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만은 사건을 되돌아보고 있었다. 행복경시대회를 기점으로 하여 다이아나가 사망한 건 분명한 사실이다. 슈만이 레이첼에게 싸늘한 표정으로 질문을 던졌다.

"한 가지만 묻겠소. 혹시 모사드에서 활동한 사실이 있는지, 그것만 말해봐요."

레이첼은 뜨끔했다. 모사드에서 활동한 사실을 말하면 다이아나의 죽음에 자신이 관여되었다는 의심은 더욱 굳어질 것이다. 그렇다고 슈만에게 거짓을 말하자니 그것도 마음에 걸린다. 언젠가 슈만에게 모든 것을 고백할 날이 오겠지만 지금은 그때가 아니다. 일단 둘러대야 한다. 

"조나단과 알렉스가 소설을 쓴 거예요. 내가 모사드였다면 저들을 벌써 처단하지 않았을까요. 저들이 저렇게 제멋대로 활동하게 놔두지 않았겠지요. 모사드가 어떤 조직인 줄 당신도 잘 알잖아요."

레이첼의 말을 듣고 보니 그럴듯 했다. 레이첼이 모사드였다면 조나단이나 알렉스 일당을 어떻게든 벌써 손을 썼을 것이다. 슈만도 모사드의 명성을 들어 익히  알고 있다.  그래도 찜찜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레이첼에 대한 의구심이 다 가신 건 아니지만 아무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좀 더 지켜보며 판단해도 늦지 않다.

"일단 사태가 종결될 때까지 각방을 썼으면 좋겠소."

슈만의 제안에 레이첼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서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시간이 지나면 흑백이 가려질 것이다. 

슈만이 음악감상실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한 레이첼은 모처로 긴급 전화를 했다. 모사드 요원은 모사드를 그만두더라도 모사드와 관련된 긴급 사안이 발생할 경우에는 핫 라인을 통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지금은 다이아나의 죽음에 대해 레이첼이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고, 레이첼은 모사드의 지시에 따라 극우 신나치조직에 거액의 기부금이 전달되는 것을 막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를 취했을 뿐이다. 

레이첼은 모질게 마음을 먹었다. 이런 때를 대비해서 모사드에서 심신 수련을 숱하게 받았다. 모사드의 지시로 저지른 일은 살인이 아니라 국가와 민족의 대의를 위한 것이다.  모사드로서도 사태를 관망하고 있을 수만은 없게 되었다. 모사드에서 긴급 회의가 열렸다. 레이첼을 담담했던 팀장이 국장에게 보고했다.

(출처 : 한겨레신문)
(출처 : 한겨레신문)

 

"모사드 내부 규정에 따르면, 모사드를 그만둔 요원이 현직에 있을 때 행한 일로 궁지에 몰렸거나 모사드에 긴급 요청을 하였을 때 모사드에서 그를 보호할 의무와 책임이 있습니다. '

"레이첼을 보호할 방법이 무엇인가?"

"우선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조나단을 처리해야 합니다. 조나단이 동생을 살해한 물증을 확보하면 될 일입니다. "

"그걸로 끝인가?"

"하나가 더 있습니다. 오스트리아 폰 브라운 가문의 일입니다. 다이아나의 죽음에 대해 의혹을 품은 자는 신나치조직의 일원인 게슈탈트라는 자인데, 그 자만 처리하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게슈탈트는 다이아나가 사망한 이후 유대인 혐오조직인 검은태양단에 지속적으로 자금을 대온 인물로서 그렇지 않아도 눈에 가시같은 존재였는데 이번 기회에 정리하고 넘어가는 게 좋겠습니다."

"좋아. 대신 뒷탈 없이 깔끔하고 완벽하게 처리하도록 !"

한편 다비드와 레이첼이 별 반발을 보이지 않자 조나단과 알렉스가 더욱 기승을 부렸다. 

"이제라도 다비드와 레이첼은 다이아나의 죽음에 대해 전모를 밝히고 죄의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레이첼은 다이아나가 사망하기 전 날 녹색운동 커뮤니티에 함께 참가했으며 다이아나에게 접근한 정황이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이실직고하고 다비드와 공모했다는 사실을 주민들 앞에 고백하기 바랍니다."

