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평화통일기원 94 강명구 선수 유라시아 평화마라톤 16,000km] 방황하는 호수 로프노르

유라시아에서 들려주는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290~293일 강명구 주주통신원l승인2018.06.20l수정2018.06.20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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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발걸음이 황량한 사막에서 길을 찾는다. 전설처럼 시들어가던 청춘의 푸르른 꿈이 몇 년 전 미국 모하비 사막을 달리면서 다시 싹을 띄워냈었다. 지금 달리는 이곳 샨샨현은 2천 년 세월에 묻히고 모래에 묻힌 전설이 포도 알처럼 주렁주렁 달려있는 곳이다. 허물어진 흙벽돌 벽 사이로 타클라마칸 사막에서 건너온 모래바람이 스며든다. 사막에 서면 나의 찌질하고 누추한 삶마저 기름져 보여 왠지 우쭐해진다.

▲ 2018년 6월 17일~19일 샨샨을 통과하면서

‘어린 왕자’의 생텍쥐페리는 말했다. “모래언덕은 아름다움 그 자체이다. 사막은 그대에게 선물을 안겨 주고 그대를 변화시킨다. 그대 자신에 몰입하고, 좌절하고, 괴로워하고, 싸우며 갈증으로 들끓는 사막을 횡단하라.” 그러나 사막의 아름다움은 만만한 아름다움이 아니다. 그 절대의 두려움과 고독함, 바람과 태양 열기를 이겨낸 자만이 즐길 수 있는 아름다움이다. 사막은 고독한 어부에게 만선의 기쁨을 안기는 바다이다. ‘어린 왕자’는 말했다. “사막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우면서도 가장 슬픈 풍경이다.”

▲ 2018년 6월 17일~19일 샨샨을 통과하면서

열사의 바람이 부는 사막을 달리다 포도밭 옆을 지날 때면 포도밭 숲에서 나오는 듯 시원한 바람이 기분까지 상쾌하게 만들어준다. 포도밭 고랑마다 풍부하게 흐르는 물 또한 바라만 봐도 시원하다. 그러나 바라만 보는 것으론 충분치 않다. 조금 더 지나가다보니 맑게 흐르는 개울물 소리에서 전설 속 ‘누란의 공주’가 나를 유혹한다. 나는 신방을 차린 신랑처럼 급하게 웃통을 벗고 어머니 양수처럼 시원하고 안락한 물과 몸을 섞는다. 사막을 달리다 만나는 개울물에 미역을 감는 이 시원하고 상쾌한 맛을 설명할 방법은 없다.

▲ 샨샨에서 만난 오아시스

샨샨현은 투루판에서 남쪽으로 불과 6~70km 거리에 있는 작은 도시이다. 해발 2,300m의 안데스산맥 꼭대기에는 오랫동안 전설로만 존재하던 신비의 도시 마추픽추가 있다면 중국의 신장 지역 샨샨현 사막에는 전설로만 존재하던 ‘누란왕국’이 있었다. 누란왕국이 사막에 휩쓸려 가는 위기에 처했을 때 누란의 공주가 자신의 영혼을 사막에 바칠 테니 지켜달라고 소원해서 지켜냈다는 전설을 머금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사막은 이곳에서 시작하여 둔황까지 어떤 굳은 의지도 좌절시킬 만큼 길게 이어진다. 가도 가도 끝이 없다는 뜻의 쿠무다크 사막은 이곳의 남쪽에 위치한다.

▲ 2018년 6월 17일~19일 샨샨을 통과하면서

'로프노르' 호숫가에는 '누란(樓蘭)왕국'이라는 작은 오아시스 나라가 있었다. 이 도시국가가 언제 어떻게 성립되었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만 이 지역에 사람들이 신석기 시대부터 살기 시작했다는 것이 고고학적으로 확인되었고 누란의 미녀로 알려진 미라가 입고 있던 의복이 기원전 19세기 무렵 옷이라는 것뿐이다.

이곳은 기원전 176년 비로소 중국역사에 등장한다. 누란왕국은 실크로드 동쪽에 위치한 요충지로 실크로드를 지나는 상인들은 누란왕국에서 머물며 먼 여행을 떠날 채비를 하고 길을 떠났다고 한다.

