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빌리 브란트 사민당 집권 시기인 1970년대 초반부터 ‘민주시민교육’에 중점을 두었다. 독일 ‘학교 민주시민교육’은 곧 ‘정치교육’(Politische Bildung)을 가리킨다. “민주주의를 감행하자”는 슬로건 아래, 독일 ‘학교 민주시민교육’을 ‘정치교육’으로 규정했다.

‘정치교육’(Politische Bildung)이란 표현은 독일, 오스트리아 정도이고 북서유럽 국가에선 ‘민주시민교육’을 ‘정치교육’으로 표현하진 않는다. 1970년대 격렬한 좌우 이념 논쟁 속에 1976년 ‘보이텔스바흐 합의’(Beutelsbacher konsens)를 도출했다. ‘보이텔스바흐 합의’는 이후 ‘학교 민주시민교육’의 준거 내지 준칙으로 작용해 왔다.

독일은 68혁명 이후 70년대 냉전체제 하에서 좌우 이념 논쟁과 이념 대립이 극심했던 국가다. 그리하여 1976년 남서부 독일 작은 마을, 보이텔스바흐(Beutelsbach)에 좌우를 대표한 교육학자, 정치학자들이 모여 ‘학교 민주시민교육’에 대한 최소한의 합의를 이뤄냈다.주1)

물론 합의된 문서는 없지만, 논쟁 끝에 ‘민주시민교육’의 원리에 대한 최소 합의로서 <학교 민주시민교육>의 대원칙을 제시했다. 이른바 ‘보이텔스바흐 합의’가 그것이다. ‘보이텔스바흐 합의’는 독일 학교 교육에서 성숙한 민주시민을 길러내기 위한 교수-학습환경을 정비했다는 데 그 교육적·역사적 의의가 지대하다.

‘보이텔스바흐 합의’는 향후 학교 민주시민교육의 준거틀로 작용해 왔고 지금도 독일연방 내 16개 모든 주에 공통된 기준으로 적용되고 있다. 그러면 ‘보이텔스바흐 합의’가 무엇인지 살펴보자. 학교 ‘민주시민교육’의 대원칙이자 최소 합의인 ‘보이텔스바흐 합의’는 학교 교실 수업에서 지켜야 할 세 가지 교수-학습 원칙이다.

첫째, 교실 수업에서 주입 및 교화 금지의 원칙이다. 즉, 교사가 일방적으로 자신의 신념이나 가치를 강요하거나 주입해선 안 된다는 원칙이다. 나치 전체주의 교육 경험에 대한 철저한 자기반성의 결과로 좌우 모두 동의한 내용이다.

2019년 9월20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숙지고등학교에서 ‘논쟁이 살아있는 교실’ 공개 수업이 열렸다. 1학년 1반 학생들이 에이(A)팀과 비(B)팀으로 나뉘어 ‘3·1 운동 정신은 대한민국에서 실현되었나?’를 주제로 논쟁하고 있다. (출처 : 글과 사진 한겨레신문 김지윤 기자)
2019년 9월20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숙지고등학교에서 ‘논쟁이 살아있는 교실’ 공개 수업이 열렸다. 1학년 1반 학생들이 에이(A)팀과 비(B)팀으로 나뉘어 ‘3·1 운동 정신은 대한민국에서 실현되었나?’를 주제로 논쟁하고 있다. (출처 : 글과 사진 한겨레신문 김지윤 기자)

둘째, 논쟁성 수업에 대한 원칙이다. 학문이나 정치 사회적으로 논쟁적인 현안은 학교 교실 수업에서도 논쟁적으로 제시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학생들이 각자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비판적·주체적 사고를 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셋째, 학생들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고려한다는 원칙이다. 교실 수업에서 학생들 스스로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분석하고 고려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교수-학습 원칙이다. 이는 학생들이 교수-학습 과정에 참여하는 동안, 자신의 주체적 관점과 태도를 정립할 수 있도록 존중하는 방식이다.

