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은 내리고 출생율은 올리자
부동산전쟁 종식을 위해 이재명정부가 할 일은 (2)

4. 부동산전쟁의 최전선, 똘똘한 한 채와 소비자물가지수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 중에 세금으로 부동산 시장을 잡지 않겠다는 말은 곱씹어 봐야 합니다. 시장 원리를 존중하겠다는 발언의 핵심이 이것이죠. 이재명 지지를 선언한 부동산 전문가 이광수조차 매불쇼에 나와서 소득세에 비해 부동산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가 너무 적다고 개탄했는데요. 사실상 이재명의 세금 발언을 디스한 것입니다. 

부동산 세금 관련 가장 뜨거운 이슈는 소위 “똘똘한 한 채”입니다. 지방에 10억짜리 세채를 가진 사람이 30억 주택 한 채 소유자보다 세배 이상의 세금을 내야 하죠. 그러니 지방 집을 팔고 그 돈으로 서울 강남의 아파트 한 채를 구입합니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이 전국의 돈이 강남 저수지에 모여드는 거죠. 부동산 투기를 방지하겠다는 명분이지만 오히려 투기를 조장하고 있습니다. 이 정책이 지난 10여년 동안 강남집값에 불꽃이 꺼지지 않도록 풀무질을 했습니다.

필자 제작 유투브 동영상 '김제완의 좌우간에'중에서. 자료는 퍼플렉시티
필자 제작 유투브 동영상 '김제완의 좌우간에'중에서. 자료는 퍼플렉시티

저는 이런 법을 만든 자들에게 전율이 느껴집니다. 해결책은 간단해요. ‘합산과세’로 보유세 제도를 바꾸면 됩니다. 집이 몇 채이건 주택의 공시가를 합산한 가격에 과세해야 합니다. 10억 아파트 세채 소유자나 30억 아파트 한 채 소유자나 같은 금액의 세금을 부과해야 합니다. 이것이 공정이고 상식 아닐까요? 여러분, 여기서 주의해야 합니다. 그들이 합산과세 방법을 몰라서 안하는 것일까요? 우리가 아무리 떠들어도 꿈쩍하지 않을 겁니다. 왜냐고요? 이건 전쟁이거든요. 그들의 목에 칼이 들어오기 전에는 기득권을 놓지 않을 겁니다. 

또 한가지 놀랄 일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소비자물가지수(CPI) 산정시 주택 가격을 제외한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주위사람들에게 물어보세요. 아는 사람 찾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어떤 이는 미국도 주택 가격을 포함하지 않는다고 말하는데요. 그럴 듯하지만 내용이 다릅니다. 사실을 파악하려면 ‘자가주거비’라는 다소 복잡한 개념을 들여다봐야 하는데요. 여기서 그걸 따질 겨를이 없어요. 자가주거비는 주택가격과 같은 것이다. 이렇게 이해하셔도 됩니다. 미국, 캐나다 등 다수의 선진국에서 자가주거비를 즉 주택 가격을 소비자 물가 지수에 포함하는데 한국은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가 놀라워요. 한국정부는 주택을 소비재가 아닌 투자자산으로 규정하기 때문입니다. 

통계청 자료 퍼플렉시티 검색
통계청 자료 퍼플렉시티 검색

그러면 부동산 투자에 반대하거나 투자 능력이 없는 사람들은 국민의 자격이 없는 걸까요? “부동산 투자는 재테크 아닙니다.” “남의 돈 뺏는 겁니다.” “건강한 부동산 투자라는 말은 집어치워라.”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은 반정부 인사일까요? 부동산이 흥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고언을 남긴 서울대 김태유 명예교수의 말씀입니다.

물가지수에 대해 KBS 기자였던 박종훈 씨는 이렇게 분석했어요. 한국은행에서 돈을 찍어내는만큼 집값이 오른다. 그런데 물가가 높아지면 더 이상 찍어낼 명분이 없다. 그래서 물가 지수가 높아지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집값이 물가통계에 들어가지 않는 이유다. 이런 말도 덧붙였어요. 미국은 집값이 물가의 1/4을 차지합니다. 연준의장이 금리 결정할 때마다 집값을 주시하는 이유죠. 

