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의과대학생들도 호소하다

지난 9월 30일 오후 6시 50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3층 백남기 농민 빈소에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회견에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소속 신경외과 전문의 김경일 교수는 백남기 농민의 뇌를 찍은 CT 촬영지를 공개하면서 사고당시의 상태를 설명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호흡기내과 이보라 전문의도 수술 후 심정지에 이르기까지 된 과정을 설명했다. 기자들에게 백남기 농민 사망에 대한 정확하고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함이었다.

▲ 오른쪽에서 두번째 김경일 교수, 세번쩨 이보라 전문의

김경일 교수의 설명은 이와 같다.

1. 물대포를 맞는 순간 머리 피부가 3cm 찢어졌다. 물대포를 맞은 그 부위 뼈가 금이 가고 실핏줄이 터졌다. 그 충격은 안쪽으로 전해져서 경막(뇌를 싸고 있는 아주 두껍고 질긴 막)이 마치 몽둥이로 맞은 것처럼 되어 ‘경막’과 뇌에 붙어 있는 많은 혈관들이 순식간에 찢어졌다. 여기서 가늘게 나온 피, 철철 흘러나온 피가 고여 손바닥보다도 더 두꺼운 면적의 피가 뇌를 세게 누르게 되었다. 뇌를 세게 누르게 되니 전체의 뇌를 가르는 ‘가운데 막’이 눌리게 되었다. 한쪽 편에 있는 뇌실은 눌러서 다 찌그러졌고 반대편에 있는 뇌실도 잘 보이지 않게 되었다.

▲ CT 촬영지(사진 제공 : 방은미 주주) 피가 뇌를 눌러 뇌가 한쪽으로 밀려있는 것이 보인다.
▲ CT 촬영지(사진 제공 : 방은미 주주) : 뇌 가운데 막이 정상 뇌에 비해 오른쪽으로 밀려있다.
▲ CT 촬영지(사진 제공 : 방은미 주주) 오른쪽 정상의 뇌는 가운데 두개의 뇌실이 보인다. 백남기님은 물대포를 맞은 쪽 뇌실은 완전히 보이지 않고 그 반대편도 찌그려져 보인다.

2. 이렇게 되면 서 있지 못하고 환자는 죽은 듯이 눕게 된다. 피는 뇌를 누르고 뇌의 기능은 정지하게 된다. 뇌는 인간 뇌라고 하는 ‘대뇌’와 파충류의 뇌라고 하는 ‘숨뇌’가 있는데 이 사진의 상황을 보면 인간의 '대뇌'는 이미 정지했고 '숨뇌'도 정지시킨 상태다. 그런 상황에서 호흡은 없었고 눈동자도 8mm나 열려있었다. 뇌가 살아있다라는 증거는 한군데도 찾아볼 수 없었다. 당시 응급실 담당의사는 CT 촬영을 보고는 “수술을 해도 소생할 가능성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몇 시간 후, 진료팀의 제일 높은 분이 수술을 하자고 했다. 가족의 동의하에 수술실에 밤 11시에 들어간 것이다. 보통 응급실에서 사진을 찍고 수술실에 30분 안에 들어가는 것이 원칙이다. 이런 응급의 경우 10분, 20분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술을 하자고 하고도 더 시간이 지난 후에야 수술에 들어갔다.

3. 수술 후에 상황은 응급실에 올 때와 똑같았다. 반사작용조차 없는 상황이 사망할 때까지 똑같이 지속되었다. 수술 후 10달 동안 단 요만큼도 좋아진 적이 없다. 그렇다면 이 수술을 왜 했을까? 당시에 돌아가셨다면 물대포에 의하여 사망한 것이 된다. 이를 피하기 위한 연명이었다면, 사망의 시기를 늦추는 것이었다면 수술은 성공적이다. 혹시라도 살아나는 것을 의사가 진짜 생각했더라면 이 수술은 성공하지 못한 것이다. 수술이 성공했던 성공하지 못했던 백남기님 사망은 이 CT 사진을 본 사람들이라면, 일반인들이나 응급실 의사나, 상태를 논의했던 교수나 다른 의사들도 이것이 사망의 원인이라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4. 그런데도 의사(레지던트 3년차)는 진료부원장과 주임과장하고 상의하고 사망진단서를 썼다. 의무기록에 누구누구와 상의해서 사망진단서를 썼다고 기록했다. 이 진단서가 역사적인 기록물이 될 것을 알았던 것이다. 사망원인이 병사라고 한 사망진단서가 결국은 부검영장을 신청하는 중요한 자료가 되었던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04LcywGjSm0

