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아이들의 노래까지 앗아간 분단 이데올로기

박태준이 작곡한 동요 가운데 64곡이 윤복진이 작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손태룡, 2024). 그만큼 ‘동요의 할아버지’, ‘아동문학계의 아이돌’로 불리는 윤복진은, 일제강점기와 해방기를 통틀어 윤석중과 함께 최고의 아동문학가로 평가받는다. ‘일제 강점기 아이들의 우상’으로 일컬어지던 윤복진의 「하모니카」 또한 대를 이어서 즐겨 부르는 동요이다.

여기에 홍난파가 곡을 붙인다. 그런데 윤복진이 월북한 뒤로 남한에서는 금지곡이 된다. 그러다가 1964년, 윤석중이 개사한 것이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옥수수 하모니카」이다. 이 노래의 원곡, 「하모니카」는 아래와 같다.

위키문헌, 조선동요백곡집(1933), 「하모니카」(윤복진 작사, 홍난파 작곡)
위키문헌, 조선동요백곡집(1933), 「하모니카」(윤복진 작사, 홍난파 작곡)

욕심쟁이 작은오빠 하모니카는 / 큰아저씨 서울 가서 사보낸 선물
작은오빠 학교 갔다 집에 오면요 / 하모니카 소리 맞춰 노래 불러요
도레미파 솔라시도 부르고서는 / 도미솔도 도솔미도 재미난대요

욕심쟁이 작은오빠 학교 갈 때엔 / 나 모르게 하모니카 숨겨 두지요
우리 우리 어머니가 오빠 없을 때 / 서랍 속의 하모니카 찾아주어요

도레미파 솔라시도 내가 분 줄은 / 도미솔도 도솔미도 누가 아나요
(출처: Naf, ‘하모니카 / 옥수수 하모니카’, 2014. 4. 14.)

「하모니카 / 윤복진 시, 홍난파 곡」


그러나,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윤석중의 「옥수수 하모니카」는 윤복진의 원곡과 사뭇 다르다.

우리 아기 불고 노는 하모니카는 / 옥수수를 가지고서 만들었어요
옥수수 알 길게 두 줄 남겨가지고 / 우리 아기 하모니카 불고 있어요
도레미파 솔라시도 소리가 안 나 / 도미솔도 도솔미도 말로 하지요

「옥수수 하모니카 / 윤석중 시, 홍난파 곡」

아무려면 윤석중이 ‘얼씨구나, 좋다’ 하고 반색하면서 개사했을까?
모양새는 ‘홍난파 기념사업회’가 윤석중에게 부탁한 것이지만, 본새는 어디까지나 당국의 강요로 보아야 한다. 그나저나 1964년에 윤석중이 개사한 뒤로 노래가 해금된다. 그리고 교과서에 실리게 된다.

‘작은오빠’는 큰삼촌이 서울에서 보낸 하모니카를 얼마나 아끼고 받들었을까? 밥 먹을 때나 잠잘 때도 손에서 놓지를 못했을 것이다. 아무도 모르게 혼자서 즐기려는 오빠의 소박함과 그것을 불어보고 싶어 하는 ‘여동생’의 간절함이 애잔하게 그려진다.

이를 안 엄마가 꽁꽁 숨겨 둔 서랍에서 슬그머니 꺼내주자, 얼마나 신이 났을까? 하지만 제대로 불기나 했을까? 오빠가 학교에서 오기 전에 골방에 숨어서 요리조리 불어 보는 여동생이 삼삼하다.

학교에서 돌아온 오빠는 가장 먼저 하모니카를 꺼내서 불었을 것이다. 이를 여겨보던 엄마는 잔잔한 미소를 머금은 채 한쪽 눈을 깜빡거리고, 여동생은 엄마와 눈맞춤을 하면서 시치미를 뗀다. 하모니카를 불다 말고 낌새챈 오빠가 돌아보는 순간, 동생은 키들거리면서 줄행랑을 치고…….

나만 그럴까?
「옥수수 하모니카」에는 그런 우리네 정서가 보이지 않는다. 감히 한 마디 덧붙이면 지나칠 정도로 작위적이다.