저의 경험도 한가지 붙이면요. 프랑스에서 10년동안 살면서 배운 것인데요. 주택은 의식주의 하나로 인간의 기본권이다. 그래서 이익을 위한 투기 대상이 되면 안된다. 그들은 이렇게 말하더군요. 빠리에서 은행 대출 받아서 주택 구입하기가 쉽지 않은 이유입니다. 

강남의 아파트 단지 아침 모습. 사진 필자
강남의 아파트 단지 아침 모습. 사진 필자

아무튼 우리는 주택 가격은 빼고 전월세 비용만 소비자물가지수에 반영합니다. 주택 가격을 포함하지 않으니 실물 경제와 동떨어진 물가지수를 얻게 되고요. 그래서 주택가격을 반영하면 현재보다 2% 이상 높아질 거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국민은 고작 자동차 유가나 라면값 인상이 물가를 결정한다고 생각하는데요. 국가가 국민을 바보로 만들고 있어요. 이것도 K-경제 디스토피아라고 해야겠네요. 정부의 우민화 정책에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 손을 움직이는 사람들이 바로이 사회의 지배계급이고요. 그들이 바로 5060 부동산 소유자들입니다. 그들은 정부 국회뿐아니라 언론과 사회운동에도 포진해 있어요. 지난 대선국면에서 집값과 저출생 등 그들에게 불편한 문제가 정치 이슈로 올라오지 않았던 이유입니다. 기가 막히지만 이것이 사실입니다. 

정치와 언론이 문제 있으면 최후의 보루인 사회 운동이 나서야 하는데 그들조차 사실상 한패거리입니다. 그래서 집값이 불장인 시기에도 문제를 지적하는 시민사회단체의 성명을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비교적 자유롭게 경제와 관련된 사회 문제에 대해 발언해 왔는데요. 퇴임하기 전에 그가 국회에서 용기 있게 발언하는 장면을 보고 싶습니다. 물가지수 산정 방법 뒤에 있는 보이지 않는 손을 고발해 주기를 기대합니다. 뭐라고요? 헛된 희망이라고요?

5.  28전28패 미스터리 이제는 말해야 한다 

이 기회에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28전28패의 원인을 밝혀봅시다. 민주당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죠. 이걸 파악하고 교훈을 얻지 못하면 정권을 또 잃을 수 있으니까요. 28전28패는 결코 미스터리가 아닙니다. 제가 상식을 도구삼아 밝혀 보겠습니다. 

부동산시장은 주식시장과 달리 정부 정책이 아주 잘 먹힙니다. 이번 6.27대책에서 보지 않았나요? 발표 다음날 시장이 상전벽해처럼 바뀌었어요. 그런데도 두 번의 민주당 정부에서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이유가 뭘까요? 번번이 부동산 때문에 정권을 잃어 민주당은 ‘부동산 포비아’를 갖고 있다는 말이 들립니다. 자기가 싼 걸 보고 놀라는 꼴이죠. 

2018년 광화문광장 출범 기자회견 모습. 사진 보유세강화시민행동 
2018년 광화문광장 출범 기자회견 모습. 사진 보유세강화시민행동 

이제는 제대로 말해야 해요. 당시 부동산 정책 책임자였던 청와대의 김수현은 집값 변동의 특성을 잘 알지 못했습니다. 그는 최근에 펴낸 책에서 자기가 책임자였던 2019년까지는 잘 관리했는데 그 이후 팬데믹 때문에 집값이 올랐다고 했어요. 이미 그 이전부터 강남이 불타고 있었는데 뻔뻔스러운 거짓말입니다. 그가 과연 부동산 문제 전문가인지 의심케 하는 발언입니다. 저는 한때 문재인 후보 광흥창 선거캠프의 김수현 팀에서 일을 했었는데요. 그래서 배신감과 실망감이 더 큽니다. 

