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은초> 1학년의 주기집중식 학습으로 국어, 수학 등의 교과 학습을 진행해

2014년 필자가 1학년 담임을 맡았을 때, <신은초> 인근에 있는 지양산 자락으로 봄맞이 활동을 나가서 자연을 관찰하며 활동하던 모습이다.
2014년 필자가 1학년 담임을 맡았을 때, <신은초> 인근에 있는 지양산 자락으로 봄맞이 활동을 나가서 자연을 관찰하며 활동하던 모습이다.

<김광철의 혁신학교 이야기>는 연재를 하면서 서울형 혁신학교인 서울 신은초등학교를 2011년~2016년, 필자가 학교를 퇴임할 때까지 개교하는 과정과 그에 따른 학교 교육의 큰 틀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중심으로 풀어왔다.  교육의 비전과 방향, 목표를 세우고, 학교 전체 교육과정을 마련하는 과정, 원칙, 그 구체적 내용인 총론 부분을 중심으로 소개해 왔다.

이렇게 가다 보니 너무 딱딱하고 지루한 것 같아 이후 일정 정도는 서울 신은초에서 구체적으로 이루어졌던 교육의 내용들 중 필자와 관련이 되었거나 알고 있는 내용들을 소개하다가 다시 돌아가서 총론 부분에서 못다 한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방식으로 진행하겠다.

얼마 전 <전국 혁신교육 활동가 소통>이라는 카페에서 고등학교 교사인 '김두루한' 선생과 교육학자인 '이범' 씨가 우리나라의 대학입시제도 문제를 가지고 서로의 주장과 입장을 가지고 열띠게 논쟁하는 것을 보았다. 논쟁의 핵심은 현 문재인 정부의 입시제도에 대하여 두 사람 모두 비판적인데, 비판을 하면서도 서로 일정 부분에서는 입장을 같이 하지만 좀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입장 차이가 있어서 열띠게 논쟁을 한 것이다.

<김두루한> 선생의 논지는 다음과 같다.

 " 교육은 스스로 우러나는 배움을 살려야 한다. 주제배움, 맞춤배움, 창의배움 등을 돕도록 해야 한다. 국가나 교사는 배움길을 걷도록 도와야지 만들어 놓은 길을 따르라는 식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때다. 학력을 기르는 것이다.

스스로 배움이 일어나도록 하는  학력은, 교육 혁신, 입시제도 개선을 추진하는 전교조, 교사노조연맹 등 교원노조나 진보적 학부모 단체 등의 핵심은  '교육의 공공성을 확립하지 않고는 서열 매기기식 입시 중심 교육을 바꾸어 내지 않고서는 한국 교육은 사교육에서 헤어날 수 없다.

줄세우기 교육은 한국 교육을 망치고 있다. 따라서 <교육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서는 수능평가 결과에 따른 정시모집을 늘리자는 문재인 정부의 대입제도는 잘못되었다. 고교교육을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는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초해 고교 내신 성적에 의한 수시를 확대해야 한다. 

고등학교 교육과정 편성 운영도 학습 능력을 증진시키는 교육, 교과를 넘나드는 주제 중심의 프로젝트 학습 등을 통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평가는 논술식 평가여야 하고 수시 평가를 통하여 이루어진 평가 결과들이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되어야 한다." 

교육평론가 <이범> 선생도 큰 범주에서는 <김두루한> 선생의 주장에 동의하면서도 "초등학교라면 당연히 주제별 통합방식의 교육이어야 하지만, 고등학교에서는 주제와 교과목 모두가 필요하다. 교육과정 구성권은 교사에게 주어야 하고, 선택권은 학생에게 주어야 한다. 교사들은 주제 통합식 방식의 교육과정 구성권을 요구하고 있지만 권력은 그것을 하방하지 않는다. 

수능에서 선다형 방식이나 논술고사의 문제점은 인정한다. 그렇지만 프로젝트 수업이 가장 활발한 핀란드나 스웨덴도 일정 비율은 내신성적만으로 선발하지만 일정 비율은 논술형의 입시 성적에 의하여 선발한다.

