꾀할 모(謀)

<2019. 11. 27.>

한때 결가부좌를 틀고 앉아 명상을 시도하곤 했다. 청년 시절에는 국선도(國仙道)를 조금 배우기도 했다. 요령부득 탓인지 이내 졸리기만 했다. 나이가 들면서 새벽에 일어나 바이블(Bible)의 어떤 말씀을 붙잡고 씨름해도 마찬가지였다. 그 대안을 찾아야 했다.

▲ 미얀마 중부도시 만달레이의 U Bein Bridge 위에서 명상중인 승려와 신발을 벗고 절을 올리는 미얀마인.

멍할 때면 ‘파자 명상’(破字 冥想)에 빠진다. 우선 머릿속을 스치는 한자 하나를 잡는다. 수학에서 인수분해하듯이, 그 한자를 구성하는 기본 글자로 분해한다. 삶과 연계하여 이렇게도 저렇게도 풀어본다. 문자학 전공자가 보면 우습겠지만, 파자 명상이 내게는 상당히 흥미롭다. 글자의 구성 요소는 {부수, 부수 외의 글자}로 표시하고자 한다. { }는 수학에서 집합을 나타내는 기호(notation)이다.

오늘 잡은 글자는 꾀할 모(謀)이다. 謀={言, 某} = {言, {木, 甘} }. 우선 謀는 뜻을 나타내는 부수 言(말씀 언)과 주로 음을 나타내는 某(아무 모)로 이뤄진 형성문자(形聲文字)이다. 더 분해하면, 謀는 言, 木(나무 목), 甘(달 감)으로 나뉜다.

꾀하려면, 세 가지를 갖춰야 한다. 일을 꾀하고 이루고자 하는 사람은 논리, 당근, 채찍을 잘 구사해야 한다.

첫째, 謀하려면 말씀(言)이 필요하다. 일에 적합한 사람이 참여하도록 설득해야 한다. 일의 타당성과 현실 적합성을 말로 엮어 잘 표현해야 한다. 그게 바로 논리이다. 그 논리를 어떤 이론이 뒷받침하면 설득력과 호소력은 상당하겠다. 어떤 사람이 그 논리에 공감한다고 해도 곧바로 행동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다.

둘째, 謀는 단 것(甘)을 필요로 한다. 단 것은 당근(carrot)이다. 미끼이다. 바로 인센티브(incentive)이다. 그 형태는 돈이나 술이든 심리적 보상이든 상관없다. 일단 설득된 사람이 행동으로 나아가도록 추동하려면 인센티브(incentive)를 알아차리도록 해야 한다. 일상에서 목격하는 상(賞)과 상금(賞金)은 매우 오랫동안 지속하여온 인센티브이다.

셋째, 謀에는 각진 나무(木)가 필요하다. 각목은 마부가 말을 다루는 채찍(stick)과 같다. 논리로도 인센티브로도 어떤 사람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에게 적절한 물리력이 가해져야 한다. 그 물리력의 부드러운 형태가 바로 벌(罰)이다.

잘 나가는 조직을 관찰하면, 대체로 구성원은 그 조직의 존재 이유를 보여주는 비전(vision)과 자리매김 주제(positioning theme)를 투철하게 인식한다. 또한 상벌(carrot and stick)제도가 잘 작동한다. 거꾸로 보면, 신상필벌(信賞必罰)이 확실하지 않은 조직은 대개 활기가 없다.

어느 날 후배가 말했다. “형! 나는 일을 할 때, 우선 당사자에게 논리를 갖춰 말로 설득하지요. 안 되면 술을 함께 먹지요. 그래도 여의치 않으면 팔씨름을 하지요. 그렇게 완력(腕力)을 과시하지요.” 그 후배는 言, 甘, 木으로 이뤄진 謀의 뜻을 잘 응용한 셈이다.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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