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일지 모르나 때가 되면 나의 고향, 그곳으로 갈 것이다. 영혼과 육신을 나누기는 뭐하지만 육신이 갈 곳은 명확하다. 평생 이 한 몸의 안락과 영화를 위해 온갖 죄악과 살상을 저질렀다. 죽은 후엔 그런 짓이 없기를 바라면서 이 글을 쓴다. 흔적 없이 떠나려 했지만 찌꺼기가 좀 남았다. 빨리 지워지면 좋겠다. 사후에라도 산자들을 간섭하지 말자. 찰나지만 잘 살았다. 평생 쫓았던 부귀영화는 뜬구름이었고 오직 생명만 있었다. 한 생명체로 산 것에 감사한다.

 

-회향-

아무도 예상치 못했지만
난 그렇게 꿈처럼 왔다.
실제 삶이라기엔 흐릿했지만
꿈처럼 그렇게 살았다.
이제 갈 날이 왔으니
꿈처럼 그렇게 간다.
걸림 없는 자유와 해방으로

 

1. 시신: 난 귀향한다. 시신은 아래 사본대로 처리한다. 용도대로 다 쓴 시신은, 잘 썩는 목관이나 헝겊에 싸서 고향(또는 마지막 살던 곳)에 수목장을 한다. 그 위에 작은 비석 하나 세우면 고맙겠다. 자연은 생명과 인생을 주었고 영혼까지 풍요롭게 했다. 그에 대한 최소의 보은이 수목장이다. 가족의 동의를 구한다. 혹 가족납골묘가 허전하거든 나의 둔한 머리를 받혀주었던 목침을 넣기 바란다.

 

▲ 각막, 장기, 시신기증서


2. 수목장: 5년생 내외의 느티나무 3그루를 3미터 정삼각으로 식수한 후, 그 중앙에 시신을 안치한다. 공간이 좁으면 한그루만 심어도 좋다. 시신은 가장 잘 썩는 나무관에 넣거나 천으로 싸서 묻고, 그 위에 작은 비석을 세운다. 부모님과 세상에 감사드린다. 특히 사랑도 제대로 못한 어리석은 자의 아내가 되어버린 허영애(가명)씨, 나의 존재근거와 삶의 끈이 되어준 딸 김희수(가명)양에게 감사한다. 말과 글로 다할 수 없다.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못했음이 미안하고 죄송하다.

▲ 수목장 배치도

편집 : 김미경 부에디터

김태평 주주통신원  tpkkim@hanmail.net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관련기사 전체보기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