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ississippi Goddam
- Feeling Good
- Ain't Got No, I Got Life
- Can't Get Out Of This Mood
지난 글 재즈계 샛별 등장 '새머라 조이' 글에서 소개한 2022년 나온 그녀의 두 번째 앨범 <Linger Awhile>의 첫 곡이 'Can't Get Out Of This Mood'이다. 사랑에 빠진 아가씨가 콕콕 쓰린 마음을 어찌 할 줄 몰라 툭툭 털어놓는 귀엽고 발랄한 곡이다. 젊은 그녀의 상큼한 목소리와 사이 사이 파고드는 악기 연주가 환상적으로 잘 어울린다. 듣는 순간이 즐거워 화면에서 눈은 떨어지지 않고 어깨는 그녀를 따라 저절로 흔들흔들 한다.
지미 맥휴(Jimmy McHugh)가 작곡하고 프랭크 뢰서(Frank Loesser)가 작사한 'Can't Get Out of This Mood'는 1942년 조니 롱(Jonny Long)과 그의 오케스트라가 처음 선보였다. 완전 올드 스타일이라 그런지 매력이 전혀 느껴지지 않은 곡인데.... 재즈 가수들이 불러줌으로 생명을 얻지 않았나 싶다.
1942년 이래로 현재까지 무려 65명의 가수가 불렀는데 그중 1959년 니나 시몬(Nina Simone)이 부른 곡을 소개해본다. 같은 곡인데 새머라 조이와 느낌이 아주 다르다. 아마도 강렬한 눈빛처럼 그녀만의 독특한 분위기가 있어서 그러지 싶다. 마치 '내 감정 주체할 수 없으니, 너 꼼짝 마'하는 것 같다. 노래를 던지듯 부르는 니나 시몬의 매력이 터져 나오는 것 같다.
- 니나 시몬(Nina Simone)
니나 시몬(Nina Simone)은 가수, 피아니스트, 작곡가, 인권운동가이다. 재즈, R&B, 쏘울, 블루스, 포크, 흑인영가, 팝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드는 가수였으며, 피아노 연주에서는 클래식, 특히 바흐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1933년 2월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여덟 자녀 중 여섯째로 태어났다. 서너 살에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고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어 했다. 그녀의 자질을 높이 산 고향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줄리아드 음대에 입학했다. 대학원 입학 과정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거부당한 후 생계와 피아노 개인 교습비를 벌기 위해 술집(바)에서 피아노를 연주했다. 재즈, 블루스, 클래식을 혼합한 피아노 연주는 인정받았고 인기를 끌게 되었다.
돈을 더 벌기 위해선 반주에 맞춰 노래도 불러보라고 해서 가수가 되었다. 1959년 싱글 앨범 'I Loves You, Porgy'가 빌보드 핫 100 차트에서 18위에 오르면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Mississippi Goddam
1960년대엔 흑인 인권운동에 적극 참여했다. 1963년 흑인 살인 사건과 침례교회 폭발 테러로 흑인 소녀가 사망하고 실명한 사건에 대해 그녀는 분노했다. 1964년 그녀는 'Mississippi Goddam'을 작곡·작사하면서 흑인 불평등을 노래했다. 이 곡은 그녀가 첫 번째 흑인 인권을 언급한 노래였다. 이 노래로 시몬은 흑인 인권운동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이후 인권 메시지는 그녀 음반의 기본이 되었고 그녀 콘서트의 일부가 되었다.
2019년 미의회도서관은 이 곡을 '문화적, 역사적, 미학적으로 중요하다'라고 인정하며 국립기록등록부에 보존하도록 선정했다. 2021년 롤링스톤지는 'Mississippi Goddam'을 '역대 가장 위대한 노래 500곡'에서 172위에 올렸다. 2022년 <American Songwriter>는 시몬의 가장 위대한 10곡 중 3위로 선정했다. 2023년 가디언은 시몬의 가장 위대한 20곡 중 1위로 선정했다
가사의 일부는 이렇다.
넌 정말 썩었어. 넌 너무 게을러. 생각이 이상해. 나는 어디로 가는 걸까?
그냥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해. 일어서, 다들 미시시피에 대해 아니까, 젠장
피켓라인, 학교 보이콧. 그들은 그것이 공산주의 음모라고 말하려고 해.
