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에 '하늘 무서운 줄 모른다'는 말이 있다. 한 줌도 안 되는 권력을 무기 삼아 무도한 짓을 일삼는 자에게 흔히 이런 말을 한다. 작금의 윤석열 정부는 그야말로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전횡을 일삼고 있다. 그 무도함이 하도 대담하고 뻔뻔스럽기가 그지없어 마치 하늘마저 뒤엎을 듯한 기세이다. '사필귀정의 필연적 시점'이 점점 다가오고 있는 줄도 모르고 무도하기 짝이 없는 국정 운영을 멈출 줄 모른다.
인류 태초의 시기에도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인간 멋대로 행해진 일이 있었다. 인류 역사상 최초의 치명적인 사건은 에덴동산에서 행복하게 살던 아담과 이브가 금단의 열매를 따먹은 사건이었다. 그 일로 인해 인류는 타락과 고난의 길로 접어들었다. 하늘의 뜻을 어긴 아담과 이브의 후예들은 에덴동산에서 쫓겨나 고단한 삶을 시작하게 되어 숱한 역경과 혼돈의 역사를 거쳐 오늘날에 이르게 되었다. 부도지에서 언급된 마고성에도 그와 유사한 사건이 있었다. 아니다. 그 말은 어폐가 있다. 인류가 지상에서 존재한 이래 마고성에서 벌어진 일은 구약성경 창세기보다 더 구체적이고, 그 이후에 인류가 어떻게 전 세계로 파생해 나갔는지까지 서술해 놓았으니 오히려 역사적 신빙성이 더하면 더했지 그에 못지않다.
구약성경의 창세기와 부도지는 그리스 신화나 인도 신화 그리고 북유럽 신화나 중국의 반고 신화 등과는 확연히 구별된다. 다른 무엇보다도 하늘의 존재(여호와, 천부)를 매우 중요시했다는 점이다. 창세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부도지에서 부도(符都)는 하늘의 뜻에 부합하는 나라 혹은 그 나라의 수도라는 뜻이다. 또한 하늘의 뜻을 존중했는가 아닌가에 따라 인간의 삶이 달라졌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는 점에서 다른 신화들과 확실히 차별화된다. 한민족의 고대 설화가 담겨 있는 부도지(符都誌)는 종종 구약성경의 창세기와 비교되곤 한다. 몇 가지 공통점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것은 태초에 낙원이 있었다는 것과 그 이후 인간의 타락이 있었으며 그와 관련하여 금단의 식물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구약 성경에서 에덴동산에 선악을 알게 하는 실과가 있었다면 부도지에서는 마고성에 포도 열매인 오미가 등장한다. 구약성경과 부도지에 나와 있는 해당 내용을 살펴보자.
여호와 하나님이 동방의 에덴에 동산을 창설하시고 그 지으신 사람을 거기에 두시었는데, 에덴동산에는 아름답고 먹기에 좋은 나무들이 있었고, 동산 한 가운데에는 생명 나무와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가 있었다. 여호와 하나님이 사람에게 명하여 동산 각종 나무의 실과는 임의로 먹어도 되지만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실과는 먹지 말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아담은 뱀의 꼬임에 빠진 이브의 유혹에 넘어가 금단의 열매를 따먹고 에덴동산에서 추방된다. 이같이 하나님이 사람을 쫓아내시고 에덴동산 동편에 그룹들과 두루 도는 화염검을 두어 생명 나무의 길을 지키게 하시니라. (구약성경 창세기 3장 참조)
이제 부도지를 보자. 마고성은 지상에서 가장 높은 성으로 천부(天符)를 받들어 선천( 先天)을 계승하였다. 선천 시대에 마고대성은 실달성 위에 허달성과 나란히 있었다. 마고성에는 지유(地乳)가 나오고 인간의 선조들은 지유를 먹으며 살았다. 마고성 안의 모든 사람은 품성이 순정하여 능히 조화를 알고, 지유를 마시므로 혈기가 맑았다. 귀에는 오금( 烏金)이 있어 천음( 天音)을 모두 들었다. 그러던 중에 백소씨 족의 지소씨가 넝쿨에 달린 포도 열매인 오미(五味)를 맛보더니 그 독의 힘으로 펄쩍 뛰었다. 지소씨가 "참으로 좋다"고 하므로 여러 사람들이 신기하게 생각하고 포도를 먹었다. 열매를 먹은 사람들은 모두 치아가 생겼으며 그 침은 뱀의 독과 같이 되어버렸다. 사람들의 피와 살이 탁해지고 심기가 혹독해져서 마침내 천성을 잃게 되었다. 귀에 있던 오금(烏金)이 변하여 달 속에 있는 모래가 되므로 끝내는 하늘의 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되었다. 만물을 생성하는 원기가 불순하여 짐승처럼 생긴 사람을 많이 낳게 되었다. 그러자 마고가 성문을 닫고 수운( 水雲)의 위를 덮고 있는 실달대성의 기운을 거두어 버렸다. (부도지 2장,5장 참조)