(동영상 : 방은미 주주 제공)

이보라 호흡기내과 전문의의 설명이다. 

1. 지난 5월경 백남기님이 상태가 안 좋다는 연락을 받고 중환자실에 가서 면회를 했을 때 상태는 자발 호흡은 전혀 없이 기관절개를 통한 인공호흡기에 의존하여 호흡을 유지하고 있었다. 온갖 약물이 투여되는 줄 여러개가 끼어져 있었다. 그 당시 열이 나면서 혈압이 떨어지고 맥박이 빨라져서 승압제가 투입되고 있었다. 이렇게 몸이 된 이유는 다리 혈관 쪽에서 들어가는 수액이 혈관 밖으로 새어나오면서 염증이 생겨서였다. 약물치료로 반코마이신(신장독성이 있어 신부전을 조심해야하는 항생제)을 투여하고 있었었다. 또한 장운동이 전혀되지 않아 장에 마비가 와서 배가 부풀어 오르면서 가스가 차서 항문에 관을 끼고 억지로 가스를 뺐다.

2. 신경학적으로 볼때 백남기님은 수술 전이나 수술 후나 똑같았다. 아무 신경학적 반응이 없는 상태로 누워있는 사람은 세균과 곰팡이 온갖 바이러스에 아주 좋은 배지가 된다. 가만히 누워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몸 안에서 혈전이 생긴다. 그 혈전이 떠돌다가 폐혈관을 막아, CT 찍고 항응고제를 사용했다. 그동안 각종 세균과 싸우고, 여러 합병증과 싸우고 싸우다가 결국은 내부 장기가 다 망가졌다. 신체기능이 떨어지고 심장기능까지 멈춘 후에야 사망판정을 내리게 된 것이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 장례식장 3층 입구에는 서울대 의과대학생 102인이 쓴 ‘선배님들께 의사의 길을 묻습니다’ 라는 호소문이 실렸다.

▲ 서울대 의과대학생 호소문

선배님들께 의사의 길을 묻습니다. 

"고 백남기님은 지난해 11월 시위 도중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혼수상태로 사경을 헤매다 9월 25일 사망하였습니다."

(중략)

“외상의 합병증으로 질병이 발생해 사망하면 외상 후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사인은 ‘외인사'입니다. 이것은 저희가 법의학 강의에서 배운 내용입니다. 그러나 서울대병원 사망진단서의 내용은 저희가 배운 것과 달랐습니다. 직접사인으로 ‘심폐정지’를 쓰면 안 된다는 것은 국가고시 문제에도 출제될 정도로 기본적인 원칙이지만 버젓이 기재되었고 사망의 종류는 외인사가 아닌 ‘병사’로 표기되어 있었습니다."

(중략)

"사망진단서는 환자와 유족을 위한 의사의 마지막 배려라고 저희는 배웠습니다. 전문가 윤리를 지켜 오신 선배님들께서 이 사안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희가 소명으로 삼고자 하는 직업적 침해받는 사안에 대해 침묵하지 말아주시기를 간절히 청합니다. 저희가 어떤 의사가 되어야 하는지 보여주십시오. 저희는 선배님들께서 보여주신 길을 따르겠습니다."

학생들은 침묵하지 말아달라고 어떤 의사가 되어야하는지 보여달라고 선배의사들에게 물었다. 이들의 간청에 선배의사들 중 누군가는 답을 해주겠지 하고 기다려본다.

편집 : 이동구 에디터

김미경 주주통신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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