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른 생각들로 순서도 정오(正誤)도 없다. 오호(惡好)와 시비(是非)를 논할 수는 있지만 대상은 아니다. 중복도 있으므로 고려하시면 좋겠다. 여러 차에 걸쳐 싣는다.
<내가 나에게>
1.
사는 게 뭔지 묻지 마라
어떻게 잘 살지도 묻지 마라
무엇하며 살지도 묻지 말고
왜 사는지도 묻지 마라
내가 누구인지도 묻지 마라
의혹을 가질 수 있으나
그에 얽매이거나 얽히지 마라
묻기 위한 물음일 뿐이다
그보다 실질 삶에 열중해라
그날그날을 충실히 살아라
그러면 된다
삶은 빛나고 아름다우며 신나기보다는
평범하고 지루하며 고통스러울 때가 많다
특별해질수록 삶은 무겁다
매임 없이 가볍게 삶이 좋다
사는 건 다 그렇고 그런 거다
2.
해 뜨면 일어나 밥 먹고 일터 나가고
퇴근하면 쉬다가 어둠이 짙어오면 잠잔다
그러다가 틈나면 놀러 가고 그게 삶이다
그런 게 심드렁하면 사이사이
음악도 듣고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며 살면 된다
특별한 것을 꿈꿀 수는 있으나
그것을 실현하려면 너의 삶은 고달프다
인생은 가능하면 소박하고 단순하게 사는 게 좋다
이 세상엔 그렇게 대단하고 위대한 것은 없다
다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허상일 수 있다
다만 차별 없는 사랑, 박애하다 감이 좋다
3.
그렇게 살다 때로 지루하고 따분하면
집과 일터를 떠나 들과 산과 바다로 가라
대문 활짝 열고 밖으로 나가 들길 걷고
길가 늘어선 풀잎 매만지며 이슬에 젖고
산에 올라 나무줄기와 가지와 잎을 잡아보고
숲 사이 오가며 노래하는 새와 짐승들
그들 모습을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좋다
냇가에 나가 물수제비도 뜨고
가끔 튀어 오르는 물고기도 보고
푸른 하늘 뜬구름과 인사도 하고
바닷가 모래사장 거닐며 끝없는
수평선 위에 마음 띄워도 좋다
天地江山海는 네가 찾기만 하면
늘 함께 놀아주고 친구가 된다
4.
네가 세상과 타인들 행태에 왈가왈부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기 전에 너 자신부터 돌아보라
그러고 나서도 정 할 말이 있으면
공개적인 언행으로 모범을 보여라
그게 우선이다
바른 삶은 그래야 하고 그런 거다
그렇지 못하다면 침묵하고 자숙하라
너의 부족과 모자람을 감추기 위해
타인들 흠을 지적하고 타박하지 마라
너보다 사람들이 먼저 안다
추하고 부끄러운 짓이다
5.
삶과 인생의 본질은 소박하고 단순함에 있다
외부에서 자기 뜻을 억지로 이루려 마라
다 부질없는 짓이다
세상은 네 뜻대로 되지 않고 될 수도 없다
어찌 보면 그게 당연하지 않겠느냐
뜻대로 다 이뤄진다면 세상이 어찌 되겠느냐
그래야 너의 오만과 불손도 방지할 수 있다
힘쓰고 노력하되 기대는 말라
너 자신에게까지도 기대하지 마라
겸손하고 근검절약해라
진실한 삶은 거기에 있다
6.
너는 세상과 타인들이 원하는 대로 했느냐
그렇지 못했다면 그들은 잘하고 있는 게 아니더냐
자연은 자기를 고집하지 않고 무엇도 이루려 않는다
사는 것으로 족하고 사실 생명 유지도 버겁다
그러기에 다툼이 없고 영원히 지속되리라
이 세상에 잠깐 왔다 가는 네가
무엇을 그렇게 많이 하려 드느냐
천지 기운이 흐르는 대로 주위 상황을 따르라
그러면 저절로 그렇게 되리라
순조롭고 수수하게 아름다운 삶을 이루리라
이런 보통의 삶이 평화로운 삶이다
대단하고 위대한 삶은 날마다 네 앞에 펼쳐진다
이를 놓치지 마라
오늘은 여기서 그친다
너를 지켜보리라
편집 : 김태평 객원편집위원, 하성환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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