평화롭게 살던 누란 사람들은 언제부턴가 흉노와 한나라 사이에서 눈치를 보며 살아가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왕의 아들 중 하나는 흉노에, 다른 하나는 한나라에 인질로 보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누란의 한 왕이 죽자 흉노에 볼모로 보내졌던 안귀가 왕위에 올랐다. 안귀는 왕위에 오른 후 한나라를 멀리하고 흉노에 유리한 정책을 폈다. 그러자 한나라는 안귀를 죽이고 한나라에 인질로 가있던 안귀의 동생 위도기를 왕위에 앉혔다. 한나라에 의해서 왕위에 오른 위도기는 로프노르에서 멀리 떨어진 ‘샨샨’으로 나라를 이전해야했다.

누란 사람들은 조상 대대로 뿌리내리고 살아오던 정든 로프노르 호숫가를 떠나며 눈물을 쏟아냈고 안귀의 부인은 안귀를 그리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누란 사람들은 호수의 전경이 제일 아름답게 바라보이는 언덕에 왕비의 시신을 묻어주었다. 그러다 누란왕국은 서기 630년에 돌연 사막 속으로 사라진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새로 태어나는 아이들은 누란의 기억도 로프노르의 기억도 없이 살아갔지만 그 왕비의 이야기만은 누란 공주의 전설로 변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있었다.

그로부터 천오백 년이 흐른 뒤 스웨덴 탐험가 스벤 헤딘이 사막 속에서 누란왕국 유적을 발견하게 된다. 사막 모래 속에 깊이 잠들어 있던 누란왕국 유적지에서는 불상과 불화, 사원 유적 등이 발견됨으로써 전설로만 존재하던 누란왕국의 신비가 베일 벗겨졌다.

스웬 헤딘와 그의 동료는 잃어버린 삽을 찾아 되돌아가는 길에 발견한 물줄기 하나에서 누란왕국의 흔적을 찾아냈다. 그 물줄기가 다시 살아나기 시작하는 로프노르 호수였다. 그리워 방황하는 로프노르 물줄기의 주기는 천오백 년이라고 한다. 천오백년이 흘러야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물줄기가 과연 전설답다.

로프노르는 몽골어로 강물이 흘러드는 호수를 의미한다. 사막에 흐르는 타림 강 지류는 퇴적물이 쌓이고 가끔씩 급류가 생기면 물길이 엉뚱한 방향으로 변하기도 한다. 그래서 얻은 별명이 ‘방황하는 호수’다. 누란왕국은 사막의 풍요로운 오아시스 로프노르를 중심으로 번영한 전설 속의 국가였던 것이다. 

더 치열하게 현실문제에 마주하려고 사막에서 방황하는 길을 택했다. 삶의 물줄기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길을 나섰다. 방황하다 전설이 되어버린, 물줄기를 바꾸어 전설이 되어버린 호수의 이야기가 왠지 귀에 솔깃하다. 오랫동안 방황하던 우리 역사가 이제 비로소 제대로 물줄기를 바꾸고 세계사의 전설이 될 것만 같다.

▲ 2018년 6월 17일~19일 샨샨을 통과하면서 만난 사람들

▲ 2018년 6월 17일~19일 샨샨을 통과하면서 만난 이정표
▲ 2017년 9월 1일 네델란드 헤이그에서 2018년 6월 19일 샨산 후방 72km까지(총 누적 최소 거리 9922km, 중국 누적거리 984km)

* 평화마라톤에 대해 더 자세한 소식을 알고 싶으면 공식카페 (http://cafe.daum.net/eurasiamarathon)와 공식 페이스북 (http://facebook.com/eurasiamarathon), 강명구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kara.runner)에서 확인 가능하다. 다음카카오의 스토리펀딩(https://storyfunding.kakao.com/project/18063)과 유라시안마라톤조직위 공식후원계좌(신한은행 110-480-277370/이창복 상임대표)로도 후원할 수 있다.

[편집자 주] 강명구 시민통신원은 2017년 9월 1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1년 2개월간 16개국 16,000km를 달리는 유라시아대륙횡단평화마라톤을 시작했다. 그는 2년 전 2015년, '남북평화통일' 배너를 달고 아시아인 최초로 미대륙 5,200km를 단독 횡단한 바 있다. 이후 남한일주마라톤, 네팔지진피해자돕기 마라톤, 강정에서 광화문까지 평화마라톤을 완주했다. <한겨레:온>은 강명구 통신원이 유라시아대륙횡단평화마라톤을 달리면서 보내주는 글과 이와 관련된 글을 그가 마라톤을 완주하는 날까지 '[특집]강명구의 유라시안 평화마라톤'코너에 실을 계획이다.

사진, 동영상 : 강명구, 현지 동반자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강명구 주주통신원  myongkukang@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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