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면한 질곡에 발 담근 국회가 되레 양원제 및 국회 권한 강화의 개헌 추진하려 해
따로 노는 촛불 및 천주교 사제들시국선언과 국회의 개헌 논의
아전인수로 권력의 보전 확대에 눈독 들이는 국회도 현 행정부와 다르지 않아
행정부가 국민을 관리해야 한다고 보는 반민주적 국회의장
우원식에게는 자유 시민과 국가보충성 개념이 결여

이미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 주장해 온 국회의장 우원식 (사진출처: 한겨레, 2024.6.24. https://www.hani.co.kr/arti/politics/assembly/1146175.html?utm_source=copy&utm_medium=copy&utm_campaign=btn_share&utm_content=20241129)
이미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 주장해 온 국회의장 우원식 (사진출처: 한겨레, 2024.6.24. https://www.hani.co.kr/arti/politics/assembly/1146175.html?utm_source=copy&utm_medium=copy&utm_campaign=btn_share&utm_content=20241129)

 

대한민국헌정회(헌정회) 이름으로, ”정치선진화를 위한 헌법개정 大토론회 - 소모적 정쟁 해소 및 지방소멸 등 국가위기에 대응“이 국회에서 개최되었다.(2024.11.27.) 국회의장 우원식을 필두로 여야 양당 대표(이재명, 한동훈) 등이 함께 자리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이시종 대한민국헌정회(헌정회) 헌법개정소위원회 간사는 헌법개정안을 이달 중 확정, 내달 중으로 국회와 정부에 개헌안을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헌정회는 이날 국회 및 정부가 2025.12월까지 헌법개정안 확정, 2026.6월까지 발의·공고·국회의결·국민투표 등 헌법개정 절차를 완료하도록 개헌 일정표를 제시했다. 이어서 오는 2027년 3월경 대통령(4년 중임제) 및 참의원(상원) 의원 선거를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낙인 전 서울대 총장도 '헌법상 의원내각제적인 요소는 장식품으로 전락했다", "대통령을 정점으로 하는 정부와 국회의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해 국회의 지위와 권한의 확대가 불가피하다" 등 국회 권한 강화와 의원내각제 지지발언을 했다.

그런데 이해가 안 가는 것은 국회의 헌정회가 여론조사에서 지지를 받지 못한 참의원(상원) 제도를 개헌의 핵심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토론회 개최 전 미리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바람직한 국회” 항목에서, 단원제 찬성 55.8%, 양원제 찬성 38.8%로 양원제보다 단원제 지지도가 월등히 높았다. 그런데도 헌정회는, 여론과 반대로, 참의원(상원), 민의원(하원)을 따로 두는 양원제 개헌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문제가 심각하다. 단원제, 양원제 중 어느 것이 좋은가 하는 문제를 떠나, 국민 여론이 단원제를 지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는데도 개의치 않고, 헌정회에서 작심하고 양원제를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 선진화를 위한 헌법 개정 대토론회'라는 구호를 내걸었으나, 토론을 위한 토론이 아니라, 헌정회 답을 미리 정해놓고 여론몰이 하기 위해 이번 토론회를 개최한 것이다.

여의도 의원들은 필요에 따라 국민의 뜻을 배반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이 틀림없다. 이번 토론회에는, 헌정회뿐 아니라 국회의장 우원식을 비롯하여, 여야 대표들도 함께 했다. 여야 공조한 국회가 국민과 따로 놀며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

그뿐 아니다. 국회의장 우원식은 "국민 참여형 운영을 통해 헌법개정안을 제시하고 정치권의 개헌 논의를 점차 확대해나가겠다"고 했다. 그런데 여론도 무시하고 양원제를 밀어붙이는 것을 보노라면, 우원식이 말하는 ”국민참여형“이라는 것이 빛좋은 개살구로, 여의도 문법에 맞게 국민을 들러리로 세우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국민 우롱은 헌정회가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을 하겠다고 한 데서도 드러난다. 헌정회에서 2027년 3월경 대통령(4년 중임) 및 참의원(상원) 의원 선거를 실시해야 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2027년 3월은 윤석열 5년 임기가 끝나는 시점이다.

현 윤석열 정부의 질곡을 조기 종식시키기 위해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바꾸자고 떠들어 왔는데, 그 속내가 현 정부의 조기종식이 아니라, 단임제를 중임제로 바꾸는 데 있다는 사실이 이번 토론회에서 드러났다. 조기 종식 시키려면 그냥 5년에서 4년, 시한만 축소하면 될 터인데, 생뚱맞게 중임제를 시종 곁에 달고 다닌 이유가 따로 있었던 것이다. 이번 토론회에서 헌정회가 현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는 2027년 3월경 대통령(4년 중임) 선거를 하자는 것은 지금까지 국민 민중을 우롱해왔다는 뜻이다. 윤석열 재임 시한 축소라는 것은 핑계일 뿐, 방점이 중임제 개헌에 있었던 사실이 자못 명백하기 때문이다.

