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적으로 빵을 구워드릴 테니까”

웬만한 집에는 다 갖고 있는 김치냉장고를 구입했습니다. 중고냉장고 10만 원, 김치 통 4개는 따로 구입해서 모두 11만 4천 원이 들었습니다.

"작은 집에 꼭 김치냉장고가 필요할까?" 했지만 다향이의 입장이 확고했습니다.

"아빠. 내 베이커리 용품들이 늘어나서 넣어둘 데가 없잖아. 그리고 난 껌정산나비님의 김장김치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어. 그런데 껌정산나비님이 김장김치를 보내주실 때마다 둘 곳이 없어서 고민을 하잖아. 난 맛있는 김치를 쉬게 하지 않고, 끝까지 맛있게 먹고 싶어."

"……?"

"껌정산나비님이 언제까지나 김장김치를 보내주신대? 그리고 우린 껌정산나비님한테 드리는 것도 없는데……"

"난 정기적으로 빵을 구워드릴 테니까 그때마다 아빠는 커피를 볶아서 같이 보내드려. 껌정산나비님이 치료받으러 올라오실 때 아빠가 식사도 대접하고. 그럼 되지 않을까?"

"……?"

다향이가 아기일 때 과천의 이웃 아주머니들이랑 육아모임을 했었습니다. 그때는 정말 육아에 온 힘을 쏟고 있었지요. '여느 아주머니들보다 육아와 살림을 잘하지 못하면 직장에 다니기 싫어서 아내를 회사에 보내고, 집에서 놀고먹는다'는 소리를 듣지 않을까?'라는 강박관념에서 자유롭지 못했으니까요.

그즈음 '친정에 가서 일주일 동안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푹 쉬고 왔다'는 아주머니들의 말을 들을 때면 무척이나 부러웠습니다. 살림과 육아를 하는 아주머니들은 주말에라도 남편이 운전을 해서 바람을 쐬어주곤 하는데 나는 휴일에도 운전까지 해야 했으니까요. 그때 '친정이 있는 여자들은 참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출산을 앞둔 아내의 요구로 시작한 육아와 살림이었음에도 처가에서는 마누라 등골을 뽑아먹는 파렴치한 취급을 받고 있었습니다. 부모님은 '당신의 아들이 못나서 며느리가 벌어온 돈으로 생활을 한다'면서 오열을 하셨고요. 그러니 세상에서 내가 편안히 쉴 곳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나한테도 친정이 있으면 좋겠다." 혼잣말처럼 쓴 글을 보고 껌정산나비님이 연락을 주셨습니다. 당신께서 나의 친정이 되어주시겠다고. 그리고 껌정산나비님은 여전히 그 역할을 하고 계십니다.

늘 감사한 마음의 어머니입니다.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오성근 주주통신원  babsangman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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