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문황 통신원의 남편이 숲 해설가로 강원도에서 복무 중입니다. 잠시 서울을 비우고 남편과 함께 강원도의 한 민박집에 머물며 보내온 일기를 싣습니다. - 편집자 주

민박집 주인 손녀와 함께
민박집 주인 손녀와 함께

 

지난밤 민박집 주인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알게 되었습니다. 대장암 말기인 환자가 이곳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주인아주머니 이야기에 따르면 이 환자는 2년 전에 대장암에 걸렸음을 알았지만, 수술도 원치 않고 치료도 거절한 채 산속으로 들어왔답니다. 두 달 전에는 이미 폐로 전이되었는데, 최근 4~5일간 대변을 못 보고 배에 가스가 차니 불편해서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있답니다.

이야기를 듣고 내가 간호사라고 주인에게 말했습니다. 환자에 관해 묻고 내가 가서 볼 수 있겠냐고 물었지요. 주인이 환자에게 묻고는 나를 데리고 갔습니다. 63세의 홀몸인 환자는 가벼운 황달이 나타나고. 하반신은 약간의 부종이 있으며 조금 마른 상태였습니다.

그를 눕게 하고 살펴보니 위장 부위가 심하게 부풀어 올라와 있습니다. 대화 중에 환자는 이미 확실하게 마음을 굳히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병원에 가거나 어떤 처방도 받지 않고 인생을 이렇게 마치려고 합니다.

나는 환자의 두 손을 잡고 말했습니다. ‘선생님의 선택을 인정하고 동의합니다. 하지만 가스가 차는 증상으로 곧 사망에 이르지는 않아요. 생활하며 불편한 고통을 감수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 방법을 찾아서 가스를 빼 봐요. 숨 쉴 때마다 억누르는 고통에서 벗어나 남은 시간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요.’

참기름(손이 닿는 곳에 있는 물건이라)을 마셔보게 했습니다. 장내 대변을 매끄럽게 움직여주지 않을까 보려고요.

다음날 출근하는 남편을 전송하고 민박집 주인과 환자를 보러 갔습니다. 간밤에 마신 참기름은 효과가 있었는지 물었더니 아무런 느낌도 없다고 합니다. 가지고 간 박하기름을 위장 부위에 바르고 30분간 열기가 오르도록 마사지를 했습니다. 작은 트림이 나왔습니다.

환자가 살며시 내 손을 잡더니 “고맙습니다!”고 합니다. 나에 대한 믿음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좀 걸어보자며 산책을 하자고 했더니, 좋다고 합니다.

우리는 민박집 뒤 숲길을 왔다 갔다 걸었습니다. 환자에게 두 손을 앞뒤로 흔들게도 하고, 왼쪽 다리를 오른쪽 팔꿈치에 닿게 혹은 반대로 하는 활동을 하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환자의 양손을 잡고 엄지와 검지 사이의 혈을 꾹꾹 눌러주기도 했습니다. (내가 소화가 안 될 때 시아버지가 눌러주면 효과가 있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웃으며 말했습니다. ‘병원에 안 갈 거면 우리가 생각나는 민간요법을 이것저것 시도해보자’고 했지요. 그리고 환자의 마음을 편안하게 할 몇 마디를 더 나누었습니다.

민박 주인에게 마을 약국이 오늘 열었는지, 관장약을 살 수 있는지 물어볼 생각입니다.

환자에게 먼저 물었습니다. “관장약 사용할 줄 알아요?”
환자는 사용해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만약 관장약을 살 수 있으면 제가 도와줄게요. 하실 수 있어요?”
환자가 좋다고 합니다.

환자가 쉬러 방으로 들어가기 전에, ‘내 전화번호를 드릴 테니 필요하면 전화를 주세요. 바로 와서 봐 드릴게요.’라고 했습니다.

사실 마음속으로는 이런 일들이 효과가 크지 않다는 걸 명백히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가족도 없는 한 환자가 자기 죽음을 면전에 두고 있습니다. 그런 환자의 마지막 남은 날들이 조금이라도 따뜻해질 수 있다면, 생각나는 것들을 시도해보려고 합니다.

오늘은 하늘이 너무도 청명합니다. 파란 하늘 하얀 구름 속으로 떠나간 오빠와 마지막을 함께 했던 지난날들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어쩌면 내가 믿는 신께서 저를 이곳 시골 마을로 보내 첫 번째 임무를 부여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번역 및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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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遠離城市的日子一>

昨晚,和民宿主人聊了一下,得知有位大腸癌末期的病人也住在她這里,民宿主人說這病人两年前發现大腸癌,不想做手術等治療,就住到山里來,两月前發现轉移到肺部了。這四,五天都没有大便,漲氣不舒服,都没吃東西。

我聽了,告訴她我是護士,請她問問病人,我可以看看他嗎?民宿主人問病人了,帶我去見這病人,病人63歲,單身,外觀微黄疸,下肢有些水腫,瘦些。

我請他躺下,視覺已經可以看到胃部漲氣厲害,對談中,我明白了他的心意已决,他不去醫院,不做什麽處理,讓人生就這樣结束吧。

我握住他的雙手說:我認同您的選擇,但這漲氣症狀不會讓您馬上死亡,您的生活會倍受不舒服的折磨,我們想辦法除去漲氣,不要一直壓迫您呼吸,讓剩下的日子舒服些。

我讓他喝麻油(手邊有的東西),看能不能幫助腸内大便滑動。

早上,送殷模上班去,我和民宿主人去看他,問了昨晚的麻油,结果没有感覺。我帶了薄荷油去幫他做了30分胃部熱敷按摩。有微嗌氣出來一點。

他輕拉我的手說:謝謝妳。
我感受到他對我有信任了。
我說我們出去散步走走好嗎?
他說好。

我們在民宿後樹林來回走走,我讓他雙手前後擺動,抬左腿觸右手肘等活動,我也壓壓他雙手大拇指和食指中的穴位(我記得我消化不好時,我公公幫我壓了有效)。

我笑着說,我們不去醫院,就想一些土法,試試。
我也和他聊几句放鬆心情的話。

我也請民宿主人問看小镇药房今天開否,能不能買到灌腸球。
我說:您會用灌腸球嗎?
他說没用過。
我說:如果買到了,我幫您用灌腸球,您願意嗎?
他說:好。

他回房休息前,我說我的電話给您,有事,打電話给我,我可以馬上過來看您。

我心里明白我做這些效果不大,但我想一個没有家人的人,要自己面對死亡,如果我可以讓他最後的日子有點温暖,我想我應該試着去做。

今天天空非常的晴朗,我陪伴大哥最後的那些日子浮现在藍天白雲里。

這也許是父母神安排我到這鄉下來的第一個聖勞任務。

라문황 주주통신원  low0309@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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