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교육청 교육자원봉사지원센터(이하 센터)는 지난 11월 13일(월) 14시부터 (사)자연을 사랑하는 「문학의 집•서울」 산림문학관 1층 중앙홀에서 ‘2023 교육자원봉사활동 공유회’를 열었다.

이날, 41개의 봉사단마다 1~4명의 단원이 참석하고, 센터장을 비롯하여 초대받은 150여 명이 참석하여 약 2시간 동안 ‘공유’를 다짐하고 ‘가치’를 기렸다.

13시 40분경, 오카리나 교육자원봉사단(한복임 외 6명)에 이어 서초구자원봉사센터 재능나눔봉사단(귄지윤 외 3명)에서 식전 행사로 공연을 시작했다. 오카리나봉사단에서는 ‘Serenade to Spring(시월의 어느 멋진 날)’, ‘Evergreen’, ‘고맙소’를, 재능나눔봉사단에서는 ‘You Raise Me Up’과 ‘Liber Tango’를 연주했다.

오랜만에 만나는 이들이다 보니, 사람 찾고 자릴 찾고 인사를 나누느라고 제법 어수선했다. 하지만, 번거롭던 자리가 금세 정돈된다. 역시 아이나 짐승이나 잡도리할 게 아니다. 요란하게 닦달하고 족치는 것은 아랫수다. 말없이 아름다운 선율을 들려주는 것만으로도 분위기는 그윽해진다.

지난 4월 13일, 제3대 센터장으로 선임된 백은경 선생이 먼저 단상에 올랐다. 얼굴 가득 웃음을 머금은 채 10여 명의 내빈을 소개했다.

그는 두 뺨에 서린 홍조를 감추지 못하고 목소리는 자못 떨렸다. 그래서 그런지 인사말 일성이 ‘떨림은 곧 긴장이 아니라 기쁨의 발로’라고 했다. 그러면서 함께한 봉사단원들이야말로 ‘센터의 발전과 성장의 원동력’이라고 추켜세우고, 봉사는 곧 ‘나’가 혁신적으로 거듭나는 새로운 공유 가치의 시발점이 아니냐고 되물었다. 내년에도 후년에도 ‘우리’의 자원봉사 여정이 끊임없이 이어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2016년에 본 센터의 산파 노릇을 했음을 강조하고, ‘의미 있는 활동을 오랫동안 하려면 누구보다도 선배들이 100세를 넘어 120세가 될 때까지 건강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단원들은 박수로 환호했다. 그리고 ‘서이초 사건’에서 보듯이 이제는 ‘나 중심주의’나 ‘내 새끼 중심주의’에서 벗어나 공동체형 학교로 지향점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나아가, 이웃은 물론 다문화 이주민까지 손잡아 줄 때 우리는 비로소 ‘열린 선진국’으로 성장할 수 있지 않겠느냐면서, 남을 위한 배려와 봉사가 곧 시대적 가치요 소명임을 천명했다,

공유회에서 격려사를 하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공유회에서 격려사를 하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박윤애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 이사장은 본인이 97세의 노모와 함께 살고 있다는 것을 밝히면서 사람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모두 존엄한 존재요, 언제까지나 존중받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곧바로 12월 5일이 ‘자원봉사자의 날’임을 상기하면서 우리는 예로부터 어려움에 빠진 이웃을 돕는 일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삶의 보람과 기쁨을 찾았던 대단한 민족이었다고 강변했다. 한편, 누군가 자원봉사를 ‘Luxurial Attention’ 즉, ‘남의 부러움을 살만큼 사치스러운 관심거리’라고 말했다면서 은퇴 후 풍요로운 삶임을 실감할 수 있는 까닭은 곧 봉사 활동을 하고 난 뒤의 즐거움이 크기에 가능하다고 말을 맺었다.

축하 공연이 이어졌다.
서울시립교향악단에서 퇴직한 이들이 활동하고 있는 서울상록앙상블봉사단에서는 김미애 단장의 지휘로 브람스의 헝가리무곡 5번, 하얀거탑 OST, 밀양아리랑 등 3곡을 잇달아 연주했다. 경쾌하지만 기품 있고 강렬하고 장엄하게 펼쳐지는 리듬과 멜로디에 한껏 고무된 청중 모두 브라보와 앙코르를 연발했다. 연주를 마쳤을 때 사회자(박춘식 센터지원봉사자)는 ‘문학의집’이 ‘예술의 전당’으로 바뀌었다고 하면서 다시 한 번 아낌없는 박수를 주문했다.

식전 행사로 공연한 오카리나 교육자원봉사단의  연주 장면
식전 행사로 공연한 서초구자원봉사센터 재능나눔봉사단의 연주 장면
서울상록앙상블봉사단의 축하 공연 장면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사례 발표였다.
시간 제약으로 모두 영상으로 대체하고, 3개 봉사단만 직접 발표했다.

