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천에서 만난 담쟁이넝쿨
우이천에서 만난 담쟁이넝쿨

가을빛 담은 담쟁이넝쿨

 

우이천 스쳐 흐르는 햇살 따라
네 잎은 하나씩 불씨를 받았다
맨 앞 강렬한 햇살 받아낸 너는
자랑스러운 붉은 자태 뽐내고
뒤이어 은은한 햇살 받은 주홍
 숨 고르며 수즙은 듯 물들었다
있는 듯 없는 듯 자리 메운 노랑
감칠맛 내어주는 조화로운 존재
가버리는 여름을 붙잡은 초록은
세월감이 서러운 듯 가여운 모습


우이천 걷다 내 발목을 잡은 건
낡은 벽 한자리 허전함 채워준
네 아름다운 색 때문이 아니다
백운봉에서 우이천까지 이어진
가을 햇살이 그린 수채화 한 폭
메마른 땅, 모진 바람과 추위를
견뎌내고 살아온 인고의 생명
수십만 년에 걸친 연륜의 빛깔
인간이 감히 흉내 낼 수 없기에
말없이 감탄하며 눈에 새긴다

 

편집 : 김미경 객원편집위원
 

김미경 객원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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