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평화통일기원 41 강명구 선수 유라시아 평화마라톤 16,000km] 마이더스 손의 고향

유라시아에서 들려주는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95~100일째 강명구 시민통신원l승인2017.12.10l수정2017.12.11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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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과 역사기행, 사랑과 모험, 평화운동, 처음에는 이 모든 결합에 어색했던 분들도 3개월 동안 나와 마음으로 동행하면서 이제는 많이 익숙해졌으리라 생각한다. 구석구석 다 돌아보지 못해 아쉽고, 달리면서 만난 이 놀라운 세상을 피곤한 몸으로 다 적어내지 못해 아쉽다. 문명의 배꼽 아나톨리아 반도에 위치한 오감을 만족시키는 신비로움을 갖고 있는 터키. 땅 속에 묻혀있는 것이 대지 위에 서있는 것보다 많은, 놀라운 전설의 나라 터키를 지금 달리고 있다.

▲ 변경된 터키~이란 일정

원래 계획했던 길은 사카리아에서 헨덱과 뒤즈베를 거쳐 에르주름을 지나 이란으로 넘어가는 고전적인 실크로드였다. 지금은 흑해 쪽으로 올라가서 흑해연안을 따라 달리고 있다. 조지아와 아제르바이잔을 통과해서 이란으로 들어가 카스피 해 연안으로 가는 길이다. 에르주름은 해발 2천 미터가 넘는 고산지역이다. 9월부터 눈이 내려 12~1월은 너무 춥고 폭설을 만날 수 있다는 현지인들의 조언이 받아들여 일정을 변경한 것이다. 사실 내가 제일 두려운 것은 동장군의 기습이다. 옛날 카라반들이 제일 두려워한 것이 마적 떼라면 나는 이 동장군의 기습이다. 예정에 없던 조지아와 아제르바이잔 두 나라가 추가되면서 거리가 좀 더 늘어나겠지만 안전하게 완주를 하는 방법을 택했다.

▲ 2017년 12월 4일 터키 Yanik에서 Adapazari까지 달리면서 만난 Sapanca 호수

    

▲ 2017년 12월 4일 터키 Yanik에서 Adapazari까지 달리면서 만난 Sapanca 호수

흑해(黑海)는 다른 바다에 비해 염도가 절반 밖에 되지 않는다. 외해와의 교류가 적으니 산소의 양이 절대 부족하여 서식하는 생물체가 제한적이다. 바닥에는 죽은 박테리아가 쌓여 황화수소를 발생시키는데 이것이 바닷물을 검게 만든다고 한다. 그러나 내가 보는 흑해는 검게 보이질 않았다. 흑해는 영어로는 Black Sea, 터키어로 Karadeniz라 한다. Karadeniz라는 말은 검은 바다라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kara는 북쪽을 의미하기도 한다고 한다. 튀르크인의 오방색은 한국과 일치한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동쪽은 푸른색, 서쪽은 흰색, 남쪽은 붉은색, 북쪽은 검은색, 중앙은 노란색을 상징색으로 두었다.

사카리아에서 흑해 연안에 처음 도착한 도시는 카라수이다. 카라수까지 비를 맞고 54km를 달렸다. 비가 오면서 갑자기 기온이 많이 떨어졌다. 카라수에 도착하자 가로수가 야자수인 것을 보고 이곳의 기후가 아열대 기후라 생각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 2017년 12월 5일 터키 Adapazari에서 Karasu까지

하지만 그 다음날 악차코차까지 가면서 하루 종일 눈비를 맞고 달렸다. 그야말로 동장군의 기습이었다. 단단하다고 믿던 나의 몸도 갑작스런 동장군 앞에서는 속일 수 없는 환갑의 몸에 불과했다.

▲ 2017년 12월 6일 터키 Karasu에서 Akcakoca까지 눈과 비를 맞으며 달린 길.
▲ 2017년 12월 5일, 6일 달리면서 만난 사람들 하단 왼쪽 사람이 달리는 나에게 차를 마시고 가라고 사무실로 초대한 사람이다.

결국 굴루찌에 와서 이틀간 감기몸살로 쉬어가는 창피한 일을 당하고 말았다. 아직 본격적인 동장군의 기습을 받지 않았는데도 몸이 축나니, 앞으로 수도 없이 만날 동장군의 기습이 두렵기만 하다.