김소월(본명: 김정식, 1902~1934)의 시에 안성현(1920~2006)이 곡을 붙인 「엄마야 누나야」도 마찬가지다.
‘비운의 천재 작곡가’라고 불리던 그는 「부용산 / 박기동 시, 안성현 곡」을 지은 월북 작곡가이다. 이 노래는 ‘빨치산(조선인민유격대)의 노래’로 간주하는 바람에 그의 이름조차 거론하지 못하던 시절이 있었다. 어쨌건 안성현의 「엄마야 누나야」는 금지곡이 되고, 작가 따라 노래마저 잊히고 사장된다. (전남일보, 이윤선, '엄마야 누나야'… 혁명을 넘어 사상을 넘어, 2018. 5. 10.)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쟈
ᄯᅳᆯ에는 반ᄶᅡᆨ이는 금모래빗,
뒷문 박게는 갈닙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쟈.

「엄마야 누나야 / 김소월 시, 안성현 곡」


훗날 KBS, TBC, MBC에서 악단장을 역임한 바이올리니스트 김광수(1922~1993)가 이를 개작한다. 그는 가수 배호(1942~1971)의 외삼촌으로, 배호는 그의 악단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안성현은 잊히고 오늘날, 김광수의 노래가 울려 퍼지고 있다.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엄마야 누나야 / 김소월 시, 김광수 곡」


이와 같은 일련의 사례를 든 김명환은 다음과 같이 질타한다.
“약간의 개사를 통해 아무렇지도 않게 원곡의 기억을 덮어버렸다. 이건 ‘표절’이라기보다 원곡 탈취에 가깝다. 또 권위주의 시대에는 월북 예술가의 작품은 거부되고 부정되고 폄훼되었다. 괜찮은 대목을 슬쩍 자기 것으로 가져가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영남일보, ‘월북 작사가 윤복진’, 2019. 2. 1.)

신고송(본명: 신말찬) 또한 월북 작가다.
그는 좌익 교사로 해임되고, 일본으로 건너가서 프롤레타리아 연극 운동을 한다. 그리고 반전 정서를 담은 어린이 잡지 『우리동무』를 만들었다가 일제에 체포되어 3년간 복역했다. 감옥에서 나와 엉뚱하게도 친일 연극 단체에서 활동하다가 결국 1946년에 월북한다.

그는 1925년 『어린이』 11월호에 「우체통」을 발표한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문학 활동을 펼친다. 잇달아 발표한 「삑죽이」, 「입김」, 「진달래」 등을 차례대로 감상해 보자.

「우체통」

길가에 빩안동이 웃독 우테통
육십이 넘어도 맘이 어려서
빩안 상투 빩안 바지 빩안 저고리
얼골까지 빩앗케 차리고 서서
작은 편지 큰 편지 가리지 안코
주는 대로 삼키고 웃득 서 잇네

(1925년 11월호 『어린이』, 신고송, 「우체통」(출처: 탁암, 『어린이운동』 블로그, 2023. 9. 24.)

「삑죽이

박 서방네 둘째 딸은
빨간 치마 입고 있네
박 서방네 딸 삐죽이
빨간 주둥이 삐죽이

울 때도 삐잇죽
웃어도 삐잇죽
언제든지 삐잇죽
주둥이가 삐잇죽

(조선일보, 「삑죽이」, 1930. 4. 3. )

(왼쪽) 신고송의 시, 「우체통」과 「삑죽이」(오른쪽) OpenAI의 ChatGPT-4o 모델을 기반으로 한 AI 이미지
(왼쪽) 신고송의 시, 「우체통」과 「삑죽이」(오른쪽) OpenAI의 ChatGPT-4o 모델을 기반으로 한 AI 이미지

 

「입김」

산밋헤
아츰길에
사람과 소가
입김을 뿜네

사람 김이 희나!
소 김이 희나!

신고송, 입김(조선일보, 1930, 2, 11,)우측은 OpenAI의 ChatGPT-4o 모델을 기반으로 한 AI 이미지

「진달네」

산비탈 양달에도 봄이 왓다고
진달네 보라꽃이 픠여남니다
나무꾼 점심밥도 양지쪽에서
진달네 향내 밋헤 열리임니다

어린이, 1927년 4월호(출처: 탁암, ‘바빴던 일주일, 신고송’, 2023. 9. 24.)
 