1990년 독일 통일 이후, 독일은 변화된 정치 사회 환경에 맞게 사회통합 차원에서 ‘민주시민교육’, 바로 ‘정치교육’(Politische Bildung)을 강화해 왔다. 이러한 움직임은 1995년 「다름슈타트 요구」로 표현되었다.

「다름슈타트 요구」(1995)는 1995년 독일 헤센주 남부 도시 다름슈타트에서 정치학자, 사회학자, 정치교육 대표자들이 정치교육의 핵심 목표로 정치체계와 정치기관에 대한 지식과 태도, 그리고 참여 능력과 정치적 문제해결 능력을 요구한 내용을 가리킨다.

「다름슈타트 요구」의 핵심은 “학생들 스스로 민주주의 공동체 내에서 시민의 역할을 인식할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주2 이후 「다름슈타트 요구」를 계승하여 「독일연방 정치교육원」과 「주 정치교육원」은 “민주주의는 ‘정치교육’을 필요로 한다”는 「뮌헨 선언」(1997)으로 발전돼 갔다.

「뮌헨 선언」(1997)은 연방 정치교육원과 주 정치교육원이 함께 작성한 내용으로 리우환경회의(1992) 이후 생태학적 지식과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문제의식을 내포한 선언이다. 따라서 1997년 「뮌헨 선언」은 미래세대의 생존을 위해 <정치교육>(Politische Bildung)에 이를 반영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청에 부응한 선언이다.

그리고 「정치교육협회」에서는 2004년 ‘정치교육’을 통해 길러야 할 역량으로 ‘정치적 판단 능력’과 ‘정치적 행동 능력’, 그리고 정치 문제를 스스로 탐구하고 학습할 수 있는 ‘방법론적 활용 능력’을 제시했다. “방법론적 활용 능력이란 시사적인 정치 문제를 전문적인 주제로 다룰 줄 알고 독자적으로 정치 심화 학습을 조직할 수 있는 학습 능력”(주3 을 가리킨다.

이는 ‘보이텔스바흐 합의’를 보완한 내용으로 ‘독일정치교육 표준안’(2004)이라고 한다. 등장 배경은 ‘보이텔스바흐 합의’ 가운데 제3원칙이 학생 스스로 정치적 주체성을 형성하도록 하는 원칙인데 현실에선 공동체를 해치는 ‘개인주의’로 흐를 경향성을 우려한 결과였다. 다시 말해 공동체가 추구하는 보편 가치에 어긋나지 않는 한도에서 학생 개인의 정치적 견해를 존중하는 방식이다.

2019년 10월 19일 인헌고 교문 앞에서 <학생수호연합> 대변인 최모 군(고3 학생)이 학교를 비판하며 발언하는 모습(출처 : 한겨레신문 2019년 11월 21일 전광준 기자) 2019년 혁신학교 인헌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사태는 <보이텔스 바흐> 합의 가운데 세 번째 원칙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게 만들었다. 혁신학교 내 일부 학생들이 학교가 일방적으로 가치를 주입하려 했다며 <학생수호연합>을 만들어 크게 반발했다. <보이텔스 바흐> 합의 가운데 세 번째 교수-학습 원칙은 학생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고려해 학생의 자주성을 허용하고 보장하려는 취지의 원칙이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독일 사회 내에서 애초 <보이텔스 바흐> 합의 취지와 달리, 공공의 이익에 반하는 개인주의로 변질된 세태가 독일 사회를 압도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넘어서기 위해 독일 시민교육의 대원칙인 <보이텔스 바흐> 합의(1976) 가운데 세 번째 교수-학습 원칙은 이후 <마그데부르크 선언>(2005)에서 보완된다. 
2019년 10월 19일 인헌고 교문 앞에서 <학생수호연합> 대변인 최모 군(고3 학생)이 학교를 비판하며 발언하는 모습(출처 : 한겨레신문 2019년 11월 21일 전광준 기자) 2019년 혁신학교 인헌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사태는 <보이텔스 바흐> 합의 가운데 세 번째 원칙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게 만들었다. 혁신학교 내 일부 학생들이 학교가 일방적으로 가치를 주입하려 했다며 <학생수호연합>을 만들어 크게 반발했다. <보이텔스 바흐> 합의 가운데 세 번째 교수-학습 원칙은 학생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고려해 학생의 자주성을 허용하고 보장하려는 취지의 원칙이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독일 사회 내에서 애초 <보이텔스 바흐> 합의 취지와 달리, 공공의 이익에 반하는 개인주의로 변질된 세태가 독일 사회를 압도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넘어서기 위해 독일 시민교육의 대원칙인 <보이텔스 바흐> 합의(1976) 가운데 세 번째 교수-학습 원칙은 이후 <독일정치교육 표준안>(2004)에서 보완되고 <마그데부르크 선언>(2005)으로 표현된다. 

