퀘벡 시를 떠나 사그네(Saguenay)로 향했다. 사그네는 퀘벡 시 위에 있다. 차로 2시간 조금 더 걸린다. 광활한 캐나다 영토를 생각할 때 가까운 편이다. 사그네는 퀘벡 시와 강으로도 연결되어 있다. 사그네 왼쪽에 있는 생장호수(Lac Saint-Jean)에서 나온 물이 사그네 강을 이루고 이 강물은 세인트로렌스 강으로 흘러들어간다. 

출처 : 구글 지도
출처 : 구글 지도

사그네는 생장 호수~사그네 강~세인트로렌스 강~대서양으로 이어지는 뱃길을 통해 유럽에 모피를 팔았다. 1672년부터 약 100년 간 모피산업은 사그네 경제를 지탱해주었다.  모피가 고갈되자 풍부한 침엽수림에서 나오는 목재를 팔기 시작했다. 철도가 연결되면서 펄프제조업으로 발전하여 1910년대  최대 호황을 누린다. 1920년대 말 미국 대공황의 영향으로 쇠퇴하여 한 때는 정부보조금에 의존하는 지역이기도 했다. 현재는 알루미늄 제조업, 관광업, 에너지업과 생의학 응용기술 등에 대한 연구 및 교육 개발로 경제를 일으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사그네 시(출처 :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Saguenay_-_Chicoutimi_-_Haute-Racine.jpg)
사그네 시(출처 :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Saguenay_-_Chicoutimi_-_Haute-Racine.jpg)

사그네에는 주로 프랑스계 백인이 산다. 2016년 기준 146,000명으로 원주민은 6.1%, 소수민족은 1.4%다. 인구 90% 이상이 가톨릭 신자이면서 백인사회라 보수적 색채가 강하다. 규모 면에서는 퀘벡 주의 5대 도시이긴 하나 제일 고립돼 있고 경제적으로도 부진해서 폐쇄 도시라는  말도 듣는다.

출처 : 구글 지도(사그네에서 사그네 국립공원 방문자 센터까지)
출처 : 구글 지도(사그네에서 사그네 국립공원 방문자 센터까지)

사그네 피오르 국립공원(Parc national du Fjord-du-Saguenay)은 사그네에서 1시간 거리에  있다. EBS 세계테마기행에서 소개한 피오르 공원이 어찌나 멋지던지... 캐나다에서 가고 싶은 순위  2위로 뽑았다.

위 영상 4분 50초부터 사그네 피오르 국립공원이 나온다. 헬멧을 쓰고 하네스라는 산악장비를 착용하고 가이드와 함께 등반하는 난이도는 좀 세지만 3시간 걸리는 짧은 코스다. 70세 초보자 할머니도 신청해서 조심조심 올라가는 것을 보고 나도 꼭 도전해보고 싶었다. 

사진 출처 :  EBS 세계테마기행
사진 출처 :  EBS 세계테마기행

그러나 가족 모두가 반대했다. 특히 아이들이 엄마가 걱정돼서 갈 수 없다는 거다. 테마기행에 나온 70세 초보 할머니 운운에도 먹히지 않았다. 너무나 강하게 반대했다. 할 수 없이 포기하고 일반 등반을 하기로 했다. 

사그네 강을 끼고 있는 피오르 지형. 우리가 간 곳은 가장 왼쪽 피오르(출처 : 구글 지도).
사그네 강을 끼고 있는 피오르 지형. 우리가 간 곳은 가장 왼쪽 피오르(출처 : 구글 지도).

위 캡처 사진처럼 사그네 강를 끼고 피오르 지형이 발달해있다. 피오르는 빙하가 녹아 만들어진 길고 좁은 만이다. 피오르 생성은 다음 과정을 거친다.

1. 산골짜기를 가득 채운 거대한 빙하가 중력으로 이동하면서 땅을 깎는다. 
2. 기온상승으로 빙하가 모두 녹고 빙하가 깎아낸 U자형 골짜기가 나타난다
3. 해수면 상승으로 U자형 골짜기에 바다물이나 강물이 들어와 피오르가 생긴다.  

사진출처 : https://namu.wiki/w/%ED%94%BC%EC%98%A4%EB%A5%B4바
사진출처 : https://namu.wiki/w/%ED%94%BC%EC%98%A4%EB%A5%B4바

피오르 지형은 빙하가 만드는 지형이므로 북극, 남극과 가까운 지역에서 발달한다. 노르웨이에서 제일 잘 발달했다. 뉴질랜드 남부, 칠레 남부, 그린란드, 캐나다, 미국 알래스카에도 있다. 특히 캐나다는 피오르 덕에 세계에서 가장 긴 해안선을 가진 나라다. 대륙과 섬의 해안선이 약 25만km로 지구 둘레(약 4만 km)의 6배 정도라고 한다.

