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끝난 G20 정상 회의 기간에 문재인 대통령과 회담을 가진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오는 9월 6일 이틀간 블라디보스톡에서 열리는 제3차 동방경제포럼에 문재인 대통령을 주빈으로 초청하였다. 문 대통령이 이 초청을 수락함에 따라 취임 후 처음으로 블라디보스톡을 방문하게 된다.

이에 그동안 부산지역에서 사할린 동포 사업을 펼쳐온 부산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과 사할린한인역사기념사업회는 송기인 신부 등 부산 지역 원로 및 주요 인사들과 공동명의로 청와대에 보내는 호소문을 11일 발표했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블라디보스톡에서 귀국하는 길에 가까운 사할린 섬에 들러 일제 강점기 당시 탄광 등으로 끌려가 희생된 동포들이 가장 많이 묻혀 있는 유즈노사할린스크 제1공동묘역에 참배하여 줄 것을 건의한 것이다. 단체는 이와 함께 징용 후세대인 현지 사할린 동포 단체들과 사업차 건너간 한국 교민 단체들과의 간담회도 동시에 추진해 줄 것을 청와대에 요청했다.

호소문에 적힌 대로 문재인 대통령이 사할린을 방문하게 된다면 해방이후 최초로 대한민국 대통령 자격으로 방문하게 되는 것이며, 이는 일제로부터 해방된 후 단 한 명도 해방된 조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사할린 동포들의 통한의 한을 풀어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래에 그 호소문 전문을 싣는다.

 

[호소문] 사할린 동포들이 문재인 대통령께 호소합니다!

- 통한의 땅, 사할린을 방문해 주십시오

온 국민의 여망을 안고 대통령에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께 다시 한 번 축하와 감사를 드립니다. 대통령께서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위대한 촛불혁명을 통해서 선출되신 자랑스러운 대통령입니다. 사할린 동포들 역시 문재인 대통령의 탄생을 자신의 일처럼 기뻐하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문재인 대통령님!

러시아 사할린을 방문해 주십시오. 대통령께서는 푸틴 대통령의 초청으로 오는 9월 6일 블라디보스톡을 방문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귀국길에 사할린을 들러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일제 강점기가 끝난 1945년 8월 15일 해방 이후에도 4만 여명이 넘는 사할린 강제 징용 동포들은 꿈에서도 그리던 고국으로 한 명도 귀환하지 못했습니다. 당시 우리 동포들은 고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사할린의 작은 항구 오토마리(지금의 코르샤코프)로 몰려들었습니다. 그러나 항구에 도착한 일본 배는 일본인으로 확인된 사람들만 태우고 자신들이 강제로 끌고 온 조선인들은 일본 국민이 아니라는 이유로 항구에 팽개쳐 버렸습니다.

하루, 이틀, 일주일, 한 달, 두 달이 가도 돌아오지 않는 배를 기다리고 기다리다 일찍 온 추위에 얼어 죽고 굶어 죽고 병들어 죽은 사람들이 무려 4천여 명에 이르렀습니다. 당시 그 항구를 가득 메웠던 살아남은 조선인들은 꼼짝없이 사할린에 갇혀 눌러 앉게 되었고 그 후손들이 이제는 4세까지 이어져 지금은 러시아 국민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4만 여명이 넘는 강제 징용 동포들이 해방된 조국에 아무도 돌아오지 못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 피맺힌 한을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뒤에서 오는 트럭에 느닷없이 태워져 사할린까지 끌려가 강제노동에 시달다가 죽은 청년, 고요한 새벽에 집으로 들이 닥친 일제 순사와 친일파들에게 끌려가지 않으려고 저항하다 그야말로 개 패듯 두들겨 맞고 질질 끌려간 이제 막 사춘기를 지난 산골 소년, 혹독한 강제노동을 견디다 못해 탈출하다 잡혀와 1주일 동안 일제 탄광 노무계원들에게 고문을 당한 끝에 평생을 불구로 살다 쓸쓸히 죽어간 경상도 출신의 어느 총각, 무덤도 없이 버려져 지금은 어느 하늘 어느 산 아래 묻혀 있는지도 모를 흔적 없이 사라져간 수많은 사할린 강제 징용 동포들! 살아서는 혹독한 노동에 시달리다 죽어서는 그 이름조차 기억해 주는 이 하나 없는 무주고혼의 수많은 영혼들이 아직도 사할린 하늘 아래 떠돌고 있습니다. 일제로부터 해방된 이후 지금까지 대한민국 그 어느 정부도 사할린 동포들에게는 관심을 갖지 않았습니다.

