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교 생활은 행복햇을까?

아들이 10월 초순에 전학 간 4학년 시절부터 6학년까지를 생각하면 참 마음이 아프다. 하루하루 조심스럽게 아들의 심경을 살피며 지냈던 시절이다.

특히 5학년, 6학년 때는 매일이 긴장의 연속이었다. 우선 선생님과 잘 지내지 못했다. 두 분 다 언성이 높으셔서 늘 아이들에게 소리를 지르셨다. 오죽하면 아들이 5학년 때 일기장에 '나는 이상한 생각이 든다. 왜 선생님께서는 엄마들이 오시면 순한 목소리로 말씀하시다가 엄마들이 가시면 사자같이 소리를 지르실까?’라고 썼을까?

서울에서 선생님들은 모두 여자선생님이셨는데 단체 기합과 단체 매를 수시로 들었다. 간혹 개인적인 잘못(지각, 숙제 안 해가기, 늦게 교실에 들어오기 등등)으로 매를 맞고 벌을 받은 적도 있지만, 여럿이 숙제 안 해오면 단체로 쪼그려 뛰기 200번, 시험에서 70점 이하면 단체로 맞고, 떠들면 또 단체로 맞았다. 오죽하면 이래 맞고 저래 맞고 맞은 기억 밖에 없다고 할 정도니.... 체구도 여리여리하신 여자선생님들께서 어디서 무슨 기운이 넘쳐서 그렇게 단체 매를 드실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선생님에게 맞는 것도 힘들었을 텐데 아들은 전학간지 얼마 안 되어 또 아이들에게도 괴롭힘을 당했다. 그런 아이들도 문제지만 아들에게도 문제는 있었다. 아들을 탁 보면 생긴 모습이 순하다. 눈을 끔벅끔벅 뜨면 꼭 순한 강아지 같다. 말도 느리고 뭔가 어눌하다. 한 대 툭 건드려도 그냥 피하기만 하고 따지지도 맞싸움도 하지 못한다. 당연히 공격적 성향의 아이들의 만만한 표적이 되었다.

심지어 여자아이들도 거친 욕설로 아들을 괴롭혔다. 한번은 아들이 난감한 얼굴로 같은 반 여학생이 보낸 이멜을 보여주며 어찌 해야할 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멜은 첨부터 끝까지 'ㅗ'가 들어간 욕설이었다. 그 아이는 우리 바로 옆 동에 살았는데, 아들에게 무슨 요구를 했는데 아들이 응하지 않자 보복차원에서 그런 이멜을 수시로 보냈다. 가끔 아빠와 아파트 앞에서 사이좋게 배드민턴을 치던 아이고, 나와는 웃으며 인사도 하는 아이라서 정말 놀랐다. 아들에게 그 아이 이멜은 열어보지도 말라고 했지만 아들은 이미 충격을 많이 받은 듯 했다.

어디 가서 한 번 맞고 들어온 적이 없는 딸은 만날 얻어터지고, 욕을 얻어먹는 동생 때문에 속이 상해 팔딱 팔딱 뛰며 이렇게 말했다.

“엄마, 남자아이들은 세계가 달라. 욱이 저렇게 순하게 나오면 더 짓밟아. 욱이도 함께 싸우라고 해야 해. 죽자 살자 덤비라고 해. 남자들은 힘으로 아이들을 줄 세운단 말이야. 그리고 중학교 가면 어떻게 할 거야. 남자 중학생들은 더 해. 말이 안 통해. 무조건 힘으로 해결하는데 욱이 저렇게 계속 두면 어떡할 거야?”

맞고 들어오는 동생이 대적을 못하는 것을 엄마의 교육 탓이라고 했다. 나는 두 아이들끼리 말다툼은 허용했지만 언어적, 물리적 폭력은 절대로 허용하지 않았고 밖에 나가서도 그래서는 안 된다고 철저히 교육시켰다. 하지만 딸은 남자아이들을 그렇게 키우면 나가서 ‘진따’가 된다고 남자들은 욕도 하고 싸움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5학년 어느 날, 아들이 이런 말을 했다.

“엄마, 나 정말 혼내주고 싶은 아이가 있는데.. 그 아이 한번 때려도 돼?”

그 이유를 물어보니 4학년 전학 와서부터 괴롭히는 아이인데 화장실 사용 시에 옷 뒤를 잡아당겨서 소변이 튀게 만들고, 점심 급식 때도 뒤에서 밀어서 음식을 흘리게 만든다고 했다. 아들은 유난히 깔끔한 성격이다. 특히 소변이 옷에 묻는 것은 정말 견디기 힘들다고 했다. 아무 이유 없이 장난이라면서 괴롭혀서 자기도 한 번 때려주고 싶다고 했다. 나는 망설였지만 한번 혼을 내주라고 했다. 참고 대화로 풀라고 해야 옳은 방법이겠지만... 딸의 주장대로 해보기로 했다.

아들은 초등학교 1학년 겨울방학때 부터 태권도를 했다. 비록 앙상할 정도로 마른 아이였지만, 2-3년간은 발차기를 중심으로 했기 때문에 잠깐 태권도를 한 아이들과는 발힘이 그래도 좀 달랐다. 하루는 그 아이가 화장실에서 또 잡아당기기에 그대로 앞차기, 뒤차기, 돌려차기 등으로 다운 시켰다고 했다. 그것이 소문이 났는지 괴롭히는 아이들은 점점 줄어들었다.

그 이후로 아들은 가끔 아이들에게 주먹질도 하고 욕도 했는데 자신의 그런 모습을 좋아하지 않았다. 폭력 또한 잘 휘두르지도 못했다. 어느 날은 이런 말도 했다.

“엄마, 나는 바본가 봐.”

“왜~ 네가 바보야?”

“나는 아이들을 때리려고 주먹을 내밀었다가도 주먹이 그 아이 코앞에 가면 확 못 때리겠어. 자꾸 코앞에서 멈추게 돼.”

“그게 왜 바보야? 네가 마음씨가 고와서 그런 거지.”

폭력을 싫어하는 심성이 여린 아이들로 하여금 자신을 바보라고 생각하게 하는 학교 그리고 앞으로 계속 만나게 될 그런 사회.. 어찌 아들이 헤쳐 나갈지..... 참 아마득했다.

▲ 사촌동생을 업은 사진.

내가 참 좋아하는 아들 사진이다. 아들은 사촌동생들과 잘 놀아주었다. 사촌동생들의 요구사항을 잘 받아주어 동생들이 잘 따랐다. 노는 수준을 잘 맞춰서 놀아주었는데 아들도 재미있는지 서로 까르륵 까르륵 넘어가면서 놀았다. 한식날 성묘 갔을 때, 사촌동생이 힘들다고 하니 저렇게 업고 낑낑대며 산을 내려왔다. 자신보다 항상 남을 먼저 생각해주는 아들... 이 시기에 아들은 그런 자신을 가끔 '못났다', '바보다' 라고 표현했다. 

편집 : 박효삼 부에디터

김미경 주주통신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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