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비가 참 많이 내렸다. 요새도 쩍하면 소나기가 내린다. 비가 안 오는 날을 손꼽을 정도로 비 오는 날이 더 많다. 오늘은 태풍도 올라온다고 한다. 얼마나 비가 올는지….

비가 자주 와서 좋은 점도 있다. 우이천에 흐르는 물이 많아졌다. 오랜만에 우이천에 갔다. 늘 가서 걷던 곳도 물이 많아졌다. 방학이 시작되어 누군가 아이들이 놀 수 있도록 돌담을 쌓았다. 물이 빨리 빠져나가지 못하자 얕은 수영장이 생겼다. 어른 발목 오던 물 깊이가 어른 무릎 아래까지 올 정도로 깊어졌다. 낮에 가면 아이들이 신나서 첨버덩 물속으로 뛰어들며 깔깔대며 놀 것 같다. 나도 잠시 아이로 돌아가 첨벙첨벙하며 물을 헤집고 다녔다.

보통 우이천에는 저녁을 먹고 어둑어둑해질 때 나가는데 지난 일요일에는 오후 4시쯤  우이천에 갔다. 우리가 놀던 수중 모래밭을 지나 수유역 방향으로 가는데 못 보던 모래톱이 눈에 띄였다. 작년에도 있었던 것 같은데, 크게 존재감이 없었던 모래톱이다. 지금은 적어도 50m 길이는 돼 보였다. 올해 내린 비로 우이천에서 모래가 쓸려 내려와 모인 것 같았다.

▲ 우이천 새 모래톱(출처 : 김미경)
▲ 우이천 새 모래톱(출처 : 김미경)

아주머니들이 모래톱 앞에서 수중 마사지를 즐기고 있었다. 모래톱은 빨리 달리기를 할 수 있을 정도로 평평했다. 풀 한 포기, 쓰레기 하나 없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누가 이렇게 해 놓았을까…. 사람 손이 많이 탄 모래톱인데…. 세상에 거저 생기는 법은 없는 법인데….

▲ 수중 마사지를 즐기는 아주머니들 뒤로 묵묵히 모래를 고르는 할머님(출처 : 김미경) 
▲ 수중 마사지를 즐기는 아주머니들 뒤로 묵묵히 모래를 고르는 할머님(출처 : 김미경) 

역시 그렇다. 흰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한 할머니 한 분이 갈고랑이로 모래를 고르고 있었다. 모래에 달려온 굵은 돌들을 걸러내면서 모래톱을 청소하시고 계셨다. 숙달되게 쓱쓱 하시는 모습을 보니 하루 이틀 하신 것 같지 않았다. 얕은 둔덕 같았던 모래톱이 저리 고르게 되었으니, 이 무더위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이셨을까. 우이천의 숨어있는 제2 선인이다.  

▲ 우이천 제2 선인(출처 : 김미경)
▲ 우이천 제2 선인(출처 : 김미경)
▲ 한 할아버님이 할머님 모습이 안쓰러운지... 아니면 대단하다고 느끼시는지 아무 말 없이 한참을 지켜보셨다.(출처 : 김미경) 
▲ 한 할아버님이 할머님 모습이 안쓰러운지... 아니면 대단하다고 느끼시는지 아무 말 없이 한참을 지켜보셨다.(출처 : 김미경) 

요새 맨발로 땅을 걷는 접지(earthing, 接地)가 유행하고 있다. 우리 동네도 맨발 황톳길이 있고, 우리가 가던 우이천 수중 모래밭도 접지할 수 있는 공간이다. 남산 야외식물원에도 맨발 걷기 길이 있다. 어딜 가도 맨발로 걸을 수 있는 공간이 점점 생겨난다. 할머님이 정성스레 고르고 골라 만들어놓은 저 모래톱에도 접지하러 한번 출격해야겠다. 난생처음일 갈고랑이질에도 손 보태봐야지.   

편집 : 김미경 객원편집위원,  양성숙 편집위원 

김미경 객원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