‘독일정치교육 표준안’(2004)은 다시 「마그데부르크 선언」(2005)으로 계승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마그데부르크 선언」의 핵심은 “민주주의를 배운다는 것은 곧 민주주의를 살아가는 것”을 가리킨다.

2005년 이후 등장한 ‘학급평의회’는 「마그데부르크 선언」의 교육원리를 그대로 학교 교육에 적용한 교육방식이다.(주4 독일은 「마그데부르크 선언」 이후, 학급 회의를 ‘학급평의회’로, 학급회장을 학급 ‘대변인’으로 통칭한다. 학급공동체 문제해결의 주체가 학급공동체 구성원임을 명확히 표현한 용어이다.

독일 학교 교육에서 3대 중핵교육과정은 '성교육, 정치교육, 생태교육'이다. 3대 중핵교육과정은 초중고 학생들에게 ‘강한 자아’를 지닌 성숙한 민주시민을 지향했다. 테오도르 아도르노(Theodor Adorno)의 표현대로 ‘약한 자아’를 간직한 결과, 나치즘(Nazism)이라는 전체주의의 등장을 막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나아가 생태학적 관점에서 한스 요나스(H. Jonas)가 역설한 미래세대에 대한 책임윤리를 중요시한다.

권력에 순종하는 ‘약한 자아’로는 민주주의를 지켜낼 수 없다고 본 독일 사회 내 집단적 성찰의 결과다. 더구나 비판적 사고능력과 불의한 현실에 저항하는 정치적 행위능력은 강한 자아를 간직한 사람들에게서만 나올 수 있는 정치 능력으로 보았다.

독일 연방정치교육원은 유럽 각국의 언론 보도를 다양하게 올려놓고 시민들이 독일 정치 상황을 판단할 수 있게 돕는다. 독일 연방정치교육원 누리집 갈무리 (출처 : 글과 사진 한겨레21 송호진 기자)
독일 연방정치교육원은 유럽 각국의 언론 보도를 다양하게 올려놓고 시민들이 독일 정치 상황을 판단할 수 있게 돕는다. 독일 연방정치교육원 누리집 갈무리 (출처 : 글과 사진 한겨레21 송호진 기자)

독일 사회는 일찌감치 1952년부터 내무성 산하에 「연방 정치교육원」을 두고 ‘학교 민주시민교육’과 ‘사회 민주시민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독일은 나치즘/전체주의의 폐해에 대한 성찰로 일찌감치 국가 차원에서 정치교육을 강조했다. 21세기 오늘날 「연방 정치교육원」은 16개 주 정부 「주 정치교육원」과 협력하여 학교와 유기적으로 ‘민주시민교육’을 지원하고 강화한다.

독일 「연방 정치교육원」은 내무부 소속이지만 법령으로 완전히 독립된 기구다. 각 정당 정치 세력에 의해서 「연방 정치교육원」을 감독하는 감독위원들을 의석수에 따라 분점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예를 들면, 기민/기사당 연합(CDU/ CSU)과 사민당(SPD), 그리고 2010년대 이후 새롭게 부상한 극우 정당 독일 대안당(AFD)과 보수정당 자민당(FDP), 나아가 좌파당(Die Linke)과 녹색당(Die Grunen) 등으로 독일 「연방 정치교육원」 감독위원회를 구성한다.

