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바그다드 카페>와 'Calling you'

김미경 객원편집위원l승인2019.08.13l수정2019.08.21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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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칠석에 시어머님 제사를 지냈다. 결혼 후 30년 넘게 지낸 제사인데 마지막 제사가 되었다. 내년부턴 시아버님 제사와 합쳐 지내기로 했다. 시누이가 “언니 그만큼 했으면 그만 해도 돼요. 다른 집들도 다 그렇게 한데요.”라고 제안하고 가족 모두 찬성했다. 아무리 시대가 바뀌었다 해도 나는 구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이다. 여름 제사가 힘들어도 내 입으로 그만하자 말을 못했다. 남편 속마음은 찬성이 아니란 걸 알았지만 시누이가 밀어붙이는 말에 얼른 ‘고맙다’고 했다.

내가 제사 음식을 다 하진 않는다. 동서와 시누이가 분담해서 해온다. 여름에는 자원해서 ‘전’을 맡은 동서가 제일 고생이라 항상 고맙게 생각한다. 시누이와 동서 둘 다 나보다 마음이 넉넉하고 배려심이 있어 여태 제사를 지내면서 분란 한 번 없었다. '여자의 적은 여자’란 말도 있지만 우리 여자 셋은 서로를 생각해주는 같은 편이다. 피 한 방울 안 섞였는데도...  

25년 전인가? 서울 살던 시누이가 부산으로 이사 갔다. 집 구경 겸 놀러 오라 해서 여름휴가에 맞춰 갔다. 가니 시누이와 어린 조카는 전염성 눈병에 걸려 있었다. 별 것 아닌 줄 알았다가 갑자기 눈을 뜨지 못할 정도로 심해져 밥도 해먹지 못할 지경이었다. 휴가가 아니라 시누이 식구들 밥치다꺼리 해주러 간 거였다.

눈병이 악화될 줄 몰랐던 시누이는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 했지만 나는 오히려 잘 되었다 싶었다. 시누이는 직장을 다니고 있는 나를 위해 큰 아이 5세부터 여름방학이면 아이를 데려가 돌봐주었다. 항상 고맙고 미안했던지라 조금이라도 신세를 갚는다 생각했다. 휴가 간 첫날부터 팔을 걷어붙이고 시누이 식구들을 돌봤다.

하루는 가까이 사는 시누이 시어머님이 오셨다. 뭔가를 도와주러 오셨다가 내가 이리저리 움직이는 걸 보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셨다.

“고맙네, 여자에겐 여자가 제일 좋은 거지.”

가끔 모임이 있을 때 이 말씀이 생각나곤 한다. 남자가 끼면 사소한 거라도 여자가 뭔가를 해줘야 하는 상황이 생기지만, 여자들은 서로서로 불편하지 않도록 스스로 알아서 움직인다. 솔직히 남자가 낀 모임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가 남자들 치다꺼리 하려고 모였나?' 이런 생각이 들게 하지 않는 남자는?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남편도 마찬가지.

'여자에겐 여자가 제일 좋은 거지'라는 말씀이 생각나는 페미니즘 영화가 있다. 1985년 작 <컬러 퍼플>, 1987년 작 <바그다드 카페>, 1991년 작 <델마와 루이스>, 2011년 작 <헬프> 등이다. <델마와 루이스>는 비극으로 끝나지만 나머지는 해피엔딩이다.

이 중 잘 알려지지 않은 영화 <바그다드 카페>를 소개하고자 한다. 주제곡인 Jevetta Steele이 부른 'Calling you'는 영화 <바그다드 카페>를 보기 전에 알았다. 이토록 아름다운 음악을 넣은 영화는 어떤 영화일까 궁금했다. 우선 음악을 들으면서...

 

 

<바그다드 카페>는 독일영화다. 뮌헨 출신 퍼시 애들론(Percy Adlon)이 감독했다. 유명 감독이 제작한 것도 아니고, 유명 배우가 나오지도 않는다. 심지어 두 여주인공 외모는 매력과는 거리가 있다. 멋진 풍광도 없다. 한 장소에서 알뜰하게 촬영한 걸 보면 예산도 많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야기는 감동을 준다. 영상미도 빼어나다. 음악과 함께 묘한 매력을 가진 여주인공 표정과 하늘빛 조화가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 독일여성 야스민과 미국여성 브렌다

주인공은 독일여성 ‘야스민’(마리안느 세이지브레트)’과 미국여성 ‘브렌다(CCH 파운더)’다.

독일에서 남편과 미국 여행을 온 야스민은 라스베가스로 가는 길에 남편과 다투고 차에서 내린다. 남편은 그녀를 붙잡지 않고 두고 간다. 그녀는 무거운 짐 가방을 끌고 모하비 사막 길을 고행하듯 걸어간다. 어디선가 ‘Calling you'가 흘러나온다. 야스민은 음악이 부르는 소리를 따라 걷다가 바그다드 카페를 만난다.

▲ 남편과 헤어져 홀로 사막을 걸어가는 야스민 뒤로 ‘Calling you'가 흘러나온다.

브렌다는 사막 한 가운데 덩그러니 있는, 손님들이라곤 사막을 지나는 트럭 운전자 밖에 없는 카페, 모텔, 주유소를 남편과 운영한다. 브렌다 남편은 책임감이 부족한, 모든 일을 브렌다에게 떠넘긴 게으름뱅이다. 카페 커피머신이 고장 나 새로 구입해야 함에도 시내에 갔다 매번 잊고 돌아오는 남편에게 화가 난 브렌다는 남편과 한판 싸움을 벌이고, 남편은 집을 나가 버린다.

