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른 생각들로 순서도 정오(正誤)도 없다. 오호(惡好)와 시비(是非)를 논할 수는 있지만 대상은 아니다. 중복도 있으므로 고려하시면 좋겠다. 여러 차에 걸쳐 싣는다.

출처 : 필자
출처 : 필자

1.
누구나 만나면 대부분 얼굴을 본다. 만난 횟수의 관계없이 그러리라. 하지만 물질을 중시하는 사람들은 얼굴보다 옷이나 장신구 등 치장을 먼저 본다고 한다. 요즘은 자동차와 집 등 소위 무슨 명품 소지여부를 본단다. 그들에겐 물질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물질과 물건이 모든 가치판단의 척도가 된 것이다. 그러나 정상인이라면 자연스럽게 얼굴이 먼저 보이지 않겠는가?

2.
얼굴을 책임지라고 한다. 살아온 내력이 얼굴에 다 나타나기 때문이란다. 그러므로 얼굴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얼굴이 성격과 인성 및 인생살이의 좌판이라면서. 일부 일리는 있다. 그래서 고위직 등용도 면상이 주 관점이고, 얼굴을 보고 배우자를 선택하며, 일부 회사는 얼굴 면접으로 입사 여부를 결정도 한다. 이러다 보니 현대의학 중 가장 인기있는 분야가 피부과와 성형외과가 되었다. 인체 주요장기를 수술하는 일반외과에 비해 복잡함과 위험도 어려움도 없으면서 황금노다지를 안겨주니 당연지사가 아니겠는가?

3.
얘기가 좀 빗나갔다. 다음에 언급하는 것은 얼굴을 책임지라는 의미를 모르거나 부정하는 얘기가 아님을 전제한다. 타고난 얼굴과 만들어진 얼굴이 있다. 타고난 얼굴은 논외로 치고, 성형으로 만들어진 얼굴도 재껴 놓는다. 언급하고자 하는 얼굴은 진한 삶으로 만들어진 얼굴이다. 세월의 풍상이 세겨진 얼굴. 일정 나이가 되면 자기 얼굴을 책임지라고 한다. 좋은 말이다. 그 말의 의미를 몰라서 하는 얘기는 아니다. 세월과 함께 자기얼굴을 소위 '잘 살았다. 잘 늙었다.'로 평가받는 얼굴이 되고 싶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평생 뙈약 볕에서 농사짓고, 거친 산판과 바닷바람 쐐면서 산 사람, 공사판과 험한 근로현장에서 비지땀 흘리며 산 사람이 이런 평가를 받겠는가? 그분들 얼굴을 상상해 보라.

4.
반면에 거칠고 험한 곳엔 근처도 가지 않고, 24시간 공기조화로 안락한 실내에서 산 사람, 평생 손발에 물과 훍 및 기름 때란 것을 묻혀보지 않는 편하고 곱게 산분들이 이런 평가를 받겠는가? 고운 얼굴로 책임지고 싶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의 삶 즉 먹고 살아야 하는 고단한 생업이 얼굴에 고스란히 흔적으로 남지 않겠는가? 말과 글이라고 함부로 해서는 곤란하다. 생각도 그렇다. 당사자가 되어보지 않고 본인이 본 것과 생각만으로 자기 멋대로 그러지 말아야한다. 이는 죄를 짓는 것이다.

5.
모든 생명을 낳고 기르며 죽은 후까지도 책임지는 나무를 한번 보자. 기름진 옥토와 온화한 기후에서 자란 나무는 표피가 매끄럽고 줄기는 곧으며 잎은 풍성하게 자란다. 누가 보더라도 겉은 아름답고 미려하다. 반면 기름기라고는 거의 없는 박토와 냉혹한 기후에서 자란 나무는 표피가 거칠고 괭이도 많으며 잎은 작고 메말라 비틀어져 보기 흉하다. 또한 옥토에서 자란 나무는 자기는 멋지고 볼품 있게 성장할지 모르지만, 주변을 아우르고 후세를 남기는 데는 박하고 게으르다. 반면 박토에서 자란 나무는 비록 자기 모습은 초라하고 험할지라도 주변을 아우르고 후세를 남기는 데는 후하고 부지런하다.

6.
사람도 이와 같지 않겠는가? 부유하고 풍족하며 아늑한 환경에서 성장한 사람은 옥토에서 자란 나무에 비견할 수 있고, 빈곤하고 가난하며 열악한 환경에서 성장한 사람은 박토에서 자란 나무에 비견할 수 있을 것이다. 겉모양이 매끄럽고 아름답다고 해서 좋은 나무는 아닐 것이요, 겉모양이 거칠고 추하다고 해서 나쁜 나무는 아닐 것이다. 사람도 그렇지 않겠는가?

7.
세속적으로 곱고 예쁘게 늙은 사람이, 바르고 아름답게 삶을 잘 살았다고만 볼 수 없고, 억세고 보기 좋지 않게 늙은 사람이라고 세상을 잘못 산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어떤 사람의 삶을 결과만 가지고 또는 겉모습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본인이 아니고서는 그의 삶을 알 수 없고 왈가왈부 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 순간순간의 역경과 환경을 직접 겪지 않고 어떻게 평가할 수 있겠는가? 한 사람의 인생은 살아온 그 자체로 위대한 것이다. 섣부르게 재단하거나 평가하지 말아야 한다.

8.
이런 맥락에서 얼굴만 보고 알 수 있다는 것이나 얼굴을 책임지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한숨이 절로 난다. 코끼리 다리 만지는 격이다. 살아온 과정을 보고 그의 내면을 봐야 한다. 그래도 알 수 없는 게 사람이고 인생역정이다. 뭣 좀 안다고 전문가라며 껍적대지 말아야 한다. 천지 자연이 보고 있음을 잊지말자.

9.
농어민과 노동자에게 빚지지 않고 산 사람은 거의 없다. 노동(육체노동과 정신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기는 어렵겠지만 육체노동이 기본이지 않을까 한다. 자본은 물질이지만 노동은 사람의 피와 땀이다. 높은 권력과 많은 재력으로 편하고 안락하게 산 사람일수록 그들에게 많은 빚을 지고 산 것이다. 죽기 직전이라고 그를 인식하고, 그분들에게 감사함을 표하고 가야하리라 본다. 그리고 가진자는 가진만큼 나눠야 하리라. 권력, 재력, 명예, 학력, 능력 등. 그래야 그나마 사람 된 도리를 했다 하지 않겠는가?

10.
30년 아니 평생을 흙과 바다에서 일한 농어민, 공장과 공사판에서 산 사람에게 국가에서 훈장을 주지 않고, 고위직이나 무슨 높은 실적을 냈다면서 훈장을 수여 해서야 되겠는가? 공정한 평가와 대우는 아니라 본다. 누가 실질적으로 국가와 사회의 기반이 되었고 발전에 기여하였는가?

 

편집 :  김태평 객원편집위원,  하성환 편집위원

김태평 객원편집위원  tpk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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