실제로 독일 「연방 정치교육원」은 객관적이고 균형 있는 ‘정치교육’ 자료들을 생산하여 교사들에게, 그리고 일반 독일 시민들에게 배포한다. 특히 독일 헌법 조문이 담긴 <손바닥 헌법 책>을 시민들에게 무료로 나눠 준다. 국가가 앞장서서 ‘학교 민주시민교육’에 열정과 의지를 뚜렷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다.

한국 사회에선 89년 전교조 해직 교사들이 만든 NGO, 「우리 헌법 읽기 국민운동 본부」에서 <손바닥 헌법 책>을 나눠주고 있다. 독일 「연방 정치교육원」은 이외에도 ‘정치교육’ 자료들을 주 「정치교육원」에 배포한다.

그리고 「주 정치교육원」이 안고 있는 문제를 공유하며 갈등을 조정하고 해소하기 위해 노력한다. 나아가 매년 ‘정치교육’을 수행하는 시민 사회단체에 예산을 지원하며 독일 사회 내 ‘시민성’, ‘시민격’을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 교사들 또한 자율적인 학습공동체 동아리 활동을 통해 ‘정치교육’에 대한 재교육이 일상에서 이루어져 활기를 띠고 있다.

한국의 <법과 정치> 교과서(왼쪽)가 추상적인 개념 설명으로 가득 차 있는 것과 달리, 독일(가운데)과 프랑스(오른쪽)의 교과서는 현실과 맞닿는 자료들로 이뤄져 있다. 독일 교과서는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정당을 만들어 선거전을 치러볼 수 있게 했고, 프랑스 교과서는 프랑스에 실제로 존재하는 여러 노조 역사와 성향, 회원 수까지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출처 : 글과 사진 한겨레신문 정인선 기자)
한국의 <법과 정치> 교과서(왼쪽)가 추상적인 개념 설명으로 가득 차 있는 것과 달리, 독일(가운데)과 프랑스(오른쪽)의 교과서는 현실과 맞닿는 자료들로 이뤄져 있다. 독일 교과서는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정당을 만들어 선거전을 치러볼 수 있게 했고, 프랑스 교과서는 프랑스에 실제로 존재하는 여러 노조 역사와 성향, 회원 수까지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출처 : 글과 사진 한겨레신문 정인선 기자)

독일에서 교육 정책과 교육과정의 결정권은 연방 정부가 갖고 있지 않다. 중앙정부 격인 연방 차원에선 주 정부와 학교 교육을 지원할 뿐 전혀 간섭하지 않는다. 독일 학교 교육 정책과 교육과정에 대한 기본 방침은 16개 ‘주 정부 문화 교육부 장관회의’(약칭 KMK)에서 결정한다. 교과서 발행은 다른 북서유럽국가처럼 자유발행제가 아니라 검정제 발행이다. 그러나 교과서 선택에서 학교와 교사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민주시민교육’을 담당하는 ‘정치교육’은 주마다 교과 명칭이 다르다. 정치교육(베를린), 정치교육(브란덴부르크), 정치(브레멘), 정치(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 정치학(니더작센), 정치경제(헤센), 정치‧사회‧경제(함부르크), 공동사회(바덴 뷔템베르크), 공동사회‧법‧경제(작센), 사회과(바이에른) 등 주마다 명칭이 다양하다.

그러함에도 ‘정치교육’ 교과가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는 인간적 ‘성숙’ (주5에 있다.  다만, ‘정치교육’ 교과가 학교 교육과정에 다소 늦게 반영되면서 시수 확보가 기대에 미치질 못하는 게 특징이다. 특이한 점은 바덴 뷔템베르크주의 경우, ‘정치교육’을 담당하는 교과를 주 헌법에 명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주 헌법 21조 2항에는 “공동사회 교과를 정규 교과로” 명문화 하여 ‘정치교육’을 강조하고 있다.(주6

독일 ‘민주시민교육’에서 특별히 기억할 만한 사항은 16개 ‘주 정부 문화 교육부 장관회의’(약칭 KMK)의 역할이다. KMK는 2009년에 학교 ‘민주시민교육’에 역점을 두고 ‘민주주의 교육의 강화 결의’(일명 ‘2009 결의’)를 선언했다.

