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겨레> 기사를 보다가 웃었다. 지난 11월 몬트리올 상공회의소에서 에어캐나다 대표가 26분 강연을 하면서 대부분 영어로 하고 불어는 20초가량만 썼다는 기사다. 이에 그는 캐나다 정부로부터 불어를 열심히 배우라는 경고를 받았다. 퀘벡 주민들은 그가 14년이나 퀘벡에 살고도 불어를 못한다며 퀘벡인들 모욕했다고 사임 요구까지 했다. 그가 참 눈치코치도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풋'하고 웃음이 저로 나왔다.

이번 여행에서 퀘벡 주에서는 몬트리올, 퀘벡 시, 사그네 시, 몽트랑블랑을 다녀왔는데 대도시를 벗어나면 영어로 의사소통이 어려운 곳이 제법 있었다. 심지어 영어로 주문하면 종업원이 안으로 들어가 버리기도 했다. 한참 기다리다 보면 영어를 좀 하는 다른 직원이 나와서 주문을 받았다. 때론 손님들 중에 도우미가 나타나서 즐겁게 통역해주는 경우도 있었다. 

빨간 곳이 퀘벡 주(사진출처 : 위키미디어 https://ko.wikipedia.org/wiki/%ED%80%98%EB%B2%A1%EC%A3%BC#/media/%ED%8C%8C%EC%9D%BC:Qu%C3%A9bec,_Canada.svg)
빨간 곳이 퀘벡 주(사진출처 : 위키미디어 https://ko.wikipedia.org/wiki/%ED%80%98%EB%B2%A1%EC%A3%BC#/media/%ED%8C%8C%EC%9D%BC:Qu%C3%A9bec,_Canada.svg)

퀘벡 주는 캐나다에서 가장 넓은 주이고, 인구수가 온타리오 주 다음으로 많다. 퀘벡 주에서 가장 큰 도시인 몬트리올은 퀘벡주의 가장 아래에 있다. 퀘벡 주 수도인 퀘벡 시도 아래에 있는 편이다. 북쪽으로는 수만 명 원주민이 살고 있다. 캐나다가 독립하기 전 캐나다 다른 주들은 영국령이었지만 퀘벡 주는 프랑스령 시절이 길었기에 퀘벡 주 인구 대다수는 프랑스계다.

사진 출처 : 구글 지도(https://www.google.com/maps/place/%EC%BA%90%EB%82%98%EB%8B%A4+%ED%80%98%EB%B2%A1/@49.4008328,-75.2803865,5.08z/data=!4m5!3m4!1s0x4c58b5349fd1a8a1:0x1040cadae4d0020!8m2!3d52.9399159!4d-73.5491361?hl=ko)
사진 출처 : 구글 지도(https://www.google.com/maps/place/%EC%BA%90%EB%82%98%EB%8B%A4+%ED%80%98%EB%B2%A1/@49.4008328,-75.2803865,5.08z/data=!4m5!3m4!1s0x4c58b5349fd1a8a1:0x1040cadae4d0020!8m2!3d52.9399159!4d-73.5491361?hl=ko)

캐나다에서는 퀘벡 주만이 공용어가 불어다몬트리올은 온타리오 주와 가장 가까운 도시라 그런지 퀘벡 도시 중에서 영어가 가장 잘 통한다고 한다그래도 몬트리올은 토론토와 분위기가 완전 다르다. 퀘벡 주의 정책에 따라 전철, 버스의 안내판과 안내방송, 도로 표지판 등 공식 안내는 모두 불어만 사용한다. 그래서 버스나 전철로 이동할 때 정신 똑바로 차리고 확인에 확인을 하면서 들어야한다. 상가 이름도 영어 표기를 불어로 고치도록 했으며 이를 시행치 않으면 벌금을 부과했다고 한다.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대부분 불어로 말한다. 영어는 거의 듣기 어렵다. 몬트리올 미술관과 같은 관광지에서만 불어와 영어가 동시 표기되어 있다. 북아메리카의 파리라고나 할까? 이런 사회에서 영어로 강연하다니 그들이 열받을 만도 하지..

몬트리올 미술관의 불어와 영어 동시 표기
몬트리올 미술관의 불어와 영어 동시 표기

1969년 캐나다 연방정부가 영어와 불어를 국가 공식 언어로 지정한다. 1974년 퀘벡 주는 불어만 공용어로 선택한다. 이러자 영어를 쓰는 기업들이 몬트리올을 떠나 토론토로 옮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으로 엄청난 적자가 나서 파산 직전까지 이르게 된다. 이후 몬트리올은 캐나다 제1의 도시 자리를 토론토에 내주게 되고 2위로 주저앉아 버린다.