부동산시장은 전국민의 상반된 욕망이 엉켜있어 복잡계 중의 복잡계입니다. 최고의 고수들도 성과를 내기가 어려운 분야지요. 김수현은 경제학자가 아니고 공대 출신의 도시공학자였어요. 그는 집값을 완만하게 그리고 적당히 상승하도록 관리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탐욕 덩어리 시장이 갑자기 튀어오르자 통제의 고삐를 놓치고 당황했고요. 그 뒤에 집값 통계를 조작하는 우를 범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요. 결정적 국면에서 집값 잡기 위한 시늉만 냈다는 겁니다. 셰도우 복싱하듯이 본질을 회피하고 유효한 정책들을 피해 나갔어요. 앞서 말했듯이 적당한 상승이 그의 목표였기 때문입니다. 제가 기억하는 한 가지 사례를 제시합니다. 

2018년 1월 상황인데요.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강남집값 불길을 잡기 위해 재건축연한 40년의 복원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 뒤 한달만에 자신의 말이 와전됐다며 말을 거둬들였어요. 재건축연한은 기존 건물을 부수고 새로 지울 수 있는 최소 기한인데요. 박근혜 정부는 강남 재건축 활성화를 위해 40년을 30년으로 줄였어요. 이걸 원위치로 되돌려야 했거든요. 국회의 동의도 필요 없었죠. 주택법 시행령을 고치면 될 일이어서 장관이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이같은 실효성 있는 대책은 피해 나갔습니다. 도대체 왜 그랬을까요? 누군가의 압력을 받은 건 아닐까요? 당시 김현미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은 청와대의 김수현밖에 없었습니다. 국회에서 청문회를 열고 두 사람을 불러서 낱낱이 밝혀내야 합니다.

6. 첫번째 전쟁 승리한 이재명 이제 두번째 전쟁 해결하라 

세 차례 집값 폭등의 원인을 파악하고 필요한 대응을 하지 않으면 또다시 새로운 폭풍이 닥쳐올 것이 분명합니다. 6.27대책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겠죠. 그러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유주택자들은 종부세 인상 말만 나와도 득달같이 정치권에 항의합니다. 그러나 무주택자들은 그럴 만한 힘이 없어요. 특히 그들의 전도된 의식이 문제입니다. 종부세 제정 당시 화제가 됐었죠. 강북에 전세사는 사람이 종부세를 반대했어요. 이렇게 계급 배반 투표하던 습성이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무주택자로서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항의하고 바로 잡으려고 해야 하는데요. 그게 아니라 어떻게든 유주택자로 갈아타려고 합니다. 나만 살면 된다는 걸까요? 물론 무주택자들이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중에 일부이겠지요. 

아, 빠뜨리면 안 될 이야기가 한 가지 더 있네요. 서울 아파트 가격이 지난 10년 동안 세배나 올라서 지금 평균 가격이 14억입니다. 강남권 17억 강북은 10억입니다. 집값이 웬만큼 하락해도 구입할 수 없는 분들은 임대주택, 사회주택, 셰어하우스 등의 공급을 늘려 달라고 요구합니다. 이분들같은 주거복지론자들과 집값 하락을 주장하는 집값정성화론자들이 연대 협력해야 합니다. 유주택자들은 진보 보수 정치적 입장 차이에도 하나로 뭉쳐 있는 걸 보고 배워야 해요.

끝으로 최근 여론 조사 하나를 소개합니다. 주택가격 상승과 주거 불안이 청년들의 출산 의지를 더욱 떨어뜨리고 있어요. 이미 너무 늦었지만 이제라도 양자가 타협을 해야 합니다. 우리 공동체를 무너뜨리고 있는 5060과 2030의 부동산 전쟁을 끝내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집값을 내리고 출생률을 올려야 해요. 이재명 정부는 검찰과 운동권에 힘겨운 전쟁에서 승리했습니다. 자신감을 갖고 망국적인 부동산 전쟁 종식을 위해 나서 주기를 기대합니다.

김제완 좌우간에이념연구소 대표

**이 글은 '김제완의 좌우간에' 유투브에 발표한 동영상 원고를 수정한 것입니다. 아래의 동영상에서도 같은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필자

 

 

편집 : 심창식 편집장.  조형식 편집위원

김제완 주주  oniva@naver.com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