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트리올 이야기 24. 캐나다에 불어온 코로나 바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이지산 주주통신원l승인2020.03.16l수정2020.05.20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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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0일
휴대폰에 뉴스 알람이 떴다. 캐나다 총리 '저스틴 트뤼도'가 캐나다와 이탈리아를 오가는 모든 항공을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12월 말 코로나사태가 터지고 나서 캐나다는 2월 경 중국 후베이성, 이란, 홍콩과 몇 아시아 국가 외에 다른 나라를 오가는 항공을 금지하지 않았다. 극적인 방법을 잘 쓰지 않는 캐나다가 이런 방침을 발표한데 놀랐다. 마음이 뒤숭숭해졌다. 

3월 11일
트럼프가 영국을 제외한 유럽 전역을 오가는 항공을 금지했다. 어제 이탈리아에 이어 유럽 전역을 상대로 금지할 줄은 예상도 못해 충격이 컸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WHO에서 코로나사태를 ‘팬데믹’이라 명하며 모든 나라가 각별히 주의하라는 내용을 발표했다.

3월 12일
아침부터 맥길대학, 병원으로부터 메일이 하나둘 오기 시작했다. 맥길대학은 앞으로 5월 10일까지 열리는 모든 학회, 인턴쉽, 미팅을 취소한다고 했다. 최근 해외에 나갔다 온 학생들은 앞으로 14일간 자가격리를 하라고 했다. 오후 내내 우리 기관에선 앞으로 열릴 세미나, 학회를 당분간 취소한다는 이메일이 날아왔다. 공문을 붙여놓았던 벽보는 그날 오후 백지장처럼 아무것도 걸려 있지 않았다.

저녁엔 퀘백시에서 초·중·고와 일부대학이 2주간 또는 임시 휴교한다는 안내가 왔다. 맥길 대학도 마찬가지로 잠정 휴교한다는 이메일이 왔다. 뉴스 알람에 캐나다 총리 부인인 소피 트뤼도가 영국 방문 후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떴다.

아무 생각 없이 저녁에 야채를 사러 근처 마트에 갔다. 마트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휴지, 캔 음식이 있는 칸은 텅텅 비었고, 사람들은 카트에 음식을 가득 쌓아놓고 빽빽하게 줄을 서있었다. 이런 상황을 예상치 못했기에 머릿속이 하얘져 아무 것도 사지 못하고 마트에서 빨리 빠져나왔다. 사람들이 득시글한 그곳에 있다간 없던 세균도 옮을 것 같았다.

3월 13일
잠이 잘 오지 않았다. 아마도 이 모든 사태에 머리가 복잡해진 것 같다. 석·박사 학생은 맥길 대학 소속이지만 대학원생은 휴교 대상에 해당되지 않았다. 잠을 못자 무거운 몸을 이끌고 실험실로 향했다. 우리 실험실은 병원과 연결되어있기에 병원을 통해 실험실 건물로 들어가곤 한다. 병원 정문에 경비원 3명이 마스크를 끼고 입구를 막았다. 나를 보더니 무슨 일로 병원에 왔냐고 한다. 여기서 일한다고 사원증을 보여주었다. 일을 시작하고 처음 겪는 일이어서 마음이 더욱더 불안해졌다.

실험실에 도착하자 다들 심란한 표정으로 현재 상황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나처럼 아무 생각 없이 장을 보러간 실험실 친구들도 마트가 대혼란이어서 무척 놀랐다고 했다. 보스 스테판도 이런 상황이 걱정되었는지 락스, 에탄올, 마스크 등을 사놓고 코로나 진단 키트를 알아보라고 했다. 그날 내내 대학교, 대학원, 연구기관으로부터 이메일이 쏟아졌다. 앞으로 2주간 집에서 일할 수 있으면 이를 시행하도록 하고, 캠퍼스 대부분은 문을 닫는다는 내용이었다. 실험실원 모두 연구가 손에 잡히지 않는 듯했다. 다들 30분마다 뉴스를 체크하고 이메일을 확인하고, 부모님에게 안부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3월 14일
맥길 대학이 잠정 휴교에서 앞으로 2주 휴교한다는 확정 이메일을 보내왔다. 이 기간 동안 모든 학생이 밖에 나가지 말아야 한다. 의무사항이다. 몬트리올은 아직 환자수가 19명밖에 되지 않아 비교적 안전한 편이지만 앞으로 개개인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상황이 충분히 악화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 저스틴 트뤼도 총리는 아마 중국 우한, 이탈리아, 한국에서 일어난 사태를 보고 바이러스 확산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선제 자가격리’라고 판단한 것 같다.

집에 혼자 있으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인간은 오랫동안 엄청난 발전을 일궈냈다. 마치 조물주처럼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쥐락펴락했다. 하지만 자연생태계에 존재하는 작은 코로나 바이러스 앞에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과학자가 되고자 하는 우리 연구원들도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집에 갇히는 '자가격리' 밖에 없다. 대자연 앞에선 속수무책이란 생각에 무력감까지 들었다.

▲ 박쥐가 인간에게 바이러스를 옮기는 경로

최근 발표된 과학계 아티클을 보니 코로나 바이러스의 숙주는 박쥐다. 박쥐로부터 혹은 다른 동물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전달되었을 가능성이 제일 높다고 추정하고 있다. 박쥐는 사람을 피해 동굴이나 깊은 숲속에 사는 동물이지만 에볼라, 메르스, 사스 바이러스의 숙주로도 알려져 있다. 박쥐만 갖고 있는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전달되는 경로는 대부분 박쥐와 접촉한 다른 야생동물을 통해서다. 메르스는 낙타를 통해, 사스는 사향고양이를 통해 바이러스가 전달되었다고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어떻게 박쥐에서 사람에게 전달되었는지 정확한 단서는 찾지 못했지만 현재 2가지 가설이 존재한다.

