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이재봉 시민통신원은 현재 원광대학교 정치외교학/평화학 교수로 재임하고 있다. 1999년 창립한 북한동포돕기 단체인 <남이랑북이랑 더불어살기위한 통일운동> 공동대표이며, 함께 사는 통일 한반도를 만드는 <통일경제포럼> 공동대표이기도 하다. <함석헌 학회> 회장도 역임하고 있다. 

12월 10일 목포에서 열린 김대중마라톤 대회가 뜻밖에 큰 뉴스로 다루어졌습니다.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이 얼굴에 계란을 맞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5km 달렸다는 식으로 말입니다. 저도 그 대회에 참석해 21km 하프코스를 뛰느라 고생 좀 했습니다. 하필 그날을 앞두고 3일 연속 외부 강연하느라 연습을 거의 하지 못했거든요. 몹시 추운 날씨에 대회 시작 직전까지 비가 내려 젖은 신발로 뛰어야 했고요.

▲ 사진 출처 : 제 1회 김대중 마라톤 대회 홈페이지

꼭 10년 전, 42km 풀코스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완주한 경험만 믿고 무모하게 덤벼들었습니다. 마지막 2-3km를 앞두고 엄청 힘들더군요. 아들을 생각하며 인동초처럼 견뎌 겨우 낙오만 면했습니다.

10년 전 큰아들은 고3이었습니다. 갑자기 레슬링을 해보겠다고 하더군요. 평화학자/평화운동가의 아들이 왜 그렇게 폭력적인 운동을 하려느냐고 말렸지만 고집을 꺾을 수 없었습니다. 워낙 운동을 좋아하고 잘하는 아들이라 곧 학교대표로 뽑혀 꽤 큰 규모의 레슬링대회에 나갔습니다. 첫 게임에서 피까지 흘리면서 졌지만 패자부활전에서 살아남더군요. 그러다 중간에 너무 힘들다며 포기하고 싶다기에 대충 다음과 같이 타이르며 다짐했습니다.

“택호, 힘이나 기술이 부족해서 지는 건 괜찮아. 그러나 포기하는 건 안 돼. 이기고 지는 것은 능력에 관한 문제지만, 계속 하고 안 하는 건 의지에 관한 문제야. 남들보다 가진 게 적고 재능이나 소질이 부족하면 의지나 각오라도 굳세야지. 다쳤다면 기권할 수도 있겠지만, 힘들다고 기권하는 건 아들답지 않다. 이기든 지든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 아빠는 내일부터 달리기 연습해서 곧 마라톤 42km 완주할게. 아들 생각하면서 말이야. 아들은 굶어가면서 온종일 싸우는데, 아빠는 맘껏 먹으면서 그까짓 네 시간 정도 못 뛰겠어? 아빠는 아들 생각하며 뛸 테니 아들은 아빠 생각하며 힘내라.”

아들은 첫 경기에서만 지고 패자부활전에서 5연승을 거두며 3등 동메달을 땄습니다. 아빠는 두 달 동안 거의 매일 한두 시간씩 훈련해 전주 국제마라톤대회에서 42km를 네 시간 남짓 가뿐하게 뛰었습니다. 20대 초반엔 군대에서 10km 달리기에도 낙오했던 나약한 사병이었는데 말이죠.

▲ 지난 11월 말 김수임님 가족과 함께 달리기

이런 재미있는 기억을 떠올리며 뛰는데도 15km 쯤 달린 뒤부터 다리가 풀리기 시작하더군요. 아들에 이어 인간 ‘인동초’들을 떠올렸습니다. 혹독한 겨울 추위를 이겨내고 봄에 기어코 꽃을 피워내는 풀 같은 분들 말이죠. 대회의 주인공 김대중 대통령과 존경하는 ‘간첩’ 김낙중 선생, 제가 법정증언을 통해 응원했던 수많은 통일운동가들, 그리고 ‘한반도 평화협정’을 내세우고 유라시아를 횡단하겠다며 요즘 매일 40km 안팎을 뛰고 있는 ‘미친 평화마라토너’ 강명구 선생..... 시간이 흐를수록 의지와는 달리 다리가 천근만근 무겁게 되더군요. 한 순간도 멈추거나 걷지 않고 줄곧 달렸지만 마감시간을 넘길 뻔 할 만큼 힘겹게 완주했습니다.

지난달 말 김대중마라톤 대회를 소개하며 ‘미친 평화마라토너’ 강명구 선생을 후원해달라고 요청했었지요. 지난 8월에 22명(단체 포함)이 278만원을 후원해주셨ㄴ,ㄴ데, 이번에도 많은 분들이 호응해주셨습니다. 특히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인사수석을 지낸 정찬용 <인재육성아카데미> 이사장은 100만원이나 보내주셨더군요. 11월~12월 16명(단체 포함)이 227만원을 후원해주셨습니다. 지금까지 ‘미친 평화마라토너’ 강명구 선생을 후원해주신 분들에게 고개 숙여 감사 드립니다.

▲ 2017년 12월 18일 터키 Kayran에서 Ilisi까지 달리면서

* 평화마라톤에 대해 더 자세한 소식을 알고 싶으면 공식카페 (http://cafe.daum.net/eurasiamarathon)와 공식 페이스북 (http://facebook.com/eurasiamarathon), 강명구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kara.runner)에서 확인 가능하다. 다음카카오의 스토리펀딩(https://storyfunding.kakao.com/project/18063)과 유라시안마라톤조직위 공식후원계좌(신한은행 110-480-277370/이창복 상임대표)로도 후원할 수 있다.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이재봉 시민통신원  pbp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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