그럼에도 퀘벡 주는 '불어만 공용어' 정책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 말에 선거가 있었다. 퀘벡은 보수당인 퀘벡미래연합(CAQ)이 집권당이 되었다. 이 당은 학교수업, 고용, 대민서비스까지 ‘불어 사용 촉진 정책’을 펴겠다는 공약을 걸었다. 큰 변동사항이 없는 한 이 정책은 시행될 것이다. 이렇게 퀘벡 주가 영어 사용자를 차별한다는 비난을 받는 정책을 고집하는 이유는 인구수에서 불어 사용자가 줄기 때문이다. 고유의 문화는 고유의 언어에서 나온다는 생각에 퀘벡의 독특한 문화와 사회를 지키기 위해서 불어 학습을 권장하는 것이란다. 프랑스계 캐나다인 입장에서 이해도 가지만 세상 흐름을 어찌 바꾸랴. 아마도 이 정책은 퀘벡을 더욱 고립시키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딸 친구 두 명은 몬트리올을 사랑했기에 직장을 잡고 정착하려다 포기했다. 둘 다 영어권인 노바스코샤 주 할리팩스에서 성장해서 불어가 능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둘 다 전문교육 받은 인재다. 불어 때문에 몬트리올은 인재를 다른 곳에 뺏겼다.

1872년에서 1878년 사이에 지어진 유럽풍의 몬트리올 시청사, 1926년 리모델링되었다. 올드 몬트리올에 있다.(출처 :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Hotel_de_ville_de_Montreal_09.JPG). 
1872년에서 1878년 사이에 지어진 유럽풍의 몬트리올 시청사, 1926년 리모델링되었다. 올드 몬트리올에 있다.(출처 :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Hotel_de_ville_de_Montreal_09.JPG). 
몬트리올 은행. 1817년에 설립된 캐나다에서 제일 오래된 은행. 올드 몬트리올에 있는 노트르담 대성당 건너편에 있다. 
몬트리올 은행. 1817년에 설립된 캐나다에서 제일 오래된 은행. 올드 몬트리올에 있는 노트르담 대성당 건너편에 있다. 
올드 몬트리올에 있는 '마르쉐 본세쿠르스'. 1847년 완공되어 100년 이상 몬트리올 지역의  중요한 공공시장으로 쓰기고 있다.  멀리서도 돋보이는 반짝이는 돔을 가진 2층 건물이다. 1852년~1878년에는 몬트리올 시청 건물로 사용되기도 했다. 
올드 몬트리올에 있는 '마르쉐 본세쿠르스'. 1847년 완공되어 100년 이상 몬트리올 지역의  중요한 공공시장으로 쓰기고 있다.  멀리서도 돋보이는 반짝이는 돔을 가진 2층 건물이다. 1852년~1878년에는 몬트리올 시청 건물로 사용되기도 했다. 

언어·문화적으로 독립성을 고수하는 퀘벡 주는 정치적으로도 독립하자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다. 퀘벡 주는 2번 독립투표를 했다. 1980년 퀘벡의 입법권, 세금징수권, 외교권 등의 주권 획득을 위한 분리 독립투표가 실시되었으나 결과는 반대 59.56%, 찬성 40.44%로 반대가 크게 이겼다. 이후 1995년 다시 투표가 실시되었다. 이번에는 반대 50.58%, 찬성 49.42%로 1%의 근소한 차이로 반대가 이겼다. 1% 차이로 무산된 것이 억울하여 독립을 꿈꾸는 세 번째 투표가 언젠가 기약되어 있을 수도 있으나 다양한 이민자의 유입으로 쉽진 않을 것 같다.

유럽 분위기의 올드 몬트리올 거리 카페
유럽 분위기의 올드 몬트리올 거리 카페
유럽 분위기의 올드 몬트리올 거리
유럽 분위기의 올드 몬트리올 거리
유럽 분위기의 올드 몬트리올 거리 
유럽 분위기의 올드 몬트리올 거리 
올드 몬트리올에 있는 노트르담 대성당 건너편 오른편에 있는 옛 퀘벡은행 빌딩. 현재는 다미광장 관리사무실로 사용되고 있다. 시계탑이 고풍스럽다.
올드 몬트리올에 있는 노트르담 대성당 건너편 오른편에 있는 옛 퀘벡은행 빌딩. 현재는 다미광장 관리사무실로 사용되고 있다. 시계탑이 고풍스럽다.

몬트리올은 퀘벡 전체에 비해  좀 더 다양한 민족들이 어우러져 산다. 프랑스계 비율은 50%이고, 영국계는 20% 이상이다. 30% 정도 이민자들이 와서 산다. 중국, 프랑스 이민자들이 가장 많지만 불어와 아랍어를 함께 사용하는 알제리, 모로코, 튀니지 등 북아프리카 이민자도 많이 들어온다. 레바논, 시리아 등 중동계와 인도계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 5년 동안 퀘벡 주는 매년 약 5만 명 정도 이민자를 받아들였는데 이들 중 중동출신이 가장 높은 비율이라고 한다. 그래 그런지 몬트리올을 돌아다니다 보면 중동계와 인도계 사람들과 중국계가 눈에 많이 들어왔다. 하지만 히잡 등을 쓰고 다니는 중동사람들은 거의 볼 수 없었다. 그냥 조금은 자유로운 중동인들이 몬트리올에 흡수되어 사는 것 같았다.