학부모나 학생 등 대중들은 그 동안 수시 확대 등의 대입제도에 의하여 운영되었음에도  달라진 게 뭐냐고 하면서 정량평가의 정시확대를 요구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입시제도를 개혁하고자 하지만 결국은 정치논리에 의하여 정시확대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나는 입시 폐지론자는 아니고 수능을 논술형으로 진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두 사람의 논쟁을 보면, 교육 개혁의 방향은 '학력'을 증진시켜야 한다. 주제 중심, 학습자 중심으로 교육이 바뀌어야 하고, 평가는 논술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을 하고 있다. <김두루한> 선생은 교과의 벽까지도 과감하게 헐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한 반면, <이범> 선생은 주제통합식의 프로젝트 학습과 교과를 병행해서 가야한다는 입장이다.

<김두루한> 선생은 대학입시에서 수능을 폐지하고 내신 중심으로 가야한다는 입장인 것 같은데, <이범> 선생의 경우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 선발에서는 내신과 논술 중심의 정시 평가 방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두 분의 논쟁을 보면서 우리나라 교육 혁신의 방향에서 초, 중학교에서는 교과를 넘나드는 주제중심의 프로젝트 학습으로 가는 것은 당연하지만 고교 교육 방식과 대학 선발 방식에서는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지금 전국의 혁신학교들은 교육과정 혁신을 교과를 넘나드는 주제통합식, 학습자 중심의 '배움의 교육', 협동 학습 방식에는 큰 이견이 없는 것 같다.

<신은초>에서 했던 학년별 혁신 교육 내용을 '맘에드림 출판사'에서 <리셋, 교육과정 재구성>이라는 책으로 정리 해서 출판하였다.
<신은초>에서 했던 학년별 혁신 교육 내용을 '맘에드림 출판사'에서 <리셋, 교육과정 재구성>이라는 책으로 정리 해서 출판하였다.

신은초에서도 전체 교육목표와 방향, 학년이나 학급에서의 교육과정 편성이나 운영 방향 등에서 이런 시대적 흐름에 따라 충실하게 실천하려고 노력해 왔다. 그런 흐름 속에서 <김광철의 혁신학교 이야기 23>에서는  신은초의 학년 교육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주제통합 교육 방식 중의 하나인 발도르프 교육을 1학년에서 어떻게 도입하여 운영하였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서울형 혁신학교인 신은초 1학년에서는 발도르프 교육방식을 가져와서 공부를 한다. 서울형 혁신학교 1학년들 중에는 발도르프 방식에 의하여 교육과정을 마련하여 운영하는 학교들이 일부 있다. 강명초, 은빛초 , 천왕초 등 개교형 혁신학교들이 그렇다.

<발도르프 교육>에 대하여 '위키백과'에 소개된 내용을 개관하면 다음과 같다.

"발도르프 교육(독일어: Waldorfpädagogik 발도르프페다고기크[*], 영어: Waldorf education, Steiner education)은 20세기오스트리아인지학루돌프 슈타이너가 제창한 교육 사상 및 실천으로 독일에서 시작된 대안교육의 일종이다.

발도르프 교육은 1919년 루돌프 슈타이너에 의해 세워진 발도르프학교에서 출발한 대안교육이다. 발도르프학교는 남부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발도르프 아스토리아 담배공장 노동자들의 자녀들을 위해 처음 세워졌는데, 이 학교를 위한 교과과정이 후대에까지 영향을 미쳐 교육운동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1994년에 열린 세계 교육부 장관 회의에서 21세기 교육의 모델로서 발도르프학교가 선정되었으며 유네스코의 지원, 연구 대상에 속하게 되었다. 국내에서는 SBS 다큐멘터리 <이것이 미래 교육이다> 시리즈 1편에서 방영되었다.[1] 발도르프 교육의 특징은 남녀공학, 에포크수업, 전인교육, 성적이 없는 성적표, 교과서 없는 수업, 외국어 수업의 발달, 자치 행정 등이 있다.