▲ 유즈노사할린스크 제1공동묘역

존경하는 문재인 대통령님!

블라디보스톡에서 귀국 하는 길에 이 통한의 땅 사할린을 방문해 주십시오. 일제 강점기 사할린 강제 징용 동포들이 가장 많이 묻혀 있는 유즈노사할린스크 제1공동묘역에 들러주십시오. 그리하여 억울하게 생을 마감한 수많은 동포들의 영혼을 달래 주시고, 현재 사할린에서 살아가는 우리 동포들, 한민족의 핏줄임을 한시도 잊지 않고 살아가는 우리 동포들에게도 위로의 말씀을 전해 주십시오!

대통령께서 사할린을 방문하시면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후 최초로 사할린을 방문한 모국의 대통령이 되는 것입니다. 그동안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던 사할린 동포들에 대한 대한민국 정부차원에서 모국이 존재함을 공식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되는 것입니다.

대통령님의 방문은 사할린 동포들이 자신의 뿌리에 대한 깊은 인식과 함께 더 당당한 러시아 사회의 일원으로 자리매김 하게 되는 계기도 될 것입니다. 또한 이것은 한-러 우호 증진에도 크게 기여하게 되는 것입니다. 대통령님의 방문을 기원하며 좋은 소식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늘 건강하십시오. 감사합니다.

2017. 7. 11.

사단법인 사할린한인역사기념사업회(이사장 대전광수사 주지 무원스님)
사단법인 부산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상임공동대표 조기종/노무현재단 부산지역위원회 대표)
사단법인 사할린州 한국한인회(회장 현덕수, 사할린 SSD그룹 회장)
사단법인 사할린州 한인협회(회장 박순옥)
송기인 신부
김동수 박사(김동수 내과원장)
배다지(부산 민족광장 상임대표)
하일민(부산대 명예교수)
이태일(前동아대 총장)
혜총스님(前조계종 포교원장, 現조계사 성역화추진위원장)
정각스님(부산 영도 미륭사 회주)
김홍주(부산퇴직교사협의회)
이정이(6.15부산본부 상임대표)
방영식(한사랑 교회 목사)
채우식(민족공장 공동대표)
문정현(서봉 리사이클 회장)
이청산(前 부산 민예총 이사장)
이규정(논픽션 소설 『사할린』 작가, 前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이사장)
김종세(민주공원 관장)
이 영(前부산광역시 의회 의장)
김재규(前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이사장)
차상조(부산광역시치과의사회 부회장, 로덴치과 남구점 원장)
김종민(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공동대표, 재송부부치과 원장)
백승용(삼주그룹 회장)
문창섭(삼덕통상 회장)
서금성(한겨레신문 부산지역 주주독자클럽 회장)
정홍섭(동명대학교 총장)
백영제(동명대학교 교수)
박명숙(대한민국 최초 여자 국가대표 스키선수)
김필곤(부광농산유통주식회사 대표)
최상록(화랑영농조합 대표)
김필희(삼광사 신도회 부산진구회장, 진진주식회사 대표)
장영식(사진작가)

※이상, 부산지역 사할린 관련 단체 및 연명된 개인 이름은 정해진 순서 없이 나열한 것임

편집 : 안지애 부에디터

리인수 주주통신원  least-peopl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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