「진달래」

산비탈 양달에도 봄이 왔다고
진달래 보라꽃이 피어납니다
나무꾼 점심밥도 양지쪽에서
진달래 향내 밑에 열리입니다

「진달래 / 신고송 시, 홍난파 곡」

지금까지 「슬픈 밤」을 노래한 ‘네 동모’를 중심으로 100년 전 동요 시인의 작품 일부를 감상했다.

앞에서 말한 대로 윤덕진과 신고송은 월북했고, 서덕출은 동시 100여 편을 남긴 채 병고를 이기지 못하고 34세에 요절했다.

윤석중은 자타가 공인하는 아동문학의 선구자요 대한민국 최고의 동요 시인이다. 알려진 것만 해도 1,300여 편의 동시를 쓰고, 그중에서 800여 편이 동요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해마다 울려 퍼지는 「어린이날」 노래는 대를 이어서 부르는 대표적인 명작이다. 필자가 어렸을 때 선생님의 풍금 반주에 맞춰 부르던 「우산」도 마찬가지다. ‘이슬비 내리는 이른 아침에’로 시작한다. 비록 냄새나는 비료 포대를 뒤집어쓰고 학교를 오간 필자에게도 추억의 동요임은 분명하다.

그렇다.
그들은 일제와 미제의 압제에서 벗어나려고 주도적으로 자주독립을 부르짖은 투사는 아니다. 그렇다고 반공을 넘어 멸공을 표방한 이승만 정권 아래에서 문단을 대표하여 대한의 민주와 통일을 위해 헌신한 분들도 아니다. 다만, 20세 전후의 보통 문학청년들이었다. 이 땅의 어린이들에게 두 번 다시 나라 잃은 설움을 물려주지 않고, 나라를 되찾아야 한다는 신념을 심어 주기 위하여 부단하게 애쓴 민족시인 가운데 한 분일 뿐이다.

일반적으로 4월 초부터 밀과 보리 이삭이 나오고, 마늘과 양파는 5월에서 6월 초에 수확한다.

그런데 이른봄에 낮은 기온이 지속되면 어떻게 될까?
농작물이나 과수의 성장이 멈추고 각종 생리 장해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생육이 부진하고, 상품 가치가 떨어지며 병충해가 퍼져서 수확량이 격감하게 된다. 게다가 ‘강풍을 동반한 많은 비’가 내린다면, 그 피해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이런저런 이유로 지난 5월 9일, 농촌진흥청에서는 “선제적 방제로 보리·밀의 붉은곰팡이병 발생을 차단하고, 수확을 앞둔 양파·마늘의 곰팡이병 확산을 막기 위한 지도 강화”를 주문하고 있다.

100년 전, 조선 땅에 지금보다 훨씬 더 가혹한 기상 이변이 닥쳤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래는 1935년 5월 3일, 동아일보에 실린 ‘각지강설(各地降雪: 이곳저곳의 눈소식)’이란 기사 전문이다.

동아일보, '각지강설(各地降雪', 1935. 5. 3. 
동아일보, '각지강설(各地降雪', 1935. 5. 3. 

조선 팔도 어느 곳 할 것이 없다.
가물다가 폭우가 쏟아지고 다시 난데없이 눈이 내린 ‘괴후(怪候: 괴상하고 변덕스러운 날씨)’라고 적고 있다. 이 때문에 보리 피해가 막대하고, 인심이 극도로 흉흉한데 악성 감기까지 유행한다고 했다.

기상 이변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누구 한 사람 할 것 없이 이래저래 힘든 시기였으리라. 일본어를 국어로 알고 자라던 어린이들에게는 특히 그랬을 것이다. 어려운 형편이었지만 ‘네 명의 동모들’은 해방과 독립을 추구하는 공통 일념으로 우리들의 시를 짓고 우리들의 노래를 만들었다. 분단 이데올로기는 그런 노래까지 색을 입히고 거리낌 없이 매도하고 폐기했다. 되레 분단을 핑계로 갖은 굴레를 씌우고, 각종 비리를 조장하고 옹호하고, 부조리한 조리를 정당화하면서 너무도 쉬이 반민족적 행위를 일삼았다.

그래서 역설적이다.
아동문학의 꽃을 피울 수 있던 시기는 곧 엄혹한 일제 강점기의 중심에 있던 시기와 맞닿아 있다. 그렇다면 100년이 지난 오늘, ‘네 동모’가 그리던 「됴선 봄」은 어디까지 와 있는가?

