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트리올 이야기 20-2. ‘Riboclub’ 학회에서 대가를 만나다

이지산 주주통신원l승인2019.10.03l수정2019.11.06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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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에서 만났던 가장 인상 깊었던 교수님 3분을 소개한다. 먼저...

Joan Steiz

앞글에서 잠깐 소개한 바 있는 미국 Yale대 유명한 과학자다. Joan Steiz의 남편인 Thomas Steiz 또한 Yale대 교수이자 2009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저명한 과학자다. 둘은 하버드대 박사과정을 하며 만났다고 한다. Joan Steiz는 James Watson(DNA가 이중나선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밝힌 과학자) 실험실이 처음으로 배출한 여성과학자다. Joan은 박사를 졸업하고 캠브리지 대학에서 박사후과정을 했다. 여기서 Joan은 유명한 발견을 한다. DNA 중간 산물인 RNA가 어떻게 단백질로 만들어지는지를 발견한 것이다. 이는 1970년, 과학지 중 탑인 Nature지에 실린다. 이후 남편 Thomas Steiz와 같이 미국 버클리 대학으로 향한다.

하지만 버클리는 남편에게만 교수직을 제안하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Joan에게는 교수직을 제안하지 않았다. 버클리에선 부인들이 남편실험실에 들어가 행정업무를 보며 잘 지내고 있다며 Joan에게 사무직을 권한다. 이에 남편 Thomas는 버클리 교수직을 거절하고 둘은 Yale대로 향한다. Yale대는 Joan과 남편에게 나란히 교수직을 제안했다. Joan은 여기서 RNA 연구를 이끌어가면서 좋은 결과를 내고 제자들을 배출한다. Joan Steiz는 현재 78세이지만, 아직까지도 활발히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Joan은 아직도 남아있는 남성 위주 연구문화를 깨기 위해 노력중이라고 했다. 실제로 학회에 가면 발표자 남여 비율이 9:1이다. 교수진을 보면 남성이 여성보다 월등히 많다. Joan Steiz도 이런 문화에서 과학자로 인정받기 위해 남들보다 2배 성과를 내고 일을 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Joan Steiz의 얼굴엔 고난과 힘듦에서 온 주름보단 미소와 친절에서 온 주름이 가득하다. 그러곤 각지에서 열심히 연구에 임하고 있는 본인 제자들을 보면 힘이 절로 난다고 했다.

환하게 웃는 모습과, 부드러운 말투가 마치 오래 전에 알던 사람처럼 마음을 편하게 해주었고, 인내, 긍정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 여성 삼총사는 강의를 듣고 와 Joan Steiz에 대해 끊임없이 얘기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잘 이겨내리라 다짐하며 눈빛을 반짝였다.

 

Adrian Krainer

미국에 있는 Cold spring harbor laboratory에서 연구하는 교수님이다. Adrian Krainer는 2002년부터 현재까지 척수성 근위축증을 치료하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

척수성 근위축증은 SMN 유전자에 변이가 생겨 SMN 단백질을 몸에서 제대로 만들지 못하면서, 척수와 뇌간에 있는 운동신경세포를 약화시켜 근위축이 발생하는 병이다. 발병률은 신생아 60,000~100,000명당 1명 정도이고, 대부분 출생 후 2년 만에 사망한다.

Adrian Krainer는 척수성 근위축증 치료 가능성이 있는 물질을 2002년 발견하였고, 이후 제약회사와 공동 연구로 치료제 개발을 위해 힘써왔다. 드디어 2014년, SMN 단백질을 70% 회복할 수 있는 치료제를 개발하여 환자 122명을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진행했다. 결과는 너무나 획기적이었다. 약을 먹은 환자는 3개월 뒤부터 약을 먹지 않은 환자보다 뚜렷하게 근위축률이 줄어들었다. 2년 내 사망 고비를 넘겨 현재까지 건강하게 자전거도 타고 수영을 하며 정상적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 연구결과로 약은 Spiraza라는 이름으로 2016년도 FDA 허가를 받고 대중에게 처방, 판매되고 있다.

▲ Adrian Krainer 교수님

Arian Krainer 교수님은 14년 동안 치료제를 개발하면서 자유롭게 걸어 다닐 수 있는 환자들을 생각했다고 한다. 환자들이 오히려 본인에게 힘이 되었다고 말한다. Adrian Krainer 교수님 강의가 끝나고 나서 끊임없는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아이들에게 새로운 삶을 줄 수 있다는 것... 얼마나 아름다운가?