난독교육 자원봉사단의 이영애 교사는 2022년 4월에 국민대학교 ‘ERiD 읽기쓰기클리니컬센터’와 협약을 맺고 ‘깨디와 한글마법사’라는 프로그램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14명의 단원으로는 힘에 부친다고 했다. 실제로 문해력이 뒤지는 학생은 읽고 쓰는 것은 물론 말하는 것 자체를 기피함으로써 여러 가지 문제를 낳고 있는데 하루빨리 난독증 학습장애지도사 양성이 시급하다고 했다. 아울러 지능이나 환경과 무관하게 ADHD(주의력결핍과다행동장애) 증세가 있는 학생이 적지 않지만,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이를 치유하는 데 한계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의 유•초•중등학교에 배추흰나비 애벌레와 번데기, 물벼룩, 올챙이, 히드라 등을 공급하고 있다는 생물학습자료지원 자원봉사단의 홍순길 단장은 어린이들이 개구리 배를 문지르다 보면 개구리가 채 10초를 버티지 못하고 잠에 떨어진다면서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고 서울은 물론 전국적으로 원하는 학교에 우송하다 보니 주말과 공휴일에도 활동한다고 해서 갈채를 받았다.

다문화한국어 교육자원봉사단의 박옥빈 단장은 한국어 자격증을 가진 여교사 7명이 동남아(베트남 캄보디아 필리핀 몽골 러시아 등) 결혼 이주 여성 11명의 언어 소통을 위해 일대일 교육을 하고 있다고 했다. 때로는 주거 문제나 복지 서비스 등 사회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어려움과 육아 및 자녀 교육에서 겪는 갈등까지도 떠맡을 때가 있다고 했다. 이주 여성이 거의 직장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그들의 집에서 교육할 수밖에 없다고 하면서, 외국인이 이미 5% 가까이 다다른 우리나라는 실제로 다문화국가에 근접하고 있는 만큼 더 많은 이들의 참여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제2부의 명제는 ‘가치’다. 가치는 곧 스스로 찾아가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서승미 힐송클리닉 실장이 진행한 타악기와 함께 떠나는 치유 여행, ‘edu-vol 음악 테라피’는 심리적 안정감을 찾아가는 참 좋은 기제임이 분명했다.

갑자기 귀에 익은 노래, 티 없이 맑고 청아한 은희의 ‘연가’가 흐른다. 강사의 유도에 따라 우리는 모두 눈을 감고 콧노래를 불렀다. 100여 명의 ‘청춘’이 부르는 구성진 노랫가락이 울려 퍼진다. 음치요 박치인 나는 기억까지 가물가물, 흐물거리는 가사를 되새겨 보지만 여전히 어물어물하고 만다.

비바람이 치던 바다 잔잔해져 오면
오늘 그대 오시려나 저 바다 건너서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빛도 아름답지만
사랑스런 그대 눈은 더욱 아름다워라.

그대만을 기다리리. 내 사랑 영원히 기다리리.
그대만을 기다리리. 내 사랑 영원히 기다리리.

20대에 강촌에서 목청껏 부르던 노래를, 70에 응얼거려 본다. 뭐라고 하는 이 한 명 없는데 왠지 아련하고 애틋하다. 하지만 상념에 젖을 새도 없다. 강사는 누군가의 버팀목이 되어 주고, 누군가에게는 안내자가 되어 주었을 그 소중한 순간들의 발자국을 떠올려 보라고 주문한다. 그리고 엽서를 나누어 주면서 마음상자에 담고 싶은 말을 5글자 정도로 적으라고 했다.

우리 5조는 9명이다. 저마다 한 구절씩 적었다. 이를 조합해서 발표했다.

나는 해냈다!
올 한 해의 봉사는 의미 있고 지속 가능한 사랑이었어.
음악이 흐르는 이 시각, 지금처럼 우리 함께 가 보자.
이 세상 다시없는 내 사랑 하니•서누•워니•영이, 그리고 또복아…….

5조 단원 9명이 쓴 엽서 9장을 문맥에 맞춰 늘어놓았다.
5조 단원 9명이 쓴 엽서 9장을 문맥에 맞춰 늘어놓았다.

 

5조로 배정된 그린에듀교육지원단 외 8명
5조로 배정된 그린에듀교육지원단 외 8명

공유회!
오늘의 행사명이다.
무슨 의미일까? 그 뜻은 자명하다. 공유는 공동 소유를 말한다. 하나를 둘 이상이 나누어 갖는 것이다. 따라서 공유는 곧 소유와 나눔을 의미한다.

주는 기쁨 얻는 보람이라고 했다. 기쁨은 보람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긍지와 자부심으로 채워질 테니, 주면 더 큰 것을 얻게 되는 이치다. 나눔이야말로 자기애(自己愛)다. 남산을 내려오면서 곱다짐한다. 나는 ‘이기적 봉사자’가 되어야 한다고.

충무로까지 걸어오는 동안 식전 행사에서 ‘Via Lactea(은하수)’가 연주한 ‘You Raise Me Up’과 함께 귓전에 ‘연가’가 사뭇 맴돌고 있다.

여전히 흐릿하게 읊조리면서 나는 비손한다.
밤이 깊어 갈수록 새벽은 가깝다고 했다. 처절하게 불타고 있는 내 가슴속 주홍글자를 지워버릴 수 없다면 차라리 내보이면서 용서를 구할 수 있기를. 그 길만이 지친 내 영혼을 치유하고 그대에게 다가갈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박춘근 객원편집위원  keun7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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