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여행 2. 흑인 그리고 성당

김미경 객원편집위원l승인2019.11.06l수정2019.11.13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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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가 할로윈이었다. 미국에선 매년 할로윈 파티 때 총격사건이 벌어져 사람이 죽는다. 올해도 샌프란시스코 인근에서 4명이 죽었고 LA 인근에서는 3명이 죽었다. 시카고에서는 할로윈을 맞아 가족과 함께 나들이 나온 7세 소녀가 총에 맞아 중태에 빠졌다. 두 갱단이 서로 총을 쏘며 싸우는 상황에 이 소녀가 잘못 맞았다고 하는데... 사람들이 나들이 삼아 걸어 다니는 길에서도 총싸움을 벌일 정도로 시카고는 흉흉한 곳인가 보다.

사실 총격사건에서 시카고를 따라올 도시는 없다. 시카고는 뉴욕과 LA 다음으로 인구가 많은 도시다. 2018년 시카고에서 총격사건으로 약 550여명이 사망했는데 뉴욕과 LA 총격사망자 수를 합한 것보다 많다고 한다. 오죽하면 시카고 시에서 '총기와 전쟁'에 나섰을까? 여기에 더해 시카고 경찰의 인종차별 관행과 공권력 남용도 악명 높다. 특히 흑인에 대한 공권력 남용은 소년이고 여성이고 가리질 않는다. 수갑부터 채우고 총부터 쏜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시카고 거리를 걷거나 식당 등에 들어가 보면 흑인이 참 많다. 2018년 7월 통계에 의하면 미국 인구는 3억875만 명이다. 백인은 60%, 히스패닉이 18.3%, 흑인은 13.4%, 아시아계는 5.9%라 한다. 시카고 인구는 약 270만 명이다. 이 중 백인, 히스패닉, 흑인 순서대로 30% 안팎이다. 어떤 히스패닉은 흑인으로 보이기도 하니 내 눈에는 흑인이 유난히 많아 보일 수밖에...

1837년 몇 천 명 인구로 시작한 시카고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면서 농촌, 해외 이민자들이 모여들었지만 흑인은 거의 없었다. 1900년 백인 비율이 98%였고, 1910년에도 흑인은 4만4천 명에 지나지 않았다. ‘흑인1차대이동(1910년~1930년, 160만 명이상 남부 흑인이 북부, 중서부 공업지대 이주)’ 때 흑인이 대거 시카고로 이주하면서 1930년 흑인은 약 23만3천 명이 되었다. 이후 ‘흑인2차대이동’을 지나면서 1980년에는 흑인이 약 120만 명으로 시카고 인구 39.8%가 흑인이었다.

지금은 30% 조금 못 미치니 1980년에 비해 많이 줄었다. 시카고 인구도 조금씩 줄고 있다. 특히 55세 이상 시민들이 다른 주로 이주하는 경우가 증가한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내세우는 원인은 시카고 지역 학생들이 대학진학을 위해 타 주로 갔다가, 직장을 위해 시카고로 돌아와 40~50대까지 살다가, 55세 이후 따뜻한 남부로 가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것만이 이유가 아닐 거다. 위에서 언급한 총격사건과 치안부재, 경찰의 인종차별 관행에도 그 원인이 있을 것으로 본다.

▲ 미드웨이 공항에서 호텔까지 가는 길 / 요새는 이렇게 미리 지도를 검색해서 저장해서 놓고 가면 다니기가 수월하다.

미드웨이 공항에 도착해서 시카고 중심가로 가는 전철을 탔다. 오렌지라인인데 비교적 깨끗했다. 하나도 불편하지 않았다. 호텔 근처 그랜드역까지 가기 위해서는 레드라인으로 갈아타야했다. 환승역인 루즈벨트역에서 내렸다. 환승 플랫홈을 찾아가는 길은 오렌지라인과 너무 달랐다. 엘리베이터, 환승 길 그리고 플랫홈까지 무척 지저분했고 당장 보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허름한 곳도 있었다. 두 아이 엄마와 같이 엘리베이터를 탔다. 아이들이 엘리베이터 한 쪽에 흥건한 물을 보고 물었다. “엄마 저거 뭐에요” 아이 엄마는 1초도 생각지 않고 “피피(오줌)”라고 답했다. 아이들이 놀라 "으웩"했다. 레드라인을 탔다. 이상하게 승객 대부분이 흑인이었다.

