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속이 더부룩하고 불편하다. 뱃속과 대화를 해본다.

“뱃속! 왜 자꾸 나를 불편하게 하니?

“내가 언제?”

“언제라니? 시침 떼지 마. 자주 그랬잖아? 지금도 그렇고...”

“난 그런 적 없어. 너의 과욕이 문제겠지. 과욕은 이목구비촉(耳目口鼻觸)의 5대문으로 들어와. 5대문을 관리 못하면 뱃속이 불편하고 시커멓게 돼. 그럼 불편하지”

“5대문 관리? 대다수는 5대문을 크게 못 열어 난린데?”

“그렇기는 하지. 하지만 5대문은 영욕의 문이야. 관리가 부실하면 삶이 치사하고 천박해져”

“골치 아픈데 확 닫아버릴까?”

“안 되지. 5대문은 유일하게 자주적 관리가 가능해. 삶과 생명의 문으로 활기차게 들고 날수 있어야 해. 과하지 말라 했지 누가 닫으라 했나?”

“거참 어렵네. 몸과 맘을 다스리기는 참으로 어려워”

“너 욕망이 문제겠지. 몸과 맘은 욕망의 그늘아래 있어. 욕망은 5대문의 열쇠요 조절자야. 우선 음식을 줄이고 생각을 줄여 봐. 몸과 맘이 가난해질 거야. 그럼 몸은 가뿐해지고 정신은 맑아져. 그래도 불편하면 다시 와”

“알았어. 노력은 하겠지만 잘 될까? 몸과 맘이 가난하면 무슨 재미로 살아?”

“재미? 세속적으론 그렇기도 하겠네. 하지만 잠시라도 한 번 해봐. 오히려 즐겁고 재미날 걸. 오색을 섞으면 검정색이 되듯이 온갖 잡것을 다 먹으면 나는 썩어. 내가 썩어 뱃속이 시커매지면 뵈는 게 없어”

“뱃속이 불편하고 시커먼 것은 썩어서 그렇구먼!”

“그렇지. 식사 모습에서 그이를 알 수 있어. 먹는 것 하나 절제 못하면서 무엇을 하겠냐는 것이지. 먹탐자의 시선은 발끝과 손발 안에 있어. 시각은 30°이고 시거리는 1m야. 오직 이해타산밖에 없어. 눈치볼일도 없지. 일방통행 막무가내야. 대붕(大鵬)과 바오밥나무와 같지. 세상을 멍들게 해. 이런 자와 함께? 암담하지. 이런 자는 뱃속이 시커매. 일이관지(一以貫之)라 했잖아! 밥 먹는 모습을 보면 다 알 수 있어. 고로 나 뱃속과 입을 다스릴 수 있는 자는 천하를 맡을 수 있다 했지”

“뱃속∼ 너! 대단해. 조심해야겠네?”

“음식을 말했지만 꼭 음식만 먹는 것은 아니야. 맘과 생각으로 먹는 것이 더 중요해. 결과는 더욱 심각하고”

“맘과 생각으로 먹어? 어떤 거야?”

“얘기 나온 김에 음식도 함께 말해보지”

“음~ 어떻게 먹어?”

“음식은 입으로, 맘은 가슴으로, 생각은 머리로 먹지”

“그들은 어떤 작용을 하는데? 꼭 먹어야 하나?”

“먹어야 살지. 음식은 하드웨어적(hardware)인 육신을, 맘은 소프트웨어적(software)인 정신을, 생각은 이 둘을 합한 영혼을 제어해. 음식은 육신의 에너지를, 맘은 정신의 에너지를, 생각은 영혼의 에너지를 공급한다는 거지”

“그런가? 그들을 취할 땐 즐거움도 있지만, 성가시고 귀찮기도 해”

“어찌 성가시지 않고 귀찮지 않은 게 있겠어? 그래서 몸 관리를 잘하고, 맘을 잘 먹고, 생각을 잘 하라는 거지. 하지만 근본은 뱃속인 나야. 나는 격을 알 수 있는 바로미터지. 나를 잘 관리하는 자는 천하를 관리할 수 있어”

“흠∼ 네가 그리 중요하고 위대한 존재인가?”

“암! 그렇고말고. 내 속엔 천하가 들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야. 나는 만욕의 원천이거든. 건강한 나를 위해선 적게 먹고, 맘을 줄이고, 적게 생각해서 몸과 맘 그리고 머리를 가난하게 해야 해”

“엥~ 난 여태 부자가 되려고 노력했는데 가난해지라고?”

“그래서 내가 불편했던 거야. 얼마나 힘들었는데... 부자들을 한 번 봐봐. 퀴퀴하고 축축하지 않아? 맑고 밝음이 없어. 어딘지 모르게 어둡고 칙칙해”

“왜 그럴까? 모두가 원하는 부귀영화를 누리고 있는데...”

“그렇지는 않아. 부귀영화에 대한 오류지. 사람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외형적인 부귀영화가 아닐 거야. 거기엔 건강도 행복도 없으니까. 환상이고 신기루지. 뱃속을 다스린다는 것은 수신의 근본이야. 자신의 몸 하나 관리 못하면서 뭣을 왈가왈부하겠어. 다 헛소리지”

“요지는 작은 것이 큰 것이고, 시작이 없으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네. 그러니 네 뱃속부터 관리해라!”

“어쭈! 이제 그만하면 됐어. 끝!”

“고마워! 오늘부터 5대문 관리로 뱃속을 가난하게!”

▲ 2014년 8월 29일 한겨레 그림판 : 뱃속을 너무 가난하게 해서 국민을 아프게 했던 한 사람

편집 : 김미경 부에디터

김태평 주주통신원  tpk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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