‘2009 결의’를 통해 일선 학교 현장에서 ‘수업 차원’과 ‘학생 참여 차원’으로 나눠 교육과정 운영상 기본 방침을 각 주에 제시했다. ‘학생 참여 차원’에서 제시된 기본 방침 4가지는 우리 교육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① 학생들에게 학생회 활동 등 교내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참여 권장’

② 학교에서 특별한 ‘참여 활동에 대한 포상’

③ 학생들에게 「시 학생의회」나 「주 학생의회」 등 ‘교외 정치 참여 권장’

④ 학생들에게 ‘학교 평가 참여 권장’

학교 ‘민주시민교육’과 관련하여 놀라운 사실은 독일 ‘주 정부 문화교육부 장관 협의체 회의’(약칭 KMK)의 역할에 있다. 독일 KMK는 스웨덴, 핀란드처럼 학생들이 학교 밖 정치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권장한다. 우리 교육 현실에선 감히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다.

2004년 8월 5일 집권여당인 열린우리당 당사 앞에서 청소년 선거권을 18세로 낮출 것을 촉구하는 펼침막 시위장면(출처 : 한겨레신문 이정아 기자) 독일은 16개 주 가운데 10개 주에서 16세 청소년에게 선거권을 보장하고 있다.
2004년 8월 5일 집권여당인 열린우리당 당사 앞에서 청소년 선거권을 18세로 낮출 것을 촉구하는 펼침막 시위장면(출처 : 한겨레신문 이정아 기자) 독일은 16개 주 가운데 10개 주에서 16세 청소년에게 선거권을 보장하고 있다.

실제로 독일에선 ‘민주시민교육’이 프랑스처럼 학교 울타리 안에 머물게 하지 않는다. 오히려 학교 바깥에 존재하는 다양한 ‘민주시민교육’ 관련 기관과 단체를 학교 ‘민주시민교육’과 긴밀히 연계해 활용한다.

예를 들면 「독일연방 정치교육원」, 「주 정치교육원」, 좌우 이념에 따른 다양한 「정당 재단」, 「노동조합」, 「시민 사회단체」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민주시민교육’ 프로그램을 청소년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연계시키고 있다.

한 마디로 독일학교 ‘민주시민교육’, 곧 ‘정치교육’은 학교와 외부 기관이 상호 유기적으로 연계돼 구현된다. 이러한 현상을 북돋우고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중심기관이 바로 「독일연방 정치교육원」이다.

「독일연방 정치교육원」은 ‘나치즘 청산과 전체주의 방지, 민주 시민사회 육성’을 목적으로 설립되었는데 노동조합 등 ‘정치교육’을 담당하는 시민 사회단체와도 협력관계를 유지한다.

독일 내무성 산하 <독일연방정치교육원>은 16개 <주 정치교육원>, 시민단체, 노동조합, 학교 정치교육, 정당, 정치재단, 독일정치교육협회와 유기적으로 연계해 민주시민을 길러내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물론 내무성 산하이지만 독립기구이다.(출처 : 하성환)
독일 내무성 산하 <독일연방정치교육원>은 16개 <주 정치교육원>, 시민단체, 노동조합, 학교 정치교육, 정당, 정치재단, 독일정치교육협회와 유기적으로 연계해 민주시민을 길러내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물론 내무성 산하이지만 독립기구이다.(출처 : 하성환)

「독일연방 정치교육원」은 주 정치교육원, ‘민주시민교육’ 단체와 협력하고 지원하는 형태로 ‘민주시민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독일연방 정치교육원」은 해마다 400개에 이르는 시민 사회단체, 교육단체에 ‘민주시민교육’ 관련 재정지원을 담당한다.(주7

2005년부터 「독일연방 정치교육원」과 「주 정치교육원」이 주도하여 매년 ‘정치교육의 날’(Aktionstage Politische Bildung) 행사를 개최한다. 이는 기후 위기를 비롯해 급변하는 현실 속에서 ‘민주시민교육’에 대한 공공의 관심과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한 목적에서 출발하였다.

