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해서 얼마 안 돼서였다. 저녁상을 차렸다. 달걀을 부쳤고 오징어를 삶았다. 달걀은 케첩에 찍어 먹으라고 케첩 담은 종지를 놓았고, 오징어는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라고 초고추장 담은 종지를 놓았다.

같이 밥을 먹는데 남편이 좀 이상하게 먹었다. 달걀을 초고추장에 찍어 먹고, 오징어를 케첩에 찍어 먹었다. 한참 보다가 지적했더니... "색이 같으니까 헷갈려서 그래“라고 했다. ‘그 미묘한 차이를 모를 수가 있지...’ 생각했다. 시누이가 같이 밥을 먹다가 쿡쿡 웃었다.

그다음에는 김을 구워 간장에 찍어 먹으라고 간장 종지를 놓았고, 생미역을 삶아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라고 놓았다. 이번에도 막 섞어 찍어 먹었다. 간장과 초고추장은 색깔이 완전히 다른데…. 어찌 저럴 수가 있지? 하고 내가 지적하니까…. 시누이가 또 쿡쿡 웃으며 말했다. “오빠는 찍어 먹는 거 줄 때는 한 종류만 줘야 해요”

그때 알았다. 남편이 남다르게 이상한 점이 많다는 것을... 그 이후 아무거나 막 찍든지 말든지 그냥 암말 하지 않고 살았다. 뭘 찍어 먹던지 다 맛있다니 뭐...

그 이후에도 남편의 헷갈리기는 다 기억할 수 없이 많았다. 때때로 웃기기도 했고 어이가 없기도 했다. 목욕 후 갈아입을 새 러닝셔츠를 가지고 욕실에 들어갔다가 입던 러닝셔츠를 도로 입고 새 러닝셔츠는 수건 걸이에 걸어놓는 일은 다반사요, 다림질한 셔츠와 안 한 셔츠를 구분 못 하는 것도 다반사였다. 어쩌다 양말도 비슷한 색이면 짝짝이로 신고 나갔다.

지난해 비가 추적추적 오는 어느 토요일이었다. 남양주에 있는 '물맑음수목원'에 슬슬 걸어 다닐 생각으로 갔다. 남편과 나란히 걷다가 아래를 봤는데 뭔가 이상했다. 신발을 짝짝이로 신고 나왔다. 양말이야 그렇다고 쳐도 신발 짝짝이는 좀 너무한 것 아닌가? 물론 둘 다 하이킹화이고 색이 좀 비슷하다고 해도…. 신는 방식이 완전히 다른 신발인데…. 하도 어이가 없어서 사진으로 남겨 아이들에게 보여줬다.

딸은 “아빠 너무해요” 했지만, 아들은 암말 하지 않고 "ㅋㅋ" 웃었다. 사진을 다시 보니 또 웃음이 난다. 남편은 나보다 더 곧이곧대로다. 유머 감각도 부족하다. 그래도 유머 있는 남편과 살듯이 종종 웃고 산다. 남편의 희한한 행동 때문에…. 한번 웃고 마는 것이 아니라 두고두고 생각하며 몇 날 며칠 웃고 산다. 자기 아내만 헷갈리지 않으면... 뭐.... 

편집 : 김미경 객원편집위원,  하성환 편집위원

김미경 객원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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