또 지방분권 관련하여, 토론회에서는 ”지방분권·균형발전 강화, 저출생·고령화 대응의 국가 책무 부여", “지방분권에는 책임이 따라야 한다” 등이 개헌의 내용으로 언급된다. 그런데 지방분권은 구체성이 없고 피상적으로만 언급될 뿐 내용이 불확실하다.

첫째, 지방분권이 실효 있게 이루어지려면, 중앙정부로부터의 재정의 이전이 따라야 한다. 재정 이전 없는 지방분권은 공허하다. 설문조사에서 “지방자치 강화와 동시에 지자체 책임성도 부여해야 한다”라는 항목은 하나마나한 헛소리 질문이다. 지방자치뿐 아니라 모든 권력에는 당연히 책임이 따라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작 주요한 재정 이전 문제는 퉁치고 넘어가고, 쓸데 없는 말로 공간을 메꾼 것이 지방자치에 대한 진심 여부를 의심케 한다.

둘째, 지방분권 및 균형발전은 저출생, 고령화 등의 개념과 동열에서 언급되기보다 중앙권력과의 관계에서 논해야 한다. 저출생, 고령화 등은 권력구조의 변개를 수반하는 지방자치와 같은 서열에서 논의될 성격의 사안이 아니다. 

헌정원의 개헌 전략에서 대통령 4년 중임제와 양원제는 구체성이 있으나, 지방분권 및 균형발전이라는 것은 추상적이고 허황하다. 현재로서 후자는 전자를 위한 들러리로 들어섰다가 흐지부지 사라질 것 같다. 더구나 중앙 국회를 양원제로 하여 그 권한을 강화하고자 하는 시도는 지방분권 강화와는 지향점이 상반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토론회에서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하여 국회로, 지방으로 나눈다고 하지만, 실현 과정에서 전자가 주가 되고, 후자는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수도 있다.

이 같은 심증은 이번 토론회에서 공개된 여론조사 항목을 보면 더 명확해진다. 주요 항목은 헌정원 등 여야 국회가 추진하고자 하는 복안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대통령 4년 중임제, 대통령 권한 분산 축소(양원제 국회로 옮기자는 뜻), 단원제, 양원제 여부에 대한 질문이다. 이것을 풀면, 헌정원 및 국회는 대통령 4년 중임제, 국회를 양원제로 개헌하여 대통령 권한을 양원제 국회로 옮기고자 하는 것이다.

참고로, 여론조사 항목별 찬성율을 소개하면, ① 바람직한 통치구조 관련하여, 임기 4년 (1차) 중임 대통령중심제(52.7%)와 의원내각제(19.4%), ② 임기 4년 중임의 대통령 권한은 분산 축소되어야 한다(찬성 61.6%), ③바람직한 국회는 단원제 (55.8%), 양원제(38.8%), ④ 지방자치 강화와 동시에 지자체 책임성도 부여해야 한다(66.3%) 등이다.

의원내각제 찬성은 19%에 불과하고, 또 양원제에 대한 찬성은 39%로 단원제 찬성 56%에 비길 바가 아니다. 그런데도 헌정회 및 국회 여야가 공조하여 양원제 개헌을 기정사실로 추진하려는 것을 보면, 중앙 권력을 놓지 않으려는 이들의 눈에 국민 민중이 보이지 않는 것이 확실하고, 지방자치에 대한 배려도 미지수이다.

그 명백한 증거가 국민의 발안, 투표권(대의자 선출 아닌 사안 대상), 소환권 등이 여론조사 항목에서 완전히 빠진 것이다. 37년 만에 이룰 헌법 개정에서 국민의 정치적 발언권은 아예 도외시하겠다는 여야 국회의 속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여의도 위정자들은 민중의 정치적 발언권을 백안시하고 기피한다.

여의도가 국민 민중과 따로 놀고 있다. 현 정부 들어서서 다시 전개되는 춧불시위, 천주교 사제들의 시국선언, 교수 학자들의 시국선언 등이 처절하게 메아리칠 때, 여의도에서는 대통령 임기에 골몰하고, 국민이 원하지 않는 의원내각제, 양원제를 강행하겠다고 토론회를 개최하고 여론몰이에 나섰다. 그 앞에 총대를 맨 것이 국회의장 우원식이다.

