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닝을 떠나온 지 이틀째, 오늘도 신원을 거쳐 나라티 방향으로 42km를 달렸다. 그제는 황량한 모양의 산을 숨차게 넘었고, 어제는 얼굴을 때리는 모래 바람 속을 달렸는데, 오늘은 날씨도 선선했고 주위 풍경도 초지가 많아 비교적 쉽게 달리기를 마칠 수 있었다.

이곳 중앙아시아의 환경은 정말 변화무쌍한 것 같다. 햇살이 강하게 비치다가 갑자기 모래 바람이 불기도 하고, 황량한 풍경이 계속 되다가 갑자기 초지가 나타나서 멀리 천산 산맥을 배경으로 목가적인 풍경을 연출하기도 한다.

이곳 사람들은 이 건조한 모래 바람이 부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방풍림으로 포플러 나무를 심고 천산산맥의 눈 녹은 물을 끌어들여 농사를 짓고, 소나 양을 키우며 생활하고 있다. 이 모습을 보면서 자연 환경이 그 지역사람의 살아가는 모습을 규정하고, 사람은 그 환경에 순응하여 살아 갈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쉼 없이 크락션을 울리며 스쳐 지나가는 차를 보면서

"저 사람은 목적지가 어디며 무엇이 저렇게 급히 달려가게 하는 것일까?"

"삶은 속도 보다는 방향성이 중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 2018년 5월 29일 강명구 마라토너와 동반주를 마치고

강덕원 시민통신원  dwkangjk@gmail.com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관련기사 전체보기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