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한번쯤은 높은 자리에 가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는 그냥 좋은 구경하러 왔다 라든가, 이번 기회에 한번 제대로 내 솜씨 발휘 해봐야지, 이 정도로 생각을 하면 적절한 것 같다. 물론 그 자리에 제 사람을 갖다 놓은 최순실 같은 사람들은 은혜를 베푼 당사자로서, 그 사람들을 자기 마음대로 부려먹을 수 있는 노예로 생각하며, 등골에 빨대 꽂고 마지막 한 방울까지 빨아먹을 생각을 하고 있으니 문제긴 하다. 그러니 가서는 안 될 자리, 자신이 어울리지 않는 자리라면 가지 않는 게 옳다. 그런데도 대부분 기뻐하며 간다. 그게 비극이다.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도 그런 사람들이 많이 등장한다. 지방대 출신에 홍대 대학원을 나오고 광고 영상과 뮤직 비디오로 능력을 인정받았던 차은택. 그냥 자기 갈 길을 꾸준히 갔으면 그래도 영상으로 밥은 먹고 살았을 텐데, 어쩌다가 최순실한테 걸려서 자기 등골 빨리는 줄도 모르고 호가호위 하다가 저 신세가 되었다. 이젠 일상으로 돌아오기 힘들 것이다.

김종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체육계 현장에 있었고 두산베어스 데스크 일도 했었다는데, 일하는 틈틈이 한양대에서 석사 박사를 해서 학위를 땄고 결국 한양대 체대 교수까지 됐는데, 한양대 교수로 계속 살았으면 이 꼴은 안 봤을 것을, 어쩌다가 최순실 앞잡이가 되어서 온갖 패악을 다 저지르다가 여기까지 왔는지 말이다. 이젠 교수 연구실로 돌아가긴 글렀다.

안종범도 미국 경제학 박사에 성균관대 교수까지 하던 분이 어쩌다가 경제수석이 되어서 대기업 삥뜯으러 다녔는지 모르겠다. 김종덕도 홍대 미대 교수인 분이 대학원 제자 덕에 문체부 장관까지 갔는데, 얼마나 가문의 영광이었을까마는, 자리가 중요한 게 아니고 무슨 일을 하느냐가 문제인데 말이다.

▲ 가늘고 긴 것들이 오랜 시간과 꾸준한 노력을 들이면 아름다운 편물이 된다. 빨리 빨리, 굵고 짧게 시대는 끝났다.

야튼 뭘 그리 오래 잘 살아보려고 양심을 다 팔았는지... 기껏해야 임기 5년 밖에 안 되는 대통령 믿고 영원을 꿈꾼단 말인가? 사람들은 그걸 모른다. 순간의 영화에 도취된 나머지 이 순간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망각한다. 지금 이렇게 좋은데 그건 또 어떻게 되겠지 라고 생각하는 듯 싶다.

유행가 가사에도 나오는 화무십일홍이요, 달도 차면 기운다는 이치를 왜 모를까?

물론 한 순간이라도 으쓱해 보고 싶은 마음과, 이 순간에 반드시 한 몫 챙겨야 한다는 조급함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그래도... 갑작스러운 행운에는 불행이 따르는 법이다. 로또 당첨은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라는 이야기들이 회자되는 것처럼 말이다.

노자는 이야기한다. 하늘과 땅이 오래 갈 수 있는 것은 스스로 오래 살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자신의 이익을 앞세우지 않기 때문이라고. 자신을 특별히 돌보려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老子 7 章

 

天長地久,

하늘은 끝이 없고 땅은 오래 되었지!

天地所以能長且久者,

하늘과 땅이 끝이 없고 오래 갈 수 있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以其不自生,

스스로 오래 살려고 하지 않기 떄문이지.

故能長生.

그런 까닭에 오래 오래 살 수 있는 것.

是以聖人後其身而身先,

이 때문에 성인은 자기 몸을 앞세우지 않지만 앞서게 되고

外其身而身存.

자기 몸을 바깥에 내버려 두어도 그 몸은 오히려 잘 살 수 있어.

非以其無私邪?

그 모두가 자신만 돌보려 하는 사사로움이 없기 때문이 아니겠어?

故能成其私.

그렇게 해야 비로소 자신을 제대로 돌볼 수 있는 법이거든.

 

* 원문 번역은 여러 번역본을 참고하면서도 원문이 주는 의미와 이미지에 충실하려 애쓰면서 조정미 나름대로 한 것입니다.

도덕경’은 기원전 4세기경 중국 도가철학의 시조인 노자(老子)가 지었다고 전해지는 책이다. 약 5,000언(言), 81장으로 되어 있으며, 상편 37장의 내용을 '도경(道經)', 하편 44장의 내용을 '덕경(德經)'이라고 한다. ‘도덕경’의 사상은 한마디로 무위자연(無爲自然)의 사상이라고 한다. 무위(無爲)는 ‘도는 언제나 무위이지만 하지 않는 일이 없다(道常無爲而無不爲).’의 무위이고, 자연(自然)은 ‘하늘은 도를 본받고 도는 자연을 본받는다(天法道道法自然).’의 자연을 의미하는 것이다. 결국 ‘도덕경’의 사상은 모든 거짓됨과 인위적인 것에서 벗어나려는 사상이다. [편집자 주]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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