이놈 저놈 할 것 없다.
한층 교묘하게 파고든 오늘의 외세는 우리를 내리깔고 닦달하기 일쑤다. 아무렇지 않게 간을 보고 눙치면서 가지고 논다. 끝 간 데 없이 히피보고 쥐어짜는 판국에 대체 배알이 있는 걸까? 뭐가 그리 켕기는 게 많은지 제대로 대거리 한번 못하고 먹고 마시고 펴주고 늘 빈손이다. 나가서는 겉약은 주제에 돌아와서는 헐뜯고 이간질하고 거짓말이나 보태고 잡도리하는 데 여념이 없다.

남북으로 갈라진 마당에 다시 사방팔방으로 사분오열돼 있고, 남녀노소 상하좌우로 갈라져 있다. 학우나 동문끼리도 분분하고, 남사친이나 여사친끼리도 떠들썩하다. 교육 공동체가 사라지니 사친(師親)이나 사제지간의 유대는 끊어지고, 교육 가족이니 다문화 가족 따위는 아예 안중에도 없다. 형제자매는 물론 부모자식과 부부사이도 마찬가지이다. 하물며 “인종, 성별, 종교, 장애 등의 특성을 이유로 개인이나 특정 집단에 관해 모욕, 비하 또는 차별이나 폭력을 선동”하는 ‘증오 발언(憎惡發言, Hate Speech)’을 일삼는 종교인이 난무한다.

특정 종교를 떠나서 같은 종교인끼리도 종파가 달라서일까? ‘나’가 아닌 ‘너’는 이단이요 사탄이요 사이비다. 상대의 밑살까지 미주알고주알 까발리기에 바쁘다. 마침내 ‘나’ 아닌 ‘너’는 천인공노할 ‘반동분자’로 낙인찍고 단매에 쳐죽여야 한다. 바스러지고 아스러질 때까지.

“자유사회를 교란시키고, 공격해 온 공산 전체주의 세력이 야비한 패륜과 공작을 일삼고 있다”고 저주스럽게 갈라치기를 한 자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그것도 하필이면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말이다. 급기야 계엄군을 앞세워 ‘공산주의 맹종하며 선동하는 반국가 세력’을 소탕하려다가 헌재에서 8:0으로 파면당하지 않았는가?

아니, 그런 자를 감옥에서 풀어준 지 뭐시깽이 판새가 있어 2025년의 내란 수괴는 강아지 끼고 쏘다니면서 맛집에 드나들다가, 영화관까지 찾아가 음모론을 사주하는데, ‘막가모자’ 쓴 지지자들은 이때를 놓칠세라 ‘윤버지, 어게인!’이라 떼창하며 뒤좇고, 기자 나부랭이들은 암내 맡은 수캐 싸대듯 암말 없이 그저 카메라 들이밀면서 무슨 연예인 가십거리 삼아 생중계하는 세상이라, 벙어리 냉가슴 앓듯 꿍꿍거리던 촌영감이 개 씹에 덧게비 끼듯 찬물이라도 한 쪽박 찌끄러분다고 고래고래 고함질해 봐야 듣는 이 보는 이 하나 없다!

이쯤 되니, 좀비 떼 같은 내란 종범 모두 나서 아무한테나 “북한이 심어놓은 빨갱이”라고 손가락질하는데 마치 열녀전 끼고 서방질하는 격이라, 정말 진짜 빨갱이 원조는 배창시가 오그라들고 뱃가죽이 짜그라들고 오메 징한 시상! 그렇게 공개적으로 매도당한 사람이 한 말을 옮긴다.

“사실은 40년 동안 빨갱이 때려잡는 게 제가 그동안 했던 일입니다. 제가 소위 말하는 블랙이니까 이름도 가짜를 썼고 아는 사람이 있으면 옆으로 돌아가는 그런 부분의 생활을 평생 해 왔습니다. 평생 빨갱이를 잡으러 다닌 제가 빨갱이면 우리 대한민국이 다 빨간 것입니다.”(프레시안, 이대희 기자, 홍장원 "제가 빨갱이 잡던 사람…저와 곽종근 공통점은 대통령 지시 직접 들은 것", 2025. 2. 16.)

100년 전, ‘됴선 봄’을 기다리던 우리 아이들은 우리 어버이의 어버이였다. 우리의 어버이는 일제와 미제를 물리치고 이 땅을 피로 물들인 공산당을 격퇴했다. 이제 3세대가 지난 2025년, 이 땅의 아이들이 기다리는 ‘봄’은 왔는가?

