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우리의 길을 묻습니다

전국 15개 의과대학, 의과전문대학원생 809명은 ‘같이, 우리의 길을 묻습니다’라는 성명서에서 백남기 농민의 사망은 “외인사가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9월 30일 서울대 의대 재학생들은 ‘선배님들께 의사의 길을 묻습니다’라는 제목의 호소문을 붙였다. 10월 1일에는 서울대 의대 동문 현직의사 365명이 '서울대 의대 학생동문들이 후배들의 부름에 응답합니다'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붙였다.

[관련기사 보기] 기자들을 향한 외침 : 백남기님 사인은 '외인사'다(1차 성명서)http://www.hani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905

[관련기사 보기] "병사가 아닌 외인사", 서울대 현직 의사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답하다(2차 성명서) http://www.hani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906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세번째 대자보가 붙은 것이다. 가톨릭대학교를 비롯한 14개 의과대학/의과전문대학원 학생들 809명이 낸 성명서다. 이 성명서는 이날 오후 서울 혜화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3층 고 백남기님 빈소 입구에 붙여졌다. 그 옆에 나란히 서울대 학생들의 호소문, 서울대의대 동문 현직의사들의 응답문도 보인다.

 

15개 의과대학 / 의과전문대학원 학생들의 성명서의 전문은 이러하다.

‘같이, 우리의 길을 묻습니다’

지난 9월 30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학생들이 <선배님들께 의사의 길을 묻습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故 백남기 씨의 사망진단서가 의학적으로 어떠한 오류를 품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었습니다. 이제 우리들은 이번 사건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반추하고 선배님들과 동기들에게 연대를 요청해보려 합니다.

의료는 무엇보다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집니다. 이에 의료인들은 돈이나 명예 정치적 상황을 비롯한 그 무엇보다도 진리와 자신의 직무를 중요시하는 태도를 배우며 다른 직업들보다 높은 도덕성을 요구받습니다. 이는 그것이 단순한 인격도야의 길이여서가 아니라 그 자체로 국민보건과 의료체계를 유지하는 의사의 핵심적인 역할이고 사회적인 의무이기 때문입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의사의 상징이 된 것 역시 이런 이유 때문이며 앞서 나아가신 선배님들로부터 정치색과 이념으로부터 편을 가르기 전에 환자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환자의 자율성을 존중하라 배운 것도 이 때문입니다.

작금의 상황을 이러한 가르침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의학적인 오류와 의문을 남긴 채 부검 가능성을 열어준 사망진단서를 저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합니까? 외인사임이 명확한 故 백남기 씨의 죽음에 대한 잘못된 진단서로 의사 전체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는 상황을 저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합니까? 의사들조차 해당 사망진단서를 비판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이에 근거한 부검영장을 신뢰할 수 있으며 나아가 어떻게 환자들에게 의사들을 믿고 스스로를 맡기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혹여 단순한 실수가 아닌 다른 이유 때문에 해당 사망진단서가 이런 오류를 범하게 되었다면 의사와 의료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결국 국민 보건에 커다란 악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참된 의교료이라면 응당 이에 침묵하지 아니하고 자신의 직업적 양심을 지켜야하지 않겠습니까?

장차 대한민국의 의료를 책임질 저희마저 침묵한다면 환자와 양심을 외면하게끔 만든 권력의 칼날이 언젠가 저희를 향할 것입니다. 하여 저희는 선배님들께 배운 사회적 책무를 이행하고자 서울대 의과대학 학생들과 연대하려 합니다. 또한 선배님들께 고개를 돌려 감히 청하고자 합니다. 서울대 학생들의 물음에 동문 선배들이 답했듯 저희가 앞으로 걸어 나갈 길이 결코 혼자 걷는 가시밭길이 아님을 보여주십시오. 우리가 선배님들의 품에서 배운 지식이 현실의 권력과 위협 앞에서도 당당할 수 있음을 보여주십시오. 면면한 선배님들의 신뢰와 발자취가 한순간의 외압과 회유에 흔들리지 않음을 보여주십시오. 기로에 선 저희가 의사로서의 사회적 책무를 다할 수 있도록 선배님들 부디 목소리를 내 주십시오.

2016년 10월 3일(월)

15개 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 학생 809인

 

처음 서울대 의과대학생이 백남기님 '병사 아닌 외인사'라고 주장한데서 촉발된 성명서는, 서울대 동문 현직 의사들의 지지를 거쳐, 15개 의과대학. 의과전문대학원생들이 그 바톤을 이어 받았다. 이제 15개 의과대학 동문 현직 의사들은 물론 전국의 모든 의사들이 답할 차례다. 그들의 응답을 기다려본다.

편집 : 박효삼 부에디터

김미경 주주통신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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