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耳)_귀

이목구비(耳目口鼻)

평생을 이목구비로 살아왔지만 그들에 대해 알지 못했다. 사실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저 보고 듣고 말하고 맡기에 급급했다. 이제라도 그들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고마움을 정리해본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말하기, 듣기, 보기가 조심스럽다. 겁나고 두렵기까지 하다. 그것으로 족하면 좋겠는데 사족과 부스러기가 붙는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1)耳(귀)

여기서 귀의 생물적이고 의학적인 구조와 기능에 대해서는 不言하고, 삶의 기능에 대해 附言한다. 들을 때 화자(話者)와 청자(聽者) 중 누구 중심으로 들어야 할까 등 끝이 없을 것이다. 부족함은 독자들께서 첨언해 주시면 고맙겠다.

귀에게 물었다.

“귀야! 너는 왜 있느냐?”

“몰라 묻는 거야? 주로 소리와 말을 듣기 위해서지 뭐~”

“그런데, 넌 왜 양쪽에 하나씩 있어?”

“음~ 내가 양쪽에 있는 것은 이쪽 말, 저쪽 말을 다 들으란 것이지. 긍정과 부정, 찬성과 반대, 칭찬과 비난 등을 동일한 비중으로 들으란 거야. 말은 천 가지 만 가지잖아. 아마 사람 수만큼이나 많을걸.

“맞아, 무슨 말이 그리 많은지... 나 같은 범인은 이 말이 저 말 같고, 저 말이 이말 같아 정말 혼란스러워”

“그래서 두 개야, 두 귀로 양쪽에서 다양한 말을 제대로 들으란 거지. ‘이청득심(以聽得心:들음으로 상대 맘을 얻다)’이라 했잖아. 말을 듣는 것은 상대와 친교하기 위해서야. 일단 말은 잘 들어야 해. 잘 듣는 것이 말 잘하는 거야”

“맞아, 말을 들을 줄 알아야 말을 할 수도 있다고? 듣는 게 먼저구나~ 너는 네 역할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아”

“암~ 그래야지. 난 들으라고 있어. 소리도 그렇지만 특히 말을. 사실 소리도 말의 한 종류이지만... 그리고 제대로 들어야 해. 대충 듣고 말만 하는 사람이 많아. 듣기만 잘해도 성인이 된다 했는데...”

“음~ 익히 알지만, 쉽지 않아. 특히 나 같은 소인배에겐 불가능하다고나 할까?”

“잘 듣기 위해선 인내가 필요해. 귀를 열고 입을 다물 줄 알아야 해. 건성으로 들으려면 차라리 자리를 뜨는 게 좋아. 그것은 상대를 모멸하는 것이니까”

“듣기가 생각보다 어렵네? 그냥 앉아 있으면 되는 줄 알았는데. 난 말솜씨에 매혹되어서 말하는 사람을 멍청이 쳐다보는 게 잘 듣는 것으로 알았는데... 참~ 한심했군”

“너뿐 아니라 대부분이 다 그래. 그렇게 듣는 자세가 틀리다는 것도 아니야. 들을 때 무슨 말을 하는지 관심을 좀 가지라는 것이지”

“어떻게 해야 잘 들을 수 있는 것인데?”

“들을 청(聽)자를 보면, ‘귀를 왕으로 모시고, 눈을 상대와 10번 이상 마주하면서, 말하는 사람과 마음이 하나가 되도록 노력한다’라는 뜻이 있어. 난 그렇게 알 고 있어”

“햐~ 정말 그러네. 잘 듣는다는 게 대충 자리만 지킨다고 되는 게 아니네. 말하기보다 훨씬 어렵겠어?”

“특히 여성은 미남보다 자신의 말을 잘 들어주는 남자를 더 좋아한다고 해. 남성도 미녀보다 자신을 믿어주는 여성을 더 좋아하겠지? 누가 자기 말 잘 들어주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겠어?”

“세상은 잘 듣는 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할 수 있어. 자연의 소리를 생각해봐. 흐르는 물소리, 부드럽고 강한 바람소리, 지저귀는 새소리 등등. 생각만 해도 몸과 맘이 편안하고 행복해지잖아!”

“맞아. 우린 가진 게 너무 많아. 귀, 네가 있다는 것이 들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그런데 자꾸 더 달라고만 했으니... 나부터 말이야”

“너! 깨친 게 많구나! 자연의 소리는 가장 장엄하고 웅장한 교향악이야. 자연과 함께 하는 삶만이 진정한 안식과 위안이 되지 않을까? 과도한 발전과 개발은 생명체들을 자꾸 궁지로 몰고 있어. 그게 순간의 편리와 안락을 줄지 모르겠지만 결국은 존재를 위협하겠지?”

“그래 맞아. 좋은 게 좋은 게 아니야. 말과 소리는 꼭 귀로만 듣는 것은 아닌 것 같아. 맘과 몸으로 듣고, 눈치코치로도 듣고. 진정으로 함께 하는 자들은 듣지 않고도 들을 수도 있다고 해. 우린 불편함을 견딜 줄 알아야 하는데... 그게 모두와 함께 하는 삶일 텐데. 잘 듣는다는 것도 사실 불편함을 감수하는 거잖아? 자신의 귀에 편하고 즐거운 말만 듣고는 함께 살수 없을 거야”

“점점 극하고 격한 말과 소리가 많아졌어. 무식하고 무도한 말과 소리가 어디까지 갈지 걱정이야. 감정은 무디어지고 생각은 혼절하고 있어. 들을 수도 듣지 않을 수도 없게 말이야”

“얘~ 이러다간 끝이 없겠다. 오늘은 그만하자”

“그래~ 오늘 유익한 시간이었어. 고마워! 안녕!”

▲ 자연 속에서 귀를 열면 제일 먼저 들리는 소리는? 새 소리? 바람 소리? 나무 소리?

사진 : 박효삼 편집위원

편집 : 김미경 부에디터

김태평 주주통신원  tpk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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