위 두 개의 글을 보면 공통점이 눈에 띈다. 바로 하늘의 뜻을 받들어 행복하게 살던 인류가 하늘의 뜻일 어길 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것이다. 에덴동산과 마고성은 태초의 인류가 살았던 곳으로 인류 역사상 가장 중차대한 사건이 최초로 발생한 지역이다. 한편 이 두 곳의 존재는 의문을 일게 한다. 부도지에 나오는 마고성을 그대로 믿는다면 인류의 시원지는 에덴동산과 마고성 두 곳이 된다. 현생인류의 시원지가 어디였는지에 대해서는 2가지 기원설이 있다. 아프리카에서 기원해 10만 년 전 퍼져나갔다는 단일 기원설과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등 여러 지역에서 동시에 인류가 기원했다는 다지역 기원설이 그것이다.
인류의 시원이 에덴동산이었는지 아니면 부도지의 마고성이었는지, 혹은 에덴동산과 마고성을 비롯하여 지구상에 여러 곳이 동시에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학계의 논란이 분분하므로 여기서는 생략하고자 한다. 다만 여기서는 창세기와 부도지의 공통점과 특징적인 것을 추려내고자 한다. 그 공통적인 특징은 네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창세기와 부도지를 보면 태초에 인류의 조상들은 순수하고 행복한 상태에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적어도 금단의 열매를 먹기 전까지는 낙원에서 행복한 상태를 유지했다고 볼 수 있다.
둘째, 태초의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지켜야 할 전제 조건이 있었다는 점이다. 그 조건은 바로 하늘의 뜻에 순종하며 살아야 했다는 것이다. 구약 성경에서는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를 먹지 말라고 묘사되어 있고, 부도지에는 지유를 마시므로 혈기가 맑았다고 표현되어 있어 지유 외에 다른 식물을 먹지 말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셋째, 인류의 선조들이 하늘의 뜻에 순종하며 살았을 때는 영혼이 맑고 행복한 삶을 살았지만 하늘의 뜻에 거역하여 금단의 열매를 먹기 시작한 이후로는 영혼이 타락하고 그로 말미암아 행복한 거처인 에덴동산과 마고성에서 추방되었다는 점이다.
넷째, 행복한 거처에서 추방된 이후 인류는 순수한 인간성을 잃기 시작하였고, 땅과 밭을 갈고 일구는 농경 생활을 시작했으며 그와 더불어 투쟁과 정복의 역사가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창세기에는 이렇게 묘사되어 있다. 아담에게 이르시되 '네가 네 아내의 말을 듣고 내가 너더러 먹지 말라고 한 나무 실과를 먹었은즉 땅은 너로 인하여 저주를 받고 너는 종신토록 수고하여야 그 소산을 먹으리라. 땅이 네게 가시덤불과 엉겅퀴를 낼 것이라.' 이와 마찬가지로 부도지에서는 '포도 열매를 먹은 사람들은 모두 치아가 생겼으며 그 침은 뱀의 독과 같이 되어버렸다. 사람들의 피와 살이 탁해지고 심기가 혹독해져서 마침내 천성을 잃게 되었다. 만물을 생성하는 원기가 불순하여 짐승처럼 생긴 사람을 많이 낳게 되었다. '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러한 공통점을 놓고 볼 때 부도지가 구약 성경의 창세기 못지않게 인류의 시원과 타락의 역사를 당당하게 밝혔다는 점에서 부도지의 정통성과 가치를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부도지는 후대에 아무 근거도 없이 누군가의 상상력에 의해 창작된 작품이 아님이 분명하다.
부도지와 창세기에 공통적인 네 가지 특징과 더불어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금단의 식물은 실제로 존재했는가, 아니면 금단의 식물이란 것은 무엇인가를 상징하기 위해 설정된 스토리인가. 이에 대해서는 별도로 다음 기회에 다루고자 한다.
편집 : 심창식 편집위원, 양성숙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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