"다비드는 마을의 수장으로서 흉악한 의도를 가지고 행복경시대회를 개최하여 다이아나를 죽음에 이르게 한 배후 인물입니다. 더 이상 마을의 수장을 맡을 자격이 없습니다. 당장 사퇴하고 죄의 심판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다비드를 비롯하여 메로나 마을은 깊은 어둠에 잠겼다. 마을은 풍전등화처럼 언제 무너져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처참하게 가라앉고 있었다. 침몰을 눈앞에 둔 배의 승객들처럼  다들 기도하는 마음으로 마을의 몰락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오로지 레이첼만이 전의를 불태우고 있었다.  조나단 일당이 다이아나의 죽음을 다비드와 연관지어 의혹을 제기하는 걸로 보아 그냥 떠보는 수준임에 틀림이 없다. 아무 물증도 없이 떠드는 의혹은 그저 의혹에 불과할 뿐이다. 물증이 있다면 한가하게 의혹만 제기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미묘한 상황에서는 셈이 빠른 자가 이긴다. 레이첼은 셈이 빠르다. 더구나 불의한 세력이 정의의 탈을 쓰고 설쳐대고 있는 꼴을 레이첼은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다. 핫 라인을 통해 모사드에 요청했으니 모사드가 얼마나 기민하게 움직일지가 관건이다.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했는지 조나단과 알렉스 일당이 이제는 대놓고 마을 호프집에서 회동을 하고 있었다.  그들  외에도 카밀라와 지할퐁크를 비롯하여 그들에 동조하는 두어 명의 주민들도 함께 하는 자리였다. 이제 겁날 게 없다는 듯 그들은 맥주를 마시며 떠들썩하게 웃고 시시덕거리고 있었다. 주위에 있던 마을 주민들이 눈살을 찌푸리며 자리를 피했다.

그때 일단의 관광객들이 호프집에 들어와 옆자리를 차지했다. 대략 대여섯 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맥주잔을 기울이며 왁자지껄 떠들기 시작했다.메로나 마을에는 외부 관광객들이 종종 찾아온다. 물론 마을의 방문 허가증을 받은 사람들이다.

알렉스가 관광객들을 쳐다보다가 동료들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메로나 마을의 재정을 장악할  시기가 무르익었어요. "

이들은 더 이상 주민들의 눈치를 보지 않았다. 전에 같았으면 자기들끼리 태고 대화방에서 비밀리에 주고받을 말을 백주 대낮에 떠들며 다비드를 몰아내고 기금을 장악할 논의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다비드와 윤리위원회가 권위를 상실했다고 보는 것이다. 그렇게 알렉스와 조나단 일당이 모의를 꾸미고 있을 때 관광객 중 한 사람이 다가오더니 술에 취했는지 조나단의 옷에 맥주를 쏟아 부었다. 조나단이  벌떡 일어나 관광객의 팔을 잡았다.

"이 자식이 어디서 행패를 부리고 있어. 당장 사과하고 꺼지지 못해."

                                                                (출처 : PxHere)

 

술에 취한 관광객이 조나단의 기세등등한 모습을 보더니 주춤했다. 사과하는 척하던 관광객은 곧이어  맥주병을 테이블에 내리쳤다. 화가 난 조나단이 관광객의 멱살을 잡자 술에 취한 관광객이 깨진 맥주병으로 조나단의 손목을 그었다. 조나단의 손에서 피가 흐르자 흥분한 조나단이  관광객의 얼굴을 주먹으로 쳤고, 둘이 부둥켜안고 싸우는 바람에 관광객도 얼굴이 피범벅이 되었다.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되자 주위 사람들과 다른 관광객들이 두 사람의 싸움을 말렸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다. 마을의 보안팀이 긴급 출동하여 상황을 마무리 지었다. 둘 다 큰 상해는 입지 않았다. 서로의 사과와 양해 아래 둘 사이의 일은 없었던 것으로 하고, 관광객들은 마을에서 즉시 추방되었다.

조나단은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알렉스에게 나중에 보자며 자리를 떴다. 이 광경을 멀리서 지켜보는 사람이 있었다. 레이첼이었다. 레이첼이 모처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주문하신  과일이 곧 배달될 예정입니다. "

레이첼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모사드에서 조나단의 피와 지문을 확보한 것이다. 얼마 안있어 피와 지문이 묻혀진 날카로운 칼이 넬슨 여사의 집에서 확보한 스티브의 유품 속에 넣어진 채 마을 인근 주민에게 발견될 것이다. 

그 날 저녁이 되자 또 다른 상황이 전개되고 있었다. 알렉스 일당이 총공세에  나섰다.

"다비드가 마을의 기금을 유용하고 있다는 의혹이 있습니다."

"마을의 재무처장 머거본디가 기금을 횡령했다는 정황이 포착되었습니다. 다비드는 재무처장을 즉각 해임하고 공동 책임을 져야 합니다."

"머거본디가 내연녀와 파리 백화점에서 고가의 물품을 사들이는 걸 본 목격자가 있습니다."

"머거본디와 다비드는 공정과 상식에 어긋나게 마을 기금을 유용해 왔습니다. 이들이 유임할수록 횡령하는 금액이 늘어날 것이고, 그만큼 마을 기금은 고갈될 것입니다. 즉각 사퇴하세요."