현재 발도르프 교육은 전세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그 모습은 각기 다르다. 슈타이너가 원리에 대한 충분한 인식 없이 구체적인 실천 방법만을 수용하는 것에 반대했기 때문이다.[2] 그럼에도 발도르프교육의 기본적인 이념은 매우 공통적이기 때문에 모두 발도르프 학교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발도르프 교육방식에 의하여  1학년 교육과정을 운영하고자 하는 1학년 교사들이 모여 겨울방학과 봄방학을 이용해  <발도르프 교육 학교>에 모여 공동으로 연수를 한다. 그 연수를 받은 교사들은 각자 자신의 학교로 돌아가서 1학년 나머지 교사들에게 전달연수를 한다.

신은초에서는 연수를 마치고 나서 함께 머리를 맞대어 발도르프 교육 방식에 의한 신은초의 1학년  교육과정을 마련한다. 1학년 연간 교육과정을 수립하고, 그렇게 세워진 교육과정에 따라 교육이 이루어진다. 다음은 신은초 1학년에서 했던 발도르프 교육의 몇 가지 특징들을 소개하겠다.

□ 우주와 사람, 밤과 낮의 흐름, 들숨과 날숨, 봄, 여름, 가을, 겨울 이런 큰 흐름 안에서 리듬에 맞추어 살아가고 흘러간다. 이를 느끼고 거스르지 않으며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공부도 이런 리듬 안에서 편안하게 흘러갈 수 있도록 한다. 이웃들과 함께 호흡하며 아침을 열고, 머리, 가슴, 몸을 균형 있게 사용하면서 자연스럽게 배워나간다.

주기집중식 교육 활동은 책상 앞에 앉아서 하는 활동보다는 마루 바닥에 둘러 앉아 서로를 마주보면서 하는 활동이 중심이다.
주기집중식 교육 활동은 책상 앞에 앉아서 하는 활동보다는 마루 바닥에 둘러 앉아 서로를 마주보면서 하는 활동이 중심이다.

□  아이들을 넓고 깊게 키우고자 한다. 책상 앞에 앉아 하는 교육만이 아니라 둥그렇게 둘러앉아  서로 마주 보며 마음을 열고, 공부하기 전에 몸을 충분히 움직이고, 시와 노래를 하면서 아이들이 갖고 있는 생명력을 키운다.  

□  아이들을 나 혼자가 아닌 주변 사람들과 그리고 자연과 함께 자라고 있음을 당연하게 알게 하고, 주기집중학습에서 제외된 '통합교과'는 국가 교육과정을 존중하면서 주제통합식의 프로젝트 학습 방식으로 운영하고, '문예체' 활동은 혁신학교인 신은초의 전체 교육과정 운영 계획에 의하여 운영한다.

<리셋, 교육과정 재구성>이라는 책자에  <신은초> 1학년에서 주기집중 학습을 어떻게 운영했는지를 소개하는 내용 중에 나오는 사진자료 중의 하나이다.
<리셋, 교육과정 재구성>이라는 책자에  <신은초> 1학년에서 주기집중 학습을 어떻게 운영했는지를 소개하는 내용 중에 나오는 사진자료 중의 하나이다.

□  국어, 수학은 슈타이너 (발도르프) 교육의 주기집중학습 방식(epoch)을 도입하여 운영하였다. 감각을 깨우고 감성을 자극하며, 몸으로 움직이면서 이야기가 있는 흥미로운 학습으로 이끈다.  분절적이지 않게 동일한 교과를 매일 2시간씩 2~5주에 걸쳐 운영하면서 집중적으로 공부한다.

주기 집중이 끝나면 공부했던 것을 기억 깊은 곳에 묻어둔다. 망각의 과정을 거치면서 내면화가 이루어진다. 다음 수업 때 다시 표면에 떠올려 재생하면서 무의식의 영역 속에서 천천히 소화되어 완전한 지식으로 변용될 수 있게 하는 방법이다.

