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른 생각들로 순서도 정오(正誤)도 없다. 오호(惡好)와 시비(是非)를 논할 수는 있지만 대상은 아니다. 중복도 있으므로 고려하시면 좋겠다. 여러 차에 걸쳐 싣는다.
1.
모두 다 경험하셨겠지만, 세상살이는 참으로 복잡다단하고 미묘 난망합니다. 단순 삶을 지향한다지만 쉽지 않습니다. 잠시 살맛 나는 세상을 생각해 봤습니다. 이를 위해 조화로운 협력과 상생을 위한 통섭의 길을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까를 생각합니다. 만약 바람직한 인간사회의 통섭을 예술에 비견해 축약한다면, 그중에서 음악 특히 교향악과 교향악단에 가장 근사할 것입니다. 서로 다른 소리의 악기들이 조화를 이루며 연주하지만, 어느 하나도 상대 소리를 지배하거나 배척하지 않습니다. 대신 각자의 독립된 역할을 존중하고 협업함으로써, 의외로 새롭고 종합적인 음의 조화가 생성됩니다. 그렇게 탄생한 선율은 전혀 다른 차원의 새로운 화음을 창조하여 사람들의 심금을 울립니다. 우리 국가사회가 지향해야 할 통합(이념, 사상, 종교, 남북, 동서, 세대, 남녀, 신분, 빈부 등 )모델도 교향악단의 통섭 과정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를 생각합니다.
2.
그러나 현실은 교향악처럼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지 못합니다. 개인 간은 물론 개인과 집단 간, 집단과 집단 간의 이해관계의 상충으로 충돌하고 대립하면서 경쟁과 갈등이 필연적으로 따르기 때문입니다. 경우에 따라선 존폐를 걸고 혈투도 불사합니다. 따라서 단순히 “조화를 이루자, 협력하고 협조하자.”라는 원칙과 구호만으로는 국가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기 어렵습니다. 이참에 교향악의 특징과 장점을 간략히 살펴보고, 미흡하지만 우리 국가사회에 맞게 적용할 사항을 헤아려 봅니다.
<교향악의 통섭과 통합>
가. 역할 분배와 상호 존중
교향악단은 지휘자의 지도로, 각 악기가 자신의 고유한 특성을 살리고, 기능과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면서도 전체와 조화를 이루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지휘자는 단순 지도를 넘어 각각의 연주자들이 상통하게 하여 전체적으로 새로운 멜로디가 창조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역할을 주도한다. 즉, 각각의 연주자들을 서로 연결해 주는 도체(導體: conductor)가 된다. 국가사회도 마찬가지로 운영할 수 있지 않을까? 개인과 조직이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되, 타의 역할을 존중하고 때에 따라 협조하고 지원하면서, 공존할 수 있는 제도와 시스템이 갖춰지면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포용적 지도력과 민주적 의사결정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제도 도입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지도자다운 지도자를 세워야 한다.
나. 갈등을 조정하는 조직
음악에서도 인간사회처럼 불협화음이 존재하지만, 작곡기법과 조율로 해결한다. 사회도 마찬가지로, 갈등이 발생할 때 이를 조정하고 해결할 수 있는 공정한 대화의 장과 조정 기구를 갖춘 시스템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노동자와 경영진 및 정부 사이의 갈등을 해결하는 노사정위원회, 지역 간 격차를 줄이기 위한 국가균형발전정책위원회, 성별과 세대별 및 학력별과 인종별 차이를 좁히는 차별금지위원회 등이 사회적 조율 장치의 예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갈등 조정의 필수인 대화와 타협은 상대 존중과 배려 없이는 불가능함을 언제나 잊지 말아야 한다.
