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 찾아 아미산으로

김미경 편집위원l승인2018.04.25l수정2018.05.01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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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숲과문화연구회는 1년에 국내숲탐방 7회, 해외숲탐방 1회 진행한다. 올해는 첫 숲탐방을 지난 4월 21일, 당진 아미산으로 갔다. 한겨레 주주통신원 박봉우 선생님이 이 연구회 회장이다. 숲 전문가(학자, 관료), 숲 해설가들이 주회원이지만, 숲을 단순히 즐기고 싶은 나 같은 문외한도 언제든 환영해준다. 이 연구회가 진행하는 숲 탐방에 세 번 참가했다. 작년 여름에 홍천 미천골, 가을에 완도군 청산도, 그리고 이번 아미산이다. 

숲문화연구회 탐방은 정상을 향해 쉼 없이 내달림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숲 전문가와 해설가들이 이런 저런 나무와 꽃들을 설명해주는 이야기를 들으며 쉬엄쉬엄 간다. 나이 먹어가며 헉헉대며 올라가는 산행에 지쳐있던 우리에게 새로운 재미다.  

▲ 김기원 선생님이 만들어온 안내서

이번 탐방은 김기원(국민대 산림환경시스템학과)선생님이 안내를 맡았다. 김선생님이 준비해온 11페이지나 되는 제138차 숲탐방 자료는 깐깐한 학자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확실함의 정수다. 아미산 소개부터 진달래 식물학적 특성, 진달래 문학, 음악, 미술, 전승 설화와 민속축제, 진달래술 두견주 기원, 면천 은행나무와 목신제, 심훈의 필경사까지 꼼꼼하게 다루어 주었다.

향토해설가 이인화 선생님의 아미산 안내로 시작하여, 이후는 김기원 선생님 안내로 영랑孝공원, 면천 은행나무, 면천 두견주 양조장, 심훈 문학산실 필경사를 둘러보았다.      

충남 당진군 면천면 성상리에 있는 아미산은 당진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그래봤자 349.5m로 청와대 뒷산인 북악산 정도의 가벼운 산이다. 아미산 주변에는 예로부터 진달래가 많았다. 또한 이인화선생님이 십 수 년간 진달래를 식목하여 진달래축제를 열 정도로 진달래군락이 형성된 곳이다. 

▲ 아미산에서 귀했던 진달래

아미산 속에서 하늘하늘 흐드러지게 핀 진달래에 파묻히기를 기대했는데 진달래는 거의 다 지고 없었다. 동글동글 분홍 동산은 허무하게 날아갔지만... 산은 늘 우리에게 또 다른 선물을 준다. 따뜻한 봄기운에 봉긋봉긋 솟아나온 작은 야생화들이 바로 그 선물이다. 

▲ 족도리풀

족도리풀이다. 족도리풀은 잎 아래 꽃이 있어 바짝 엎드려야 볼 수 있다. 겸손하지 않고서는 사진 한 장 얻을 수 없는 꽃이다.

▲ 좌로부터 시계방향으로 각시붓꽃, 제비꽃, 개별꽃, 고깔제비꽃,

개별꽃은 별꽃 앞에 가짜를 말하는 개자가 붙었다. 개별꽃도 저리 예쁜데 참별꽃은 얼마나 예쁠까?

▲ 좌로부터 시계방향으로 선씀바귀꽃, 흰민들레, 겹미나리아제비, 봄맞이

약으로도 쓰인다는 귀한 흰민들레꽃도 보았다. 민들레 나물과 씀바귀 나물 맛은 살짝 비슷한데 꽃도 비슷하다. 겹미나리아제비도 보기 드문 꽃이라고 한다. 봄맞이 꽃은 아주 깔끔하게 봄을 맞으러 나왔다.

▲ 좌로부터 시계방향으로 봄까치꽃(개불알꽃), 꽃마리, 큰구슬붕이, 주름잎꽃,

예전에 이호균 선생님이 알려주신 봄까치꽃도 보았다. 꽃마리는 아주 작은 꽃이다. 이 꽃을 보라고 김기원선생님께서 휴대 확대경을 선물로 주셨다. 확대경으로 보니 우선 그 색에 탄성이 나온다. 자연이 만들어내는 색은 인간이 따라갈 수가 없다. 감사할 뿐이다. 큰구슬붕이는 한두 송이 피어 있는 것이 대부분인데 꽃이 여러 송이 모여 함박 피었다고 이희옥 회원님이 알려주셨다. 잎에 주름이 져서 주름잎이라고 하는가? 주름잎꽃은 흔한 잡초라고 하는데도 자세히 들여다보니 보라와 노랑의 조화가 아주 곱다. 잡초라고 누가 불렀던가?

▲ 나무 밑동에서부터 싹이 나고 있는 신나무.

김강숙 회원님은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나무 한 그루를 보여주었다. 이 나무는 주변 나무들에 가려 부족한 햇볕을 보충하기 위해 온몸에서 싹을 내고 있었다. 살아남고야 말겠다는 처절함이 느껴진다. 