내가 원하는 건 평등뿐이야. 내 여동생, 내 형제, 내 사람들, 그리고 나를 위해
아, 이 나라는 온통 거짓말로 가득 차 있어. 나는 더 이상 당신을 믿지 않아.
넌 계속 "천천히 가세요"라고 말해. '천천히 가세요' 하지만 그게 문제야
분리, 통일, 대거 참여, 점진적 일 처리, 더 많은 비극, 모두 다 너무 느려
왜 보지 않니? 왜 느껴지지 않니? 내 옆에 살 필요 없어. 그냥 나에게 평등을 줘
미시시피에 대해 다들 알잖아? 앨라배마도 다들 알잖아? 젠장. 그게 다야!
1968년 친구 마틴 루서 킹 목사가 암살된 후 미국을 떠나 유럽, 아프리카, 카리브해에서 살았다. 데뷔 이후 1974년까지 40편 이상 앨범을 내는 등 왕성한 활동을 보였으나 이후 30년 간은 방황의 시기를 거쳐 다시 무대에 서기까지 힘든 시간을 보냈다. 앨범 발매도 부진했다. 말년에는 유방암으로 10년을 투병하다가 프랑스에서 70세에 사망했다.
그 시대에 정치적 신념으로 미국에서는 환대받지 못했지만... 전 세계 많은 가수는 시몬이 자신의 음악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고백했다. 특히 흑인 여성 가수들은 대부분 시몬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그래미 후보로 4번 지명되었지만 수상하지는 못했다. 2000년 'I Loves You, Porgy'로 '그래미 명예의 전당상'을 수상했다. 2023년 롤링 스톤(Rolling Stone)지은 시몬을 역대 가장 위대한 가수 200인 목록에서 21위에 올렸다.
- Feeling Good
시몬의 곡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은 'Feeling Good'이다. 이 곡은 영국 작곡가 앤서니 뉴리와 레슬리 브리커스가 뮤지컬 <The Roar of the Greasepaint – The Smell of the Crowd>를 위해 작곡한 곡으로 1964년 처음 무대에 올랐다.
시몬은 1965년 출시한 앨범 <I Put a Spell on You>에 'Feeling Good'을 넣었다. 이후 수많은 가수들이 불렀다. 2022년 <American Songwriter>는 'Feeling Good'을 시몬의 가장 위대한 10곡 중 1위로 선정했다. 2023년 가디언은 시몬의 가장 위대한 20곡 중 4위로 선정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현대자동차 광고 음악에 삽입되기도 했고, 2019년 영화 <조커>에서도 'Michael Bublé'가 부른 'Feeling Good'이 나온다. 2021년 영화 <크루엘라>에서도 나왔고, 최근에는 빔 벤더스 감독의 2023년 일본·독일 합작 영화 <퍼펙트 데이즈>에서도 마지막 장면에 나온다.
이 곡의 가사는 참으로 시적이다. 아름답고 희망이 가득하다.
<Feeling Good>
높이 나는 새들아. 내 기분이 어떤지 알지?
하늘의 태양아. 내 기분이 어떤지 알지?
불어오는 바람아. 내 기분이 어떤지 알지?
새로운 새벽이야. 새로운 날이야. 새로운 인생이야
새로운 새벽이야. 새로운 날이야. 새로운 인생이야
나를 위한.... 그래서 기분이 좋아. 기분이 좋아
바다의 물고기야. 내 기분이 어떤지 알지?
자유롭게 흐르는 강아. 내 기분이 어떤지 알지?
나무에 피는 꽃아. 내 기분이 어떤지 알지?
새로운 새벽이야. 새로운 날이야. 새로운 인생이야.
나를 위한.... 그래서 기분이 좋아. 기분이 좋아
태양 속으로 잠자리가 날아가네. 무슨 말인지 알지?
나비들은 모두 재미있어 해, 무슨 말인지 알지?
하루를 끝내고 편히 잠들렴, 그게 바로 내 말이야.
그러면 이 낡은 세상은 새로운 세상이 된단다
대담한 세상. 나를 위한... 나를 위한...
당신이 별님같이 빛날 때면... 내 기분이 어떤지 알지?
소나무의 향기가 퍼질 때면... 내 기분이 어떤지 알지?
아, 자유는 나의 것. 그리고 난 내 기분이 어떤지 알지.
