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과 함께 1. 과연 버틸 수 있을까

이상직 주주통신원l승인2019.08.22l수정2019.08.23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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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초 경복궁 사생대회에서 휠체어를 타고 있는 발달장애인과 함께

회갑을 보내면서 평생 사회 혜택만 누리고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받은 것이 너무나 많았다. 나도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주고 싶었다. 어려운 이웃들에게 내 작은 재능을 아무런 대가 없이 나누는 삶을 실천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중에서도 아주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어 누구나 쉽게 도전하지 못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서울시 50플러스재단을 알게 되었다. 이 재단에서 추진하는 수십 개 사업 중 발달장애인 돕기 자원봉사를 택했다. 첫 서류 심사에서는 탈락했다. 하지만 곧 기회가 왔다.

"안녕하세요? 이상직 선생님 맞으시죠?"

"네."

"다음 주에 면담하러 오실 수 있나요?"

"네. 고맙습니다!"

50대 합격자께서 3월 초 약 일주일 남짓 봉사하다가 힘들다며 그만두었다고 했다. 발달장애인센터장께서 아직도 봉사할 생각이 있으면 면담을 하자고 전화를 주신 것이다. 드디어 기회가 주어져서 4월 초부터 봉사하게 되었다. 이후 나의 생활에 커다란 변화가 찾아왔다.

첫날, 둘째 날에 놀랐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단순 수업보조 역할을 예상했는데, 그날 내게 맡겨진 일은 그 이상이었다. 수업 분위기는 어리둥절할 정도로 산만해서 한동안 무엇을 해야 할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수업시간에 계속 자기가 하고 싶은 단어만 되뇌는 청년, 자리에 앉아있지 못하고 돌아다니는 청년, 자기 자리에서 그대로 소변을 보는 청년 등 충격적인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힘들었던 일은 양치질을 돕는 일이었다. 반찬을 잘게 잘라 밥을 먹여 주고 나면 양치질을 시켜 주어야 한다. 먼저 제대로 씹지 못한 음식물 찌꺼기를 손가락으로 빼낸 후 칫솔로 치아를 닦아주는 일이다. 칫솔로 이를 닦아주려는데 입안에 남아있던 음식물이 얼굴에 튀었다. 순간 놀라 주춤했다. 어린 손자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내가 과연 며칠을 버틸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동시에 한 가지 묘안이 번뜩 떠올랐다. ‘그래, 내 아들이라 여기고 대해보자.‘

남에게 도움을 준다는 것은 나를 이기는 소중한 체험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 지난 5월 초 경복궁 사생대회에서 그림 그리는 발달장애인 청년들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이상직 주주통신원  ysangl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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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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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호진 2019-08-26 01:35:34

    송글송글 땀내 풍기며 기력도 없으면서 이런일을 한다는것은 참으로 기쁜일이기도 합니다, 비슷한 봉사를 5년이나 해 본적이 있어서 그 고통을 엄청 이해 합니다 우리가 이렇게 많은것을 누리면서 사는것도 일종에 사회 환원이라 생각하며 함께 늙어 갑시다 , 늘 곁에서 힘을 넣어주시는 이사장님게 다시한번 감사함을 표합니다.신고 | 삭제

    • 조형식 2019-08-23 22:21:09

      이사장님 대단하십니다
      돈기부 보다 몸기부를 통해 사랑을 실천하시는 모습에 존경의 마음을 전합니다
      문온 일도 바쁘신데 건강 유의하시면서 유종의 미를 거두시기 기원드립니다신고 | 삭제

      • 김정훈 2019-08-23 21:50:08

        봉사는 말보다는 실천이 훨씬 어렵다는걸
        모른사람은 없다.
        그러기에 함부로 도전이 쉽질 않다.
        이상직이사장님이야말로 할수있는 희생, 그리고
        사랑이었으리라. 존경스럽습니다.
        늘~ 그래 왔듯이... 오늘도 사랑스럽습니다!신고 | 삭제

        • 김미경 2019-08-23 11:19:44

          이사장님 최고 !!!!신고 | 삭제

          • 이재원 2019-08-23 07:56:37

            좋은일 보람된일 많이 하시고 계시네요.
            복많이 받으세요.신고 | 삭제

            • 하성환 2019-08-22 15:52:05

              글을 읽으면서 예전 관악고등학교에서 근무하던 시절, 특수학급 학생과 있었던 일이 생각나 웃음이 절로 나오면서도 참 아름다운 글입니다.신고 | 삭제

              • 강물처럼 2019-08-22 14:26:37

                이 선생님이라면 훌륭히 봉사일을 해내시리라 여깁니다. 고맙습니다...신고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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