조나단과 알렉스 일당이 윤리위원회를 무력화시키고 마을의 수장인 다비드마저 몰아내고 마을의 기금을 독차지하기 위해 본격적인 행보에 나선 것이다.  

"다비드와 윤리위원회가 제구실을 못하고 무력해졌으며, 마을의 기금까지 유용하고 있는 상황을 맞이하여 주민들의 민의를 대변하는 마을 평의회를 구성해야 합니다."

"마을 평의회를 구성하여 다비드와 재무처장 머거본디를 해임하고 윤리위원회를 해체시켜야 합니다. "

이들은 이미 마을을 접수하기라도 한 것처럼 기세등등하여 거친 말을 마구 내뱉고 있었다. 마을 주민들은 공황 상태에 빠졌다. 기어이 메로나 마을이 이 지경이 되었구나.  이런 막된 무리들에 대해 아무 조치도 취하지 못하는 데 실망하여 메로나 마을을 떠나겠다고 선언하는 사람도 있었다. 초기에 임시로 행정실장을 맡았던 지할퐁크를 비롯한 일부 주민들은 마을 평의회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일리가 있다며 동조하고 있었다. 

벌써부터 주민들 사이에는 마을 평의회 의장에 누가 적합한지에 대한 소문이 무성했다. 알렉스가 평의회 의장이 될 거라는 소문이 공공연하게 돌고 있었다.

"언제까지 윤리위원회와 다비드의 전횡을 두고 볼 겁니까. 과감하게 떨쳐 일어나 부정과 불륜의 온상인 자들을 몰아내고 주민들의 정당한 권리를 되찾아야 합니다."

"알렉스를 평의회 의장으로 천거합니다. 그가 메로나 마을을 한층 업그레이드된 행복한 마을로 만들 겁니다." 

이들의 주장은 가히 점입가경이었다. 이들은 선동의 대가들이었고 음모와 계략의 귀재들이었다. 다비드는 더 이상 버틸 공간이 없었다. 이때 사라폰티가 다비드를 찾아왔다.

"시 당국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다비드와 재무처장 머거본디가 기금을 유용하고 횡령했다는 고변이 들어왔다고 합니다. 윤리위원회의 권력 남용에 대한 고변도 들어왔다는군요."

(출처 ; 한겨레신문)​​​​​​​
(출처 ; 한겨레신문)

 

메로나 마을은 행정구역상으로 레이크포레스트 시티에 소속되어 있었다. 비록 시로부터 마을 운영에 대한 자치와 운영에 대한 전권울 위임받았지만 마을에 대한 고변이 들어오게 되면 상황은 달라질 수 밖에 없다.  다비드와 윤리위원장이 시 검찰에 소환받아 조사를 받게 되면 더 이상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다. 알렉스의 주장대로 마을 평의회를 구성하는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가자 다비드가 레이크포레스트 시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메로나 마을의 사태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계실 테지요. 고변이 들어왔다고 하던데 어떻게 조치할 생각인지 말해줄 수 있겠소?"

"곤경에 처한 다비드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메로나 마을이 얼마나 재정을 투명하게 운용하는지는 잘 알고 있습니다. 매년 재무처장이 꼼꼼하게 회계보고를 하고 있어서 그 부분에 대해 시 당국에서는 어떠한 의심도 없습니다. 검찰국장도 그리 알고 있을 겁니다."

이번에는 사라폰티가 검찰국장에게 전화를 했다.

"시 당국에 고변한 자들은 불순한 의도를 가진 자들로 강간과 사기 전과자인 조나단이 주동자인데 그 사실을 검찰에서도 알고 있어야 할 겁니다. "

검찰국장이 사라폰티에게 말했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다만 우리로서도 명분이 있어야 하니 그들의 범죄를 입증할 증거를 제시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어렵겠지만  건투를 빌겠습니다."

조나단과  알렉스의 죄상을 밝히는 것이 급선무이다.  여지껏 메로나 마을에서 다비드와 사라폰티가  이렇게 급박한 처지에 빠진 적은 없었다. 몹시 궁색한 상황이다. 그날 밤 다비드는 밤새 몸을 뒤척이며 잠을 자지 못했다.  소피아도 다비드가 안스러웠지만 도와줄 방법이 없었다. 

다음날 새벽 둥가돌프 보안국장이 긴급 보고할 게 있다며 다비드를 찾아왔다. 런던 경시청에서 조나단이 스티브를 살해한 물증을 찾았다며 조나단을 긴급 체포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스티브의 시신이 있던 늪 근처에서 스티브의 피와 조나단의 지문이 묻은 칼과 스티브의 가방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살해 동기가 무엇인지는 수사해 봐야 밝혀지겠지만, 넬슨 여사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쌍둥이 동생인 스티브가 여행작가이자 수필가로서 글을 쓰며 책도 발간하는 모습을 보며 조나단이 많이 부러워했어요. 조나단은 어려서부터 스티브에 대한 열등감이 아주 심했어요."