레드라인은 시카고 남부(95th/댄 라이언)에서 중심지(Chicago역)를 지나 북부(하워드역)까지 가는 열차다. 1920년 경 시카고 흑인 인구가 증가하면서 흑인 밀집지역이 생겨 흑인 78%가 사우스사이드 거리에 모여 살았다. 백인들이 ‘검은 벨트’라 부른 지역이다. 내가 탄 열차가 바로 그 사우스사이드를 지나 중심가로 가는 기차였던 것이다. 아직도 인종별 거주지 분리와 빈부 격차가 해결되지 않은 시카고의 현실을 기차에서 바로 느낄 수 있었다.

기차에서만이 아니다. 시카고 중심가를 다닐 때도 적어도 세 블록에 한 사람 꼴로 홈리스피플을 만날 수 있었다. 동전통을 들고 흔들고 있는 대부분은 흑인이었다. "왜~~ 왜~~ " 정말 답답하고 안타까웠다.

▲ 시카고 강을 연결하는 DuSable Bridge. 이곳도 유명 건축물 350곳 중 하나. 관광객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이 다리에는 늘 동전통을 들고 있는 홈리스피플이 있다.

시카고 흑인들은 동양인을 어떻게 생각할까? 초행길에 여기저기 찾아다니다 보니 사람들을 붙잡고 묻고 또 묻게 된다. 버스를 타도 버스 번호를 확인한 후 기사에게 한 번 더 물어 더블체크 한다. 대부분 버스기사들은 흑인이다. 어떤 기사는 귀찮다는 듯 대꾸도 안하다가 한 번 더 물어보면 고개만 끄떡이기도 한다. 반면에 어떤 기사는 “내릴 곳을 알려줄게요.”하고 웃으면서 답해준다. 그런데 이 기사는 나에게 알려주는 것을 깜박했다. 내가 내릴 버스 정거장을 막 지난 것 같아 쫓아가 물었더니 “미안해요. 잊었어요.” 하면서 바로 길가에 세워주는 친절도 베풀어주었다. 사람마다 동양인을 대하는 것이 다를 것이다. 

어딜 가나 제일 많이 만나는 캐셔, 식당 서빙하는 이들, 도로 안내원, 전철 안내원, 공항 근무자 등 대인 업무에 종사하는 대부분이 흑인이나 히스패닉이다. 내 눈에는 그 흑인들 콧대가 좀 세 보인다. 당당하고 자신에 차 보인다. 웃으며 농담도 한다. 보기 좋다. 흑인 인구가 많아서 그럴까? 시카고에서 산 세월이 길어서 그럴까?

▲ 미국 시카고 시장에 당선된 로리 라이트풋이 2일(현지시간) 시카고 힐튼 호텔에서 열린 당선 축하 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시카고|AP연합뉴스 (사진 및 글 출처 : 2019.04.03.경향신문 )

지난 4월 시카고 시민들은 흑인 여성 로리 라이트풋을 시장으로 뽑았다. 그녀는 성소수자이기도 하다. 여성, 흑인, 성소수자 이 세 가지 약점을 극복하고 미국 대도시 시장으로 선출된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그것도 득표율 74% 대 26%의 압도적 표차였다. 시장이 되기 전에는 ‘경찰 감독·감찰기관’의 수장으로 활동했다. 라이트풋이 시카고에 만연한 경찰의 권력남용, 정치권 부패, 흑인 빈민문제 등을 개혁할 적임자라 생각하여 뽑았을 거다. 그녀는 흑인의 자존심이요, 희망일 거다. 그녀가 현재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차별을 겪었을까? 그녀의 개혁이 '차별은 겪은 자만이 공감한다'는 시카고의 뿌리 깊은 차별을 조금이나마 해결하여 '범죄도시', '인종차별도시'라는 오명을 벗겨 주었으면 좋겠다. 

어둑어둑한 이야기는 좀 접어두고 시카고의 유명 건축물 350곳 중 성당 두 곳과 채플 한 곳을 찾아간 이야기를 쓰고자 한다.

먼저 St Louise de Marillac Chapel을 찾아갔다. 가서 보니 성 빈센트 센터로 가톨릭 자선단체였다.

▲ St Louise de Marillac Chapel(성 빈센트 센타)

센터 앞에 가니 흑인 3명이 서성대고 있었다. 그 중 한 명에게 지도를 보여주며 이곳이 맞는지 물었더니 “맞다. 잘 찾아왔다. 조금만 기다려라.”며 반겨주었다. 그곳은 홈리스피플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곳이었다. 나를 동지로 여겨 음식을 타 가게 하려는 그 마음씨가 따뜻하게 다가와 "고맙다"고 몇 번 했다. 

▲ St Louise de Marillac Chapel(가톨릭 자선단체)앞에 있는 조각상..