공식적으로 북한은 괴뢰가 아니요, 괴수도 아니다. 북괴(北傀: 꼭두각시 괴)나 북괴(北怪: 괴이할 괴)는 지나간 말이다. 그러나 지금, 남북은 서로 적(敵)으로 간주하고 총부리를 겨누고 있다.

이승만 대통령의 생일인 3월 26일이면, 해마다 온 나라에 대통령 찬가 - 우리 대통령 -가 울려 퍼지고, 박정희부터 전두환에 이르기까지 대통령 예우곡 - 대통령 찬가 -이 시도 때도 없이 연주됐다.

급기야, 2023년 12월 18일, 대통령실 강당에서는 경호처 직원들이 윤석열의 생일을 찬양하는 노래(「대통령 헌정곡: 윤비어천가 / 원곡: 권진원, 'Happy Birthday To You'」 개사곡)를 불렀다. (SBS 뉴스, 2025. 1. 16.)

아울러 래퍼 ‘윤비’가 공개한 ‘윤비어천가’에는 "계엄령 계엄령 선포해 비상계엄령 / 종북 좌파 개딸X들이 개같이 나대서 멸공 / 대통령 대통령 지켜야 해 우리 대통령 / 진짜 내란수괴범은 전과 4범 이재명 / 다같이 멸공 멸공"이라는 가사가 담겼다.(뉴시스, 2025. 1. 20.)

오만방자함이 물씬거린다. 추깃물이 뚝뚝 듣는다. 뼛속 깊이 분단 이데올로기에 절여진 눈빨강이들의 작품이다. 찬가가 아니다. 몰상식한 이데올로기꾼들이 빚은 조가(嘲歌)요, 패러디 송(parody song)이다.

바로 그런 자들이 어린이를 사랑하고 우리말을 아끼는 선한 맘까지 조사버렸다. 월북자란 이유로 그들이 만든 아이들의 노랫말을 빼앗고 폐기했다. 거듭 말하지만, 월북자의 작품이라고 해서 동요의 선율이 퇴색할까? 참 꾀착시런 개짓거리다. 정말 던적맞기 그지없는 헛짓거리다.

이제, ‘네 동모’ 중 한 명인 서덕출의 「눈꽃송이」를 끝으로 마무리하자.
이 노래는 1948년에 발간된 박재훈의 『일맥동요곡집(一麥童謠曲集)』에 처음으로 발표되었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아래 노랫말은 서덕출이 1934년 1월 23일에 지은 시로,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공유마당’에서 인용한 것이다.
 

송이송이 눈꽃 송이
하얀 꽃송이
하늘에서 피어 오는
하얀 꽃송이
나무에나 뜰 위에나
동구 밖에나
골고루 나부끼니
보기도 좋네

송이송이 눈꽃 송이
하얀 꽃송이
하늘에서 피어 오는
하얀 꽃송이
크고 작은 오막집을
가리지 않고
골고루 나부끼니
보기도 좋네

(출처: 한국저작권위원회, 공유마당)

「눈꽃송이 / 서덕출 시, 박재훈 곡」

100년 전, 작년에 간 제비가 그리워하던 서덕출의 ‘됴선 봄’은 어디쯤 와 있는가?
김일성이든 이승만이든 저승에서야 ‘동모’들의 만남을 어쩌겠는가? 오랑캐들도 어쩌지 못하리라. ‘문풍지 비바람에 스치는 이 밤’에 헤어진 ‘네 동모’는 다시 만나 손을 맞잡고 덩실덩실 춤을 추고 있지 않을까?

손 모아 비손한다. 아마도 윤석중, 윤복진, 신고승 등 ‘세 동모’는 하반신 불구로 평생 수를 놓고 뜨개질하면서 지내는 서덕출을 업고, 하늘에서 내려오는 ‘눈꽃송이’를 함께 받아먹으며 해맑게 뛰놀고 있으리라. 이데올로기로 옭죄지 않는 나라, 아픔 슬픔 다툼 없는 하나 된 나라에서.

ChatGPT-4o 기반 AI 이미지 생성 도구를 활용하여 제작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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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박춘근 편집위원,  하성환 편집위원 

박춘근 편집위원  keun7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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