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닷새 동안 미몽에 빠져 지냈습니다. 그리고 몸에 탈이 나서 어제는 온종일 누워서 비몽사몽을 헤맸습니다. 부여에 정착하고 싶은데 주머니사정이 허락하지 않습니다. 땡볕에 열심히 집을 알아보고 다녀도 쉽지가 않습니다. 이래저래 풀이 죽어있는데 친구가 여기 괜찮은 것 같으니까 보라고 유튜브 영상을 보내주었습니다.

시골집을 수리한 건데 상태가 아주 좋아보입니다. 130평의 땅 한 가장자리에 집이 있어서 마당도 꽤 넓어 보입니다. 마당의 절반은 화단으로, 나머지는 밭으로 사용하고 있었지요. 게다가 등기까지 나있는 집입니다. 가격도 사용가능한 수준에 들어왔고요. 그런데 부여가 아닌 서천군에 위치해 있습니다.

지난주 금요일(14)에 서천에 다녀왔습니다. 집의 상태는 유튜브로 본 것과 다르지 않아서 흡족했습니다. 하나 걸리는 게 있다면 양 옆에 집이 나란히 붙어 있다는 것 정도였지요. 집을 얻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제 한 번 집을 구입하면 마지막 집이 될 테니까요.

토요일(15) 낮에 딸이 다니러 왔습니다. ‘아빠가 지내는 곳도 궁금하고, 마음에 든 집이 있다니 자신도 보고 싶다면서 말입니다. 그래서 그날은 부여 관광을 시켜주고, 이튿날인 일요일에 둘이서 서천에 다녀왔습니다. 집이 괜찮다면서 자신은 매수하는 것에 대해서 반반이라고 합니다. 쉽게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이지요.

서천에 다녀와서 궁남지랑 백제문화단지를 보더니 말합니다. “부여는 아빠랑 1월에 와보고 두 번째인데 정말 괜찮은 것 같아. 덜 개발된 경주같고, 그래서 여유로워서 좋아. 아빠가 왜 부여, 부여 하는지 알 것 같아. 난 지방에 내려올 마음이 없었지만 내려와 사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청년지원기금도 좀 자세히 알아봐합니다.

그 말을 듣고 천군만마를 얻은 것 같았습니다. 문제는 가시권에 있는 서천군 집 가격으로 부여에서 폐허수준의 집밖에 구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걸 수리하려면 또 수 천만 원이 들 텐데 그럴 비용이 없으니까요. 오후 서너 시쯤에 바비큐파티를 하기로 했습니다. 마트에서 장을 보는데 아내가 월차를 냈다면서 (16)밤에 도착한다고 합니다.

다음주말(22)에 온다더니 덜컥 계약을 할까봐 그전에 확인을 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아이가 잠깐 쉬는 동안에 텃밭에서 상추랑 고추를 따오고 불을 피웠습니다. 모닥불을 피우고, 숯에 불을 붙인 다음에 딸을 깨웠습니다. 힘들 텐데도 멀리까지 와준 게 고마워서 열심히 고기를 구웠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자식의 입에 들어가는 음식만 보아도 기쁜 게 부모 마음인 것 같습니다.

어떻게 숯불에 구운 게 이렇게 부드럽고 맛있냐?’면서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졌습니다. 아이는 삼겹살구이에 맥주를 홀짝이고, 부여시외버스터미널로 아내를 마중 나가야 하는 난 사이다를 홀짝거리면서 밤이 깊었습니다. 아내가 저녁을 먹지 않았다고 해서 늦은 밤에 다시 저녁상을 차리고, 밤늦게야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17() 세 식구가 서천에 다녀왔습니다. 애초에 서울토박이인 아내는 예상대로 반응이 시원치 않습니다. 아이는 반반이고, 나는 집이 썩 마음에 듭니다. 그런데 이미 부여에 마음을 빼앗긴 상태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됩니다. 오후에 둘을 공주역에 바라다 주고 오면서 결심을 했습니다.

집이나 땅은 인연이 있어야 거래가 되는 법이니까 체험일이 끝나는 719일까지 더 알아보자고 말입니다. 그전에 서천 집이 팔릴 확률이 높아 보이고, 부여에서 마땅한 집을 구하지 못하면 두고두고 후회하겠지만 어쩔 수 없다고 말입니다. 한 달 안에 원하는 곳을 찾아야 할 텐데.

편집 : 오성근 객원편집위원,  하성환 편집위원

오성근 객원편집위원  babsangman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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