중동요리 전문점 Kazamaza
중동요리 전문점 Kazamaza

몬트리올에서 비건 식당, 중동 식당, 그리스 식당, 인도 식당, 이태리 식당 등을 다녔다. 그중 처음 먹어보았는데도 중동 요리 전문점인 'Kazamaza' 음식이 의외로 입맛에 잘 맞았다. 몬트리올에서만 만날 수 있는 식당이다. 

왼쪽 위부터 후무스 퓌레, 야채샐러드, 비트 퓌레 그리고 아랍빵인 피타 
왼쪽 위부터 후무스 퓌레, 야채샐러드, 비트 퓌레 그리고 아랍빵인 피타 

병아리콩을 갈아 넣고 참깨, 마늘, 레몬을 곁들인 '후무스' 퓌레, 갈은 비트에 마늘, 레몬을 넣은 '무타발 비트' 퓌레생야채와 튀긴 피타가 들어간 '팻슈테' 샐러드와 아랍빵인 '피타'다피타를 찢어 가운데 공간에 퓌레와 팻슈테를 넣고 먹었다. 향이 조금 독특하지만 그래도 우리 입맛에 잘 맞는다. 야채를 좋아하는 나는 이것만으로도 충분한 한 끼 식사가 된다.

'클래식 마우자트'와 '팻 막두스' 이름이 참 어렵다. 
'클래식 마우자트'와 '팻 막두스' 이름이 참 어렵다. 

왼쪽은 요구르트와 참깨소스 위에 파슬리와 양파 샐러드를 얹은 바베큐 양고기 '클래식 마우자트'다. 양고기 향을 즐기지 못하는 우리 모두.. '너 먹어라 내 먹어라' 양보하는 음식이다. 오른쪽은 토마토소스에 다진 양고기와 튀긴 가지를 넣은 '팻 막두스'로 양고기가 들어갔음에도 토마토소스에 버무려져서 그런지 냄새가 나지 않아 맛있게 싹싹 먹었다. 이것 외에 치즈로 채워 튀긴 시가 롤인 '라카카트'도 먹었다. 이것도 역시 맛있었다. 몬트리올에 방문하시는 분들 중 새로운 음식을 즐기고 싶은 분들은 꼭 한번 검색하고 찾아가보시길...

중동 디저트 가게 
중동 디저트 가게 

몬트리올에서 몽트랑블랑으로 가는 도중 중동 디저트를 파는 가게인 'Pâtisserie Mahrouse'도 만났다. 정확히 말하면  피스타치오, 커슈넷, 아몬드, 호두 등 견과류와  밤, 꿀 등을 넣은 중동 지방의 디저트용 파이인 'Baklava(바클라바)'를 파는 곳이다. 2층 단독 건물에 있는 가게로 디저트만 파는 가게치고는 규모가 제법 크다. 이 가게도 체인점이 아니고 몬트리올에만 있다. 

실내는 아주 화려했다. 테이블, 포크가 황금색에 독특한 아랍문양으로 장식되어 있다. 중동사람들이 황금색을 무척 좋아한다고 한다. 금색 천장 장식에 달려 있는 샹들리에도 아주 화려하다. 잠시 중동 사람이 되어 주문하는 느낌이랄까?

맛은 어떨까? 프랑스 디저트도 먹어봤는데... 프랑스 디저트는 많이 달다. 중동 디저트가 훨씬 정성스럽고 자연적인 맛이 느껴졌다. 견과류가 넉넉히 들어가 있어 몸에도 좋은 고급스러운 디저트다. 어린 시절 할머니가 만들어 다락에 올려놓고 하나씩 꺼내주시던 조총이 들어간 강정 맛이 난다고 할까?

왼쪽부터 피스타치오 롤, 갈은 피스타치오가 들어간 바클라바, 피스타치오 바클라바(사진 출처 : https://mahrouse.ca/)
왼쪽부터 피스타치오 롤, 갈은 피스타치오가 들어간 바클라바, 피스타치오 바클라바(사진 출처 : https://mahrouse.ca/)

우리가 먹어본 것은 위의 3가지다. 몬트리올로 또 여행을 간다면 꼭 다시 방문해서 호두가 들어간 바클라바, 아몬드가 들어간 바클라바 등 더 다양한 디저트 파이로 그 맛을 즐기고 싶다.

 

참고 사이트 :

https://ko.m.wikipedia.org/wiki/%EB%AA%AC%ED%8A%B8%EB%A6%AC%EC%98%AC

참고 사이트 : https://ko.m.wikipedia.org/wiki/%ED%80%98%EB%B2%A1%EC%A3%BC

참고사이트 : https://namu.wiki/w/%EB%AA%AC%ED%8A%B8%EB%A6%AC%EC%98%AC

관련기사 :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america/1018548.html

편집 : 김미경 부에디터 , 양성숙 편집위원

김미경 부에디터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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