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스러운 놈

“김태평! 넌 촌스러워”

“?...”

“촌놈이라고! 넌 촌놈 냄새가 나!”

“맞아, 난 좀 그래, 촌스러워, 언행이 촌스럽지? 하지만 어쩌겠어, 난 촌놈인데, 촌 냄새가 나는 게 당연하지. 촌에서 나서 촌에서 자랐으니 그럴 수밖에. 어쩔 수 없지 뭐. 그렇지만 좀 촌스러우면 어때? 사는데 별 문제 없어. 오히려 좋을 때가 더 많아. 촌스러움은 내 몸과 맘에 맞아 그런지 아주 편해. 촌스러움엔 느긋함과 여유가 있잖아?”

“촌놈이라는 게 조금 부끄러운 적은 없었어?”

“글쎄... 아직 그런 적은 없어. 그런데 왜 부끄러워해야해?”

“보통 사람들은 그렇잖아. 촌티난다고... 그 말엔 조금 낮게 평가하고 무시하는 경향이 있지? 놀리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럴 수도 있겠지. 사람에 따라선 말이야. 하지만 난 아니야. 설사 그들 말마따나 조금 촌티 나면 어때? 무시하고 놀리라지 뭐. 내가 주눅 들지 않으면 될 것 아냐. 웃어넘길 수도 있을 것이고”

“넌 촌티가 자랑스러운가 보네. 아주 당당한데?”

“뭐 그렇게까지... 하지만 그럴지도 몰라. 내놓고 자랑할 필요까진 없지만 부끄러워하거나 숨기지는 않으니까. 촌은 나를 낳았고 나를 키워줬잖아? 얼마나 감사하고 고마워. 부끄러워한다면 배은망덕이지. 촌놈이었기에 오늘의 내가 있지 않을까?”

“그렇기는 하네. 넌 촌티가 나지만 그게 장점이고 매력인 것 같아”

“그렇게 말해 줘서 고마워. 내 몸과 맘 속속들이, 구석구석엔 촌티가 뭉쳐있어. 촌놈 그 자체지. 그것을 부정한다고 부정되겠어? 숨긴다고 숨겨지겠어. 또한 그럴 필요도 없고... 그래선 안 되지. 그것은 나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니까”

“맞아, 그렇지만 때에 따라선 도시적인 세련미와 품격이 필요치 않나?”

“그래, 현대생활에선 세련됨과 품격을 요구하지. 그들을 갖추지 못했을 경우엔 치명적일 수도 있어. 그렇다고 어찌 하겠어. 손해 좀 보지 뭐. 촌스러움은 나의 근본이고 정체성인걸. 노력은 하지만 촌티를 벗을 수 없을 거야. 상황에 맞게 최선을 다할 뿐이지. 그들과 함께 해야 하니까. 하지만 그것도 거기까지야.”

“공동체니까, 상황에 맞게 한다?”

“촌스러움을 일부러 내 세울 필요는 없지만 감추거나 숨길 필요는 더욱 없어. 가면과 가식이 필요하다면 순간으로 충분해. 사실 조금 부족하고 어눌하면 어때? 모자란 것도 그렇고... 우린 조금 모자라고 부족하기에 살아가는 것 아닌가? 어쩌면 부족하고 모자란 것이 다행인지도 모르지... 촌하면 흙이 생각나고 도시하면 콘크리트가 연상되잖아? 흙엔 포근함과 생명이 있지만 콘크리트엔... 촌이 있어 살 수 있지 않을까?”

“에휴~ 참 난... 촌은 우리 모두의 고향이라... 가고 싶고 머물고 싶은 곳, 포근하고 아늑한 곳이라. 높은 하늘과 시원한 바람, 푸른 산야와 시냇물이 흐르고, 생명의 양식이 있는 곳이라고? 고마워!”

“...? 잘 알고 있으면서...”

 

편집 : 김미경 부에디터

김태평 주주통신원  tpk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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