▲ 2017년 12월 7일 터키 Akcakoca에서 Gülüç까지 길은 산길이였다. 터널을 5개나 지났다.

12월 6일은 사복경찰이 나를 세우고 이것저것 물어보더니 7일은 정복경찰이 또 불신검문을 한다. 그래도 다행히 고압적으로 대하진 않는다. 터키가 인류문명의 보고라고 하지만, 역동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나라이긴 하지만, 정정이 불안한 것이 이런 사소한 일에서 엿보여져서 씁쓸하다.

“터키는 인류문명의 야외 박물관이다.”고 토인비 박사는 말했다. 터키는 지난 5000여 년간 메소포타미아, 히타이트, 아시리아, 이집트, 그리스, 로마 등의 문명을 아우르는 문명의 집결지이기도 했다. 그 중에서 히타이트 문명은 터키에서 시작한 문명이다.

▲ 히타이트(Hittites)는 아나톨리아(ANATOLIA)의 동부, 메소포타미아(MESOPOTAMIA)의 북서부에 위치한다.(사진출처 : 다음 학습용어사전 세계사)

기원전 2000년 경 인류가 아직 청동기 문명에 머무를 때 터키의 수도 앙카라 부근에는 인류 최초로 철을 만들어 사용했던 히타이트 문명이 일어났다. 철기문명은 고대국가 설립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철제무기는 전쟁의 양상을 확 바꾸어서 기병위주의 기사들이 벌판에서 벌이던 전쟁을 보병 위주의 일반 병사들이 성벽을 쌓고 하는 전쟁으로 바꾸어놓았다. 전쟁은 더 규모가 커졌고 잔인해졌다. 철제무기 앞에서 동검은 장난감에 불과했다. 철기문명은 농기구에 혁신적인 변화도 일으켰다.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켰고 부자와 가난한 자가 생기게 되었다.

기원전 18세기 터키의 ‘하투샤’라는 지역에 철제 무기와 전차로 무장한 히타이트는 금방 주위 부족을 제압하면서 혜성처럼 등장했다. 히타이트는 바빌론을 제압하고, 이집트 전쟁에서 승리했다. 풍요로운 문화, 고유의 법전까지 갖추고 500년 가까이 발전했으나, 갑자기 역사에서 사라졌다. 20세기, 유적이 발굴되면서 히타이트 역사는 세상을 다시 한 번 놀라게 했다. 유적지에서 성문을 지키는 사자상, 이륜 전차를 타고 반달형 칼과 철퇴를 메고 행진하는 군신상, 도끼를 들고 있는 전사상 등이 발굴되었다. 더 놀랄만한 것은 발견된 점토판에는 기원전 1258년, 인류 최초 평화협정이 맺어진 ‘카데시 전투’ 내용이 수록되어 있었다. 우리가 그렇게 목말라하는 ‘평화협정’의 역사는 이미 3200년 전에 시작했던 것이다.

철을 만들기 위해서는 더 높은 온도의 불이 필요했다. 불에 바람을 넣으면 산소를 많이 공급받은 불은 더 거세계 타오른다. 이것을 풀무질이라고 한다. 불을 다루는 기술이 철기시대를 열었다. 히타이트는 당시 최첨단 기술인 제철 기술을 독점하고 완제품만 수출하였다. 철의 가격은 금의 5배, 은의 40배나 되는 귀중한 물건이었다. 부를 축척했던 히타이트는 기원전 1,200년 역사에서 사라졌다. 프리키아 왕국에 의해 멸망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그 후 아나톨리아 반도에는 절대 강자가 없이 여러 개의 작은 나라들이 등장한다. 그 중 하나가 고르디온에 있던 프리키아 왕국이다. 마이다스의 손으로 유명한 마이다스 왕이 다스린 나라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마이다스 왕이 실존한 셈이다. 신화 속의 그는 만지는 것마다 황금으로 변하게 하는 손과 당나귀 같이 큰 귀를 가졌다. 그는 술의 신인 디오니소스의 스승을 극진히 대접하여 황금의 손을 얻었지만 오히려 그 능력이 그에게 고통이 되었다. 만지는 것마다 황금이 되어버리는 것이 축복이 아니라 저주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그는 태양의 신 아폴론의 비파 소리를 저평가하여 당나귀 귀 같이 커다란 귀를 갖게 되었다. 터키에서 신라 경문왕의 이야기와 같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이야기를 만나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1950년, 고고학자들은 고르디온 부근에서 80여 개의 커다란 무덤을 발굴했다. 그 중 마이다스 왕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가장 큰 무덤을 발굴해서 시신의 방으로 들어서는 순간, 2,650년이나 견디어 온 나무로 만들어진 침대는 그대로 무너져 버리고 말았다. 발굴 당시 왕은 옷을 그대로 입은 채였으나 외부의 공기가 닿는 순간 먼지가 되어 날아가고 앙상한 뼈들만 남게 되었다.

