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한 꽃을 만나면 반가우면서도 미안해진다. 귀하게 된 탓이 인간에게 있기 때문이다. 광릉국립수목원에서 만난 복주머니란속 귀한 꽃 몇 점을 소개한다. 

<광릉요강꽃>

광릉요강꽃은 광릉, 가평 등지에 분포하는 한국 고유종이며,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대만 등 동아시아에만 분포한다. 1932년 광릉에서 처음 발견되었다. 야생에서는 만나기 어렵다. 광릉, 가평 등 경기도를 비롯해 강원, 충북, 전북, 전남 등에 자생지가 있지만 개체수가 적다. 국내 난초과 식물 가운데 가장 크고 아름답기 때문에 불법 채취가 성행해  자생지에 남은 것은 500개체가 안 된다고 한다. 2005년 대한민국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되었다.

'광릉요강꽃'은 수천~수만 개의 작은 씨앗을 맺는다. 하지만 이 씨앗에는 싹틀 때 필요한 양분을 저장하는 배젖이 없다. 씨앗에 감염된 곰팡이의 균사가 양분을 제공해 준다. 다 자란 후에도 뿌리에 토양 곰팡이가 공생해 난균근(난과 식물 곰팡이 공생체)를 형성해야만 살 수 있다. 곰팡이가 활성화되지 않으면 뿌리가 돌돌 말리며 차츰 위축되고, 토양에 뿌리와 공생하는 곰팡이가 없으면 살지 못한다. 자생지에서 퍼다 옮겨 심으면 줄줄이 죽는 이유다. 이식과 재배가 아주 어려운 꽃이다. 

▲ 복주머니란속 복원지 안내판에서 
▲ 복주머니란속 복원지 안내판에서 

국립수목원에서는 '광릉요강꽃' 복원 사업을 하고 있다. 10년 이상 '인공증식법' 개발에 집중해서, 2021년 세계 최초로 종자 발아 증식에 성공했다. 현재 증식을 통해 늘린 개체 중 일부를 공개하고 있다. 물론 목책을 치고 그 안에 공개하여 일반인이 가까이 접근할 수는 없으나 사진 찍는 것은 가능하다.  

▲ 2021년 5월 2일 국립수목원에서 만난 광릉요강꽃 
▲ 2021년 5월 2일 국립수목원에서 만난 광릉요강꽃 

'광릉요강꽃'은 난초과 복주머니란속에 속한다. 깊은 산 양지바르고 배수가 잘되는 숲속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옆으로 뻗는 땅속줄기의 마디에서 뿌리가 내린다. 잎은 줄기 맨 위 방사상 맥이 있는 2개의 큰 잎이 원줄기를 완전히 둘러싸며 부채꼴로 퍼져 두 잎이 거의 붙은 듯 마주 본다. 이 잎 모양이 꼭 치마를 입을 것 같다고 하여 '치마난초'라고도 불린다. 꽃자루는 털이 많다. 꽃자루 끝에 위꽃싸개잎과 옆꽃싸개잎이 각각 2개 달린다. 둘 다 긴 타원형이고 끝이 뾰족하다.

▲ 이호균 선생님(필진) 티스토리에서 가져온 광릉요강꽃 (사진 출처 : https://ihogyun.tistory.com/2773178)
▲ 이호균 선생님(필진) 티스토리에서 가져온 광릉요강꽃 (사진 출처 : https://ihogyun.tistory.com/2773178)

꽃은 4~5월에 핀다. 붉은색 꽃이 꽃자루 끝에 밑을 향해 1개씩 달린다. 입술꽃잎 양옆이 안으로 말려서 서로 맞닿아 주머니를 이룬다. 이 모양이 꼭 요강 같다 하여 '광릉요강꽃'이라 이름 붙었다. 요강보다는 복주머니 같다 하여 '광릉복주머니란'이라고도 불린다. 꽃잎은 흰색 바탕에 홍자색 맥이 있다. 나는 광릉요강꽃에서 부채처럼 확 펼쳐진 잎이 제일 인상 깊다. 복주머니란속 다른 난들과 아주 다른 이런 잎을 가지게 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무슨 사연이 깊어 저리 화들짝 벌어졌을꼬...

<복주머니란> 

'복주머니란'도 난초과 복주머니란속에 속한다. '광릉요강꽃' 복원지 안에 함께 피어 있다. '복주머니란'도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의 귀하신 몸이다. '광릉요강꽃'이 4~5월에 피고 지면, 5~6월에 '복주머니란'이 핀다. 제주도와 울릉도를 제외한 한반도 전역에서 살며, 전 세계적으로 동유럽에서부터 러시아, 중국, 일본에 분포한다.

▲ 지난 5월 19일 국립수목원 복원지에서 만난 복주머니란. 참 얌전히도 다소곳이 피었다.
▲ 지난 5월 19일 국립수목원 복원지에서 만난 복주머니란. 참 얌전히도 다소곳이 피었다.