토론회 축사에서 우원식은, “입법부는 법을 통해 길을 만들고, 행정부는 그 길을 따라 국민이 윤택하게 살 수 있도록 관리하며, 사법부는 그 길을 지켜주는 역할을 한다”, “그 중심이 되는 가장 큰 대로는 헌법”이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한다.라이브팜뉴스, 2024.11.27.)

입법부가 길을 만들고, 사법부가 그 길을 지켜주며, 행정부가 그 길을 따라 국민을 관리한다고 한 우원식의 사고방식에는 놀랍게도 시민의 자율, 국가보충성 원칙, 모든 권력의 원천이 국민 민중에게 있다는 개념 자체가 생략되고 없다. 국가가 국민을 관리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원식에게 찾을래야 찾아볼 수 없는 국가보충성이란 정부가 먼저 전면에 나서면 안 된다는 것, 정부는 부득이한 경우에 최후에 나서는 것이다. 그 전에 시민들이 자율적으로 처리, 해결한다. 그런데 우원식은 거꾸로 입법부(국회)가 길을 만들면, 사법부와 행정부는 그 길을 지키고 국민을 관리한다고 보았다.

우원식은 “행정부가 국민이 윤택하게 살도록 관리”하는 것이라고 했으나, 그 관리는 반드시 국민을 윤택하게 한 것이라고만 보기 어렵다. 한국은 하루에도 30-40명이 자살하고, 노인 빈곤율 최고이고, 만족도 최저, 걸핏하면 산재 사고 나서 기계에 끼이거나 깔려 죽었다는 소식이 회자한다. 우원식은 현실이 아닌 당위, 거짓 허상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지꺼린다. 우원식의 속셈은 간단명료하다. “윤택하게 살도록” 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국가는 국민을 관리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더 곤혹스러운 것은, 우원식이 “저출생, 고령화, 양극화, 지방소멸, 기후위기, 디지털 전환 등 다양한 도전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헌법개정이 필수”라고 한 것이다. 이 발언은 적어도 두 가지 오류를 갖는다.

첫째, 삶은 입법부(국회)에서 법이나 헌법을 만들고 난 다음에 구성되는 것이 아니다. 거꾸로 삶은 그 자체로서 법에 우선하며, 법은 삶의 작은 일부에 불과하고, 삶의 본질은 자유이며, 자유는 법에 따르는 것이 아니고 무엇에 의해 관리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저항하는 것이다. 우원식의 사고에는 시민의 자유의 삶을 관리되는 삶으로 치환하려 한다.

둘째, 우원식의 논리에 따르면, 지금 헌법개정을 하지 않으면, 저출생, 고령화, 양극화, 지방소멸, 기후위기, 디지털 전환 등 다양한 도전을 해결할 수가 없는 것처럼 듣긴다. 한국에 산재한 문제들이 위정자나 시민 등 사람 탓이 아니라 제도 탓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개헌한다고 해서 이런 문제가 다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법이나 헌법이 개정 안 돼서 문제가 해결 안 되는 것이 아니다. 이 점에서도 우원식은 허황하다.

셋쩨, 우원식이 말하는 개현은 대통령 4년 중임제에 양원제 의회제도를 말한다.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으로 마꾸고, 참의원(상원)을 새로 만들면, 한국의 온갖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말하는 우원식은 국민을 물로 보고 조롱하고 있다.

천주교 사제 1448인 시국선언문(2024.11.28.)에는, “어째서 사람이 이 모양인가!”, “나머지 임기 절반을 마저 맡겼다가는 사람도 나라도 거덜 나겠기에 ‘더 이상 그는 안 된다’”, “저들이 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나 못할 일이 없겠구나”(창세기 11:6), “어디서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바, 그가 세운 유일한 공로가 있다면, ‘하나’의 힘으로도 얼마든지 ‘전체’를 살리거나 죽일 수 있음을 입증해 준 것이다”, “파괴와 폭정, 혼돈의 권력자를 성경은 ‘끔찍하고 무시무시하고 아주 튼튼한 네 번째 짐승’(다니엘 7:7)이라고 불렀다" 등의 문구가 실렸다.

이 문구는 한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정말 한 사람만 문제가 있었다고 한다면, 이 한국 사회가 이 지경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민중을 백안시하고, 다수 민중이 반대하는 의원내각제, 양원제를 염치 불구하고 밀어붙이는 여의도 위정자들도 예외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정부가 국민을 관리해야 한다고 보는 반(反)민주적 사고를 가진 우원식 같은 이가 민주의 아성이어야 할 국회에서 의장으로 버티고 앞길을 왜곡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최자영 객원편집위원  paparuna999@gmail.com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관련기사 전체보기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