 그날 저녁 런던 경시청에서 급파된 형사들과 인터폴이 조나단의 집을 급습하여 조나단을 긴급체포했다. 조나단이 비굴하고 참담한 표정을 지으며 형사들에게 압송되는 모습을 본 주민들은 혀를 끌끌 차며 한마디씩 했다.

"그렇게 기승을 부리고 온갖 악다구니를 떨더니 기어이 제 갈 길로 가는구나."

"살인을 저지른 전과자 주제에 온갖 허세를 다 부리더니, 저 비루한 꼬락서니를 좀 보게."

"사기와 강간도 모자라 동생까지 죽이다니. 에라이, 천하에 몹쓸 놈 같으니라구."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천지 분간 못하더니 이제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할거야."

                                                                (출처 :  PxHere )

여행 작가를 사칭하며 쌍둥이 동생 스티브 행세를 해왔던 소시오패스 조나단의 말로는 그야말로 비참하고 처량하기까지 했다. 그동안 조나단에게 얼마나 시달렸는지 주민들은 치를 떨었다.  조나단이 경찰에 압송되자 레이첼은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  그때 모사드에서 메시지가 떴다.

"주문하신 과일은 배달되지 않았습니다.  산지에서 딴 과일이 제법 싱싱하거든요."

모사드에서 확보한 조나단의 피와 지문을 굳이 써먹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넬슨 여사가 스티브의 시체가 발견된 늪을 따라 걷던 중 늪 하류 모래톱에 묻혀 있는 스티브의 오렌지색 가방을 발견하여 경찰에 신고했는데, 그 가방 안에서 스티브의 피가 묻어 있는 칼과 조나단의 지문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결국 모사드는 손 안대고 코를 푼 셈이 되었다.

조나단이 체포되어 런던으로 압송되자 사태는 급반전되었다. 과거에 전과자였다는 사실이 밝혀졌어도 파렴치하고 뻔뻔하게 메로나 마을을 장악하려고 흉계를 꾸민 조나단은 결국 동생을 살해한 증거가 발견되어 평생을 감옥에서 썩게 될  것이다. 마을 주민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고, 다비드와 사라폰티로서도 주민들과 레이크포레스트 시 당국에 체면이 서게 되었다. 

알렉스로서는 큰 타격을 입게 되었다. 다 된 밥에 코를 빠트리는 격이 되었다. 마을을 혼돈으로 몰아가려는 카오스의 세력과 마을의 평화를 지키려는 코스모스의 세력이 엎치락뒤치락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있었다. 카오스의 세력이 로고스처럼 얼굴에 분바르고 치장하며, 공정과 정의의 탈을 쓰고 위장을 한다해도 카오스의 본질인 거짓과 위선을 언제까지고  숨길 수는 없는 법이다.

그 사이 폰 브라운 백작 가문에서는 게슈탈트가 최근 사귀고 있는 연인으로부터 긴급히 상의할 게 있다는 연락을 받고 한밤중에 시내 모 호텔로 급히 차를 몰고 가다가 대형 화물차가 덮치는 바람에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게슈탈트가 사라지자 폰 브라운 가문에서는 다이아나의 죽음에 대해 더 이상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이 없었다. 의혹 제기는 결국 유야무야로 끝나고 말았다. 어차피 다이아나의 재산이 합법적으로 슈만에게 귀속된 만큼,  새삼스럽게  의혹을 제기한다고 한들 아무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때 보안국장 둥가돌프가 다비드에게 긴급 보고를 했다.

"오스트리아 폰 브라운 백작 가문에서  다이아나의 죽음과 관련하여 조나단과 알렉스에게  어떠한 의뢰도 한 사실이 없다는 공식적인 입장을 전해왔습니다. 또한  다이아나의 사망에 대해 향후 어떠한 조치나 수사를 의뢰할 생각이 없다고 합니다."

다비드는 다이아나 폰 브라운 백작 가문의 공식적인 입장을 주민들에게 공지했다. 이제 전과 5범이자 동생의 살해범으로 구속된 조나단의 주장은 신빙성이 떨어지고 아무 의미가  없게 되었다. 이로 인해 레이첼이 다이아나의 사망에 관여되었다는 조나단의 주장 또한 설득력을 잃게 되었다.  조나단의 구속으로 마을은 평안을 되찾을 기반을 마련하게 된 셈이었다. 메로나 마을은 큰 고비를 넘기고  있었다.

 

편집 :  심창식 객원편집위원

심창식 객원편집위원  cshim7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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