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회의 로고와 의사당. (출처: 대한민국 국회 홈페이지. 나무위키)
대한민국 국회의 로고와 의사당. (출처: 대한민국 국회 홈페이지. 나무위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제22대 국회의원 선거(2024.4.10.)가 마무리되고 이제 새로운 국회를 구성하기 위해 부산하게들 움직이고 있다. 표면상으로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대승을 거두고 여당인 국민의힘이 크게 패했으며 제3당인 조국혁신당이 선전한 것처럼 정리가 되지만 실제로 안정적인 국회와 정부의 운영은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 예상된다. 다시 말해 승자도 패자도 없이 정치의 불안은 계속될 것 같고 이어지는 정쟁으로 정치 평화는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때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으로 많은 독자를 열광시켰던 코비(Stephen R. Covey)의 성공분류법을 차용해 본다면 이번 선거의 결과는 승-패 패러다임이라기보다는 차라리 패-패 패러다임에 더 가까운 셈이다.

각 지역구와 비례대표의 당선자가 결정되는 순간부터 각 정당과 정부의 당사자들은 각각의 속셈으로 마음이 분주하다. 내게 유리한 신임 국회의장은 누구이고 상대방을 제압할 수 있는 입법은 무엇이며 심지어는 다음 선거에서 다시 국회의원이 되는 방법까지 모색하는 신속한 머리 돌림에 혀를 찰 수밖에 없다. 아무튼 선거 후의 정치 시계는 밝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설계하는 행복한 시간이 아니라 원수 갚기를 벼르는 칼 갈기 시간으로 재까닥재까닥 돌아간다. 정치세력 간의 복수혈전을 예상하는 것은 괜한 걱정을 사서 하는 소수의 사려 깊은 국민의 기우이기를 바랄 뿐이다.

이참에 국민 평화차원에서 국회의원의 정체성에 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봄 직하다. 우선 국회의원은 나라 일꾼인가? 혹은 고을 일꾼인가에 대한 의문이다. 국회의원이 있고 또 도의원, 시의원, 구의원이 있는 것으로 보아 국회의원은 국가 전체의 일을 담당하고 지역의 업무는 지역의 일꾼에게 맡기는 것이 언어의 형식논리상 정확해 보인다. 그런데 흔히 국회의원을 마주할 때 지역구라는 꼬리표는 필수적이며 일반인들의 상식에서도 지역을 대표하여 지역발전을 위해 헌신하라고 요구하는 의식이 강하게 배어있다. 그러나 국회의원과 지방의회의원의 위상과 업무는 확연히 차별성이 있어야 하고 나아가서 지방자치단체장과 소속 공무원들의 업무와는 구별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국회의원은 지방 행정구역인 고을의 일꾼이 아니라 국가 전체 영역에 관계되는 일에 관여하는 나라 일꾼이라는 잠정적 결론에 도달한다. 의회민주주의의 주체로서 국민을 대표하여 입법의 기능을 통하여 국가의 이익을 도모하는 것이다. 헌법이나 공직선거법을 보아도 국회의원은 지역구 단위 선거 방식으로 선출되지만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서 엄숙히 선서하여야 한다. 발달한 현대사회의 의회주의적 개념에서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로서 국가 전체를 위한 입법행위와 예산안에 대한 심의와 확정이 핵심 임무이다. 따라서 국회의원이라면 지역성을 벗어나서 국가이익 추구라는 대명제를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그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국회의원이 국민의 대표로서 입법에 전념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삼권분립의 민주주의에서 입법은 설계적 역할의 중요성을 가진다. 국가의 능률 측면에서 이상적 정치를 창출할 수도 있고 국가 부강의 기초가 되기도 한다. 법이 잘 만들어지면 시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에너지의 낭비를 사전에 막을 수 있고 훨씬 경제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정치의 평화를 기대할 수도 있고 이것은 바로 국민의 평화로 이어진다.

그런데 선거운동 과정이나 당선인의 일성을 보면 지역 현안 사업을 해결하는 공약이 주로 언급된다. 또한 시민들 역시 당연한 듯 받아들인다. 이런 현상부터 고치자는 것이다. 국회의원이 되는 순간 지역을 떠나 오직 국가 전체의 균형과 통합을 위해 노력할 것을 주문하는 수준 높은 지역구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지역의 일은 지방의회와 지방자치단체장들에게 맡기고 국회의원은 안심하고 국가 전체의 일에 전념할 수 있는 그런 제도를 향하여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자는 것이다. 만약 지역의 이익과 국가의 이익이 배치된다고 생각될 경우라도 지역구의 국회의원은 국가 전체의 균형을 위한 정책을 선택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통 큰 국민이 되어야 한다. 지역구의 시민이나 국회의원 모두 편협한 지역 이기주의에 매몰되지 않고 국가 전체의 발전을 먼저 생각하는 훌륭한 시민사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를 사람의 몸에 비유하자면 위나 간이나 심장 같은 내장 기관일 테고 국가는 온몸이다. 건강한 내장 기관 없이 온몸의 건강은 유지될 수 없다. 또 온몸이 건강하게 유지되어야 각 내장 기관의 유익도 담보할 수 있다. 온몸은 수많은 세포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중 세포 한 개가 암세포로 변하면 급속도로 분열하여 암 덩어리가 만들어진다. 그 혹은 점점 커지고 세포들은 온몸으로 전이되어 결국 온몸은 죽음으로 이어지는데, 사회적으로 암적 존재라는 표현은 그런 의미이다. 암이 아니더라도 온몸의 지체들이 제 팔 흔들기로 엇박자를 낸다면 피곤하여 살 수가 없을 것이다. 생명과학자들은 생명체의 특성에 대해 다양성 안에서 통일성, 통일성 안에서 다양성“(Unity in diversity, diversity in unity)”이라는 팻말을 붙인다. 백번 옳은 말이다.

전체와 부분의 균형을 만들어내는 성숙한 분위기를 위해서 선거구의 광역화, 비대한 양당의 패권 구조 해체, 무소속으로 활동할 수 있는 여건 확대, 직능 비례대표의 확충 등의 비효율적인 문제를 연구하고 해소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고을의 평화와 나라의 평화가 상호보완적인 이상적 상태를 창출해 낸다면 지역 간의 갈등도 한결 줄일 수 있다. 속 좁은 지역 이기주의를 훨훨 털어버리고 지역의 훌륭한 인재를 국가로 흔쾌히 파송하고 계속 응원하는 멋진 대한민국의 국민이 많아진다면, 그때 우리는 정치의 평화를 만끽하면서 평화누리가 파노라마처럼 눈앞에 펼쳐지는 비전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경기도의회의 로고와 청사. (출처: 경기도의회 홈페이지. 웹진).
경기도의회의 로고와 청사. (출처: 경기도의회 홈페이지. 웹진).

 

편집 : 심창식 편집장

양재섭 주주  peace-essayist@kaka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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