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판이 달아오른다. 누구에게 흥미진진할지 모르지만, 흔쾌하지 않다. 성인군자를 뽑는 게임이 아니라는 건, 상식을 가진 유권자라면 누구나 잘 알 텐데, 주류 언론을 자부하는 ‘매치메이커’들은 후보를 엉뚱하게 조명하느라 바빠 보인다. 어떤 내일을 유도하려고 그럴까? 정책을 살펴보는 건 부차적인 모양이다.

기후위기가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우리 후보가 내세우는 정책은 달라야 할 때가 되었다. 하지만 그런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당선이 먼저라서 기득권을 위해 미래세대의 생존을 위협하는 목소리에 영합하려는 모습이 보여 안쓰럽다. 그 대표적인 상황이 원자력이라고 잘못 사용하는 핵발전이다. 핵발전으로 미래세대 생존이 가능하겠나? 가혹하게 대비해야 할 기후변화 정책이 귀찮거나 싫어서 핵인가? 치료 과정이 고되므로 후손에게 독약을 마시라고 요구하는 것인가?

우리가 사용하는 에너지 중에서 전기는 얼마나 될까? 나라마다 다르고 지역마다 다를 텐데, 우리나라는 대략 10퍼센트가 안 된다. 그중 핵발전소가 생산하는 우리의 전기는 대략 30퍼센트를 차지한다. 후쿠시마 사고 이전, 70퍼센트 정도를 핵발전소에 의존하던 프랑스는 50퍼센트 이하로 수정하려고 안간힘이다. 그런다고 프랑스가 기후위기에 방관할 리 없다. 사실 핵발전소 전기가 30퍼센트 넘는 나라는 우리와 프랑스 이외에 거의 없다. 핵발전소를 안전하게 유지하는 비용이 점점 늘어나니 영악한 자본은 스스로 물러선다.

핵발전은 연료의 채굴에서 운영, 그리고 핵연료 폐기에 걸쳐 복잡하기 짝이 없다. 분명한 것은 복잡한 기계일수록 고장이 잘 난다는 사실이다. 이제까지 핵발전소 6개가 폭발했는데, 사실 사고 원인은 단순했다. 워낙 급박해 불행을 막지 못한 사고는 자연재해, 고위 연구자의 고집, 그리고 노무자의 단순한 실수였다. 피해를 복구하는 들어간 비용과 시간이 어마어마해, 정권이 흔들릴 정도였다. 사소하다 우기는 사고가 수백 번 발생한 우리나라는 앞으로 내내 아니 그럴까? 안전을 오만하게 장담하는 순간, 오히려 위험해질 수 있는 방식이 핵발전이라고 환경운동가는 분명히 한다.

독일 바이에른주에 있는 군트레밍겐 원자력발전소. 앞줄 맨 왼쪽에 있는 돔 형태의 작은 건물이 A호기 원자로, 오른쪽에 있는 낮은 원통형 건물이 왼쪽부터 B와 C호기 원자로다. 뒤에 서 있는 잘록한 형태의 높은 구조물은 냉각탑이다. A호기와 B호기는 이미 폐쇄됐고, C호기는 2021년 올해 말 폐쇄될 예정이다. 위키미디어 커먼스(사진출처 :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1019112.html)
독일 바이에른주에 있는 군트레밍겐 원자력발전소. 앞줄 맨 왼쪽에 있는 돔 형태의 작은 건물이 A호기 원자로, 오른쪽에 있는 낮은 원통형 건물이 왼쪽부터 B와 C호기 원자로다. 뒤에 서 있는 잘록한 형태의 높은 구조물은 냉각탑이다. A호기와 B호기는 이미 폐쇄됐고, C호기는 2021년 올해 말 폐쇄될 예정이다. 위키미디어 커먼스(사진출처 :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1019112.html)

핵발전소는 지구온난화를 예방하는가? 모든 에너지를 핵발전 전기만으로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어처구니없지만, 일단 상상해 보자. 건물 대부분의 난방도 트럭과 커다란 배도 전기로 움직이게 해야 할 텐데, 가능할까? 비행기를 전기로 움직이게 할 수 있을까? 오대양과 육대주를 다니는 자동차와 배를 만드는 데 얼마나 많은 철강을 비롯한 지하자원이 필요할까? 전부 전기로 채굴할 것인가? 가능하더라도 영악한 자본은 외면할 게 틀림없다. 화석연료로 비용 줄이며 갈 길을 굳이 외면하며 파산을 자초할 기업은 없다.

전기를 모르던 시절, 사람들은 나무를 태웠다. 석탄을 알고부터 석탄으로 물을 끓인다. 기후위기를 자초한 화석연료다. 석탄으로 끓인 수증기 에너지로 전기를 만들고, 사람들은 전기로 물을 끓인다.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에너지 손실이 있던가. 그 손실은 지구를 데우는 데 들어간다. 핵발전은 아니 그럴까? 수십만 년 지나도 안전하지 않은 사용 후 핵연료가 후손을 위협하는 핵발전도 에너지 손실은 대단해 화력발전소보다 심하다. 생산한 전기의 거의 10배 가까운 에너지를 허공으로 날리는 셈이다.

화력발전소는 이산화탄소로 공기를 데우지만, 핵발전소는 방사능으로 생물을 위험하게 만들 정도에 지나지 않을까? 엄밀하게 관리하면 문제가 없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오만한 핵발전이 그럴 리 없지만, 화력이든 핵이든, 바다를 데우는 건 마찬가지다. 거대한 터빈을 돌린 수증기를 식히려고 바닷물을 ‘온배수’ 용도로 끌어들이기 때문인데, 그 양이 핵발전이 화력발전보다 2배 가깝다. 뜨거워져 바다로 배출되는 온배수는 해양생태계를 크게 교란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바다가 따뜻해지면서 해양재난이 심각해질 수 있다.

관련학자는 해수 온도가 섭씨 1도 오르면 태풍이 두 배 정도 늘어난다고 주장한다. 일본과 한국의 발전소가 내놓는 양보다 월등하게 많이 배출하는 중국의 온배수는 우리 해양을 무섭게 데워 놓았다. 그 세 나라의 굴뚝과 자동차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얼마나 될까?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대선 후보는 어떤 정책을 내놓아야 하나? 5년 뒤 우리 젊은이들이 절망하게 만들지 않을 정책이어야 옳지 않은가? 미래세대의 생존을 생각한다면, 화력발전 못지않게 핵발전 역시 폐쇄가 답이다.

전기 없이 살자는 거냐는 반론은 치졸하다. 대안은 이미 차고 넘치지 않는가. 아무리 디지털과 메타버스를 내세워도 미래세대의 생존은 전기의 양과 무관하다. 미래세대는 로봇이 아니지 않은가. 온실가스를 넘치게 만든 이제까지의 개발, 선진국! GNP! 경제성장! 외치는 탐욕에서 벗어나 코로나19보다 심각해질 감염병도 예방할 수 있는 “생태적 삶”을 늦기 전에 모색해야 옳지 않을까? 그런 공약을 듣고 싶다.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http://www.catholicnews.co.kr)에 실린 기사입니다.
* 출처 : http://www.catholic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075

 

1988년 인하대학교에서 생물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5년부터 인천 도시생태환경연구소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0년부터 성공회대학교에서 환경 관련 강의를 수행하며 있으며 2021년부터 인천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어쩌면 가장 위험한 이야기>(이상북스 2019) 외 다수의 저서를 발간했다. 

 

편집 : 김미경 부에디터, 양성숙 편집위원

박병상 독자통신원  Brilsymbi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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