다. 개성(다름)과 다양성의 조화
교향악이 아름다운 이유는 모든 악기가 똑같은 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각 악기가 서로의 개성(다른 소리)을 살리면서 조화로운 화성을 이룬다는 점이다. 인간사회도 마찬가지로, 획일성을 추구하거나 강요하기보다는 개인의 개성과 특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이는 배려와 관유(寬柔)가 필수다. 이를 위해 다양성을 반영한 교육과 포용이 선제 돼야 한다.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고 수용하면 더 높은 차원의 성숙 사회로 발전할 수 있지만, 이들을 무시하면 수직 낙하하여 이전투구 야수 사회가 될 수 있다. 공동체 구성원 간 협력과 지원은 살기 좋고 살맛 나는 사회건설의 토대가 될 것이다.
라. 지배와 복종이 아닌 협업과 협조
교향악단에서 중요한 역할자는 지휘자다. 지휘자는 강력한 지도자와 독재자가 아니라 부드러운 조율자와 상통자 역할을 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인간사회에서도 지도자의 일방적인 지시지배와 복종굴종이 아니라, 수평적 협업과 상생적 협조 원리가 자리 잡아야 한다. 이를 위해 법의 공정한 집행과 제도의 공평한 적용, 그리고 민주적 소통구조가 필수라 하겠다. 소통과 협력은 소아와 이기심을 버리고 대아와 호혜여야 가능하다.
3.
결국, 인간사회도 교향악처럼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원리를 이행하고 실현해야 합니다. 차이와 다름을 인정하고, 경쟁과 갈등을 조정하며, 각자의 개성(차이와 다름)을 존중하는 풍토야말로, 진정 조화로운 사회로 가는 초석이 될 것입니다. 우리 사회의 건강한 목표는 뜬구름 잡는 원대한 이상론이 아니라, 실현가능한 구체적인 목표와 시스템 및 각자의 특장점을 살리는 호혜 문화여야 합니다. 또한 배려와 협력을 바탕으로 조화롭고 살맛 나는 아름다운 사회건설일 것입니다. 이런 점에 착안하면, 교향악에서 바람직한 인간사회의 모델을 찾을 수 있으리라 봅니다.
4.
사실 아름다운 사회의 답은 나와 있습니다. 가진 자들이 솔선수범하면 됩니다. 즉 권력, 재력, 명예, 학력, 재능으로 대표되는 현대문명 사회에서 힘이 있는 자들이 솔선수범하는 것입니다. 무엇을 솔선수범해야 하는가? 법과 질서를 지키기에 앞장서고, 위반했을 때 법대로 엄격하게 처벌을 받는 것입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힘 가진 자들이 규범을 어겼을 때는 스스로 과한 처벌을 받겠다고 나서야 합니다. 이들의 준법과 불법은 파급력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래야 공평공정하고 바람직한 사회를 선도할 것입니다. 여기에 좀 더하자면 자신이 가진 기득권을 나누는 것이죠.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평균 이상을 가졌다면 혜택이며, 자기 몫 이상을 차지한 것입니다. 가진 자는 자기 것을 쓰지 않는다 해도, 이미 가진 것만으로도 충분히 보상받았고 누린 것입니다. 더구나 약자와 나눈다면 나누는 행복까지 함께하니 추가 혜택이 아닙니까?
5.
국가사회 차원의 통합을 위한 용서와 화해는 잘못에 대한 원인 규명과 처벌이 선행돼야 합니다. 특히 국가의 존망과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국난 수준의 범죄는 더욱 그렇습니다. 아직도 우리 대한민국이 대한민국답지 못한 것은, 이를 이행하지 못한 결과임이 자명합니다. 2025년 무도한 전 정원의 행태로 정권교체가 이뤄졌습니다. 새 정부가 진정한 국민주권정부가 되는 길은, 매국과 반국가범죄에 대한 확실한 청산과 처벌이 전제돼야 합니다. 섣부른 통합과 화해는 또 다른 재앙의 불씨가 됨을 명심해야 합니다. 역사를 보면 압니다.
편집 : 김태평 객원편집위원, 하성환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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