산지의 숲 속의 반그늘이나 양지쪽 물 빠짐이 좋은 경사지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전체에 털이 있다. 뿌리는 옆으로 뻗으며 마디에서 뿌리가 내린다. 줄기는 곧추서고 털이 있다. 잎은 3~5장이 어긋나 달리며 직선 맥이 있는 타원형이다. 꽃은 주로 붉은색으로 피지만 백두산 쪽에서는 흰색으로 피기도 한다. 원줄기 끝에 1개씩 달린다. 달걀형의 위꽃싸개과 피침형의 옆꽃싸개가 각각 2개 있다. 꽃싸개는 꽃과 같은 색이다. 입술꽃잎은 주머니처럼 부풀어 쪼리 항아리 모양으로 달린다. 주머니 안쪽에 털이 있다

▲ 지난 5월 19일 국립수목원 복원지에서 만난 복주머니란, 위꽃싸개와 옆꽃싸개가 살짝 벌어졌다. 
▲ 지난 5월 19일 국립수목원 복원지에서 만난 복주머니란, 위꽃싸개와 옆꽃싸개가 살짝 벌어졌다. 

'개불알란'으로 불리기도 한다. 자생지 근처에 가면 소변 냄새와 비슷한 냄새가 나기 때문이라고 한다. 복주머니난도 너무 예뻐 사람들이 보기만 하면 캐갔기 때문에 지금은 자생지에서 점점 사라지는 귀한 꽃이 되었다. 울릉도에서도 자생했으나 지금은 완전히 사라졌다고 한다. 광릉요강꽃처럼 옮기면 대부분 죽기 때문에 캐 가봐야 살리지도, 기를 수도 없는 꽃인데.... 인간의 욕심이 절멸 상태로 내몰고 있다.

▲ 지난 5월 19일 국립수목원 복원지에서 만난 복주머니란, 위꽃싸개와 옆꽃싸개가 완전 벌어졌다.
▲ 지난 5월 19일 국립수목원 복원지에서 만난 복주머니란, 위꽃싸개와 옆꽃싸개가 완전 벌어졌다.

 <얼치기복주머니란>

'얼치기복주머니란'은 복주머니란과 노랑복주머니란의 교잡종이다. 교잡에 의해 태어난 복주머니란이라서 얼치기가 붙었다. 복주머니란속의 난초는 좀 고고한 맛이 나는 꽃인데... '이것도 저것도 아닌 중간치'란 뜻의 순수 우리말 '얼치기'가 붙어서 그런지 깍쟁이 같지 않고 구수하게 느껴진다. 꽃자루에 꽃이 두 개 달리는 경우도 있지만, 생육상 양분이 좀 부족하다 싶으면 한 개만 달린다. 수목원에서는 멸종위기 종이 아니라서 그런지 가까이 가서 볼 수 있도록 산책 길가에 군락지를 조성했다. 

▲ 얼치기복주머니란 
▲ 얼치기복주머니란 
▲ 얼치기복주머니란  
▲ 얼치기복주머니란  
▲ 얼치기복주머니란  
▲ 얼치기복주머니란  

<털복주머니란>

'털복주머니란'도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된 꽃이다. '광릉요강꽃'과 '복주머니란'과 함께 국내 자생 복주머니란속 3대 난이다. 국립수목원에서는 '털복주머니란'도 복원 사업을 하고 있지만 그 앙증맞고 고운 자태를 여태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 털복주머니란의 고운 자태(사진 출처 :https://species.nibr.go.kr/home/mainHome.do?cont_link=009&subMenu=009002&contCd=009002&pageMode=view&ktsn=120000065522/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
▲ 털복주머니란의 고운 자태(사진 출처 :https://species.nibr.go.kr/home/mainHome.do?cont_link=009&subMenu=009002&contCd=009002&pageMode=view&ktsn=120000065522/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

전체 몸집이 광릉요강꽃이나 복주머니란의 절반 정도이며, 전체에 털이 있어 '털'자가 붙었다. 꽃은 5-6월에 피고, 줄기 끝에 1개 달린다. 입술꽃잎은 주머니 모양으로 흰색 바탕에 보라색 반점이 있다. 백두산, 설악산, 함백산 등 강원도 이북 높은 산 고지대의 풀밭이나 숲속에서 자라지만 매우 드물다. 정말 곱고 예쁘다는데.... 내년 5월 국립수목원에 가서 눈에 불을 켜고 찾으면 만나보는 영광을 맛볼 수 있을까?  

▲ 털복주머니란 군락지(사진 출처 :https://species.nibr.go.kr/home/mainHome.do?cont_link=009&subMenu=009002&contCd=009002&pageMode=view&ktsn=120000065522/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
▲ 털복주머니란 군락지(사진 출처 :https://species.nibr.go.kr/home/mainHome.do?cont_link=009&subMenu=009002&contCd=009002&pageMode=view&ktsn=120000065522/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

* 언제나 아낌없이 자료 사용을 허락해 주시는 이호균 선생님께 감사의 마음을 보냅니다.
 

참고 사이트 :" 위키백과
참고 사이트 :  https://ihogyun.tistory.com/2773178
참고사이트 : https://species.nibr.go.kr/index.do
참고 기사 : https://www.hani.co.kr/arti/animalpeople/ecology_evolution/1043988.html

김미경 객원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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