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른 생각들로 순서도 정오(正誤)도 없다. 오호(惡好)와 시비(是非)를 논할 수는 있지만 대상은 아니다. 중복도 있으므로 고려하시면 좋겠다. 여러 차에 걸쳐 싣는다.

출처:필자
출처:필자

 

진선미(眞善美)
1.
누구나 진선미(眞善美: 진실, 착함, 아름다움)는 바로 안다. 단순하고 명확하기 때문이다. 별도 설명이나 토를 달 필요가 없다. 오래 보지 않아도,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바로 안다. 그만큼 간결하고 분명하다. 진실인지 거짓인지, 선한지 나쁜지, 예쁜지 미운지, 옳은지 그른지, 좋은지 싫은지 등도 그렇다. 오래 본 후에 진선미라고 한다면 가악추(假惡醜: 거짓, 악함, 추함)를 진선미로 속이려는 흑심과 숨김이 있다. 진리와 진실은 명약관화하므로, 오래 보거나 오래 생각지 않아도 바로 알 수 있다. 반면에 거짓과 가짜는 불분명하므로, 오래 보고 오래 생각한 후, 따져보아야 한다.


2.
맑은 하늘과 흐린 하늘, 황톳길과 자갈길, 맑은 물과 흙탕물, 큰 나무와 작은 나무, 태풍과 미풍, 높은 산과 낮은 산, 긴 것과 짧은 것, 맛난 것과 맛없는 것, 맞음과 틀림, 합법과 불법, 내 것과 네 것, 이 길과 저 길, 네 집과 내 집 등도 그렇다. 일일이 나열한 것은, 현 세태에서 이런 것들조차 혼란을 조장하여 뒤바뀌기 때문이다. 어찌하여 이런 세상이 되었을까? 암담하고 침통하다.


3.
수사가 많거나 말이 길어지면 진선미와는 거리가 멀다. 진선미는 길고 복잡하게 설명하거나 요리조리 돌릴 필요가 없다. 간명 간결하다. 길거나 복잡하면 가짜일 확률이 높다. 사기성이 짙다. 진선미는 대명천지에 훤히 드러나므로 꾸미지 않는다. 그럴 필요가 없고, 꾸미거나 장식하면 오히려 이상하다. 사실이고 진실인데 왜 꾸미겠는가? 짧고 단순할수록 진선미에 가깝다. 그러나 가악추(假惡醜)는 장막으로 가려 있고, 속이기 위해 흑암(黑暗)이 필요하다. 괴변과 요술로 본질을 흐리고 혼란을 일으킨다. 일부러 흙탕물을 튀겨 분탕질한다.

4.
불확실하고 의심되거나 다툼이 있으면 만천하에 공개하면 된다. 바로 진위가 나타난다. 공개를 꺼리면 가짜일 확률이 높다. 모호한 말로 설왕설래 장난치면 거짓이다. 속이는 거다. 거짓과 가짜는 염치가 없다. 막가파요 막장이다. 진선미가 밝혀지면 대다수에게 이롭고 소수에게 불리하지만, 숨기면 대다수에게 해롭고 소수에게만 유익하다. 어느 길을 택해야 하는지는 분명하다. 하지만 불의하고 무도한 소수에게 권력이 집중되면 진선미도 퇴색한다.


<진선미는 말이 없다 >

오래 보지 않았다.
오래 볼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도 알았다.
그게 진실이었고,
그건 착했으며,
그것은 아름다웠다.

왜냐고?
그냥 보면 바로 알기에.
오래 보아야 한다면
그건 꾸며낸 것이다.
오래 설명해야 한다면
무언가를 감추고 있는 것이다.

진선미는 말이 없다.
다만 존재한다.
눈앞에 선명하게,
태양처럼, 맑은 물처럼,
'나, 여기 있다'고 말하지 않아도
이미 존재가 오감으로 느껴진다.

그런데 지금,
세상은 왜 이토록 어지러운가.
거짓이 진실을 가장하고,
악함이 선함을 사칭하며,
추함이 아름다움을 도용한다.

그리고 말이 많아졌다.
긴 말, 어려운 말, 그럴듯한 말.
검은 말, 회색 말,
뿌연 말들의 난무로
진실은 물러날 수밖에 없다.
진선미의 자취가 희미해진다.
'공개할 수 없으면 가짜다.'
진짜는 숨기지 않는다.
진짜는 꾸미지 않는다.
진짜는 설명이 필요 없다.

그래서
진선미는 짧다.
한순간의 직관,
한눈에 드러나는 명료함.
흙탕물은
맑은 물을 더럽히기 위해 튄다.
어둠은
밝음을 두려워한다.

그리고 어떤 자들은,
빛을 감추려 한다.
드러남이 두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안다.
진실은 밝다.
선함은 조용하다.
아름다움은 말이 없다.
그러나 거짓은
말이 많고 숨긴다.
염치가 없다.


편집: 김태평 객원편집위원, 하성환 편집위원

김태평 객원편집위원  tpk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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