우리가 간 코스(형광선)
우리가 간 코스(형광선)

사그네 피오르 국립공원 하이킹 코스는 12개가 넘는다. 그 중 방문자 센터에서 시작하는 '바이 에테르니테 섹터'(위 사진 오른쪽 아래 구역) 중 2번 코스(형광펜)로 정했다. 사그네 강을 바라보고 있는 '동상'(Statue of Our Lady of Saguenay / 성모마리아 상)까지 가는 왕복 7.6 km, 3-4시간 걸리는 중급 이상 코스다. 그런데 날씨가 흐리고 꾸물꾸물하다. 비가 온다는 소식이 들린다. 좀 서둘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출발하고 얼마 되지 않아 만난 깎아지른 절벽이다. 그날 우리가 만난 피오르 지형 중 최고의 절경이다. 

피오르 지형의 깎아지른 절벽

하얀 지의류가 이끼를 덮고 있다. 마치 흰 꽃이 핀 듯하다. 

가는 길에 피어난 흰꽃같은 지의류
가는 길에 피어난 흰꽃같은 지의류

이렇게 예쁜 길도 만난다.   

솔이끼가 바위를 덮고 있다.  

솔이끼
솔이끼

캐나다 숲속은 이렇다. 쭉쭉 뻗은 나무가 하늘을 찌른다. 길에서 보듯 아주 최소한의 계단만 주로 나무를 이용하여 설치해놓았다.  

울창한 침엽수가 이어지는 하이킹 코스
울창한 침엽수가 이어지는 하이킹 코스

시작점에서 2.7km를 가면 쉘터가 나온다. 쉘터를 지나면 약 800m 길을 내려가야 한다. 급격한 경사 길은 계단으로 되어 있다. 이 계단 중간 중간 나무 의자가 있다. 그 의자에 앉아 보는 정경이 멋져 발길을 잡는다.

계단 내려가는 길에서 만난 사그네 강
계단 내려가는 길에서 만난 사그네 강

드디어 동상에 도착했다.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1881년 조각된 이 동상은 하얀 소나무로 만들었다. 보호를 위해 얇은 납 시트로 덮여 있다. 높이 9m, 무게 3톤이나 되는 거대한 조각상이다. 이 조각상은 생 비에르주( Sainte-Vierge)를 기리기 위해 세워졌다. 비에르주는 어느 겨울에 생장 호수로 가고 있었다. 그런데 얼음이 깨져 물에 빠졌다. 그는 어떤 방법으로도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성모마리아께 구해달라고 기도한 후 기적적으로 살아나왔다. 그는 이 경험을 전하고 사람들은 감사의 마음을 담아 성모마리아 상을 세웠다고 한다.

사진 출처  :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Statue_de_Notre-Dame-du-Saguenay_01.jpg

 동상 아래 앉아 만나는 사그네 강과 건너편 산에서 비구름이 올라간다. 운치 있다.   

동상에서 바라본 사그네 강 

샌드위치로 늦은 점심을 때우고 서둘러 길을 나섰다. 갈수록 우비를 꺼내 입어야 할 정도로 비가 거세졌다. 가다가 굴러 떨어질라 하는 바위를 만났다. 자연의 중력을 무시하고 저렇게 수억년 살아온 걸까? 

방문자 센터에 도착했을 때 빗줄기가 튀어오를 정도로 비는 억수로 쏟아지고 있었다. 우리가 방문자 센터에서 동상을 향해 출발할 때 헬멧과 하네스가 있는 장비실로 들어간 사람들이 몇 있었다. 그들은 기대감에 들떠 즐거워 보였다. 나는 그들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았었다. 그들을 다시 만났는데 비를 쫄딱 맞은 채 웃음기가 싹 가신 완전 지친 처량한 모습이었다. 다 가지도 못하고 중도에 돌아온 것 같았다. 아이들 둘 다  나를 위로하듯 말했다

" 엄마.. 거봐 저 사람들처럼 저거 했으면 우리도 비만 쫄딱 맞고 돌아왔다고... 위험한 거야.  저 사람들 구경도 못하고... 엄청 고생했겠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비가 오는 길을 뚫고 숙소로 갔다그 와중에도 사그네는 감탄이 절로 나오는 저녁 하늘을 우리에게 선사해주었다. 신이 조화를 부렸을까? 잠시 비구름을 뚫고 노을이 제 모습을 드러냈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비와 구름과 노을의 어우러짐이 환상적이다.  그날 만난 제일 멋진 자연의 모습이 아닐까 한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저녁 하늘 
차창 밖으로 보이는 저녁 하늘 

 

참고 사이트 : https://en.wikipedia.org/wiki/Saguenay,_Quebec
참고 사이트 : https://www.sepaq.com/pq/sag/index.dot
참고 사이트 : https://namu.wiki/w/%ED%94%BC%EC%98%A4%EB%A5%B4

편집  : 김미경 부에디터

김미경 부에디터  mkyoung60@hanmail.net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키워드

#캐나다 여행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