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 곡우 다 지나고 낼모레가 입하인데

일찍이 우리 조상들은 절기(節氣)를 만들었다. 절기는 곧 철이요 계절을 뜻하는 농사력이다. 절기를 모르면, 철모르는 철부지(節不知)가 된다. 사리를 분간할 줄 모르는 어리석은 사람이다. 그러니까 밭 갈고 씨 뿌리고, 김매고 물대고, 거두고 갈무리하는 때를 모르는 사람은 어린애 같은 철부지 취급을 당했다.

1년은 24절기니 계절마다 6개씩이다. 봄을 뜻하는 절기는 입춘을 비롯하여 우수, 경칩, 춘분, 청명, 곡우다. 입춘은 봄을 시작하는 새해 첫날이요, 농사를 시작하는 날이다. 관리에게는 이날부터 점심(點心)을 제공했다. 그만큼 사람으로서 할 일을 시작하는 날임을 반증한다. 예전에는 해가 짧아지는 9월부터 이듬해 정월까지 아침과 저녁 두 끼를 먹는 것이 관례였다. 점심이래야 목마름과 배고픔을 겨우 면할 정도로 농사철에 먹는 '뎜심'이었던 것이다.

4월 19일은 봄의 마지막 절기, 곡우(穀雨)다. 24절기의 여섯 번째다. 곡우란 봄비가 내려 백곡을 기름지게 한다고 하여 붙여진 말이다. 아닌 게 아니라 사위는 지난 주말에 이천으로 내려갔다. 모판 만드는 일을 거들고 왔다. 예전에는 부정을 탈까 봐 항아리에 금줄을 쳐놓고 고사를 지내는가 하면, 농신의 질투로 쭉정이만 볼까 봐 이날은 부부가 잠자리를 멀리했다고 한다. 요즘도 정성은 한가지다. 사위는 그런 맘으로 꼬박 이틀 동안 아버지의 일년 농사를 돕고 왔다.

▲ 모판을 기계 속에 넣고 돌려주면 먼저 상토가 채워진다. 이어서 그 위로 볍씨를 뿌려주고 다시 상토를 덮는다. 그러니까 사진 속의 붉은 통 2개는 각각 상토와 씨나락이 나오는 곳이다. 기계 손잡이를 잡고 돌리면 상토 채운 모판이 한 개씩 이동하면서 볍씨가 자동으로 뿌려지고 그 위에 다시 상토가 골고루 뿌려진다. 육묘장에 부직포를 깔고 모판을 비닐하우스 안에 가지런히 놓으면 다시 자동살수장치가 작동한다. 모판을 만들고 2주 정도 지나면 모내기를 할 수 있다. 모를 찌고 모를 내고 모를 심을 일이 없다. 못줄을 지대로 못 잡는다고 타박맞을 이유도 없다. 좋은 세상이다.

마음이 다급하다. 교육청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해야 하니 기다리란다. 3월 21일 1차 지침, 4월 19일까지 2주 연장, 이제 다시 5월 5일까지 2주 연장이라는데 예서 말지 뉘라서 장담할까. 밑도 끝도 없다. 이 엄중한 시기에 할 말은 없다만 도대체 얼마를 더 기다려야 할까? 청명 곡우 다 지나고 낼모레가 입하인데…….

우리는 대면 작업이 아니다. 농사란 철이 있다. 때를 놓치면 몽땅 접어야 한다. 더는 아니다 싶다. 읍소하며 매달렸다. 200여 단원과 70여 학교에서 가만있을지 모른다고 을러댔다. 교육인생이모작지원센터의 명운이 달린 것처럼 판단해 달라는 말이 주효했을까? 4월 20일, 드디어 교육지원활동을 시작하는 날이다.

 

유정한 봄이라고 속이 없을까

독수공방에 낭군 기다리던 새악시도 아닌 것이

저마다 빗장 지른 채

눈 내리깔고 창문가에서 서성이니

아서라, 오던 봄도 물러가겠다.

 

보아야 봄이요

보여야 봄이다.

볼 수 있어야 봄이요

보이는 게 있어야 봄이다.

봄은 보는 것

그 중에 제일은 새봄이라

보이지 않던 것을 새로 보아야 새봄일 터.

 

가까이 오지 마라, 침방울 튀긴다.

손도 잡지 마라, 바이러스 옮는다.

오만 가지 잡것들이 천지도 모르고 깨춤을 추는 세상이라

모로 가고 비껴가고 에둘러 다니라.

내가 널 뜨악하게 여기고

니가 날 꺼림칙하게 여기니

나다니지 마라.

가까이 오지 마라.

입김 콧김 숨결 닿지 않도록

멀리 멀리 떨어지라.

그래야 내가 산다고

그래야 우리 모두 안전하다고

있는 정 없는 정 다 물리고

더 멀리 아주 멀리 떨어져 있으라 한다.

 

어쩌다가 우리는

유인우주선이 우주정거장에 도킹하는 대명천지에

사람과 사람 사이가 가까워지면 안 되는 세상

사람이 사람을 멀리하는 세상에 살고 있는가

사람과 사람 사이를 떼어 놓을수록 으뜸청정국가라니

아, 인류에게 팬데믹의 고통을 주는 것도 신의 뜻일까?

 

오죽했으면 “하나님, 꼼짝 마.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

라고 으름장을 놓는 놈이, 특정인을 추기면서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을 이어가는 세 번째 지도자가 되어줬으면 좋겠다.”

고 주문을 욀까?

그런데 그런 광인의 푸닥거리를 신의 계시라도 되는 양 기다렸다는 듯이

“전광훈 목사님과 한국기독교총연합 만세!”를 외치는 놈은 또 뭐냐?

살다 살다 참말로 별꼴 다 본다.

꼬락서니 하고는 넋 나간 놈이 따로 없다.

머잖아 수렁에 빠진 돌림쟁이가 눈에 띈다.

가련한 자여, 진심으로 싸지르니

지지리 궁상 그만 떨고 가만있으라.

두 눈 달린 애꾸눈이, 얽고 죄는 발목잡이

생짜 놓는 몽니쟁이, 아귀붙이(餓鬼--) 돈고지기(-庫--)

아무래도 신기(神氣)가 충만한 게

내림굿을 받지 않으면 혼비중천(魂飛中天)할 상이라

신병(神病) 다시 도지기 전에 3년마다 한 번씩 주기적으로 행하시라

징을 치면 안 되고 꽹과리를 쳐도 아니 된다

세상 잡귀 다 들러붙으니 방울도 흔들지 마라

어떤 경우에도 흰소리 잡소리 쇳소리는 내지 말 것

당신 몸주신을 위해 행하는 굿이니

태극기•성조기•엄마 부대 할 것 없이 모두 두고 혼자 가라.

당골 본색 드러낸 채 마귀 악령 교분 쌓고

갖은 잡신 물리치고 한 3년 빌다보면

의원 배지 달아보자 멍첨지 떼 아니 올까

발에 채는 복채더미 이고 지고 안고 베고

차떼기당 후예답게 굽이굽이 어둠 좇아

들머리판 명수답게 언죽번죽 철판가죽

이죽야죽 헤살놓고 대대손손 살고 지고

(계속)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박춘근 주주통신원  keun728@hanmail.net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