다양한 전시회와 강연, ‘민주시민교육’ 관련 세미나와 문화행사 등 190개 행사가 80개 단체에 의해서 진행되었다. 2007년 행사에선 퀴즈 쇼 형식으로 ‘기후-환경-지식’ 행사가 열리기도 하였다.

2012년엔 「독일정치교육협회」도 참여하여 2015년 현재 「독일연방 정치교육원」을 비롯해 18개 기관이 주도하고 있다. ‘정치교육의 날’ 행사는 2000년대 이후 변화된 독일 ‘민주시민교육’의 방향성을 읽을 수 있는 지점이다.(주8

독일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노사교섭을 교실 수업을 통해 학습한다. 1년에 무려 6번에 걸쳐 모의 단체교섭 활동을 특별활동 수업으로 공부한다. 나아가 초등학생들이 노사갈등 장면에서 동맹을 결성하고 서명운동을 조직하며 항의 문건을 작성하는 법을 배운다.

심지어 펼침막(플래카드)과 벽보 제작을 학습하고 언론 인터뷰 연습과 언론 보도자료를 제작한다. 노사 협약을 체결해 합의문을 만들고 연설문을 작성하는 방법을 학습한다. 모두 교실 수업에서 진행하는 현실이다. 독일은 중학교 교육과정에서도 노동법을 필수 교육과정(주9으로 학습한다.

나아가 독일 중학교 교과서에선 모의 노사관계 수업이 놀이 형태로 제공된다. 학생들이 각각 사용자와 노조 간부가 돼 임금협상과 단체교섭을 진행해 본다. 노조에서 항의 문건을 어떻게 만들고 언론과 인터뷰하는 요령이나 대외 연설문을 작성하는 것도 학교 교육을 통해 가르친다. 제도권 학교 교육뿐만 아니라 제도권 밖 노동조합에서도 시민교육을 시행한다.

독일 노동자를 대표하는 노동조합, 독일 노동조합연맹(DGB)에서는 산하 17개 산별 노동조합에서 ‘정치교육’을 담당한다. 노동조합에서 시행하는 ‘정치교육’은 비판 능력, 연대 의식, 행동의 변화를 지향하며 사회의 근본적 민주화를 통해서 노동자 해방(주10을 지향하는 시민교육을 실천한다.

실제로 독일 중등 교과서엔 노사관계를 현대사회에서 가족관계를 제외하고 인간이 자기 자신을 실현하며 살아가는 가장 중요한 관계로서 학습한다. 나아가 노사관계는 민주주의와 공동 결정의 공론장으로서 이해하고 수용한다.

이렇듯 초중학교 교과서에 노사관계를 적극적으로 기술하고 의무교육 과정에서 노사관계를 모의 학습하는 중요한 이유는 그러한 교육활동이 독일 사회 공동체 전체에 유익함을 가져다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독일은 1999년부터 청소년 모의 선거 프로그램을 시행해 오고 있다. 2002년 총선에서는 독일연방 내 모든 주에서 청소년 모의 선거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2017년 9월에 시행한 연방 청소년 모의 선거에는 7학년 이상을 대상으로 시행했는데 3,490개 학교가 참여하였다.

958,462명이 등록하였고 796,332명이 투표에 참여해 83.1% 투표 참가율을 보였다. 실제 총선 결과도 중도우파인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CDU-CSU) 연합이 1위, 중도좌파인 사회민주당(SPD)이 2위로 청소년 모의 투표와 거의 일치했다.(주11  우리나라 학교 교육이나 시민사회교육에선 감히 상상할 수 없는 내용들이다.

