의 원성이었으며 땅속 지렁이들의 울부짖음이었다. “국민 안전을 도외시한 이권 카르텔은 깨부수어야 한다.”라고 호통치고, 순박한 노동자들을 조직폭력배로 몰고, 방송 장악을 위해 쾅쾅 주먹을 내리친다. 이태원에서 수백 청년들이 길바닥에 깔려 죽어도, 오송에서 수십 시민들이 물에 잠겨 죽어가도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던 비정이 떠오른다.

미국 일본 앞에서는 비굴한 웃음을 짓고, 저 자신과 강자의 이익을 위해선 ‘법과 원칙’을 더럽히는 자가 그런 소리를 할 때, 우리는 하느님 나라를 물어뜯는 괴물을 보았다. 짐승만도 못할 수 있는 게 사람임을 명심하라. 사람다움을 알지 못하는 자에게 사람들의 목숨과 운명을 맡길 수 있으랴. 이성과 신앙, 무엇보다 사랑의 명령이다. 윤석열은 퇴진하라! 윤석열을 탄핵하라!

“뽑고 허물고 없애고 부수며 세우고 심는”(예레 1,10) 하느님의 뜻을 받드는 데 어찌 어려움이 없으리오.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새날을 맞을 수 있다. 머잖아 여름은 가고 돈의敦義의 계절, 가을이 온다. 기운이 솟는다."

* 천주교사제단 8월 14일 시국미사 성명서 전문 보기 =>>

많은 분들이 시국미사 성명서를 명문이라고 한다. 도대체 누가 작성하고 있는 걸까? 궁금하다. 

시국미사를 낭독하는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주임 신부
시국미사를 낭독하는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주임 신부

미사가 끝났다. 가을에 다시 열릴 미사를 손꼽아 기다리며.... 미사를 준비한 사제와 수녀님들, 관계자들, 미사에 참여한 모든 신자들과 시민들에게 감사를 보낸다.  

참고 사이트 : http://www.sajedan.org/sjd/bbs/board.php?bo_table=sjd07_01&wr_id=16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김미경 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관련기사 전체보기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