마이다스 왕의 시신은 발굴 순간 먼지가 되어 바람에 날아갔어도 마이다스 왕의 황금 손이 주는 교훈은 현대 황금만능의 자본주의의 허상을 그대로 우리에게 고발한다. 먹는 음식도 손을 대는 순간 황금이 되어버리고, 사랑하는 모든 것들이 만지는 순간 황금이 되어버리는 마이더스 왕의 저주 받은 모습은 드라마 속의 사랑도 돈으로 하고 결혼도 돈 때문에[ 하는 재벌들 이야기와 별반 다르지 않다. 수갑을 차고 포토라인에 서는 재벌 2세들의 모습과도 겹쳐진다.

물질을 숭배하고 소유에 집착하느라 우리는 정작 사람답게 사는 법을 잊어버렸다. 지중해 바다의 펄떡거리는 고기처럼 첫 애인을 만나듯 가슴 뛰는 삶의 기쁨을 되찾으려면 먼저 마음의 평화를 얻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

 

▲ 2017년 12월 4일 터키 Yanik에서 Adapazari를 거쳐 12월 5일 카리슈까지 달리면서 만난 이정표
▲ 2017년 12월 4일 터키 Yanik에서 Adapazari까지 달리면서
▲ 2017년 12월 4일 터키 Yanik에서 Adapazari까지 달리면서
▲ 2017년 12월 6일 터키 Karasu에서 Akcakoca까지 달리면서 만난 이정표
▲ 2017년 12월 5일, 6일 달리면서 만난 사람들 하단 왼쪽 사람이 달리는 나에게 차를 마시고 가라고 사무실로 초대한 사람이다.
▲ 2017년 12월 7일 터키 Akcakoca에서 Gülüç까지 달리면서 만난 이정쵸
▲ 2017년 9월 1일 네델란드 헤이그에서 12월 7일 터키 Gülüç까지 달린 길 (누적 최소거리 약 3616.92km )

* 평화마라톤에 대해 더 자세한 소식을 알고 싶으면 공식카페 (http://cafe.daum.net/eurasiamarathon)와 공식 페이스북 (http://facebook.com/eurasiamarathon), 강명구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kara.runner)에서 확인 가능하다. 다음카카오의 스토리펀딩(https://storyfunding.kakao.com/project/18063)과 유라시안마라톤조직위 공식후원계좌(신한은행 110-480-277370/이창복 상임대표)로도 후원할 수 있다. 

[편집자 주] 강명구 시민통신원은 2017년 9월 1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1년 2개월간 16개국 16,000km를 달리는 유라시아대륙횡단평화마라톤을 시작했다. 그는 2년 전 2015년, '남북평화통일' 배너를 달고 아시아인 최초로 미대륙 5,200km를 단독 횡단한 바 있다. 이후 남한일주마라톤, 네팔지진피해자돕기 마라톤, 강정에서 광화문까지 평화마라톤을 완주했다. <한겨레:온>은 강명구 통신원이 유라시아대륙횡단평화마라톤을 달리면서 보내주는 글과 이와 관련된 글을 그가 마라톤을 완주하는 날까지 '[특집]강명구의 유라시안 평화마라톤'코너에 실을 계획이다.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강명구선수유라시아평화마라톤 100일째(2017년 12월 09일)

 

강명구 시민통신원  myongkukang@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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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평화통일기원 10 강명구 선수 유라시아 평화마라톤 16,000km] 동서독 물류를 연결하던 헬름슈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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