                

                                    주기 집중학습 일정표(2014학년도)

학기

교과 내용

기간

봄학기

형태 그리기

3.10~3.28(3)

국어 : 아름다운 우리 글1(닿소리)

3.31~4.25(4)

여름학기

수학 : 생각하는 수학 1(숫자, 가르기와 모으기)

5.13~5.30(3)

국어 : 아름다운 우리 글2(홀소리)

6.16~6.27(2)

가을학기

형태 그리기

8.25~8.29(1)

국어 : 일기 쓰기

8.25~9.19(3)

수학 : 생각하는 수학 2(100까지의 수)

9.22~10.10(3)

겨울학기

국어 : 책읽기

11.3~11.10(3)

수학 : 생각하는 수학 3(덧셈과 뺄셈)

11.24~12.19(4)

 

<리셋, 교육과정 재구성> 책자에 소개된 '통합 교과' 운영 등을 설명하는 사진이다.
<리셋, 교육과정 재구성> 책자에 소개된 '통합 교과' 운영 등을 설명하는 사진이다.

 

□  주기 집중학습을 포함하여 1학년 교육과정은 다음과 같이 구성하여 운영하였다.

주기 집중학습 시간표

 

1

아침 열기

주기집중학습

2

3

통합

교과

국어

(수학)

통합

교과

국어

(수학)

통합

교과

4

통합

교과

문예체

활 동

5

 

 

 

 

□  발도르프 교육의 주기집중학습은 아침에 잠에서 깨어 몸이 열리고 감각이 깨이는 오전 시간에 주로 이루어진다. 신은초에서도 주기집중학습 시간은 1블록 80분 시간으로 배치해 운영하였다.  그 흐름은  <감각열기 - 생각열기 - 내면화하기 - 정리하기>의 과정을 통하여 이루어진다.  그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리셋, 교육과정 재구성> 책자에 80분간의 주기집중식 학습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소개하는 내용이다.
<리셋, 교육과정 재구성> 책자에 80분간의 주기집중식 학습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소개하는 내용이다.

- 아침열기 :  아침 시, 계절 노래, 이야기 나누기, 요일 시 낭송하기 등

- 감각열기 :  리듬에 맞추어 낱말 익히기, 리듬에 맞추어 수 세기 등 지난 시간 활동 피드백 하기

- 생각열기 :  오늘 공부할 내용에 관한 이야기 들려주기, 구체물을 활용한 활동, 머리, 가슴, 신체가 고루 활동할 수 있는 놀이 등의 활동을 통한 학습

- 내면화 하기 :  공책에 쓰기,  글과 그림으로 재구성하기

- 정리하기 :  공부한 내용과 관련된 이야기 나누기, 필요한 경우 교과서와 연관하여 이야기하기 등의 활동과 순서로 주기집중학습이 이루어졌다.

필자를 포함한 신은초의 많은 교사들이 집필진으로 챰여하여 이런 활동 내용들을 <맘에드림 출판사>에서 2015년 <리셋, 교육과정 재구성>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판하였다. 그 책자에 각 학년별 교육과정을 어떻게 운영했는가에 대하여 소개해 놓았는데, 지금 필자가 소개하는 내용들도 그 책자에 대부분 소개되어 있는 내용이다.

신은초에서 발도르프 방식의 주기집중학습은 초등학교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글자를 배우고, 책을 읽으며, 일기를 쓰는 국어와 간단한 덧셈, 뺄셈 등의 연산을 공부하는 수학에서 이루어졌다. 기타 '슬기로운 생활', '바른 생활', '즐거운 생활' 영역은 '통합 교과'로서 프로젝트 학습의 방식을 통하여 교과라는 벽을 넘나들며 이루어졌다. 신은초의 핵심적 활동인 '문예체' 교육도 전교 교육과정 운영 계획에 의하여 1학년은 1학년 나름대로의 계획에 의하여 이루어졌다.

편집 : 하성환 객원편집위원

김광철 주주통신원  kkc08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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