▲ 방해받지 않고 마음껏 하늘과 만나는 나무들

반면에 아무런 가림이 없는 나무들이다. 씨가 터를 잘 골라잡은 것이다. 하늘을 향해 마음껏 뻗은 가지에서 자유로움도 느껴지고 그 고운 색에서 복 받았구나 하는 생각도 해본다. 터가 좋으면 저리 마음껏 고운 빛을 내는데 인간도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 터를 잘 잡고 태어난 인간들이 스스로 복을 걷어차는 추한 모습들에 안타까운 요즘이다.    

▲ 산에서 우리 차 한 잔에 화전까지(화전 사진 : 박상인 주주통신원) 

탐방 전날 보온병에 뜨거운 물을 담아 오라는 안내가 있었다. 가볍게 티백 차를 마시나보다 했다. 아미산 제2봉에 도착하니 이양우님이 송화다식과 함께 다기와 진달래차, 솔방울차. 목련차로 직접 찻자리를 만들어 놓으셨다. 먼저 송화다식을 하나씩 주셨다. 차를 마시기 전 위를 보호하기 위하여 다식을 먹는데 송화다식을 제일 좋아해서 회원들에게 맛보게 하고 싶어 직접 만들었다고 했다. 침으로 살살 녹여가면서 먹는 송화다식... 알싸한 송화향기를 맛보는 위가 “어~ 새로운 이게 뭐지?”하고 좀 놀라지 않았을까? 송화다식이 입에서 다 녹을 때쯤 진달래차를 우려내어 나누어 주셨다. 진달래차는 은은달콤, 다음으로 솔방울차는 은은상큼. 입안에서 싸하게 퍼진 진달래향과 솔향이 입가를 떠나지 않고 맴돈다. 산꼭대기 차 한 잔으로 품격 있는 산행이 되었다. 이양우님은 화전도 직접 빚어왔다. 점심 먹으면서 후식으로 화전 한 장씩.... 입이 호강하고 눈도 호강했으니 귀한 대접을 받았다고나 할까? 이번 탐방의 백미, 참 고맙다.  

▲ 아미산 정상에서 홍매와 벚꽃

당진에서 가장 높은 산이기도 하거니와 미인 눈썹같이 그린 듯 부드러운 능선을 갖고 있는 산이라서 그런지 아미산 정상은 사방이 시원하게 뻥 뚫려있다.

▲ 영랑효공원의 군자정과 고려 때 지어졌다는 돌다리(사진 이덕근 숲해설가 제공) 

면천읍내에 있는 영랑孝공원에는 군자정이 있다. 영랑은 고려 개국공신 복지겸 장군의 딸이다. 아버지 병을 걱정하던 영랑이 아미산에서 100일 기도 마지막 날, 진달래꽃으로 술을 빚어 100일 후 아버지께 드리고 은행나무를 심으라는 계시를 받았다는 전설에 따라 공원이름을 영랑孝공원이라 붙였다. 근처에 있는 안샘에서 나오는 약수로 두견주를 담았다고 한다. 군자정은 복원한 지 얼마 안 되어 화려한 단청이 가볍고 촌스러운 느낌이지만 군자정으로 들어가는 1000년 된 돌다리는 묵직하니 예사롭지 않다. 다리와 군자정이 세월의 두께만큼 너무도 어울리지 않는다. 이럴 때는 정자 복원 시 나무색 그대로 두면 어떨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 내소사 대웅전처럼...  

영랑孝공원 바로 옆에는 은행나무 두 그루가 있다. 바로 영랑이 심었다고 전해지는 1100년 된 은행나무다. 거대한 둘레와 무성하게 솟아나오는 새순에서 강인한 생명력이 느껴진다. 앞으로 500년은 거뜬히 살 것 같다. 너는 살아 천년... 우리는 기껏 해야 백년... 

두견주 양조장도 구경했다. 진달래꽃을 두견화라고도 해서 두견주라 불리는 이 술은 찹쌀로 만든 곡주로 문배주, 경주교동법주와 함께 한국 3대 명주 중 하나다. 복지겸 장군 병을 낳게 해주었다는 전설에서 시작된 이 술도 역시 1000년 역사를 지녔다. 면천 아미산 일대에서 자생하는 진달래꽃을 넣어 꽃의 향기와 약효(천식 효능)까지 더해진 술이다. 18도라 센 편인데 술을 못하는 나도 두 잔 정도는 가뿐히 먹어줄 수 있을 정도로 부드럽다. 

▲ 필경사

마지막 방문지는 심훈의 필경사다. 중국유학을 마치고 기자생활을 하던 심훈은 32세에 부모님 고향인 당진에 내려와 살면서 자신의 집을 필경사라 불렀다. 필경(筆耕)이란 붓을 간다는 의미다. 이곳에서 심훈은 농촌봉사활동을 하는 조카에 감명 받아 상록수를 썼다. 붓을 갈고 갈아 상록수를 경작했으니 역작이 될 수밖에... 

5월 숲길 탐방은 19일 대전 계족산으로 간다. 황토길 맨발걷기, 계족산성. 남간정사, 동춘당 등을 탐방할 예정이라고 한다. 어떤 꽃들이, 풀들이, 나무들이 우리를 반갑게 맞아줄까...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관련기사 : [봄꽃 3] 이름보다 꽃이 앙증맞은 큰개불알풀 / http://www.hani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2755

편집 : 박효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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