건물 모습보다는 정원 조각상이 눈에 들어왔다. 집 없는 이들을 그린 조각상이다. 참 슬프게도 조각했다. 낡은 모포로 얼굴, 몸을 감싸고 의자 위에 웅크리고 누워... 벽돌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삐쭉 나온 발에서 체온을 가진 인간임을 증명하는 것 같다. 그들 고난이 뚝뚝 떨어지는 듯해서 보는 순간 마음이 찡했다.

다음으로 140년 전통을 가진 홀리 네임 대성당(Holy Name Cathedral)을 찾아갔다.

▲ Holy Name Cathedral

이 성당은 2000석 규모로 미국에서 가장 큰 성당 중 하나다. 시카고 대교구 주교좌성당으로 1871년 시카고 대화재 때 소실되어 1875년 고딕 리바이벌 건축양식으로 다시 지어졌다. 2000년 국가 지정 사적지에도 등록되었다. 2009년 2월 다시 화재가 나서 거의 전소 되었지만, 6개월 만에 원형 그대로 복구했다. 화려하고 웅장해서 사람들이 명소라 생각해 많이 찾는다. 그런데 2016년 시카고 대교구에서 이 성당을 부동산 시장에 매물로 내놓았다 한다. 대교구에서 돈이 필요한 건지... 성당 인구가 줄어서 팔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건지... 주일 미사에 여행객, 시민 포함 약 4000명 정도 참여한다고 하던데... 다행히 안 팔려서 볼 수 있었지만 성당을 판다니... 좀 의아하단 생각이 든다.

▲ 성당 중앙문

성당을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중앙문이 특이하다. 대부분 성당 중앙문은 육중한 나무로 제작되는데 특이하게 청동으로 제작한 문이다. 무척 무거워 보인다. 유명 디자이너가 제작한 것으로 나무를 형상화 했다고 들었는데 맞는지 모르겠다.

▲ 십자고상
▲ 십자고상과 스테인드글라스

제대 앞에 놓인 나무형틀에 갇힌 십자고상이 천장에 매달려 있다. 예수 고난을 극대화하여 전달하려고 한 것일까? 보기가 좀 고통스러워 저절로 무릎을 꿇어야 할 것만 같다. 천장으로 올라가는 셀 수 없이 많은 화살 모양의 어두운 나무 장식은 꼭 가시 같다. 하지만 천장 바로 밑 환한 스테인드글라스 창이 어두운 가시밭을 뚫고 나오는 길을 안내해주는 듯하다. 거기에 부조까지 어우러져 굉장히 화려하다.

Holy Name이 들어간 성당 천장 가장 중앙 모습이다. 이 모습 때문에 Holy Name Cathedral이라고 이름 지었나 보다.

▲ 제대

제대는 6톤(?)이나 된다는 통 대리석으로 만들어졌다. 너무 무거워서 이사 가기도 힘들 것 같다. 이사 가기 힘들어서 성당 매매가 안 되었나? 제대 받침도 아주 아름다운 청동 부조라 해서 사람들이 고개 숙여 들여다보고 있다.

▲ 파이프 오르간

이 성당에는 어마어마한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파이프 오르간이다. 처음에는 작은 오르간이었는데 누군가 기부로 거대한 오르간을 갖출 수 있게 되었다. 미사 때 이 오르간으로 연주하면 시카고 중심부 전역으로 소리가 은은하게 퍼져나간다는데... 미사에 참여했으면 그 소리를 들어보았을 텐데... 그 기회를 갖지 못해 아쉽다.

▲ 성당 내부 주 창문

마지막으로 홀리 네임 대성당 안의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를 함께 보고자 올려본다. 

▲ 성당 옆 문 위 스테인드글라스

세 번째로 St James Cathedral을 찾아 갔다. 미국 성공회 소속 성당이다.

▲ St James Cathedral(사진 출처 St James Cathedral 홈페이지)

홀리 네임 대성당의 으리으리하고 화려한 모습을 보고 와서 그런지 이 성당도 작은 성당은 아닌데 소박한 느낌이 들었다. 앉아 기도하는 두어 사람 빼고는 사람도 없고 아주 조용했다. 

▲ St James Cathedral
▲ St James Cathedral
▲ St James Cathedral

제대, 오르간, 중앙문, 스테인드글라스 모두 크게 꾸미지 않은 아기자기한 모습이다. 마음이 착 가라앉으면서 잠시 앉아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St James Cathedral

한참을 앉아 있다 나오다 한쪽 구석에 촛불이 켜져 있는 것을 보았다. 나도 가서 촛불 하나 켜고 무릎 꿇고 기도했다. 진짜 성당에 온 것 같이 푸근했다. 기분 좋게 하루를 마감했다. 

편집 : 박효삼 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김미경 객원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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