어느 날 점심시간, 본인이 같이 식사를 하고 싶은 교수 테이블에 가서 점심식사를 하는 이벤트가 있었다. 나는 Adrian Krainer 교수님이 게신 곳으로 달려갔다. 교수님은 환한 미소로 나와 다른 학생들을 반겨주었고, 우리가 하는 질문 모두에 성심성의껏 대답을 해주셨다.

교수님께 혹시 다른 질병을 위한 치료제를 개발 중인지 물었다. 암과, 유전성 유아 뇌암을 치료하기 위해 연구 중이라고 하셨다. 이 외에도 나와 다른 학생들의 질문 공세에 미소와 격려를 잊지 않으셨다.

 

Phillip Sharp

내가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연구하고 있는 RNA분야에 한 획을 그은 신적 존재다. 이분은 1993년 신체물리 및 약학으로 노벨 생리학-의학상을 타셨다. MIT 교수다. 현재 나이가 75세임에도 활발히 연구를 하고 계신다. 이분도 Joan Steiz와 마찬가지로 James Watson 연구소에서 연구를 진행하였으며 RNA가 어떤 과정을 통해 단백질로 만들어지는지를 발견했다.

▲ Phillip sharp 교수님

이분의 연구 결과는 그동안 우리를 궁금하게 했던 문제를 해결했다. 초파리와 인간 DNA는 사실상 2배도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초파리보다 신체적으로 더 복잡하고 교묘하게 만들어져있고, 다양한 단백질을 만들어낸다. 그 이유는 RNA에서 단백질이 되는 과정에서 RNA가 다양한 형태로 잘리게 되어 수많은 형태의 단백질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바로 이 과정을 Phillip Sharp 교수님이 밝혀내셨다.  

이 발견은 새로운 연구 분야의 문을 열었고, Arian Krainer 교수님 또한 이런 연구 분야를 기반으로 새로운 질병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었다. Phillip Sharp은 현재도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기 위해 선구자처럼 연구를 지속하고 계신다. 교수님의 열정은 학회 내내 느낄 수 있었다. 강의 내내 앞자리에 제일 먼저 와서 착석하셨고, 강의마다 연구결과에 중요한 질문을 하셨다. 75세의 나이임에도 샤프한 사고와, 연구에 대한 열정이 마치 무엇이든 가능할 것 같은 힘을 느끼게 해주었다

다른 박사 학생들과 만남

학회 도중 커피시간, 자유시간이 종종 있어 다른 학생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학생들은 적극적으로 서로 연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다른 학생들에게 질문도 하며 관심을 보였다. 학생들이 연구하고 있는 곳은 캐나다, 미국, 독일, 벨기에, 일본, 중국 등 다양했고 분야가 조금씩 달라 흥미로웠다.

많은 학생들 중, 특히 UC Berkely 박사과정 학생이 내 포스터에 관심을 보였다. 각자 연구에서 공통점을 찾다가 불현듯 공동연구를 해볼 만한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나서 한참 이야기했다. 학교에 돌아가 교수님에게 공동연구를 제안하기로 했고 앞으로 열심히 해보자며 서로를 응원했다.

▲ 갈라 행사 마지막 밤

학회 마지막 날엔 Gala dinner가 진행되었다. Gala dinner는 평소에 먹던 저녁보다 고급스런 코스 요리와 와인이 제공이 되는 날이다. 퀘벡 출신인 라이브 밴드가 공연도 해준다. 중간에 불타는 케이크도 나왔다. 학생들과 이런 분위기를 즐기며 앞으로 다른 학회에서도 꼭 만나자고 약속하였다. 자정이 넘어가자 라이브 노래는 클럽 노래로 변했다. 교수, 학생 모두 일어나 춤을 추며 파티는 새벽 4시가 넘게 이어졌다.

▲ 갈라 행사 마지막 밤

‘Riboclub’ 학회는 내가 참석했던 다른 어떤 학회보다 강렬한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내가 연구하고 있는 분야를 개척한 교수님들의 강의와 조언 그리고 질문은 연구에서 노력, 인내, 긍정 그리고 믿음이라는 것들이 얼마나 중요한 가치인지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었다. 또한 세계 곳곳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학생들을 만나 이야기 하며, 우리가 하고 있는 연구가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지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새벽 4시까지 이어진 파티에 내 몸은 녹초가 되어 몬트리올로 돌아왔지만, 좀처럼 연구 생각과 열정이 멈추지 않아 바로 실험실로 직행했다. 반가운 실험실 동료들과 인사를 하고, 강의 내내 열심히 적어 놓았던 논문과 키포인트들을 실험실 전원에게 돌렸다. 내가 느꼈던 그 감정과 중요한 결과들을 다 함께 느낄 수 있기를 바라면서!!!!

 

편집 : 박효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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