또한 독일 정당들은 정당 재단과 법적·재정적으로 독립돼 있지만 각기 이념과 정책을 함께하는 정치재단을 품고 있다.

독일 사회민주당(사민당)은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 독일 기독교 민주당(기민당)은 콘라드 아데나워 재단, 기독교 사회주의당(기사당)은 한스 자이델 재단, 자유민주당(자민당)은 프리드리히 나우만 재단, 녹색당은 하인리히 볼 재단, 좌파당은 로자 룩셈부르크 재단을 통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정치의식을 높이고 현실 정치에 대한 관심도 향상을 위한 ‘정치교육’을 시행한다.(주12

정치교육세미나 개최, 장학금 지원, 학술대회, 워크숍, 간행물 발간, 제3세계 지원 및 국제협력 사업 등이 그러한 활동들이다.

북유럽 청년 정치학교에서도 우리 정당들이 배울 점이 많다. 마찬가지로 독일처럼 이념과 정책을 함께하는 정치재단의 존재와 기능은 대한민국 정당들이 충분히 참고할 만한 부분이다.

정치결사체인 정당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선순환 과정에서 청년 정치학교와 정치재단이 꼭 필요하다. 청년 정치학교는 정당 내 야당의 기능을 수행하면서 공동체를 선한 방향으로 변화하려는 젊은 일꾼들을 계속 길러내는 곳이기에 그러하다. 같은 이유로 각 정당의 이념과 정책을 공유하고 확산하는 데에 정치재단만큼 중요한 게 없기 때문이다.

 

주1) 1976년 11월 보이텔스바흐 학술 세미나는 바덴 뷔르템베르크주 정치교육원에서 개최했는데 학술 주제는 「정치교육에서 합의 문제」였다. 당시 사민당, 기사당, 기민당 등 좌우를 대표하는 학자 6명이 보이텔스바흐 호텔에 모여 논쟁한 소규모 학술 세미나로 ①강제성 금지의 원칙 ②논쟁성 유지의 원칙 ③정치적 행위능력 강화의 원칙에 동의했다. 보이텔스바흐는 남서부 독일 슈투트가르트 근처 작은 마을 소도시로 와인 생산지이다.

주2) 이인선(2019). 「독일학교 민주시민교육의 교육과정 및 교과서 분석」. 『해외학교 민주시민교육 교육과정 및 교과서 분석』. 교육부 민주시민교육 정책 중점연구소. 97쪽.

주3) 장은주(2019). 「한국의 민주시민교육 : 사회적 합의 방향과 제도화의 과제」. 『시민과 세계』. 참여연대 참여 사회 연구소. 108-109쪽.

주4) 장은주, 심성보, 박재영(2016). 『민주주의 시민교육 활성화 연구방안-경남을 중심으로』. 경상남도 교육연구정보원. 72쪽.

주5) 정기섭(2021). 『독일의 학교 교육』. 서울:살림터. 363쪽.

주6) 설규주 외(2021). 『미래 유권자 선거학교 선거·정치교육 프로그램 개발』. 중앙선관위 선거연수원. 19쪽.

주7) 「이종희 정치살롱」(http://blog.naver.com/jongheesalon) ; 중앙선관위 선거연수원 자료 『민주시민이 미래다』 18쪽.

주8) 김경래(2015). 「독일 민주시민 교육의 현황」. 『한국 민주시민교육학회 세미나』. 88쪽.

주9) 김미영(2018). 「경기도 내년 특성화고 노동인권교육 예산 전액삭감 논란」. 『매일노동뉴스』. 2018. 11. 19.

주10) 허영식(1997). 「독일의 민주시민교육 운영 체계」. 『한국 민주시민교육학회보』 제2권. 128쪽.

주11) 「이종희 정치살롱」. 앞의 자료. 155쪽.

주12) 정문성 외(2018). 『학교 민주시민교육을 위한 교육과정 개선 방안 연구』. 교육부 정책연구보고서. 97쪽.

편집 : 하성환 객원편집위원

하성환 객원편집위원  ethics6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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