첫째로 우한에 있는 야생동물시장이다. 이곳엔 박쥐를 비롯한 다양한 야생동물을 식용으로 판다. 지난 2월 중순 공개된 연구결과에 의하면 코로나 바이러스와 천산갑의 DNA가 99% 일치한다고 한다. 천산갑은 중국식 한의학 재료 혹은 고급 요리에 사용되고 있으며 야생동물 중 불법밀거래 1위 동물이다. 그래서 안타깝게도 멸종 위기 동물이다. 따라서 우한 시장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천산갑을 식용한 사람으로부터 바이러스가 전파되었을 것이라 것이 첫째 가설이다.

▲ 천산갑과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네이쳐지 의견

둘째는 생태계 파괴다. 세계 전역에서 동물이 살던 생태계는 점점 파괴되고 그 지역을 사람들이 차지하고 있다. 야생에서 살던 동물과 사람과의 동선이 더 가까워졌다. 박쥐와 박쥐를 통해 감염된 야생동물과 사람과의 교류로 인해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파되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제기된 가설들과 그리고 최근 10년간 세계를 휩쓸었던 바이러스(사스, 조류독감, 메르스, 에볼라)의 확산을 보면 한 가지는 확실하다. 인간이 생태계 피라미드 꼭대기에 서서 자연의 섭리를 무시하고, 생명체를 존중하지 않은 대가로 새로운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이다. 중국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비극적 참사를 막기 위해 모든 야생동물 수입 그리고 유통을 금지시켰다. 과연 이런 방법만으로 앞으로 일어날 바이러스 재앙을 막을 수 있을까? 어떤 국가 정책에 의존하지 않고 우리 개개인의 실천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최근 영국 유명한 일간지 Economist에 따르면 개개인이 고기를 먹는 횟수를 줄이면 지구 온난화의 진행속도를 줄이고, 생태계 보호가 가능하다고 보도했다. 현재 가축 사료를 재배하는 농지가 세계 농지의 33%를 차지하고 있고, 전 세계 13~18%의 온실가스를 생성한다고 한다. 이 온실가스는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하고 생태계 파괴로 이어지는 것이다.

▲ 음식섭취와 사망률, 이산화탄소 배출량과의 관계

이런 보도 외 다양한 과학지에서도 고기 먹는 양을 줄이면 자연보호와 더불어 노화와 관련 각종 질환의 발병을 막을 수 있는 결과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예를 들자면 ‘독성 T세포’는 소·돼지고기에 많이 들어있는 아미노산(Methionine)을 섭취하여 염증반응을 일으킨다. 이는 자가면역질환, 암, 대장염, 크론병 등을 일으키거나 병의 진행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한다. Methionine 낮은 음식 야채, 넛츠, 곡물 등을 먹으면 병의 진행을 완화 및 방지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결과를 자주 접하다 보니, 나 또한 고기 먹는 횟수를 점차 줄이기 시작했다. 처음엔 고기 없이 다양한 요리를 만들기 힘들었으나 채식위주로 먹는 친구들의 조언과 ‘Meallime’, ‘Tasty vegetarian’이라는 앱 또는 웹사이트를 통해 채식 조리법을 많이 배웠다. 단백질은 보통 병아리콩, 퀴노아, 렌틸콩, 검정콩, 두유, 두부, 달걀, 치즈 등으로 바꾸고 있다. 야채와 과일도 많이 먹는다. 그런데 예상외로 근육량도 늘고, 몸도 가벼워졌다.

▲ Tasty vegetarian’ 과 'meal line' app

두 번째 쉽게 할 수 있는 건 지구환경을 위한 재활용이다. 현재 우리 기관에선 ‘Go green’ 슬로건을 내세워 모든 실험자재들을 재활용 가능한 것으로 대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 우리 실험실도 재활용 가능한 일회용 장갑을 구매했다. 실험재료 중 재활용 가능한 용품을 따로 분리하는 작업을 각자가 실천하고 있다. 또한 기관에서 한 달에 한번 갖는 피자파티에서도 일회용이 아닌 본인 컵과, 접시를 갖고 오면 피자를 더 주고, 특별한 맥주를 준다는 공고를 냈다.

▲ 'Go Green' 운동

재활용 가능한 제품을 사용하고,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면 이런 물품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자재 사용을 줄여 환경 보호가 가능하다고 한다. 예를 들면 종이를 재활용하면 이를 만드는데 사용되는 자재인 나무를 보호할 수 있고, 이는 삼림파괴를 막을 수 있어 생태계를 보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산림파괴와 바이러스 출몰

현재 나는 이 소소한 2가지를 실천하고 있지만, 이런 습관이 많은 사람들에게도 퍼졌으면 한다. 뉴스를 보니 한국에선 모든 사람들이 마스크를 끼고, 손 닦는 일을 철저히 하고, 대중 모임을 자제함으로써 코로나19 확산을 막고 있다고 한다. 이렇듯 개개인의 작은 실천으로도 새로운 바이러스의 출몰을 막고, 야생동물과 생태계를 보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구 생태계가 행복할 때, 인류도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 그럴 때 삶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꿈꾸어 본다.

 

편집 : 박효삼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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