▲ 야스민과 브렌다가 처음 만난 장면

두 사람이 처음 만난 장면은 인상 깊다. 남편에게 버림받은 야스민은 더운 사막을 걸어오느라 땀 범벅된 얼굴을 손수건으로 닦는다. 브렌다는 남편 가출로 더 고된 신세가 된 처지가 서러워 흘린 눈물을 손수건으로 훔친다. 고통을 닦아낸 손수건을 손에 쥔 둘은 우연인 듯 운명인 듯 그렇게 만난다.

▲ 브렌다을 돕기 위해 카페 표지판을 청소하는 야스민

야스민은 브렌다 모텔에 묵으면서 브렌다의 고생과 불행을 가엽게 여긴다. 그녀를 돕고자 하지만 매사에 공격적이고 부정적인 브렌다는 차도 없이 맨몸으로 갑자기 나타난 야스민을 의심하고 경계한다. 심지어 경찰에 신고까지 한다.

▲ 브렌다 아들 살로모가 연주하는 바흐 평균율에 심취한 야스민. 살로모는 이 순간 자신을 알아준 야스민에게 마음을 열고 루디는 음악을 감상하는 야스민의 아름다운 모습에 반한다.  

하지만 야스민의 진심은 점차 사람들 마음을 움직인다. 철없는 딸과 아들부터 시작해서 브렌다 마음까지 녹인다. 그들 모두에게 웃음이 찾아오고 야스민을 따르게 된다. 하늘도 그들을 축하하는지 무지개가 뜬다.

▲ 브렌다 딸 필리스와 함께 부메랑을 던진 후 즐거워하는 야스민과 필리스

야스민은 마술을 연습해서 바그다드 카페를 찾아온 트럭운전자들에게 마술쇼를 보여준다. 이 마술쇼가 소문이 나자 바그다드 카페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바쁘게 돌아가는 카페에 신이 난 브렌다 가족들도 활기가 넘친다.

▲ 루디와 야스민

처음부터 야스민에게 호의를 베푼 루디는 헐리우드 영화장에서 세트를 그리던 화가다. 그는 어떤 연유에선지 바그다드 카페 옆 컨테이너에서 하루하루 건들건들 산다. 루디는 야스민의 고결한 영혼에 반해 그녀를 그리고 싶은 열정을 갖는다. 야스민은 모델로 루디 앞에 서고 딱딱한 독일여성에서 고혹적인 여성으로 다시 태어난다. 모두에게 마법 같은 삶이 찾아온다.

하지만 야스민은 비자가 만료되어 독일로 돌아간다. 외롭고 고단한 삶에 피폐해진 사람들 마음을 사랑으로 녹인 야스민이 사라지자 사람들은 다시 웃음과 의욕을 잃는다. 카페는 다시 그들 마음처럼 텅 비어 간다.

▲ 둘의 재회, 두 사람 마음을 읽은 듯 하늘빛 마저 푸르다.

얼마나 지났을까? 다시 들려오는 'Calling you'와 함께 야스민은 돌아온다. 그녀의 마법에 걸린 바그다드 카페에 더 화려한 봄날이 찾아온다. 다시 야스민을 잃을 수 없었던 루디는 그녀에게 청혼한다.

▲ 다시 돌아온 야스민과 브렌다 딸 필리스가 카페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철딱서니 없는 식구들 속에서 혼자 이리 뛰고 저리 뛰며 가족을 돌봐야했기에, 그 고단함을 가족 누구도 알아주지 않기에, 무례하고, 거칠고, 건조한 브렌다에게 야스민은 아낌없는 물이 되어 주었다. 그 물은 브렌다 마음을 적시고, 따뜻한 싹이 나오게 하고, 풍요로운 결실까지 주었다. 브렌다는 그런 야스민을 가족으로 받아들인다. 우정을 넘어 가족애가 싹튼 것이다. 루디가 청혼할 때도 야스민은 “브렌다와 상의할께요.”라고 답한다. 性을 떠나 야스민과 브렌다는 애정과 신뢰로 진정한 가족을 이룬 것이다.  

이 영화평은 어떨까? 깐깐한 평점으로 유명한 Rotten Tomatoes은 10점 만점에 8.9를 주었다. 뉴욕타임즈는 ‘형언할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인 영화다’고 했다. 주제곡 'Calling you'는 수상은 못했지만 제61회 아카데미시상식 주제가상 후보에 올랐다. 제23회 Guldbagge 영화제에서, 아만다, 세자르 영화제에서도 외국어영화상을 받는 등 전 세계 영화제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실속도 차렸다. 미국에서만 359만불을 찍었으니...

▲ 모하비 사막과 하늘

한국에서는 아쉽게도 주목받지 못했다. 1993년 개봉했지만 흥행에 실패했고, 2016년 화면을 정비하고 무삭제 재개봉했지만 역시 성공하지 못했다. 이 영화를 3번 보았다. 3번 볼 때마다 매번 새롭게 느끼는 것은 하늘색이다. 모하비 사막 하늘이 시간에 따라 스토리에 따라 신비롭게 변해간다. 그 하늘을 질리도록 돌리고 또 돌려 보았다. 지나면 또 보고 싶다. 수십번 들어도 질리지 않는 'Calling you'와 함께...

이번에는 George Michael과 Queen이 부른 'Calling you'.    

'Calling you'

A desert road from Vegas to nowhere
Some place better than where you've been
A coffee machine that needs some fixing
In a little cafe just around the bend

I am calling you
Can't you hear me
I am calling you

A hot dry wind blows right through me
The baby's crying and I can't sleep
But we both know a change is coming
Coming closer sweet release

I am calling you
Can't you hear me
I am calling you

사진 출처 : 다음 영화

편집 : 박효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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