새로운 새벽이야. 새로운 날이야. 새로운 인생이야
나를 위한...새로운 새벽. 새로운 날. 새로운 인생이야
나를 위한... 그리고 기분이 좋아. 기분이 너무 좋아
이 곡은 시몬이 흑인 여성들이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기를...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를... 말하고 싶어 했던 곡이라고 생각한다. 꼭 흑인 여성에게만이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여성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아닌가 싶다. 참으로 시몬이 멋진 여성이라는 생각이 또 든다.
- 'Ain't Got No, I Got Life'
'Feeling Good'만큼 그녀의 희망과 의지가 드러나는 곡이 또 있다. 1968년 앨범 <Enough Said>에 수록된 소울곡 'Ain't Got No, I Got Life'이다. 가사 일부는 이렇다.
나는 집도 없고, 돈도 없고, 품격도 없고, 향기도 없어,
사랑도 없고, 엄마도 없고, 아버지도 없고, 형제도 없어,
아이도 없고, 국가도 없어, 친구도 없고, 애인도 없어
내가 뭘 가진 거지? 난 도대체 왜 살아 있는 거지?
그래, 난 뭘 가진 거야. 아무도 그걸 빼앗을 수 없어
나는 머리도 있고, 입, 미소, 마음, 가슴, 영혼이 있고,
내 자유가 있고, 내 인생이 있어. 너처럼 힘든 시간도 있어.
내 인생이 있고, 자유도 있어. 나는 지킬 거야. 지킬 거야
처음에는 '나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음'으로 시작해서 '나는 내 인생을 가졌고, 그걸 지킬 거야'로 끝난다. 저 동영상을 보면 시몬은 피아노를 치며 즉흥적으로 수많은 '없음'을 읊다가 점차 수많은 '있음'으로 옮겨간다. 절망에서 희망으로, 나약함에서 강인함으로 흘러가는 이 곡은 흑인 여성에게 전하는 또 다른 메시지가 아닐까 한다. 흑인 교회에서 많이 불렀을 것 같은 신념이 감동으로 전해지는 곡이다.
마지막으로 재미있는 곡 하나 덧붙여본다.
-Don't Let Me Be Misunderstood
우리 젊은 시절 디스코곡이 유행했을 때 'Don't Let Me Be Misunderstood'를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전 세계 온 거리를 강타한 히트곡이었다. 이 곡을 처음 부른 가수가 니나 시몬이다. 1964년에 불렀다. 시몬의 호소력 있는 목소리가 내 귀엔 굉장히 매력적으로 들리는데, 차트에 오르지 못한 걸 보면 큰 인기를 끌진 못했던 것 같다.
그러다 이듬해인 1965년 'The House Of The Rising Sun'으로 유명한 영국 그룹 'The Animals'가 록 버전으로 불렀는데 대서양을 횡단하면서 영국은 물론이고, 미국과 캐나다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빌보드 핫 100에서 15위까지 올랐다.
* 'The Animals' 록 버전 ->> https://youtu.be/_2sz_YwwwQ4
1977년, 그룹 '산타 에스메랄다(Santa Esmeralda)'가 디스코 버전에 라틴 리듬을 넣고 플라멩코 요소를 가미해 무려 14분을 들여 신나게 불렀다. 역시 대성공을 거뒀다. 미국 디스코 차트 1위를 차지한 후, 빌보드 핫 100에서 15위까지 올랐다. 우연히도 'The Animal'와 같은 순위다. 이후 영화 '킬 빌' 에 삽입되면서 다시 유행을 탔다.
신념에 의해 고난의 삶을 살다 간 니나 시몬은 2018년 로큰롤 명예의 전당을 비롯하여 여러 명예의 전당에 이름이 올랐고, 다큐 영화, 드라마, 연극 등에서도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자서전도 썼고, 그녀를 주제로 다룬 책도 여럿 된다.
현재 미국 최고 인기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가 '엘라 피츠제럴드'를 연상케 한다면, 27세에 요절한 영국 가수 '에이미 와인하우스'는 '니나 시몬'을 연상케 한다. 재즈의 여왕 엘라 피츠 제럴드처럼 곱고 깨끗한 음색에 3옥타브를 넘나드는 음역을 가지진 못했지만, 저음의 도발적이고 깊이 있는 목소리로 자신만의 노래를 부른 니나 시몬은 나에게서만은 최고의 재즈 가수다.
참고 사이트 : 위키 백과
참고 사이트 : https://secondhandsongs.com/work/124093/versions#nav-entity
편집 : 김미경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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